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가 과학의 시대라고 할 만큼 과학에 대한 현대인의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화성(火星)에 신세계를 건설한다는 목표아래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주(州)에 유리로 밀폐된 인공지구,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를 만들었다.
자연의 신비에 도전장
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인공지구’는 지구생태계를 그대로 본떠서 만들어졌다. 사막과 바다가 실제로 재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명의 사람이 숨 쉴 충분한 산소조차 만들어 낼 수 없었다. 18개월 만에 막을 내린 이 실험은 과학을 믿고 개발을 우선시하는 인류문명이 자연의 힘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비드 틸먼 박사는 "바이오 스피어 2의 실패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고 평가했다. 인류가 자연을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파괴할 경우에 이를 치유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락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류의 사명감은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 일본의 바이오스피어 J, 러시아의 바이오스-3를 건설하여 유사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돔형태의 에코토피아(가칭)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우주개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태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패한 원인은 미생물에 있어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는 지구가 "바이오스피어 1"이라는 전제하에 붙여진 이름이다. 인공생태계장치인 바이오스피어2는 미국 애리조나주(州) 투손(Tucson) 사막에 건설되었다. 1991년 9월 26일부터 2년을 목표로 8명의 과학자 부부가 독자적인 거주실험을 하였다.
총 면적은 1만 3,000㎢로 외부와 격리되어 있었으며, 내부는 거주구역·농업구역·자연구역으로 구분되었다. 자연구역에는 열대우림·사바나·습지대·바다·사막의 다섯 생물권을 만들었다. 거주구역에는 8명의 남녀 과학자 부부가 들어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벼·밀·상추 등 150여 종의 농작물과 돼지·닭·염소 등 4,000여 종의 생물로 이루어진 생태계속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인공 공간을 창조해 보자는 의도였다.
1차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1991년 9월부터 2년간 외부와 완전 고립된 채 농사를 지으며 생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8개월 만에 ‘바이오스피어 2’는 치명적인 불균형 상태를 맞이했다. 농사용 토양에 함유된 다량의 유기물은 박테리아 서식에 호조건을 제공하였고 이로 인해 산소 농도가 줄어들게 되었다. 게다라 건물의 콘크리트벽도 산소를 흡수 한 채 방출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가 충만하여 잡초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라고 개미와 바퀴와 같은 일부 곤충만이 번식하게 되었다.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대신해 주던 곤충들이 죽자 식물들도 번식할 수 없게 됐으며 25종의 작은 동물들 가운데 19종이 절멸하고 말았다.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은 콘크리트 벽이 산소를 잡아먹는 바람에 사람이 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연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치와 원리를 사람들이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데 있다는 것이 실험을 주조한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현재 ‘바이오스피어 2’는 일반인의 관광지로 개방되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