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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거미는 절지동물의 하나이다. 곤충과는 달리 다리가 여덟개 달려 있고, 곤충은 머리 가슴 배(이하 두흉부)지만 거미는 머리와 배 밖에 없다. 또한 날개도 없기 때문에 날아다닐 수 없다. 대부분의 거미는 점액을 만드는 특수한 기관을 이용하여 거미줄을 만든다. 하지만 물거미, 게거미, 깡충거미처럼 거미줄을 만들지 않는 거미도 있다. 먹이는 주로 곤충이 있는데 곤충의 몸에 소화액을 주입한 뒤, 그 체액을 빨아먹는다. 천적으로는 새, 사마귀, 대모벌 등이 있다.
거미강 거미목(Araneida, Araneae)에 속하는 절지동물의 총칭. 전세계에 약 3만종, 한국에는 약 600종 서식하고 있다. 옛날에는 거미를 곤충강에 속하는 벌레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였으나, 정확한 관찰에 의해 거미는 곤충과 차이가 많은 절지동물의 한 무리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거미는 진드기목·전갈목·게벌레목·장님거미목 등의 절지동물들과 유연(類緣)관계가 가깝다는 것이 밝혀져, 현재는 이것들과 거미목의 절지동물을 묶어서 <거미강(Arachnoidea, Arachnida)>이라 분류하게 되었다. 또 거미의 조상은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번성했던 삼엽충(三葉蟲)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삼엽충이 진화하여 여러 무리로 갈라지게 되었는데, 이것들 중의 한 무리가 거미목으로 되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현재 살고 있는 거미들로 진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 형태가 현대의 거미와 같이 생긴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생대 데본기의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석탄기에는 현생(現生)하는 기무라거미처럼 배에 체절이 있는 거미의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이에 이어서 문닫이거미 무리가 나타난 것이 화석학자에 의해 확인되었는데, 이상의 옛 거미들은 모두 땅속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중생대를 거쳐 신생대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에 거미의 종류는 크게 증가했으며, 또한 지상으로 진출하여 오늘날 들이나 산에서 볼 수 있는 거미로 진화하여 번성하게 되었다.
형태·구조
거미의 몸길이(다리를 제외한 몸전체 길이)는 0.5㎜ 밖에 안되는 작은 것부터 9㎝나 되는 큰 것에 이르기까지 종류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보통 5~15㎜ 정도이다. 형태·구조상 거미는 곤충과 같거나 닮은 점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 있어서 곤충과 큰 차이가 있다.
① 거미의 몸은 머리와 가슴이 합쳐진 모양의 <머리가슴[頭胸部(두흉부)]>과 <배[腹部(복부)]>의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이 두 부분은 아주 가느다란 <복병(腹柄)>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곤충은 머리·가슴·배가 명확히 분화되어 있다).
② 곤충의 더듬이(촉각)에 해당하는 것은 분화되어 있지 않지만 이 대신 머리가슴에 1쌍의 <촉지(觸肢;더듬이다리)>가 있으며, 이것이 더듬이뿐만 아니라 손·팔의 구실을 한다.
③ 보행다리[步脚(보각)]는 머리가슴에 4쌍 있다(곤충은 가슴에 3쌍 있다). 또 각 보행다리는 일곱 지절(肢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지절들 중 <슬절(무릎마디)>과 <척절(蹠節;발바닥마디)>은 곤충에는 없는 것이다.
④ 날개는 전혀 없다(곤충은 거의 다 1쌍 또는 2쌍의 날개가 있다).
⑤ 시각기(눈)는 보통 8개(일부는 6개, 4개, 2개, 0개)의 홑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겹눈은 없다(곤충의 시각기는 보통 1쌍의 겹눈과 3개의 홑눈으로 이루어져 있다).
⑥ 구기(口器)는 위턱, 아래턱, 윗입술(겉에서는 안보인다), 아랫입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턱에는 잡은 사냥감을 찌르고 나서 독액을 주입하는 데 쓰는 날카로운 <엄니[牙(아)]>가 있다.
⑦ 대부분의 거미는 배에 체절이 퇴화하여 없으며,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기무라거미 무리의 배에만은, 화석에서나 볼 수 있는 원시적인 체절의 모습이 남아 있다(곤충은 배에 명확한 체절이 있다).
