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림의 원시부족들이 신년벽두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연말부터 화제를 모았던 MBC <아마존의 눈물>이 선날 연휴에 재방송되며 TV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인 21.6%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KBS도 <아마존의 딸>을 편성하며 '아마존 열풍'에 맞불을 지폈다.
덕분에 '조에 족'이나 '야루보 족' 같은 먼 나라의 원시부족들이 마치 이웃동네 주민들처럼 친숙한 존재로 다가오게 되었다.
우리가 이들 원시부족에 열광했던 건 아마도 문명과 담을 쌓고 지켜온 그들의 순수한 인간성과 문화 속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영혼의 고향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가 싶다.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각박하고 살벌해져 있기에 그들의 소박한 삶이 큰 울림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라라무리, 달리는 사람들
여기 우리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또 하나의 원시부족이 있다.
멕시코의 험준한 오지이자 마약조직들의 본거지인 '바란카스 델 코브레(구리 협곡)' 깊숙이 터를 잡고 살아온 '타라우마라(Tarahumara)족'이 바로 그들이다.
스스로를 '라라무리(달리는 사람들)'라고 부르는 타라우마라족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조용한 사람들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오래달리기 선수들이다.
오랫동안 <AP통신>의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논픽션 작가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2009년 5월에 출간한 베스트셀러 <Born to Run(달리도록 태어나다)>에서, 자신이 직접 만난 타라우마라족의 전설적인 이야기와 그들이 이어오고 있는 달리기의 비밀을 풀어놓고 있다.
여러 날 동안 사슴을 쫓아가 사슴의 발굽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탈진했을 때 맨손으로 잡는다는 타라우마라족은, 말 그대로 달리도록 태어난 사람들이다.
타라우마라족의 아이들은 걷기를 배우기 전에 달리기부터 배운다고 한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참고 이겨내야 할 그 무엇, 고통스러운 그 무엇이 아니라 축제처럼 즐거운 활동이다.
실제로 '라라히파리'라는 달리기 축제가 열릴 때면, 타라우마라족은 밤새도록 옥수수로 빚은 술을 마시며 광란의 파티를 즐기다가 동이 트면 경주를 시작한다.
그 순간에도 타라우마라족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워밍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출발선에 걸어가서 웃고 떠들다가 출발신호가 울리면 그대로 48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다.
멕시코 역사학자 프란시스코 알마다는 한 타라우마라 인이 한 번에 700킬로미터를 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얼추 서울에서 부산을 거쳐 광주까지 쉬지 않고 달린 셈이다.
480킬로미터를 뛰었다는 다른 주자의 기록도 있다.
태양이 뜨고 졌다가 다시 뜨는 동안 마라톤 코스를 12번 주파한 것이다.
노새를 타고 12시간이 걸린 험한 길을 타라우마라족이 90분만에 주파했다는 한 탐험가의 보고도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들이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깊은 협곡의 울퉁불퉁한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달린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쿠션이 빵빵한 나이키 러닝화가 아니라, 얇은 가죽 밑창에다 끈으로 발등과 발목을 얼기설기 묶은 '샌들'을 신고서. 거의 맨발로 달린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타라우마라족의 오래달리기 능력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발뒤꿈치가 아니라 발볼을 이용해 땅바닥을 스치듯 달리는 특유의 주법, 어릴 때부터 맨발이다시피 험한 길을 달리는 동안 강화된 발 주변의 근육과 인대(크리스토퍼 맥두걸에 따르면 쿠션이 좋은 나이키 러닝화가 오히려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켜 부상을 유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섭생을 들 수 있다.
특히 타라우마라족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이스키아테'는 남미 특산식물인 '치아chia 씨'를 물에 녹인 다음 약간의 설탕과 라임을 넣고 증류한 음료이다.
치아 씨는 작지만 오메가3과 오메가6, 단백질, 칼슘, 철, 아연, 섬유질, 산화방지제가 듬뿍 들어있다.
옛날 아즈텍 전사들은 전투에 나갈 때 치아 씨를 씹어 먹었고 호피 인디언은 애리조나 주에서 태평양까지 가는 대장정에서 치아를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라우마라족이 생존을 위해 오래 달리도록 진화한 인류의 달리기 본능을 온전히 이어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호흡하는 일만큼이나 달리기를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오래달리기 그 자체를 오락처럼 즐긴다는 것이다.
돌고래에게 헤엄치는 일이 그렇듯, 철새들에게 날아가는 일이 그렇듯, 타라우마라족에게 달리기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활동인 것이다.
달리는 보살들
타라우마라족이 위대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오래달리기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신비한 협곡에 숨어사는 이 은둔 부족은 너무나 조용하고 친절하고 행복한 종족이다.
타라우마라의 땅에는 범죄도 전쟁도 도둑도 없다고 한다.
부패, 비만, 약물중독, 탐욕,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심장병, 고혈압, 매연도 없다.
이들은 당뇨병이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며, 심지어 늙지도 않는다.
50대도 10대들만큼 빨리 뛸 수 있고, 80세 노인이 산중턱에서 마라톤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타라우마라족은 경제학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호의를 베푼 대가로 옥수수맥주를 받는 식의 거래시스템을 갖고 있다.
타라우마라족이 문명병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형제애에 기초한 거래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매우 부지런하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정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진실만 말하며 살아온 끝에 이들의 뇌가 화학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낼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연구자도 있다.
타라우마라족은 미국 생리학자 데일 그룸이 <미국 심장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고대 스파르타 인 이후 이런 수준의 육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고 말할 만큼 강인한 종족이다.
하지만 스파르타 인과 달리 타라우마라족은 보살처럼 자비로워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데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달리는 소림사 수도승 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며칠 전 판화가 이철수가 어느 지면에서 말했듯 "겨울 추위 징그럽더니 염치없어 그러는지 겨울 끝이 봄날처럼 따사로운" 요즘이다.
달리기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인간은 오래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이론의 현존하는 생물학적 증거인 타라우마라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작정 뒷산 약수터로 뛰어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가능하면 맨발로.

