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이웃과 친절하고 인사 잘하기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가장 소박하면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재산은 친절과 인사다.
물론 사람들이 이 재산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
라 그 가치를 극대화 할 수 도 있고, 그 반대도 될
수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
고 있는 재산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공동
생활을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하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성취감을 얻게 된다. 적당한 거리와
경쟁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이라 할 수 있
다.
이런 사회생활에서 친절과 인사는 인간관계를
보다 부드럽고 원활하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친절이 경직된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라면
진심이 담긴 정겨운 인사 한 마디는 서로의 존재
를 인정하는 가교가 된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듯이 사심 없이 베푸는 친절과 인사는 경직
된 사람의 마음을 녹여준다.
인사의 격식이 지나칠 정도로 발달했던 우리
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면서부터 차츰 사무적이고
냉담함을 앞세우더니 이제는 그것이 정착되어
친절과 인사 예절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친절과 인사는 약자의 처신이고
사무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는 강자의 권위로 치부
되고 있다. 때문에 인사는 자기보다 아랫사람이
거나 어줍잖은 사람들이 먼저 해야 하는 것으로
되었고, 친절은 약자가 자기 보신을 위해 베풀어
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상호불신이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결국 붕괴로 치닫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보아왔다. 때문에 역대 정치
권력자들은 불신풍조를 배격하고자 애를 썼다. 거
창한 구호를 내걸고 캠페인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그런 운동들이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는 소리를 들
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구호만 있었지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며 그 실천
방안도 거창했지만 국민들의 진정한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 불신풍조를 없애려면 친절과 함께 인사문화
를 제대로 정착해야 한다.
돈독하게 쌓은 인간관계가 억만 금의 재산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가 나
를 믿고 지지를 해준다는 것은 곧 성공의 밑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지원은 평소 친절과 따뜻한 인사를 통
해서 다져온 끈끈한 인간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으로 우리 주변에서 그런 사실들은 흔하게 접할 수
있다.
6ㆍ25 직후 부산역 대화재로 부산 동구 초량 일대
가 초토화 되었을 때 일이다.
잘 아는 분이 화교들 집단 거주지 근처에서 조그마
한 잡화상을 하고 있었다. 화교들의 특성이 배타적이
고, 또 우리 잡화상이 작아서 화상들과의 거래는 별로
없었지만 자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있어 깊이 사귀
지는 않았어도 만나면 인사를 나눌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8월 추석이 계기가 되어 양쪽 집에
서 귀한 음식이 생기면 서로 음식을 나누는 정도까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런 절친
한 관계까지는 아니었다.
그해 겨울 부산역 대화재가 발생했다. 몸만 겨우
빠져나온 그 분은 알거지 신세가 되었다. 피난살이
라 인척도 없어 어느 누구에게 손을 벌릴 처지도 아
니었다. 손바닥만한 잡화상이라 해도 겨우겨우 이
룬 것으로 온 가족의 생계가 달린 것인데 하루아침
에 잿더미가 되었으니 그 낙담은 말이 아니었다.
유난히도 추운 그 겨울에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거적을 구해 움막을 짓고 다시 장사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돈이 한 푼도 없으니 물건을 구할 수
가 없었다.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모두가 어려운
처지라 남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니 암담하기만 했
다 .
그래도 이를 악물고 몇 가지 물건을 내놓고 좌판
을 벌였을 때 그 화교가 찾아왔다.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그 참담함을 알 수 있었기에 구구한 말 없
이 덕담만 몇 마디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저
녁 장사 밑천을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돈이 되면
갚으라는 말만하고 기간도 정하지 않고 빌려주었
다.
그 사람은 그 빚을 3년에 걸쳐 갚았고 그것이 인
연이 되어 양가가 사돈이 되었다.
지극히 사무적이던 인간관계가 사돈으로 발전하
기까지에는 시초가 간단한 인사말 몇 마디와 친절
이었고, 그 과정에서 쌓은 인간의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양가의 우애는 그 어떤 가정보다도
돈독해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