날개 손질
신입 날개 이수지
10월 1일, 길었던 더위가 이제야 물러나 가을인가 싶다. 휴일 오전 5~6시쯤 남편과 동네를 걷는데, 이제 긴팔을 입고 나간다. 금세 식어버리는 땀이 아쉽다.
올해 봄은 비가 잦았다. 그러나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이 있는 날이면 맑아졌던 기억이 난다. 신입환영회 때도 그랬다.
같은 동네 사는 24년 대표 정화 씨와 미리 연락하여 일찍 만나 차에 환영회 짐을 바리바리 싣고 출발했다. 가는 길목이라 선아 씨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두류공원에 도착했다.
환영회 짐을 풀고 준비하는 것을 돕고 있으니 지나가는 행인들이 궁금한지 기웃기웃. 나 역시 이런 단체 야유회 같은 것을 해본 것이 언제인가 싶다. 대학생 이후에 돗자리를 까는 모임은 가족 모임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기존 회원들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신입 소개를 할 차례가 다가온다. 소개 때 동요를 부르는 것으로 정했다. 어른 앞에서 어른이 동요 부르는 것을 상상하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어린이도서’만 생각했지, ‘어린이동요’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7월에 다녀온 전국회원연수에서 어른에게 동요를 배워 어린이가 즐겁게 부르는 모습, 즉 ‘전수’가 이뤄지는 모습을 통해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생각하는 ‘어린이문화’를 다시 생각했다.
다시 환영회로 돌아와... 독서부 지연 씨가 옛이야기 ‘고삿섬과 고삿돌’을 들려주신 것이 기억난다. 지연 씨 댁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해보고 싶다.
10월 24일 신설 부서 찬반 투표가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주간 외에 참여 가능 한 형태의 모임이 있길 바라며 제안했다. 만약 무산된다면 주간 모임에 잊을만하면 참석하며 회원 기분 정도는 낼 수 있겠지. 마치 자아가 분열되는 듯한 의견들을 보며 처음 제안한 때보다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고,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지회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류 속에 정체성을 지켜내며 오래도록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