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이제 K-모빌리티라는 말을 쓰고 싶다"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입력 2021. 07. 19. 10:13 댓
그룹 수장이 되기 전부터 현대와 기아의 성공에 핵심 인물이 되어온 정의선 회장은 선견지명을 가진 재능 있는 리더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중요한 타깃을 겨냥할 때는 분명 명중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 자동차 회사의 임원 중 한 명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05년부터 한국의 국가 스포츠인 양궁 종목의 발전을 도모했다. 그가 양궁협회를 이끄는 동안 총 아홉 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고 전국적인 지지를 이끌어 가고 있다.
정 회장의 이런 면모가 비전 있는 리더로서 꾸준히 눈부신 성과를 거둬왔다는 것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올해 <오토카 어워즈>의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자동차 업계에서 탁월한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준 그에게 수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현대에서, 그의 인생 중 기록할만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1947년 정 회장의 할아버지(정주영)가 엔지니어링과 건설 회사로 설립한 현대는 포드 코티나의 라이선스를 따와 독자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1975년 초 당시 브리티시 레일랜드의 부사장이었던 조지 턴불을 영입해 왔고 그들만의 디자인을 갖춘 첫 번째 모델을 내놨다.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인의 포니였다. 개발을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나온 작품이었다.
현대차 소유의 첫 디자인 자동차는 주지아로의 손길이 닿은 1975년 포니였다
싼타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1978년까지 현대차는 네덜란드에서만차를 팔았다. 1982년에는 영국에서 법인이 설립됐다. 1986년에는 미국 시장을 뚫었고 첫해 20만 대 판매고를 올렸다. 1990년에는 한 해 총생산량이 400만 대를 넘어섰다. 1990년대에는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인들조차 갑자기 현대차를 경계하기에 이르렀다.
1994년에 이르러서는 성장하는 이 한국인들은 자사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럽(프랑크푸르트)에다가 R&D 센터를 건립했다. 4년 후 현대차는 위기에 빠진 기아를 인수하고 즉시 소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 싼타페 SUV가 히트를 치며 현대차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이 지점이 현대차 연구원들이 이미 배터리와 수소 연료전지 EV에 대해 실험을 시작하던 때였다. 모빌리티 미래의 중심에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단계에서 30살의 정 회장은 현대차에 합류했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MBA 과정을 수료한 이후였다. 그는 뉴욕에서 잠시 일한 경험도 있다.
책임감이 무거워지는 일들을 한 이후 그는 2005년 기아를 책임지게 됐다. 2년 뒤 그룹의 첫 번째 유럽형 제품을 내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모델은 유럽에서 생산하고 유럽 고객을 타깃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디자인하고 설계한 기아 씨드 및 현대 i30이었다. 매우 좋은 차들이었다.
2005년에서 2009년까지 기아에서 5년 동안 정 회장은 진보적인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꽤 많이 알려져 있었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책으로 영입했고 초기에는 영향력 있는 콘셉트카를 제작하도록 했다. 2010년 스포티지를 출시하면서 스타일의 우수함을 입증했다. 기아는 그룹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판매량은 70% 증가했고 수익은 두 배로 뛰었다. 현대차보다 성장이 빨랐다. 이런 성장은 한편, 현대차와 비슷하면서도 초라한 버전의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불편한 질문으로도 이어졌다.
결국 슈라이어가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을 모두 맡았다. 아마도 그 단계, 2009년에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이 됐기 때문이다. 연로한 그의 아버지 정몽구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직을 아들에게 넘겨줬다. 정 회장이 추진하고 있던 친환경 연구가 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용화 제품으로 결실을 봤다는 점이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정 회장이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받고 설명했다. "저는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업계에서 아이디어에서든 실행력에서든 모두 선구자가 되길 바랐고 이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몽상가가 아니다. "아이디어의 씨앗은 한 사람으로부터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려면 여러 사람의 협동과 팀워크로 이뤄집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팀워크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한 사람의 역할을 이해하고 팀 우선의 사고방식을 도입해야 했죠."
현대차그룹의 BEV, FCEV와 같이 최전선에 나와 있는 차들은 매우 독특하다. BEV에 대해 정 회장은 현대차의 강력한 발판은 하루아침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며, 비교적 일찍 기회를 포착했고 수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상당히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는 우리에게 있어 수소 연료전지 개발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스마트 모빌리티의 선두주자로 변혁을 이끌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수소 분야를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대는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곧, "우리는 2025년까지 23대의 신형 현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품질, 고객 만족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 시장의 10%입니다."
