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기원(起源)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에 편지를 써보내면서 자신을 “사람들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도된 바울”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사도됨의 기원(起源)을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라고 천명한 것이다. 자신의 존재 기원을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에게 두고 있는 바울의 믿음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다.
바울의 존재와 사도됨의 기원만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일까. 우리의 결혼 기원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소개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사람은 소개해준 그 사람으로 말미암아 결혼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연애를 해서 결혼한 사람은 결혼을 자신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리의 부모님으로 말미암은 것처럼 보이듯이, 결혼 역시 사람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하나님이 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면서 ‘사람이 어떤 이유가 있으면 그 아내를 버리는 것이 옳으니이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은 ‘사람을 지으신 이가 본래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고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하신 것을 읽지 못하였느냐’고 반문하시며 ‘그런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고 선포했다.
바리새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 증서를 주어서 버리라 명하였나이까’라고 하며 대들었다. 예수님은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 때문에 아내 버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않다’고 하시면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이유 외에 아내를 버리고 다른 데 장가 드는 자는 간음함이니라’고 단호하게 선언하셨다.
이 가운데 예수님이 결혼을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이라고 한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결혼이 외형적으로는 사람이 한 것 같고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 같지만, 예수님은 결혼을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이것은 우리의 결혼 기원 역시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라는 의미다.
배우자를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아내 혹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사는 사람과, 배우자를 내 판단 착오 또는 실수의 결과나 소개를 잘못 받은 결과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의 결혼생활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결혼이 실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쩌면 틈만 나면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시도할지 모른다. 그것이 예수님에게 질문을 한 바리새인들처럼 배우자를 버리는 것을 합리화 할 만한 이유를 찾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결혼이 하나님이 짝지어 준 것을 믿는 사람은, 자신의 결혼의 기원(起源)이 하나님인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아예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배우자를 버릴 이유를 찾기보다 그 배우자와 함께 살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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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삼 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단장. 저서로는 《결혼설명서》, 《신앙생활설명서》, 《말의 힘》, 《관계행복》,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생명의말씀사 간), 《파이프행복론》(김영사 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