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물랑루즈에서의 춤' 1890년, 로트렉은 13년간 물랭루즈에서 기거하고 작업하면서 많은 작품들과 함께 많은 일화들을 남겼다. 2- '물랑루즈의 포스터' 1891년 3- 영화 '물랑루즈'의 한 장면 | | |
미술은 언어이다. 하지만 너무나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까닭에 우리는 그들의 언어의 독해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미술작품이 지닌 뜻을 헤아리고 그 작품을 통해 영화를 이끌어 가는 계기로 삼거나 영화의 반전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해 왔다. 이렇게 영화 속에 미술은 영화의 또 다른 은유나 비유로 활용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영화 속의 미술이야기를 통해 영화의 미술의 통섭의 세계를 만나보았으면 한다.
어려운 시절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어느 시기, 어느 누구건 간에 인생에서 어렵지 않은 날을 지내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시련은 사람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일생을 불구로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낙천적으로 살았던 화가 작은 거인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이 있다.
소위 ‘물랑루즈(Moulin Rouge)의 화가’로 불리는 로트렉은 1864년 프랑스 남부도시 알비의 귀족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허약한 체질과 두 번에 걸친 불운한 사고로 인해 키가 152Cm에 머무르고 마는 불구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야 했다.
인상주의가 대세를 이루던 당시 로트렉은 그들과는 또 다른 신선한 감각과 표현으로 추상적이고 경쾌한, 대담하면서도 명쾌한 특징포착 등을 통해 자신의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화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1884년 몽마르트에 화실을 정한 그는 당시 환락과 매음, 그리고 마약과 술로 가득한 몽마르트 거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신선하고 화려한 색감의 석판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자유롭고 맑은 정신을 소유했던 그는 사람들의 편견이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창녀나 광대, 무용수들의 삶과 화려한 무대의 이면을 그려냈다.
영화 <물랑루즈> (Moulin Rouge, 2001년)는 이즈음 자유롭고 대담한 연애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파리의 환락가 몽마르트에서 여가수 샤틴(니콜키드먼 분, Nicole Kidman, 1967~ )과 극작가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 분, Ewan McGregor, 1971~ )이 만난다.
그 둘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 놀음과 그 사이에서 감초처럼 두 사람을 맺어주고 이어주는 로트렉(존 레귀자모, John Leguizamo, 1964~ )의 낙천적이고 유쾌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욕심 많은 극장주로 샤틴의 고용주이자 연인인 지들러(짐 브로드벤트 분, Jim Broadbent, 1947~ )를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는 기지와 유머가 넘쳐나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제리처럼 영화를 신나면서 후련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96년)으로 명장의 반열에 오른 후 최근 개봉된<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2008년)를 통해 그 성가를 더하고 있는 감독 바즈 루어만 (Baz Luhrmann, 1962년)의 현란한 조명과 화려한 무대채색 그리고 의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산업혁명과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19세기 말 파리의 지금까지 현존하는 관광의 명소인 극장식당 물랑루즈를 무대로, 신분 상승과 성공을 꿈꾸는 아름다운 뮤지컬 가수 샤틴과 그에 반한 젊은 시인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멜로물이다.
젊고 패기 있고 사회에 대해 늘 반항적인 시인 크리스티앙은 몽마르트에 정착하여 툴루즈 로트렉과 그의 주변사람들과 금새 친해지는 한편 아름다운 가수 물랑루즈 최고의 가수 샤틴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극장주인 지들러와 은밀한 관계로 인해 고민을 거듭하는데 여기서 로트렉은 크리스티앙에게 적극적으로 샤틴에게 다가가라고 조언하는 한편 여러 경로로 그런 기회를 만든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으로 이어지나 이를 눈치 챈 지들러 때문에 위기에 처하고.
|
4-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 1897년 5- '물랑루즈에서' 1892년 6- '물랑루즈의 포스터' 1891년 7- 프랑스 파리'물랑루즈'의 홀에는 로트렉 작품의 복사본이 걸려있다 | | |
로트렉은 13년간 물랑루즈에서 기거하고 작업하면서 많은 작품들과 함께 많은 일화들을 남겼다.
그는 언제나 밤새도록 친구들과 어울렸고 술을 마셨다. 술을 들이키는 그를 보며 술꾼들은 ‘이 조그마한 것’은 술집에서 볼거리로 제공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그의 이런 아픔 마음을 달래줄 사람은 술과 친구들 그리고 떠들기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혼자 있을 때면 언제나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술집에 있었다.
당시 자정이 지나면 ‘물랑루즈’는 문을 닫았다. 오케스트라는 조금 더 늦은 시간까지 연주했다.
홀에는 오직 단골손님들만 남고 무용수들은 이들만을 위해 춤을 추었다. 로트렉은 이때 술에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무희 니나 라 소트렐의 발동작이나 시선을 잡아내고, 라 마카로나의가 치마를 걷어 올리는 모습을 포착한다.
또 조신한 그륄데구의 동작을 빠른 터치로 잡아낸다. 여기에 ‘사치와 쾌락의 동물’이라고 불렸던 라 굴뤼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려냈다.
이렇게 빠르게 그려내는 가운데서도 그의 그림은 엄격함과 개성미가 그리고 단순미가 그대로 담겨 나왔다. 그의 민감한 감수성과 격렬함 그리고 사물과 대상을 통찰력있게 간파해내는 날카로운 시각은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다. 고흐가 빛과 불꽃같은 열정으로 자신을 태운 화가라면 로트렉은 상처받은 인간의 심연을 파고들었던 화가라 할 수 있다.
그는 많은 거리의 여인들이나 무희들을 사랑했지만 그에게 기억에 남는 여성 중 하나는 영화 속 샤틴 같은 오페레타 <실페리크>의 주인공 마르셀 랑데였다. 그녀는 맵시 있고 품위 있는 한편 화려한 여성으로 팡당고와 볼레로를 놀랄 만큼 우아하고 멋있게 추어 로트렉의 눈과 마음을 빼앗았다.
그는 사람에게 몰입했지만 그의 가슴에는 어느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그것은 정이었다. 그는 누구에게 건 아낌없이 정을 주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병적으로 외로워하며 정을 탐닉했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달래고자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이겨내고자 했으나 알코올로 인한 정신착란증세가 거듭되다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아버지는 로트렉의 작품을 모두 고향인 알시시의 시립미술관에 기증했고 이 미술관은 툴루즈 로트렉 미술관이라고 개명해서 오늘도 로트렉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맞고 있다.
하지만 <물랑루즈>에서의 로트렉은 조연으로 영화를 이어가는 역할을 하지만 실은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가 따로 있다.
1998년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제작된 영화 <로트렉> (Lautrec)이 그것이다. 로저 플랑송(Roger Planchon, 1931~ )이 감독하고 레지스 로예르(Regis Royer)가 로트렉으로 엘자 질버스테인(Elsa Zylberstein, 1969~ )이 수잔 발라동으로 분한 이 영화는 실제로 로트렉과 여성화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1865~ 1938)과의 사랑에 근거하고 있다.
예술적 기질과 매력이 출중했던 발라동에게 로트렉은 빠져들지만 그녀는 이미 드가, 르누아르의 모델이자 연인인 동시에 화가로 18세에 아비 없는 자식 화가 위트릴로(Maurice Utrillo,1883~1955)를 낳았다. 이 영화에서 로트렉은 오지랖 넓은 그녀의 사랑 때문에 상처만 입고 더욱 더 술과 여성 그리고 그림에 빠져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