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밥상
이 평우
오늘 저녁, 문득 마음이 쓰였다.
‘삼식이 밥상’을 위해 날마다 애쓰는 아내의 손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내가 부엌에 서기로 했다.
내 비장의 메뉴는 스테이크.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오늘만큼은 "아내를 위한 저녁상"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내 젊은 날, 유학 시절에는 홈쿠킹이 내 취미라 cookbook 들고 부엌에 자주 서곤 했는데, 세월이 흐르며 어느새 나는 밥상 앞에 앉는 일에만 익숙해진 ‘삼식이’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그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본다.
엊그제 정육점에서 고른 스테이크용 '부채살' 한 덩이.
부채살(Oyster Blade / Flat Iron)은 소의 앞다리 윗부분에 해당하는 부위로, 가운데 힘줄이 있어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집에서 즐기기에 제격이다.
소박하지만 쫄깃 한 결을 가진 이 고기처럼, 우리의 세월도 그렇게 켜켜이 쌓여왔을 것이다.
고기를 꺼내 한동안 실온에 두고(Tempering), 소금과 후추를 뿌리는(Seasoning) 그 시간마저 왠지 마음을 가다듬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달궈진 팬 위에 고기를 올리니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피어오른다(Searing).
버터를 녹여 끼얹고, 통마늘과 로즈마리를 더하며 (Basting) 나는 잠시 생각한다.
이 한 접시의 온기가 아내의 노고를 조금은 덜어줄 수 있기를... .
구운 고기를 접시에 옮겨 4~5분간 그대로 둔다. Resting 단계다. 이 과정에서 쏠려 있던 육즙이 고기 전체로 퍼져, 자를 때 육즙이 흘러나오지 않고 속이 촉촉해진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레스팅’의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테이크 저녁상이 차려지고, 마주 앉아 와인 잔을 부딪친다. cheers!
말없이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오늘의 스테이크는
그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작은 고마움의 표현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오늘 저녁은,
삼식이가 제대로 쏜, 조금은 덜 미안해진 하루였다. ㅎㅎ
이 평우가 쓰다. 202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