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이 쓰는 회원의 이야기
기회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機會不等人)
김승호 회원(보령제약 회장) 자서전 중국어판 출판 기념식 참관기
김용발 회원,(여약사신문 부사장)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한강포럼 회원이다. 필자 역시 한강포럼 회원이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중국에서 100억 원어치의 겔포스 판매를 기록했다. 보령제약은 이를 기념하여 지난 4월 22일 북경에서 김승호 회장의 회고록 『기회는 기다리지 않는다』 중국어출판기념식을 가졌다. 필자는 보령제약의 초청으로 김정수 제약협회 회장, 이훈섭 한국CEO학회 회장 등 일행 8명과 함께 중국을 다녀왔다. 김승호 회원의 이야기를 곁들여 2박3일간의 여행기를 적어본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회고록 『기회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機會不等人)』중국어출판기념식이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4월 22일.
나는 평소보다 이른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오전 9시까지는 인천공항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보니 날씨가 너무나 맑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집 근처에 있는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랐다. 공항까지는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모임장소인 공항 3층 E창구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30분.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을 비롯, 김정수 제약협회 회장, 한국 CEO학회 회장인 이훈섭 경기대 교수, 황명수 전 단국대 총장, 이건희 이대 명예교수, 박유영 숭실대 교수, 김갑종 대림대 교수, 이종은 남서울대 교수 등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교수들은 모두 한국 CEO학회 간부로서 김승호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김정수 제약협회 회장은 필자가 10년 전 일선기자로 보사부 출입기자를 할 때 보사부장관으로 계셨던 분이다.
이제 그의 나이도 내년에 70을 바라보는 69세라고 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그는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이 같은 건강비결은 세상을 항상 긍정적으로, 그리고 낙관적으로 보고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5선 의원을 역임한 김정수 회장은 영화배우 못지않은 미남인데다 큰 체격에 어울리게 언어 역시 걸쭉하고, 유머스런 말을 토해내 항상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회장의 익살스런 언어구사능력은 이번 중국여행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돼 일행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오전 10시 40분 대한항공으로 인천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1시간 30분 후인 12시 10분 북경공항에 도착했다. 북경시간이 한국시간보다 1시간 늦다고 한다. 북경 인구는 약 2천5백만 명이며, 한국교민은 6만여 명이라고 한다.
이날의 북경하늘은 티 한 점 없이 맑았다. 예보됐던 황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늘도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우리 일행을 축복해주듯 했다.
다만 흠이라면 사방에서 날아드는 가로수의 꽃가루였다. 가로수에 있는 꽃가루는 알레르기염을 일으켜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약을 개발하여 꽤 많이 팔리고 있다는 말을 얼마 전 일본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멀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같은 현상이 도래하지 않을는지.
북경 시내를 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택시들이 현대가 만든 소나타라고 한다. 뿌듯함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새삼 자긍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 일행은 준비된 미니버스로 오찬장소인 북경시내에 있는 사천식 중국요리전문점에 도착한 일행은기내식을 해서 배가 부르니 가볍게 먹겠다고 하면서도 10여 가지의 코스요리를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먹었다.
사천요리가 한국인의 입에 맞을 뿐 아니라 이 음식점의 요리솜씨가 빼어난 때문이 아닐까.
오후 3시. 숙소인 차이나 월드호텔(中國大飯店)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1급호텔이라고 한다. 건축모양이 서울의 하얏트호텔과 비슷하다.
우리는 각자 체크인을 하고 출판기념식이 열리는 6시까지 휴식에 들어갔다. 휴식을 마치고 출판기념식장인 그랜드볼룸에 들어섰다. 기념식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에는 각계에서 보내온 수십 개의 축하화환이 놓여 있다. 중국의 화환은 우리나라처럼 2단, 3단 높이가 아닌 모두 1단으로 검소한 편이다. 크기가 우리나라 화환의 절반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일본도 화환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한번 사용하고 버릴 화환인데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의 검소한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미 복도와 행사장에는 중국인 참석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필자의 명패가 놓여 있는 지정석으로 갔다. 옆자리에는 한국경제신문의 임도원 기자, 중앙일보의 김필규 기자가 자리했다. 입사한 지 3년차 인 임도원 기자는 과학부소속으로 제약업계 2진기자로 뛰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15년 전 한국경제신문에서 유통부 차장으로 제약업계를 출입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참으로 세월이란 화살과 같다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김승태 보령제약 홍보부장의 사회와 함께 중국여성의 통역으로 진행된 출판기념식에서는 먼저 영상으로 보령그룹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보령그룹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보령약국이 저렴한 가격, 다양한 제품구성,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로 국내 제일의 약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눈길이 모아졌다.
