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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2개월간 한국 근무 신청을 하고 오늘부터 2개월간 한국에서 체류하게 된다. 출항일은 9월23일 수요일… 실버 위크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22일에 도쿄 메구로의 아내 친정집에서 하룻밤 묵은 뒤에 아침 6시 30분쯤에 시부야를 경유하여 도메이(東名) 고속로로에 탔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드라이브한 경험은 하코네(箱根)까지밖에 간 적이 없다. 츄오(中央)고속도로를 사용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은 아무래도 거리상으로 멀어지기 때문에 최단 루트인 도메이(東名)-이세완간(伊勢湾岸)고속도로-신메이신(新名神)-메이신(名神)-한신(阪神)고속11호선-13호선-1호선-15호선을 사용하는 코스를 밟았다. 연휴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므로 상행선은 정체가 심했으나 하행선은 크게 붐비지 않았다. 그래도 가나가와, 시즈오카, 나고야 근처에서 6-7킬로미터 정도 정체구간이 군데군데 있었다. 도중에 시즈오카현 하마나코(浜名湖)를 비롯한 휴게소 몇군데에서 쉬면서 천천히 운행했기 때문에 간사이 지방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였다. 쿄토에서 오사카까지도 의외로 멀다. 사이타마(埼玉)에 거주하는 내가 요코하마(横浜)까지 가는 감각이라고 할까… 이번에 잡은 호텔은 되도록 저렴하고 오사카 난코(南港)에 가까운 곳을 찾았는데 원래 호텔이 많은 중심부가 아니라서 후보는 몇개 없었다. 호텔 아베스트 미나미오사카(南大阪)라는 곳의 트윈룸이다. 식사는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편의점 도시락과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다음날 아침 9시반에 출발하여 오사카 국제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상당히 썰렁한 곳이었다. 3층 건물인데 3층에는 전망대와 자판기 코너가 있고 2층은 원래 기념품 판매점인것 같았는데 장사가 잘 안되는지 전부 폐쇄 상태였다. 원래 오사카의 南港지역이 거품 경제때 대규모 개발을 한 곳인데 거품경기 붕괴 후에 오사카 중심부에서도 먼 탓에 장사가 신통치 않아서 멀쩡해 보이는 건물 주변에 잡초가 무성한 곳도 있고 전체적으로 좀 황폐해 보이는 곳이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 있는 일본 제3의 높이를 자랑하는 오사카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에 오사카부 청사를 옮기려고 하다가 부의회에서 부결된 적도 있다. 그리고 통관 업무 대행 위임장, 일시 반출 허가신청서에 필요 사항을 기입한 후 도장을 찍어서 제출하는에 이 서류들은 미리 적어서 팩스로 보내 두었으므로 도장만 새로 찍었다. 출항시간은 오후 3시반인데 아침 10시반에 수속이 다 끝났다. 페리 터미널은 식사할 장소 조차 없으므로 오사카 시내로 다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전날 묵은 호텔에 핸드폰을 깜박 잊어먹고 오는 바람에 호텔이 있는 스미노에(住之江)공원역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핸드폰을 다시 찾은 후 페리 터미널로 돌아오니 오후 1시쯤이었다. 승선하자마자 페리 직원이 부르더니 엘레비이터로 화물층에 가서 차량을 확인했다. 직원이 운반하다가 파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서류에 사인을 했다. 컨터이너들로 가득찬 선창 제일 앞부분에 내 차가 있었다. 일반 승용차를 한국에 반입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직원에게 차를 가져가는 사람은 별로 없냐고 물어보니까 오늘은 휴가가 다 끝난 다음이라서 별로 없지만 휴가기간중에는 제법 있다고 한다. 이번에 탑승한 팬스터 드림호는 한국 회사가 운영하는 선박이므로 직원들이나 내부 매점같은 것은 대부분 한국분위기이다. 선내에 있는 편의점은 GS25인데 자판기는 일본 엔화밖에 사용할 수 없는 일본 자판기들이다. 선실은 넓은 방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섞여 자는 2등 선실이 없고 가장 저렴한 방도 개인침대가 있는데 방 자체가 남녀별로 되어 있어서 가족들도 같은 방에 묵을수 없게 된다. 결국 독방을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 스위트로 예약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 요금은 무료이지만 그래도 나와 아내의 요금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다. 선내에는 사우나와 전망 욕실도 있어서 현신이와 같이 가서 바다를 보면서 목욕을 즐겼다. 현신이에게는 “온천”에 가자고 달래서 데리고 갔는데 상당히 좋아했다. 아직 유치원 꼬마인지라 진짜 온천과 일반 대중탕의 차이점은 모른다. 외부 데크로 나오면 세토내해를 항해하는 다른 배들을 볼 수가 있고 제일 위층에 있는 헬리포트는 넓어서 아이들이 뛰고 놀기에 좋았다. 저녁 시간이 되니까 등대 불빛과 함께 근처를 항해하는 다른 배들의 항해등이 보였다. 