⑧ 배 아랫면에는 거미줄을 만들어 내는 <방적돌기(紡績突起;실젖)>가 보통 3쌍 있다. 각 방적돌기 말단에는 수많은 방적관들이 열려 있으며, 이 방적관들은 배 속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방적샘>에 연결되어 있다. 이 방적샘의 분비물이 방적관을 통해 밖으로 분비되어 공기에 접촉하면 <거미실[蛛絲(주사)]>이 되며, 거미실들이 제4다리 척절의 즐상기(櫛狀器)에 의해 묶여짐으로써 <거미줄>로 된다(곤충 중에도 누에와 같이 분비물로 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입에서 만들어 낸다).
⑨ 호흡기는 기관(氣管)만 2쌍 있는 경우, <폐서(肺書)>만 2쌍 있는 경우, 기관과 폐서가 각각 1쌍씩 있는 경우 등 세 경우가 있다. 거미 배의 아랫면 앞쪽에 있는 특수한 호흡기인 폐서는, 혈액이 순환하는 주머니 모양 내강(內腔)인 혈체강(血體腔;血洞) 안에, 편평하고 얇은 기실(氣室)인 폐엽이 다수 겹쳐져 들어가 있어 마치 책(서적)처럼 보인다. 이 폐엽 안의 공기는 폐엽의 전기실(前氣室)·폐서기문을 통해 바깥공기와 통해 있으며, 이 폐엽 안의 공기와 혈체강의 혈액 사이의 외호흡에 의해 혈액은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버리게 되는데 이러한 폐서의 구조적·기능적 특징은 육생 척추동물의 호흡기인 폐와 닮은 점이 많다.
⑩ 생식기는 암·수 모두 배의 아랫면 앞쪽에 있으며, 또 수컷에서는 촉지가 교미 때 이용된다(곤충은 생식기가 보통 배의 말단부에 있다).
⑪ 모두 난생(卵生)을 하며, 변태는 하지 않는다. 또 여러 번 탈피하여 성체로 변한다(곤충은 변태를 하는 것이 많다).
생태·번식
거미가 오늘날과 같이 지구상의 넓은 지역에 걸쳐 번성하게 된 것은, 생태계에서의 거미의 기온·먹이 등에 대한 넓은 적응성과 독특하고 교묘한 습성에 의한 것이다. 즉, 거미는 적당한 크기의 살아 있는 작은 동물이라면 어느 것이나 먹이로서 잡아 먹을 수 있다는 것, 또 먹이 사냥, 새끼거미 보호 등의 여러 가지 생활 활동에 거미줄을 활용한다는 것, 거미류 전체의 기온에 대한 적온범위(適溫範圍)가 꽤 넓다는 것 등에 의해 거미는 깊은 물속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태계에 진출하여 번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미는 열대는 물론, 그린란드와 같은 한대 지역이나 에베레스트산의 해발고도 6700m나 되는 고산지대 등의 극심한 악조건 지역에서도 목격되었다.
생활형
거미는 극히 일부의 종류만 사회성을 띤 생활을 하고, 거의 모든 종류는 개체가 단독 생활을 하는 단순한 생활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진화 과정이나 환경의 차이 등에 따라 여러 유형의 다양한 생활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거미의 생활형을 행동면에서 보면, 한 곳에 정주(定住)하여 거미줄로 그물을 치거나, 땅속에 굴을 파거나 하여 거미집을 만들어 생활하는 점좌성(占座性)인 것과, 거미집을 만들지 않고 땅 위나 나무·풀의 겉면, 집의 벽·담 등을 돌아다니면서 먹이감을 사냥하는 배회성(徘徊性)인 것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또 생활 장소에 따라서는 일반적으로 지중성(地中性)·동굴성·지상성 등의 유형으로 구별되는데, 특수한 유형으로는 물거미의 수중성(水中性)이 있다. 그리고 거미줄로 그물을 치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물을 치는 조망성(造網性)인 것과, 그물을 치지 않는 비조망성인 것으로 구별된다. 실제로는 엄밀히 말해서 이 두 유형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나, 조망성인 종(種)과 비조망성인 종은 대략 반반씩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배회성인 것으로 확인되어 있는 거미 중에는 본래부터 배회성이었던 것(게거미, 깡충거미)과, 본래는 조망성이었다고 생각되는 것에서 진화 도중에 2차적으로 배회성인 것으로 변이된 것(늑대거미, 스라소니거미)이 있다. 그리고 이 후자에 해당하는 거미들 중에는 배회성이면서도 그물을 치는 것과, 생활사(生活史)의 어느 과정에서 조망성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 등도 있다. 또 본래는 조망성이면서도 그물을 치지 않고 다른 조망성 거미의 그물에 침입하여 생활하는 더부살이거미, 다른 거미의 그물을 습격하여 그 그물의 주인거미(숙주)나 새끼 거미를 잡아 먹는 창거미 등 특수한 생활형인 것도 있다.