이어서 김상린 보령제약 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정수 한국제약협회 회장, 이훈섭 한국CEO학회 회장, 임지인 중국소화기내과학회 주임, 유주열 주중총영사의 순서로 축사가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회고록을 중국어로 번역, 발간한 중국민족출판사(번역 : 김신호 부장)에 대한 감사패 전달과 김승호 회장의 인사말로 이어졌다.
김상린 보령제약 사장은 인사말에서 보령제약을 비롯한 그룹 6개사의 총매출액은 연간 4천억 원으로 한국제약업계 5위라고 밝히고, 보령그룹이 중국과 가장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보령제약은 지난 2004년 중국에서 겔포스로 100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렸으며, 2003년 3월부터는 중국 동인당의 우황청심원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정수 제약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김승호 회장님은 성실과 신의를 생활신조로 삼는 분으로 한국제약협회 회장, 세계대중협회 회장을 역임하시고 오로지 제약 한 길을 걸어옴으로써 한국제약업계 발전에 끼친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시다고 했다.
또 이번 김승호 회장님의 회고록 중국어판 출판이 중국기업인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경영의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훈섭 한국CEO학회 회장은 김승호 회장님은 경영인이면서도 학문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학자들과 긴밀한 교류를 나누어 특히 김 회장님을 좋아한다며 이번 회고록출판이 예비경영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한․중교류를 더욱 발전시키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중국어로 축사를 하여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회장은 1989년 대만 금갑(金甲)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랭귀지 코스에서 정식으로 중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이번 출판기념식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 유감없이 발휘한 셈.
임지인 중국소화기내과학회 주임은 제약인으로서 김승호 회장님의 인품을 존경한다며 이번 회고록출판을 계기로 겔포스가 중국에 많이 알려지기 바란다고 했다. 또 보령제약이 성실․신의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성장했듯이 중국에서도 성장하기를 바라며, 초일류기업을 향한 보령제약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유주열 한국대사관 총영사는 한국과 중국은 지난 92년 수교 이래 문화, 사회, 정치, 경제면에서 활발히 증진, 동반자관계를 걷고 있다고 말하고, 김승호 회장님의 이번 회고록 발간은 이러한 한.중 문화 및 경제교류의 일환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한.중교류가 더욱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등단한 김승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본인은 제약업계에 발을 디딘 후 50년 가까이 보령제약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다고 감회어린 어조로 과거를 회상했다. 김회장은 또 보령가족은 인본주의에 입각, 공존․공영의 노력을 해왔으며, 이러한 자세가 있었기에 어떠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갈 수 있었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한․중 문화 경제교류의 가교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공식기념식이 끝나고 만찬을 한 후 우리 일행은 김승호 회장, 김정수 회장을 모시고 호텔 내에 있는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이 한두 순배 돌아가자 김정수 회장이 이렇게 좋은 날 폭탄주가 빠져서 되겠느냐고 제의하자 김승호 회장이 폭탄주를 제조하여 참석자 전원에게 돌렸다.
김승호 회장은 이 술은 폭탄주가 아니라 정이 담긴 정탄주(情彈酒)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했다. 김승호 회장은 건강을 챙기느라 몇 년 전부터 술을 거의 안 했는데 이날만은 여러 잔의 폭탄주를 마셨다. 이제 그는 74세의 나이로 제약인으로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다는 말을 남겼듯이 자신의 일생이 담긴 이국에서의 자서전출판은 매우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술맛이 나지 않겠는가.
다시 김승호 회장으로부터 바톤을 이어 받은 김정수 회장은 폭탄주를 제조, 1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돌렸다.
김정수 회장은 이런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모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내기골프를 쳐 70만 원을 잃은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70만 원을 주지 않자 그 회장은 용감(?)하게도 대통령에게 따져 기어코 돈을 받아냈다고 한다. 절대 권력자인 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일은 전무후무한 일. 사태가 이렇게 되니 그 회장은 괘씸죄에 걸려들 것은 뻔한 일. 그 회장은 원래 체질적으로 술을 전혀 못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를 호기로 삼고 어느 날 그 회장을 포함해 몇몇 기업인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주는 술이니만큼 조금도 남겨서는 안 된다며 맥주잔에 양주를 부어 두 잔씩 돌렸다고 한다. 두 잔을 마시고 난 그 회장은 몇 주 동안 병원신세를 져 결과적으로 70만 원의 몇십 배 되는 홍역을 치러야 했단다. 머리 좋은 박 대통령이 완승을 한 셈. 우리 일행은 이 이야기를 듣고 배꼽이 빠지라고 웃어댔다.
