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부님은 탐정》 제1화 ― 사라진 묵주
주일 아침 일곱 시.
은솔성당 마당에는 아직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남아 있었다.
성당 종탑 위로 아침 햇살이 조금씩 번지기 시작했고, 미사에 참석하려는 교우들이 하나둘 성당으로 들어왔다.
“찬미 예수님.”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는 성당 입구에 서서 교우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은솔성당에 부임한 지 이제 열흘.
아직 모든 교우의 이름을 외우지는 못했지만, 얼굴과 앉는 자리는 거의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나 왼쪽 세 번째 줄에 앉는 할머니.
성당에 들어오면 반드시 성모상 앞에 먼저 인사하는 중년 부부.
미사 시작 직전에 뛰어 들어오는 고등부 학생 김하늘 안젤라.
그리고 오늘도 역시나 늦을까 봐 성당 마당을 전력으로 달려오는 오미자 안나 사목회장까지.
“신부님!”
오미자 회장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안나 회장님,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아직 십 분 남았습니다.”
“신부님을 뵈면 인사를 드려야 하잖아요.”
“어제도 뵈었습니다.”
“오늘은 오늘이지요.”
오미자 회장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맑음 신부가 가볍게 웃었다.
그때 사제관 방향에서 박복례 마리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한 손에는 신부님의 검은 구두가 들려 있었다.
“신부님.”
“네, 어머니.”
“발을 한번 내려다보세요.”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숙였다.
수단 아래로 갈색 실내화가 보였다.
“이런.”
“신부님은 미사 때도 슬리퍼를 신고 올라가실 겁니까?”
“오늘은 발이 편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안하기는 하셨겠지요.”
복례는 익숙하다는 듯 구두를 내려놓았다.
“제가 없으면 신부님은 큰일 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 말씀으로 넘어가실 생각은 마세요. 미사 끝나면 아침부터 드셔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복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 대답은 믿을 수 없었다.
아침 미사가 시작되었다.
김맑음 신부는 제대 앞에 서서 천천히 교우들을 바라보았다. 소란스럽던 성당 안은 어느새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부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그날 복음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이야기였다.
강론대에 선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우리는 때때로 잃어버린 물건은 열심히 찾으면서도, 우리 곁에서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교우들이 조용히 신부님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을 다시 품으로 데려오는 일은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는 것보다 훨씬 귀합니다. 이번 한 주 동안 우리 주변에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미사는 평화롭게 끝났다.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그랬다.
“신부님, 큰일 났습니다!”
제의를 갈아입던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돌렸다.
오미자 회장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제의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묵주가 없어졌어요.”
“묵주요?”
“성모회에서 기증받은 진주 묵주 말입니다. 오늘 미사 후에 추첨으로 교우 한 분께 드리기로 했잖아요.”
그때 사무장 최병철 베드로도 급히 달려왔다.
“분명히 어제 제가 진열장 안에 넣었습니다. 열쇠도 잠갔고요.”
사람들은 성당 뒤편의 작은 진열장으로 몰려갔다.
유리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진열장 안에는 성물 몇 점과 오래된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한가운데 있어야 할 흰색 묵주만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최병철 사무장이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이상합니다. 자물쇠는 멀쩡합니다.”
“열쇠를 가진 분이 누구십니까?”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저하고 관리장님뿐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장태식 요셉 관리장에게 향했다.
장태식은 말없이 목덜미를 긁었다.
최병철 사무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관리장님, 어젯밤에 성당 문을 잠근 분이 관리장님이지요?”
“그렇습니다.”
“마지막까지 성당에 계셨고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장님밖에 없지 않습니까?”
“사무장님.”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불렀다.
“네, 신부님.”
“아직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쇠를 가진 사람이 두 명뿐이고 저는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대로라면 사무장님과 관리장님, 두 분이 용의자가 됩니다.”
“제가요?”
최병철은 화들짝 놀라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김맑음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서둘러 사람을 의심하면 곤란합니다.”
진열장 안을 살피던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의 눈이 묵주가 놓여 있던 붉은 천 위에 머물렀다.
천 위에는 하얀 가루가 조금 떨어져 있었다.
신부님이 손가락으로 가루를 살짝 찍어 냄새를 맡았다.
“밀가루군요.”
“밀가루요?”
오미자 회장이 물었다.
그 순간 복례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신부님, 아무거나 냄새 맡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런데 성당 진열장에 왜 밀가루가 있지?”
오미자 회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 아침 성당에서 밀가루를 사용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미사 후 나눌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새벽부터 부침개를 만든 박복례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복례에게 향했다.
“왜들 저를 봅니까?”
복례가 눈을 크게 떴다.
“복례 자매님이 가져가신 겁니까?”
최병철 사무장이 물었다.
“제가 그걸 왜 가져갑니까? 묵주는 제 방에도 다섯 개나 있어요.”
“그럼 밀가루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사무장님.”
복례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 아침에 부침개 드셨지요?”
“그건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하나 더 드실래요?”
“아닙니다.”
최병철 사무장은 재빨리 한 걸음 물러섰다.
김맑음 신부는 웃음을 참으며 진열장 문을 살펴보았다.
잠시 뒤 그가 문 아래쪽을 가리켰다.
“누군가 진열장을 연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열쇠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문과 진열장 바닥 사이에 아주 가는 틈이 있었다.