생활 장소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거미의 옛 고향도 수권(水圈)이었다. 즉 거미의 조상은 수중생활을 했었는데, 진화 과정에서 육지에 올라온 당초에는 낙엽층 등에서 생활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동굴 속에 들어가 사는 것, 땅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사는 것 등이 나타났다. 또 한편으로는 어두운 곳에서 탈출하여 땅 위를 배회하는 것, 공중에 거미줄의 그물을 치는 것도 생겼다.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거미들 중에는 과거에 멈추고 만 진화 단계의 생활형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현재의 거미의 생활 장소는 다음과 같이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다.
낙엽층과 동굴
낙엽이 쌓여서 이루어진 낙엽층의 작은 간극들과 동굴의 내부는, 습도가 높고 몹시 어두우며, 또한 저온·항온(恒溫) 상태로 되어 있는 등 공통점이 많으므로, 이 양 장소에서 사는 거미들 중에는 공통종이 많다(두더지거미, 잔나비거미).
땅속(지중)
땅속에서 서식하는 거미는 원시적 형태가 많이 남아 있다. 이 지중거미들 중에는 땅속에 굴을 파고 그 출입구에 문짝을 다는 것(기무라거미, 문닫이거미), 굴을 파나 문짝을 달지 않는 것(고운땅거미), 땅속의 굴에서부터 땅 위에 걸쳐서 거미줄로 된 관(管) 모양의 집을 만드는 것(땅거미) 등이 있다. 땅속의 환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땅속 생활을 하는 거미들의 형태적 진화는 그다지 크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땅을 파기에 알맞게 위턱의 엄니를 아래·위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점 등은 땅속 생활에 대한 적응형질이라 말할 수 있다.
땅 위(지상)
땅 위에 진출한 조망성 거미는 처음에 어두운 곳에서 살았으며, 유령거미·말꼬마거미 등은 현재까지도 호암성(好暗性) 생활형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진화의 결과 밝은 곳으로 진출하여 살게 된 거미들 중에는 왕거미 무리와 같이 밤에만 활동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호랑거미·무당거미 등과 같이 낮에도 활동하는 것도 나타났다. 한편, 배회성 거미들 중에는 수리거미와 같이 호암성인 것, 비탈거미와 같이 야행성인 것, 깡충거미와 같이 주행성(晝行性)인 것 등이 있다.
기타 생활장소
거미의 생활 장소로서는 앞에서 든 것 이외에 풀 사이나 풀 위, 나무 위, 공중, 물속(수중) 등이 있으며, 농발거미와 같이 인가(人家)에 정주(定住)하는 것도 있다. 거미는 일반적으로 물속 생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거미들 중에는 수생곤충만큼이나 수중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2차적으로 물속에 진출한 물거미나 해안의 바위 틈이나 산호초 등에서 사는 거미 무리 정도인데, 이것들도 육상 생활의 체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먹이
거미는 곤충뿐만 아니라, 다지류나 환형동물(지렁이 무리) 등 적당한 크기의 살아 있는 벌레라면 무엇이라도 잡아먹는 육식성 동물이므로 생태계의 먹이연쇄에서는 제2차 또는 제3차 소비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산자인 풀·나무와는 먹이연쇄에 있어서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나뭇가지가 뻗은 모양, 잎의 모양 등 식물의 형태가 거미의 습성·생활형과는 꽤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먹이 사냥