우리 말로 하면 '구리 협곡'이란 곳으로 미국의 그랜드 캐년의 4배에 달하는 규모와 함께, 멕시코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경관을 볼 수있는 곳이다.

이 사진은 로스모치스에서 약 8시간뒤 도착하는 이 철도구간의 하이라이트인 디비사데로(El Divisadero)역에서 찍은 것이다.
석양에 비친 협곡이 구리빛으로 감돈다고 해서 '구리협곡'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전망대외에는 별다른 마을도 없는 이 곳에서 열차는 15분간 정차하면서 관광객들을 위한 사진촬영시간과 군것질, 토산품 구입의 시간을 준다.
이 역을 출발하여 2시간후, 해질무렵이 되어 중간 기착지인 크릴에 도착하면 온갖 삐끼들이 몰려들어 호객행위를 한다.

무엇보다도 협곡을 따라 96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나있는 치와와-퍼시픽 철도를 달리며 마끽하는 여정이 유명.
치와와-퍼시픽 철도는 캘리포니아만(灣)의 로스모치스(Los Mochis)로부터 치와와까지를 연결하는 총길이 655km의 철도.
치와와-퍼시픽 철도는 1872년 미국인 A.오웬에 의해 철도 설계가 계획된 이후,
10년후 곤잘레스 대통령에 의해 인가를 받아, 난공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평야부분은 문제없이 건설이 되었으나 산악/협곡지역은 험한 자연환경과 질병때문에
7년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였으나 미국의 철도왕 E.스틸웰이 치와와의 한 유력자의 후원으로 1900년 공사를 재개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도 그 치와와의 유력자가 1910년부터 본격화된 멕시코혁명에 참전했던 관계로 철도공사는
정부군에 의해 방해공작을 받아 본격적인 공사는 1940년이 되어서야 겨우 재개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1961년, 90년의 세월을 들여 드디어 개통을 이루게 된다.

열차는 매일 아침 양방향으로 1등열차와 2등열차가 각 1편씩 출발한다.
티켓은 1등차의 경우 시내의 여행사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1등차는 주로 해외 여행객이나 부유층을 상대로 운행하는 것으로 깨끗하고 좀 더 빠르며
선진국의 특급열차수준이긴 하지만 냉방으로 실내가 춥고,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2등차의 경우는 좀 느리긴 해도 현지인들의 생활을 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고
창문을 열 수가 있기 때문에 사진찍기도 좋은 점등의 이유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2등차를 권하고 싶다.
티켓은 당일에도 구할 수가 있지만 전날 예매를 권하고 싶으며,
특히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휴가철에는 티켓구하기가 쉽지 않다.

온천계곡
크릴에서 묵었던 숙소(Casa Margarita)에서 유럽,북미에서 온 여행객들과 당일투어로 방문했던 노천온천.
협곡을 따라 한 30분가까이 내려오면 있었던, 계곡물 자체가 따뜻한 온천수였던 곳이다.
온천욕후 온천수의 효과가 있긴 있었는지 그 때까지 떨어지지 않던 감기가 완쾌되었다.

온천계곡
제지하는 사람도 관리하는 사람도 없이 계곡 적당한 곳에서 온천욕과 수영을 즐기면 OK.

온천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버섯모양의 바위.

온천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온천계고의 건너편

쿠사라레 폭포(Cascada Cus?rare)
크릴에서 자전거를 타고 22km를 간 곳에 있었던 폭포.
높이 30 m. 여름철에는 폭포밑에서 수영도 즐길 수 있다는데, 필자가 방문했던 것은 1월의 갈수기.

쿠사라레 폭포에서 오는 길에 좀 샛길로 빠지면 높이가 10~25m정도 되는 바위들이 늘어선 곳이 있다.

길쭉한 형태의 바위들이 늘어서있다.

아라레코 호수(Laguna Arareko)
이 맑고 차가운 호수를 끼고 원주민 타라우마라족 일가족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