어떤 이들은 배터리와 수소 연료전지가 경쟁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정 회장은 거기에 속해있지 않다. "연료전지와 배터리-전기 기술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입니다.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없죠.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전기차 인프라와 수요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20년의 경험이 있습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이동수단), 선박, 기차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에도 적용되는 차세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새로운 브랜드 HTWO를 선보였습니다."
시장 상황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정 회장의 확신에 대해 듣고 싶었다. 지금처럼 포화 상태가 된 시장에서 신차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 말이다. 그는 시장에는 항상 도전이 있을 것이며, 올바른 차를 만든다면 확장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 규제는 유럽 시장의 발전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료전지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수많은 전기차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기아를 책임지고 있을 때 정 회장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책으로 영입했다
나는 왜 현대차그룹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한쪽에서는 일본 기업(매우 우수하고 일찍이 시장에 진입한)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 기업(거대하고 자본력이 탄탄하면서도 야심에 차 있는)이 포진해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정 회장의 강력한 대답은 그의 경쟁자들에게 이렇다 할 위안을 주지 못한다.
"경쟁은 성공에 대한 욕구처럼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 박혀 있습니다. 요즘은 K를 한국 제품의 접두사처럼 사용하고 있죠. K-팝이나 K-푸드 같은 것들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뻗어 나가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K-모빌리티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모빌리티 시장은 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고객들은 우리에게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하죠. 우리의 성장은 그런 고객들의 만족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입니다. 고객의 기대와 기술 트랜드를 선도해온 우리 직원들에게도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 강대국들의 지리적 영향력이 우리 그룹의 성장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사회, 경제 강국으로서 한국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먼 길을 왔습니다. 역경에 직면하면서도 번창하고 있으며, 모든 도전을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고 변화해 나갈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 N 런칭을 원조했다는 개념으로 정 회장은 자동차를 "깊은 관심사"라고 말한다
현대차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가 될 때까지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일까? 몇 년 전만해도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과 토요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다섯 번째에 가깝다(코로나19로 인해 수치가 살짝 바뀌었다). 르노-닛산-미쓰비시와 스텔란티스의 등장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레일 위로 빠르게 올라탔다.
"회사의 규모가 저의 최우선 과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항상 고객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업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춰 왔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미 큰 발전을 이룬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품질과 안전, 그리고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앞으로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의 모든 말이 마지막 핵심 질문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업계의 거물이자 복잡한 시기를 겪고 있는 진보 그룹의 리더인 정 회장은 자동차를 정말 좋아할까? 그는 자동차 컬렉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자동차에는 항상 관심이 깊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운전도 많이 했다. 팬데믹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가능한 많은 경쟁차를 몰아보는 게 규칙이었다. 하지만 결국에 그가 몰아야 할 것은 비즈니스인 것 같다.
"차에 대한 저의 애정이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을 채웠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전환하는 것과 고객에게 어떤 혁신을 제공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봅니다. 지금은 그것이 제 열정을 북돋아 주는 것입니다."
영국에서의 현대차, 핵심 연혁
▶ 1982년 현대 포니 해치백의 우측 드라이브 버전으로 영국 시장에 진출
▶ 1998년 현대차, 33.8% 보유 주식으로 기아차 인수
▶ 1999년 정몽구 회장,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제품 품질 개선을 목표로 현대차그룹 회장직 역임
▶ 2005년 글로벌 자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본부를 하이위컴(Hight Wycombe)에 두고 현대 UK 설립
▶ 2007년 유럽에서 생산하고 개발한 현대 i30 출시
▶ 2013년 브랜드의 iX35 연료전지 SUV는 수소 연료전지 차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시리즈
▶ 2015년 33년 영국 누적 판매량 10만 대 돌파, 최상위 모델 투싼 출시
▶ 2015년 독립적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제네시스 출범
▶ 2016년 첫 번째 N 퍼포먼스 차량 출시, i30 N 해치백
▶ 2018년 코나 출시,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그리고 순수전기차 버전으로 라인업 구성
현대 베스트셀러
투싼
541,917대 (2019, 전세계)
기아 베스트셀러
스포티지
366,929대 (2020, 전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