폭탄주가 두세 번 돌아가자 술에 약한 황명수 전 단국대 총장과 이건희 이대 명예교수는 장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36계로 줄행랑을 친다. 두 분 교수는 모두 명예교수이자 원로교수로서 나이 70줄이 되어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굳이 마시지 않는 분들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는 일.
술이 몇 순배 돌다 보니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 같다.
다시 가라오케를 찾은 우리는 탤런트처럼 예쁜 아가씨들의 서빙 속에서 각자 자신의 18번 한 곡씩을 뽑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시곗바늘은 밤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23일. 7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와 함께 잠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관광하는 날이다. 원래 스케줄에는 만리장성, 천안문광장, 자금성이 여행코스로 잡혀 있었으나 일행 모두가 북경방문은 처음이 아니라 구경하지 않은 정릉과 용경협으로 관광코스를 바꾸었다. 정릉은 중국이 자랑하는 13릉 가운데 하나로 그 규모에 혀를 내두루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다.
정릉구경을 마친 우리 일행은 다음 관광코스인 용경협으로 달렸다. 입구에 들어서자 강택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썼다는 서체의 용경협(龍慶峽)이라는 글자가 산언덕 자락에 크게 새겨져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긴 동굴을 나와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복잡한 북경 도심을 빠져나온 우리는 깎아내린 듯한 기암절벽, 수정같이 맑은 호수, 천혜의 자연경관 등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속이 시원하다.
관광객들은 동물형상을 한 바위가 나타날 때마다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양쪽 산중턱에 밧줄을 매달아 놓고 바다 한가운데서 묘기를 펼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용경협을 모두 구경하고 미니버스를 타고 북경 시내로 향했다. 달리는 차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이건희 교수에게 말하자 운전사에게 알리라고 한다. 운전사가 밖에 나가 점검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타이어가 타고 있었다. 운전사는 패트 병에 담긴 물을 가져가 불을 진화했다. 나 자신의 예민한 후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셈이다. 가는 길에 발마사지 센터에 들러 단체로 중국전통 발마사지를 받았다. 이 센터는 5백 여 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대 전후의 수십 명의 남녀 종업원들이 하나가 되어 동작 하나하나가 일체감을 이루는 데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이었다.
식사를 하고 호텔에 도착한 나는 강행군으로 계속된 여행의 피로 때문에 샤워를 한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24일. 오늘은 귀국하는 날이다. 불과 2박 3일인데 일주일정도 지난 느낌이다. 8시 아침식사를 하고 9시 30분에 체크아웃, 오후 3시 10분 인천행 대한항공에 올랐다.
북경에 올 때는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서울로 갈 때는 10분이 줄어든 1시간 20분이 걸린다고 한다.
나는 황명수 전 단국대 총장과 함께 일등석의 오른쪽 두번 째 석 창가에 앉았다. 왼쪽에 앉아있는 김정수 회장에게 스튜디어스 아가씨가 식사를 맛있게 드셨느냐고 의례적인 인사를 하자 김 회장은 아가씨가 예뻐서 식사 맛이 더욱 좋았다고 답변, 아가씨가 파안대소한다.
5선의원의 정치인인데다 보사부장관까지 역임한 그였기에 이렇게 여유 있는 유머가 몸에 배어 있는지도 모른다.
황 총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창을 통해 내려다보니 어느덧 우리국토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다 위의 섬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영종도 부근의 많은 섬들이 보인다. 육지에 잇닿은 공장들,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긴 전봇대, 육교, 작은 배가 예인하는 바지선, 바다 한가운데로 놓인 도로, 수많은 배들과 바다 한 가운데 있는 공장.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8분. 바다와 인접한 인천공항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국제공항이다.
입국수속을 마친 우리는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졌다.
비록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주로 경제부 기자로 일해 온 나에게 CEO학회 회원들과의 만남은 매우 유익했다.
20여 년간을 항상 가족처럼 대해주고, 이번 출판기념회에 불러주신 김승호 회장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유머스런 화술로 우리 일행의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 김정수 한국제약협회 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아울러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성실과 신의를 바탕으로 한 보령제약이 창업 이래 지금까지 걸오 온 성장의 여세를 몰아 국내제약업계를 이끄는 선도기업에서 세계 속의 초우량기업으로 뻗어나가길 기원한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