주변에서 종종 거미줄의 그물에 걸린 먹이감, 즉 살아 있는 벌레를 잡는 거미의 사냥 활동을 볼 수 있다. 이 사냥 과정에서 거미가 살아 있는 벌레가 그물에 걸린 것을 알아 차리게 되는 것은, 오직 산 벌레의 파닥거림에 따라 일어나는 거미줄의 연속적 진동에 대한 감각에 의한 것이며, 이 때 극도로 미약한 시각(視覺)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죽은 벌레나 나뭇잎 등이 그물에 걸린 경우에는 거미줄이 연속적으로 진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그물에서 떼어 버린다. 그런데, 진동하는 작은 소리굽쇠를 거미줄 그물에 대면 곧 주인 거미가 달려 와서 이 소리굽쇠에 거미줄을 휘감는다. 이 실험 결과에 의해서 조망성 거미의 산 벌레 사냥 활동은 <연속적 진동에 대한 주성(走性)을 바탕으로 하는 본능적 행동>임이 밝혀졌다. 한편, 배회성 거미는 보통 직접 먹이감에 달려드는 방식으로 사냥을 하는네, 이것들에는 벌레를 추적하여 잡는 것(늑대거미, 닷거미), 꽃에 숨어 있다가 잡는 것(꽃게거미) 등이 있다. 또 특이한 방법으로 벌레를 사냥하는 거미로는, 입에서부터 그물을 펴서 내던지듯이 끈적한 실을 벌레에 뱉어 내어 벌레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잡는 것(아롱가죽거미), 끈적한 점구(粘球)를 거미줄 끝에 붙여서 매달고 휘둘러 공중을 나는 나방 등을 이 점구에 붙게 하여 잡는 것(여섯뿔가시거미 등. 점구에는 나방을 유인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것 같다), 뒤쪽 다리로 받쳐 든 거미줄로 벌레를 얽어 매어 잡는 것(꼬리거미), 수면(水面)을 두드려 작은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는 것(미국에 서식하는 닷거미) 등이 있다.
먹이 섭취법
거미는 사냥하여 잡은 벌레를 씹어 먹지는 않으며, 또 벌레의 혈액 등 체액을 빨아먹지도 않는다. 거미는 우선 벌레에 관(管)모양의 엄니를 꽂고 이 엄니를 지나는 관을 통해 독샘에서 분비하는 독액을 벌레의 몸안에 주입한다. 이 독액은 소화액의 역할을 하는 분비액으로 용단백질독(溶蛋白質毒)이 함유되어 있어, 독액을 주입 당한 벌레를 죽게 할 뿐만 아니라, 벌레의 몸속 단백질을 소화(가수분해)되게 한다. 이러한 독액에 의한 소화는 거미가 엄니를 꽂고 있는 동안에 입[口器(구기)]의 바깥주변에서 진행되므로 이것을 <구외(口外)소화>라고도 한다. 그리고 <아래턱샘>에서 분비하는 소화액의 작용도 추가되어 어느 정도 소화된 양분은 <흡위(吸胃)>에 흡입되고, 이어서 이것은 장(腸)에 보내지며, <중장샘[中腸毛(중장모)]>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에 의해 소화가 다 된 양분은 중장샘에 흡수되어 한때 저장된다. 이와 같이 중장샘은 척추동물의 간처럼 양분을 저장하고, 또한 이자처럼 소화액을 분비하므로 간이자샘이라고도 불린다.
비정상적인 먹이 섭취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거미의 정상적인 먹이는 살아있는 벌레인데, 비정상적인 먹이로서 화분을 먹는 거미도 있다. 또 호랑거미를 사육한 경우에 이 거미는 참다랑어·벤자리·갑오징어 등의 생선회를 먹기도 하고 또 우유를 흡입하기도 했다.
천적
거미는 여러 가지 벌레를 잡아먹는데 생태계에서는 거미에 대해서도 포식자(捕食者), 즉 거미를 잡아먹는 천적(天敵)이 있다. 거미에 대한 주된 천적으로는 조류를 비롯하여 개구리·도마뱀붙이 등이 잘 알려져 있으며, 몸은 작지만 거미에 대해 큰 위협이 되는 천적으로는 대모벌·나나니의 무리가 있다. 이 밖에 피부에 체외기생하는 진드기, 체내기생을 하는 선충(線蟲) 등의 기생충도 발견되었다. 분해자인 이사리아속(Isaria)의 곰팡이(자낭균류)는 거미의 체내에 기생하며, 이것의 자실체가 거미의 몸에서 자라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번식
거미는 모두 난생을 하는데, 암거미·수거미의 접근 및 교접(交接) 등의 생식 방법에 있어서 특이한 점이 많다.