그리고 진열장 옆에는 성당 행사용으로 사용하는 긴 철제 자가 세워져 있었다.
“철제 자 끝에 양면테이프를 붙이면 틈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묵주의 십자가 부분을 붙여서 천천히 끌어당긴 것이겠지요.”
“그럼 열쇠가 없어도 꺼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묵주처럼 가볍고 작은 물건이라면 가능합니다.”
김맑음 신부는 철제 자를 들어 올렸다.
자 끝에는 진주처럼 반짝이는 작은 흰색 조각이 붙어 있었다.
“묵주알 조각입니다.”
그때 뒤에서 지켜보던 김하늘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신부님, 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말씀해 보세요, 안젤라 학생.”
“아침에 초등부 교리실에서 민준이가 혼자 뭘 만들고 있었어요. 철제 자하고 테이프도 가지고 있었고요.”
초등부 교리실에는 열 살 민준이가 혼자 앉아 있었다.
아이는 두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있었다.
“민준 군.”
김맑음 신부가 아이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혹시 신부님에게 보여줄 것이 있습니까?”
민준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에는 하얀 진주 묵주가 들려 있었다. 묵주 가운데 몇 알에는 밀가루 반죽이 묻어 있었다.
오미자 회장이 놀라 물었다.
“네가 그걸 가져갔니?”
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할머니한테 드리려고 했어요.”
교리실 안이 조용해졌다.
민준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최근 다리를 다쳐 성당에 나오지 못했다.
“할머니가 오늘 생일이에요. 그런데 선물을 살 돈이 없어서…….”
“그래서 묵주를 가져갔습니까?”
김맑음 신부의 목소리는 엄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았다.
“추첨에서 받았다고 거짓말하려고 했어요.”
“밀가루는 어떻게 묻은 겁니까?”
“부엌에서 테이프를 찾다가 부침개 반죽을 엎었어요.”
멀찍이 서 있던 복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반죽을 쏟은 사람이 너였구나.”
민준은 묵주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김맑음 신부는 묵주를 받지 않고 아이의 손을 감싸주었다.
“할머니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참 예쁩니다. 하지만 좋은 마음이라고 해서 잘못된 방법이 옳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네…….”
“묵주는 직접 돌려놓으세요. 그리고 사무장님과 회장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오미자 회장이 앞으로 나섰다.
“민준아, 네 할머니께 묵주가 필요하니?”
“할머니 묵주가 끊어졌어요.”
오미자 회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손목에 감고 있던 작은 나무 묵주를 풀었다.
“이 묵주는 내가 성지순례를 갔을 때 산 거야. 비싼 것은 아니지만 기도는 아주 많이 담겨 있어.”
오미자 회장은 묵주를 민준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훔친 것도 아니고 추첨으로 받은 것도 아니야. 내가 네 할머니께 드리는 선물이야.”
민준이 울먹이며 물었다.
“정말 드려도 돼요?”
“대신 할머니와 함께 기도해야 한다.”
“네!”
복례가 앞치마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민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었으면 이제 부침개 먹으러 가자. 네가 쏟은 만큼은 먹어야지.”
“제가 다 먹어야 해요?”
“스무 장쯤 된다.”
민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사건이 해결된 뒤, 김맑음 신부는 진열장에 묵주를 돌려놓았다.
최병철 사무장은 진열장 아래쪽 틈을 막으며 중얼거렸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태식 관리장이 말했다.
“진열장을 새로 만드는 게 낫겠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나무는 제가 구해 보겠습니다.”
“공짜입니까?”
“사무장님께서 직접 못질하시면 공짜입니다.”
최병철의 표정이 굳었다.
“그냥 틈만 막겠습니다.”
사제관 식당.
박복례가 식탁 위에 부침개를 내려놓았다.
김맑음 신부는 접시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 부침개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민준이가 다 못 먹었으니까 신부님이 드셔야지요.”
“제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요.”
“아침 미사 전에 실내화를 신고 나온 죄가 있잖아요.”
“그 죄가 부침개 열 장이나 됩니까?”
“말대꾸하시면 열다섯 장입니다.”
김맑음 신부는 조용히 젓가락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복례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창밖으로 은솔성당의 종소리가 울렸다.
작은 잘못은 고백할 용기로 바로잡혔고, 선물이 없던 생일에는 누군가의 기도가 담긴 묵주가 생겼다.
김맑음 신부는 따뜻한 부침개를 한입 먹으며 생각했다.
이 작은 본당에서는 잃어버린 물건보다 찾아야 할 마음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다음 회 예고 ― 제2화 「헌금 봉투의 주인은 누구인가」
미사가 끝난 뒤 익명의 헌금 봉투 하나가 발견된다.
봉투 안에는 거액의 수표와 함께 짧은 편지가 들어 있다.
‘이 돈으로 제가 저지른 잘못을 갚아주십시오.’
그러나 편지를 썼다는 사람이 세 명이나 나타난다.
“신부님, 제가 그 봉투를 놓았습니다.”
“아닙니다. 그건 제 돈입니다.”
“두 분 다 거짓말이에요. 제가 썼어요.”
김맑음 신부는 세 사람의 편지를 나란히 놓고 조용히 안경을 고쳐 쓴다.
“이상하군요. 봉투를 놓은 분은 이 세 분 가운데 계시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