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수필.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 되었다/ 청향 정 정숙
언제부터인가, 계속되는 거품이 섞인 설사와 시원치 않는 배설로 변소를 들락거렸다
먹으나 굶으나 가스에 짓눌린 팽창된 헛배, 불안 속에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긴장해도, 말만 많이 해도 대장뭉치가 결리면서 어디든지 누워야 했다.
매사에 정돈정리, 깔 끔을 떨던 일상은 안절부절못하고 위장은 풍선이 되어갔다.
얼굴의 부기와 속의 매스꺼움 대장의 둔통과 미열을 안고 방안에 가치는 신세가 되었다.
1984년, 대장 게실(憩室)염이란 병명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동산 병원외과)
의사님이 내 살점을 오려내는 고통이 있더라도 '사람과 어울리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 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첫 번의 수술은 의사의 오진으로 끝내 장 유착이 되고,
예비차원에서 제거한 맹장수술자리가 문제를 일으켜 폐쇄 증에 시달여야 했다.
여전히 가스 찬 헛배에 의식은 몽롱하고 해야 할 꿈들은 회색빛 안개에 싸여갔다
몸은 무겁고 얼굴과 다리는 부어 손끝하나 움직일 힘이 없을 때, 목이 쉬어 말문이
막히고 무릎연골 퇴행성관절염으로 절룩이며 절규하는 울음을 삼켰다.
의욕이 상실되면서 쓰임 받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고 눈물이 소나기로 시야를 가리는
심한 우울증에 몸부림쳤다. 모든 것이 귀찮아 지면서 예민해 가는 신경쇠약으로
사람과의 만남도 멀어져 가고. 핫 팩이 애인이 된 검은 불면의 밤이면 영육이 천길만길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사(死)가 유혹하며 칼춤을 추었다.
첫댓글 도마위에 오른 생선이 되어 의사에 희망을 걸었던, 대장게실(憩室)염은 오진으로 끝나고. 그로인해 평생을 질병과 싸우고, 끝내는 가족과 가정을 등지고 홀로 오늘에 이르렸군요. 사람과의 만남도 멀어지고 핫팩이 애인이 된 검은 불면의 밤이면 영육이 천길만길 수렁으로 빠져들 때 사(死)가 유혹하며 칼춤을 추게한 신의 섭리가 어디에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