암거미·수거미의 접근
일반적으로 암거미는 살찌고 크며, 수거미는 여위고 작다. 암거미·수거미의 간단한 구별법은, 촉지 끝이 주먹처럼 부풀은 것이 수거미이고 홀쪽한 것이 암거미라고 판단하면 된다. 수컷의 촉지 끝의 주먹모양 부분은 2차적 생식기관이며, 그 내부에는 정액을 흡입·저장·주입(注入)하는 데 이용되는 복잡한 구조의 장치가 들어 있다. 또 성숙한 수거미는 정망(精網)이라 불리는 작은 거미줄의 그물을 치고, 이 위에 생식기에서 만들어지는 정액을 분비한다. 그리고 이 정액을 촉지 끝의 장치에 흡수·저장하고 나서 암거미를 찾아간다. 이어서 수거미는 촉지 끝 부분의 정액을 암거미에 넣어 주게 되는데, 이 교접 방식은 곤충의 교미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암거미에 접근한 수거미는 자칫 잘못하면 암거미에 잡아먹히는 경우가 있으며, 이 때문에 수거미의 구혼(求婚) 행동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조심스런 방책이 강구된다. 예컨대, 왕거미·말꼬마거미 등 대부분의 조망성 거미의 경우에, 수거미는 그물의 가장자리 거미줄을 퉁겨서 신호를 보낸다. 이에 따라, 위험한 침입자가 아님을 알아차리게 된 암거미도 거미줄을 퉁겨 응낙의 신호를 보내어 수거미를 맞아들인다. 또 늑대거미·깡충거미 등의 배회성 거미의 수거미는 암거미 앞에서 앞쪽 다리를 위·아래로 흔들거나, 곧바로 서서 춤추거나 땅 위를 두드리거나, 촉지를 흔들거나 하는데, 이러한 구혼 행동의 동작을 열렬히 크게 하면 <구혼댄스>라 불린다. 이러한 행동은 수거미 자신의 성적(性的) 흥분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수거미의 이상과 같은 구혼 동작은 암거미의 성적 흥분을 유발하게 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암거미를 거미줄로 동여 매는 것(꼬마꽃게거미), 암거미에 최면술을 거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애풀거미), 암거미에 먹이가 될 벌레를 가지고 가는 것(닷거미) 등등의 구혼 동작이 알려져 있다.
산란·부화
난생을 하는 동물 중 체내수정이 되는 동물의 수정란은 보통 모체 안에서 어느 정도 발생이 진행된 상태로 되어 산란된다. 그러나 거미에서는 산란 직전에 난자와 저장되었던 정자 사이에 수정이 되기 때문에 수정란상태 그대로 산란된다. 대부분의 거미는 산란한 알을 거미줄로 휘감아 싸는데, 이 거미줄로 만들어지는 알의 보호막은 3차난막(三次卵幕)인 난낭(卵囊)에 해당한다. 거미의 종류에 따라서는 이 난낭으로 싼 알을 나무줄기나 벽에 부착시키는 것(무당거미, 왕거미), 거미줄의 그물에 매다는 것(호랑거미), 촉지·입·다리 등으로 껴안고 있는 것(농발거미, 닷거미), 배 끝에 붙이고 다니는 것(늑대거미)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호한다. 그리고 부화한 새끼거미는 며칠 동안 난낭 안에 머물고 있다가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온 새끼거미들은 독립 생활을 하게 될 때까지 집단을 이루어 사는데, 늑대거미의 새끼거미들은 어미거미의 등 위에서 집단 생활을 한다. 극히 드물게 다 자란 거미들이 분산하지 않고 집단 생활을 연장하여 가족 집단을 이루어 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거미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집단을 풀고, 독립 생활을 시작한다. 이 때 젊은 거미들은 대개 공중에 거미줄을 날리고, 이 거미줄 끝에 매달려 멀리 날아가게 되는데, 이 젊은 거미들의 이산(離散) 행동을 <유비(遊飛;벌룬)>라 하며, 거미 종족들은 이 유비에 의해 멀리 분산하게 된다.
거미줄과 그 그물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거미줄은 거미의 생활과 번식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료이자 연장이며, 이것으로 여러 가지 형상의 그물을 쳐서 이용하기도 한다.
