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어느 등산클럽을 위해 썼던 글입니다. 겨울등산 이야기이지만, 참고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봄-여름철 이야기는 뒤에 간단히 추가하겠습니다.)
등산용품에도 고급화-첨단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옷 하나, 구두 한 켤레에 수십 만 원짜리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무작정 그런 유행을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첨단장비는 필요합니다. 다른 사치품과는 달리 이름뿐이 아니고, 실제로 돈 값은 합니다.
등산용 옷이 일상복과 다른 점은 급격한 기상변화에 대처하고, 운동 중 나오는 땀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볍고 활동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이상적인 겨울 등산복은 다음과 같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내의
얇으면서도 땀을 흡수해서 빨리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소재로 된 내의를 피부 위에 직접 입습니다. 이런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여름에 많이 입는 쿨맥스가 있고, 겨울에는 보온성이 있는 파워드라이 같은 소재가 있습니다. 대체로 3-4만원 선에서 살 수 있습니다. 최악의 선택은 코튼으로 된 '란닝구'입니다. 코튼은 땀을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을 멈추면 급격히 체온을 떨어뜨립니다.
얼마 전 미국 Backpacker 지에서 파타고니아사의 'R5 톱'을 가장 우수한 등산용 내의라고 뽑은 것을 보았습니다. 가격은 $70. 우리나라에 이미 들어와 있었습니다. 값은 14만원. 아직 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팬티도 코튼은 금물입니다. 신소재 팬티는 2만원 선, 여름에 입어도 좋습니다.
내복 하의는 3-4만원 선에서 살 수 있습니다. 팬티호스도 보기와는 달리 효과가 있습니다.
2) 중간의 (보온의)
내의 위에 보온성이 높은 소재로 만든 옷을 입습니다. 보통은 플리스라고 부르는 합성섬유제품입니다. 바람이 그대로 통하는 것과 바람을 막는 코팅을 한 제품이 있습니다. 바람이 통하는 제품은 5만원 선입니다. 땀은 배출하면서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제품은10만원 선입니다. 값은 비싸지만, 외피 없이 그것만으로도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외피
바람과 눈 또는 비를 막을 수 있는 옷이고, 굳이 보온성은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땀을 배출하는 고어텍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상의가 최소한 10만원 이상, 비싼 것은 수십 만원까지 합니다. 하루 등산에는 바람만 막을 수 있는 옷이면 충분합니다.
바지는 요즘 플리스나 폴라텍(상표) 같이 신축성이 좋은 제품이 인기가 있습니다. 여기도 바람과 눈 (어느 정도의 비까지)을 막을 수 있는 제품이 좀 비쌉니다. 10만원 선.
대체로 이상과 같은 구성으로 어느 정도의 추위는 막을 수 있지만, 더 심한 추위가 예상되면, 외피와 중간의 사이에 조끼를 껴입습니다. 조끼를 입는 이유는 팔의 운동성을 위해서입니다. 조끼 역시 플리스제품이 있고, 우모제품도 있습니다. 사람 몸에서 가장 추위에 민감한 곳은 등입니다.
더 내려가서 양말. 여기서도 코튼제는 절대로 피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동상에 걸립니다. 좋기는 울제품이지만 2만원씩이나 합니다. 땀배출 기능이 있는 제품은 7천-1만5천원 선입니다. 구두는 방수성을 고려하면 고어텍스제품이 10만원 선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6만원 선입니다.
방수성을 강조하면 통기성이 희생되기 때문에, 보통 때는 고어텍스 제품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유명 브랜드도 중국에서 만들기 때문에 의외로 값이 싸더군요. 내가 신고 있는 신도 중국제입니다. 좋은 신은 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충격을 완화해줍니다.
그리고 눈이 쌓인 곳에 가려면 신 사이, 눈이 들어가지 않게 막아주는 스패츠란 것이 필요합니다. 싼 것은 1만원 이하, 고어텍스제품은 몇 만원 합니다. 그리고 아이젠도 필요하죠. 간단한 것은 3-5천원 정도입니다.
지난 번 무의도에 갈 때 보니까 스틱을 쓰는 분은 안 계시더군요. 올라갈 때 힘을 절약할 수 있고, 내려 올 때 무릎을 보호합니다. 남이 보기에 좀 뭣한 점이 있긴 하죠. 장거리 산행을 하는 사람은 두 개를 가지고 갑니다. 3만원 짜리 국산제품에서 십만 원이 넘는 외제도 있습니다. 얼마 전 동대문에서 산 28,000원짜리 국산은 스프링이 들어 있었고, 외제 못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설명 드렸지만, 실제로 사려면 정말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주로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근처에 있는 등산용품 전문상점에서 쇼핑을 합니다. 5번 출구로 나와서 백화점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게들이 여럿 있습니다. 아마 가장 값이 쌀 겁니다. 단점은 점원들이 상품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어느 것이 정말 좋은지 알기 힘든다는 것입니다. 이 일대에서는 승희산악이라는 곳이 가장 유명합니다.
인터넷으로는 www.okoutdoor.com을 많이 봅니다. 특히 제품사용기를 빠짐없이 읽으면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 단골로 삼고 있습니다. 가게가 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 근처에 있어, 출근 길에 가끔 들려 새 상품 구경을 하는 것도 한 가지 취미입니다.
* 봄-여름에는 무엇보다도 속건성 옷이 좋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미국 듀퐁사의 쿨맥스제품입니다. 요즘에는 많이 개량되어 착용감이 부드럽습니다. 값도 내려서 쿨맥스 티셔츠는 3만원 이하입니다. 일본 도레이의 필드센서가 더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값도 비슷합니다. 이런 티셔츠를 피부 위에 직접 입고, 바람이나 비를 막을 수 있는 얇은 외피면 웬만한 등산에는 충분할 겁니다. 그 중간에 끼어 입을 간단한 옷을 준비해도 좋겠죠.
양말은 겨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는 발등은 얇게 만든 것, 좌우를 따로 만든 것, 냄새방지 가공을 한 것 등 다양한 종류가 잆습니다. 물론 이 것도 속건성이어야 합니다.
하루 코스의 등산에는 무거운 등산화는 필요가 없을 겁니다. 값이 비싼 고어텍스도 거의 필요 없습니다. 통기성이 좋은 가벼운 트레킹화가 봄-여름에는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