세토 내해에 있는 동안은 내 핸드폰에 있는 GPS기능으로 정확하게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저 불빛은 시코쿠에 있는 다카마츠시의 야경이고 저기 보이는 저 섬은 무슨 섬인지 파악하면서 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저녁식사는 오후 7시반부터 8시반인데 패밀리 스위트 클래스로 예약해서 그런지 우리 가족 자리가 창가에 예약 되어 있었다. 부페식 저녁식사인데 상위 클래스 승객에게는 특별 메뉴가 추가되어 나왔다. 불고기, 탕수육, 부침개, 나물류, 잡채, 김치 등등 한식위주였다. 디저트 과일로 수박, 오렌지, 미니토마토가 있는 것도 한국적인것 같다. 미니토마토는 일본에서는 과일로 먹지 않고 어디까지나 야채 취급이다. 다음날 아침식사는 한식 이외에도 빵과 잼,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도 있었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입항할때까지 갑판에서 날치나 해파리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핸드폰은 벌써 한국 국내 전파로 로밍이 되어 있었다. 부산에 입항한 후에도 오래 기다릴 줄 알았더니 9시반에 벌써 나를 부르더니 자동차 반입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일반 승객들과 같이 하선하고 나는 따로 선창에 가서 차량을 확인하고 직접 운전하여 배에서 내렸다. 그다음에 일반 입국 카운터에 가서 입국심사를 받았는데 결국 거기서 아내와 아이들과 다시 만났다. 결국 가족들과 같이 세관검사까지 마치고 입국 로비까지 나온 후에 한국 국내 자동차 보험료 (2개월치) 및 통관수수료를 지불하는데 보험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현금이 모자랐다. 신용카드로 ATM에서 돈을 찾은 후 창구에서 지불했는데 보험료 33만원, 통관수수료 (정확히 말하면 통관 비용 면제를 위한 수수료) 10만원등 총 43만원이었다. 가족들은 입국 로비에서 기다리게 하고 나 혼자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자동차 검사를 받았다. 세관 직원이 트렁크와 엔진룸 등을 다 열어보게 하고 차 밑바닥까지 검사했다. 입국 이유는 무엇인지, 엔진은 경유인지 휘발유인지 등의 질문도 있었다. 2주전에 교환한 17인치 휠과 타이어를 보고 “이거 원래 붙어있던 휠이 아니죠?”라고 질문을 하길래 문제가 되나 하고 약간 걱정을 했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세관 사무실에 가서 한국내에서 운행할 수 있는 국제 교통 운행표 (노란 스티커)를 발급받고 페리 회사 직원으로부터 보험증 및 기타 안내 서류를 받은 뒤에 모든 수속이 끝났다. 교통 운행표는 그냥 대쉬보드에 올려 놓으면 된다. 가족들과 합류한 후 출발하려고 하는데 한국 고속도로 지도가 없었다. 여행자 카운터에 가서 물어봤는데 부산시내 관광 지도 밖에 없다. 차의 시동을 거니까 내비게이션이 아직도 오사카 근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동을 하니까 바다 한가운데로 있는 것으로 표시된다. 차라리 현재 위치 불명이라고 표시되면 좋은데 지도가 나오니까 무의식중에 내비게이션을 자꾸 보게 된다. 부산 국제 여객 터미널 주차장에서 나올 때는 주차권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주차장 직원이 일본에서 들여온 차라는 것을 대뜸 알고 그냥 게이트를 열어 주었다. 한국에서 우측에 핸들이 달린 일본차를 모는 것이 힘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혀 어려움 없이 적응이 되었다.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든 이후는 안성분기점을 경유해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나온 다음 경기도 화성에 있는 부모님 댁 까지 갔다. 오전 10시반쯤 출발해서 4시에 도착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운전한 것은 처음인데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았고 차선이 많아서 운전하기가 편했다. 일본의 도메이 고속도로보다 훨씬 쾌적한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 표시 이외에 아시아 고속도로 1호선 표시가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도메이, 메이신 고속도로도 아시아 하이웨이 네트워크 일부이긴 하지만 표시는 되어 있지 않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보니까 내차가 무척 작아보였다. 옆자리에 주차된 현대 싼타페 (신형)와 비교하니까 싼타페가 이렇게 폭이 넓었나 새삼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꽤 큰편에 속하는 Nissan Lafesta도 상당히 여유있는 운전이 가능했다. 사이타마의 집을 떠나서 한국의 경기도 화성시에 도착하기까지 주행한 거리는 1085킬로미터 정도이다. 사이타마-오사카까지가 약 640킬로, 부산-화성까지가 445킬로정도. 휘발유는 사이타마에서 50리터를 넣고 연료경고등이 켜지기 전에 교토에서 35리터 정도를 더 넣은 후 서해안고속도로의 화성 휴게소에서 5만원어치를 더 넣었다. 연비는 대충 1리터당 12킬로 이상은 나온 것 같다. (원래 연비 계산을 잘 안해서 모른다…) 지금까지 나의 일본의 생활과 한국의 부모님댁이 별도로 존재하는 느낌이었는데 내차가 부모님댁에 도착하니 두종류의 세계가 하나로 합쳐진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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