거미줄의 형성·성상
거미줄의 재료는 방적샘에서 분비하는 졸(액체상 콜로이드용액) 상태인 단백질수용액이며, 이것이 방적돌기 속을 지나는 좁은 관인 토사관(吐絲管)을 거쳐서 공기중에 나가면 유동성을 잃고 겔(고체상 콜로이드용액) 상태의 거미줄로 되는데, 이 졸 → 겔 전환의 메커니즘은 아직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거미줄의 화학성분은 누에가 내는 명주실과 유사하나 그것보다도 강인하며 사람이 몇 년이나 걸려서 겨우 완성한 나일론에 필적할 만큼이나 센 거미줄이라는 동물섬유를 거미는 태고 때부터 만들어 왔던 것이다. 거미의 방적장치인 방적돌기는 보통 3쌍(6개)의 돌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돌기 속에는 수많은 토사관이 지나는데, 많은 것은 1개의 돌기에 토사관이 100개 이상이나 지나는 것이 있으며, 방적돌기전체에 토사관이 2000개 정도나 지나는 것도 있다. 이 때문에 거미가 사냥을 하여 잡은 벌레에 거미줄을 휘감을 때에는 수많은 거미줄들이 모여 띠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 이 3쌍의 방적돌기의 앞쪽에 <체판[篩板(사판)]>이 있는 방추장치를 가진 거미도 있다. 이 체판에는 수천개의 작은 구멍이 있는데, <체판샘[篩板腺(사판선)]>에서부터 이 구멍을 통해 분비되는 졸 상태 물질이 가로줄[橫絲(횡사);가로로 친 거미줄]에 얽혀서 점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거미줄인 소사(梳絲)가 만들어진다. 방적돌기·사판 등의 방적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미줄은 거미의 여러 가지 생활면에 활용된다. 대부분의 거미는 이동할 때에도 방적돌기에서 거미줄을 낸다. 이러한 습성은 거미줄 이용의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즉, 거미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에도 거미줄을 내는데,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에도 그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므로, 거미로서는 거미줄은 자일이자 구명삭(救命索)에 해당한다. 또 암거미가 낸 거미줄을 타고 수거미가 암거미에 접근해 가는 경우도 있다. 이 이동하며 내는 거미줄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생활면의 용도에 발전적으로 활용되게 되었을 것이다. 거미줄은 거미집을 만드는 일, 알을 싸서 보호하는 데 등에도 이용되게 되었다. 이윽고 거미줄로 복잡한 그물을 치고, 또 거미줄로 사냥을 하고, 또 사냥을 하여 잡은 먹이를 거미줄로 묶어 두는 거미도 나타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독립 생활단계에 이른 젊은 거미들이 공중에 거미줄을 내어 그 끝에 매달려 멀리 날아가는 습성까지도 나타나게 되었다. 현대의 거미는 거미줄로 그물을 치는 것이나 안치는 것이나, 생활의 모든 면이 거미줄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거미줄 그물
거미의 전체 종중 절반 가량은 거미줄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유형의 그물을 치는데, 그 유형은 종에 따라 각각 일정하다.
원그물[圓網(원망)]
전형적인 원 모양 그물은 방사상인 세로줄[縱絲(종사)]과, 이것들을 소용돌이 모양으로 연결하는 가로줄[橫絲(횡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왕거미 무리에서는 가로줄에 점구가 있고, 응달거미 무리의 가로줄에는 가느다란 거미줄이 얽혀 붙어 있다.
또 원그물에는 다음과 같이 변형된 것이 있다.
① 말굽원그물:가로줄이 원 모양이 아니고 말굽 모양이다(무당거미).
② 신호줄원그물[呼絲圓網(호사원망)]:한 줄의 신호줄[呼絲(호사)]이 그물의 중심에서부터 거미가 숨어 있는 집까지 뻗어 있다(선녀왕거미).
③ 잘린그물:가로줄의 일부가 없어 삼각형 꼴로 잘린 것처럼 보인다(잎왕거미).
④ 의장(擬裝)원그물:원그물 중앙에 먹이 찌꺼기 등 쓰레기를 늘어놓고 여기에 숨는 것(여덟혹먼지거미), 원그물에 마른 잎을 매달고 이 잎 속에 숨는 것(잎왕거미) 등이 있다.
⑤ 흰띠원그물:원그물의 복판 가까이에 거미줄로 자신이 숨는 흰 띠를 지그재그모양으로 만든다(호랑거미).
