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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의 유적, 유물을 통한 도래인 흔적 찾기-창비 | 일반 서적 | 2014-07-04 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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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저 |
문화유산답사기가 벌써 10권까지 왔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그것을 7권의 책으로 풀어낸 유홍준 씨가 우리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 문화유산을 찾은 지 벌써 3권의 책으로 펴내고 있다. 그의 문화유산답사기의 매력에 빠진 나는 책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읽고 있다. 그의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선인들의 삶이 속속들이 재현되어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분들의 삶이 다시 나의 삶이 되도록 이끌어 주는 책,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읽고 있다. 일본편 3권은 일본의 가장 오래된 도시, 도쿄를 소개해 주고 있다. 그곳은 도쿠가와 막부가 형성되기 전까지 모든 행정의 중심에 있었던 도시다. 천황이 머물고 있었던 곳이고,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늘 넘보던 곳이다. 그러기에 그곳에는 오래된 역사의 흔적들이 많다. 우리의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일본이란 나라의 역사 초창기, 신라인 백제인들과 그들의 관계를 조명해볼 수 있도록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목조미륵반가상’은 신라와의 관계를 추정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우리 금동미륵반가상과 흡사한 형상을 하고 있고, 재질도 소나무로 되어 당시 일본에서 사용하던 녹나무가 아닌 것을 통해 신라에서 건너온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당시 선진화된 문명을 소유했던 육지에서 건너간 많은 도래인들이 그들의 정권 형성에 많은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 흔적이 되는 자료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낱낱이 그려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답사를 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도쿄 답사를 다섯 코스로 나누어 했다고 한다. 처음은 교토가 수도로 부상하기 이전의 역사 유적지를 보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도래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찾아보고 있다. 두 번째는 헤이안 시대 창건되어 불교 역사의 중심이 되어 있는 사찰 순례다. 세 번째는 헤이안 시대의 건축, 조각 양식을 잘 보여주는 평등원 답사를 넣고 있다. 저자는 이곳에서 일본의 국풍 문화를 만나고 있다. 네 번째는 우리나라 영주 부석사와 많이 닮은 공간에 있는 청수사를 찾고 돌아오는 길에 전통 상가를 살피는 코스로 잡고 있다. 다섯 번째는 가마쿠라 시대에 창건한 사찰들의 답사다. 이렇듯 일본 문화는, 특히 도쿄 문화는 신사와 사찰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들을 통해 그들의 뿌리를 확인해 보는 작업을 저자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뿌리가 육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밝혀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해 주고 있다. 대개의 경우 우리 민족과 관련된 내용들을 위주로 분석하고 설명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곳곳에서 선조들의 흔적 찾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일본이 얼마나 한반도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가? 하는 것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지금은 멀고도 가까운 관계가 되었지만 고대엔 정말 가까운 곳이었단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글은 답사를 재료로 해서 3단계로 풀어낸다. 헤이안 이전과 헤이안 시대 또 가마쿠라 시대가 그것이다. 헤이안 시대 이전에는 도래인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고, 그 중심에는 유물로 남아 있는 진하승이 있다. 진하승 부부 초상조각이 있을 정도로 그들이 당대의 권력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하승은 신사에서 제사를 지낸 것만 보아도 그들 세력과 그 후손의 번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히타(秦) 씨라 불리는 이 도래인들은 당대 일본의 정치, 경제 , 문화 등 모든 곳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들은 우즈마사에 모여 살았다고 전해져 온다. 그들과 관련된 많은 신사와 사찰이 그들의 이야기를 증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기행지에 따라 차례로 문화유적들을 보여주고 설명해 나가고 있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길을 거닐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함께 동반하고 있는 우리 독자들의 모습도 기억된다. 이 책은 그러한 대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나간다. 법관사로, 후시미성으로, 야마시로의 고려사 터로 이동해 가면서 그의 이야기는 화려해 진다. 그는 고려사터에서 둘러보면서 고구려의 기상과 같은 호방함을 느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든 물상들에 고려의 혼이 흐르고 있음을 인지하면서, 당시대를 통해 모든 문화를 담당했을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위대한 민족혼이 곳곳에 깃들여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청수사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주의 불국사에 버금가는 곳이라 한다. 경치가 지극히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하는 이곳은 앉음새가 영주 부석사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자존심으로 생각할 만한 곳이고, 소설 ‘귀향’에서는 전쟁의 패배감에 젖은 일본인들에게 청수사 같은 문화유산이 있지 않느냐고 위로의 독백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인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 창건의 유래와 이어진 역사를 얘기하면서 도래인들의 역할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이야기다. 이러한 곳을 지금의 일본인들도 그렇게 소중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자체가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유홍준의 일본 문화유산 답사기는 도래인들의 일본 속의 모습을 조명하는 일과 깊은 관계가 있다. 아니 그의 책은 일본 역사가 도래인들이 이루어 놓은 역사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근현대로 오면서 그들의 역사를 변조시켜 조선보다 우위에 서고자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역사 흔적 속에 면면히 도래인들의 모습이 남아 그들의 진면목을 드러내 주고 있다. 그것을 유홍준씨가 찾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각도에서 읽혀진다. 도래인들의 우수한 문화가 일본인들의 역사에 깊은 관여를 했고, 그 이유로 인해 도쿄 곳곳에 그들의 문화가 스며들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청수사도 도래인들이 만든 절이라고 하고 있다. 우지의 평등원, 동복사, 인화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물과 유적들을 통해 역사를 풀어내고, 그 속에서 도래인들의 삶을 찾고 있다. 저자의 눈길이 미치는 곳에 고려의 웅장한 혼이 살아난다. 그것이 먼 이국땅에서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본토의 문화를 재생시켜 나간 그들의 삶을 통해 남아 있다. 우리는 그 유물과 유적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그들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다. 감사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그 흔적을 쫓으면서 자취를 느낄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남은 것들을 통해 역사를 재조명해 내는 저자의 혜안에 경의를 표한다. 답사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 글이기에 기본적으로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다. 이것은 역사를 풀어가는 물증이 된다. 저자가 그려주는 유물을 통한 역사 복원이 더욱 신빙성 있게 전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고도에 머물러 있는 유적과 유물을 통해 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 조상들의 삶을 만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우리들의 바탕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저자를 통해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유물을 대해도 태도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이 마음에 무척이나 와 닿는다. 자랑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