⑥ 돔(dome)그물:그물코(메시)가 잘고 돔형(둥근 천장 모양)인 원그물을 만든다(접시거미).
⑦ 삼각그물:세로줄이 4개 뿐이고 부채꼴인 그물을 만든다(부채거미).
거미줄로 원그물을 치는 전형적인 방식은 왕거미에서 볼 수 있다. 먼저 나뭇가지 등에서 거미줄을 내리고 이것에 매달려서 거미줄을 여러 가닥 바람에 날려 보낸다. 이 거미줄이 다른 나뭇가지에 얽혀 붙으면 이것을 기본선인 다리줄[橋絲(교사)]로서 이용하여 테두리줄과 방사상의 세로줄을 친다. 이어서 그물의 중심에서부터 바깥으로 향해 엉성하게 소용돌이 모양으로 발판줄을 치는데, 이것에는 점착성을 나타내는 점구가 없다. 다음은 바깥으로부터 중심부를 향해 발판줄을 타고 역시 소용돌이 모양으로 촘촘하게 가로줄을 치는데, 이것에는 점구가 배열되어 있다. 그리고 뒤처리 과정으로서 발판줄을 없애는 것(왕거미)과 이것을 치우지 않고 남겨 두는 것(무당거미)이 있다.
선반그물
불규칙적으로 거미줄을 쳐서 만든 선반 모양의 그물인데, 그 안쪽에 굴 모양의 방을 만들어 이 안에 주인 거미가 잠복해 있다.
접시그물
접시나 밥공기 모양의 그물인데, 아래쪽으로 오목한 것과 위쪽으로 오목한 것이 있다(접시거미).
천막그물
잎새 위에 천막(텐트) 모양으로 치는 그물이며, 거미는 그 밑에 잠복해 있다.
불규칙그물
불규칙적으로 거미줄을 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그물이다. 그러므로 뚜렷하게 일정한 기하학적 형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로 전체 모양이 바구니 모양인 것(꼬마거미 무리), 선반 모양인 것(유령거미 무리) 등이 있다.
줄그물[條網(조망)]
거미줄을 몇 가닥만 긴 줄 모양으로 친 간단한 그물이다(꼬리거미, 손짓거미).
종그물
물속의 수조(水藻)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종(鐘) 모양의 그물로, 그 안에는 공기가 채워져 있다(물거미).
거미의 분류
거미는 절지동물문 거미강의 한 목인 거미목(진정거미목)에 속하는 동물인데, 거미목은 또 옛거미아목[古蛛亞目(고주아목);옛실젖거미아목]·원거미아목[原蛛亞目(원주아목);원실젖거미아목]·새거미아목[新蛛亞目(신주아목);새실젖거미아목]의 세 아목으로 분류된다. 옛거미아목은 이 아목의 대표자격인 기무라거미와 같이 배에 화석거미에서나 볼 수 있는 체절(환절)이 남아 있으며, 방적돌기는 7∼8개이다. 원거미아목은 문닫이거미·땅거미의 무리로 배에는 체절이 남아 있지 않지만, 옛거미아목의 거미들과 마찬가지로 땅속 생활을 한다. 새거미아목은 현대에 있어서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거미들의 무리이며, 방추기로서 방추돌기와 더불어 체판도 가진 체판군[篩板群(사판군)]과, 방추돌기만 가진 무체판군의 두 무리로 분류된다. 또 무체판군은 생식기의 구조가 간단한 단성역류(單性域類)와 생식기가 복잡한 완성역류(完性域類)로 분류된다. 또 단성역류는 대부분 홑눈이 6개이고, 검정가죽거미·공주거미 등과 같이 어두운 곳에서 사는 것이 많으며, 완성역류는 발톱의 개수에 따라 세발톱류(호랑거미, 꼬마거미, 접시거미, 가게거미 등)와 두발톱류(게거미, 염낭거미, 농발거미, 수리거미 등)로 분류된다. 세발톱류에는 보행할 때 그물의 거미줄에 걸고 다니는 셋째 발톱이 있는데, 배회성인 두발톱류에서는 셋째 발톱이 점착모(粘着毛)로 변형되어 있다. 그러나 늑대거미·닷거미·스라소니거미 등은 배회성이지만, 조망성에서부터 배회성으로 바꾸어진 것이어서 셋째 발톱이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