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브릭스는 1934년 1월 18일 영국 런던의 윔블던 파크에서 태어났다. 우유배달부로 일한 아버지와 가정부(lady's maid)로 일한 어머니는 정치적으로는 노동당을 지지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로, 그의 그림책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푸근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탈피한,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서민적 산타를 아버지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산타 할아버지>를 그렸고, 핵전쟁을 소재로 한 <바람이 불 때에>에 나오는 노부부의 모델도 바로 부모님이다. 레이먼드 브릭스는 1998년에 출간한 자전적인 그림책 <Ethel and Ernest>에서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전해준다.
선량하고 헌신적인 부모는 아들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바라지만, 지역의 그래머 스쿨을 마친 레이먼드 브릭스는 15살에 만화를 배우기 위해 Wimbledon School of Art에 입학한다. 그 후, Central School of Art에서는 타이포그라피를 배웠고,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the 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그의 경력은 광고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이 어린이를 위한 글과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방향을 바꾼다. 1950년대 후반부터 그는 꾸준히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해 몇몇 작품을 출판한다. 사실상 그의 데뷔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은 1961년에 출간된 <Midnight Adventure>, <The Strange House>다. 이 두 작품은 레이먼드 브릭스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첫 그림책이다. Brighton College of Art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그림책 작업을 병행하다가, 1966년 그의 네번째 그림책 <The Mother Goose Treasury>으로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받는다.
레이먼드 브릭스는 만화와 그림책을 접목할 테크닉을 연구한다. 그를 매혹시킨 것은 한 페이지 안에 면분할을 통해 좀더 길고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디테일이 꽉 차 있는 그림으로 평가받는 그의 스타일은 만화적 구성에서 빛을 발한다. 1973년에 발표한 <산타 할아버지>는 만화적 구성을 그림책에 옮긴 작품으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받았다. 이후, 레이먼드 브릭스는 그림책의 영역에 만화적 테크닉을 접목한 작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눈사람 아저씨>, <산타 할아버지>, <곰>, <바람이 불 때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텔레비전과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눈사람 아저씨>는 1982년 크리스마스 시즌동안 영국의 TV 채널 4에서 최고의 시청률 기록한 작품으로, Annecy에서 최우수 TV 특별상 수상했다.
70살이 넘은 레이먼드 브릭스는 여전히 '현역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첫 그림책을 발표한 1961년부터 2004년까지 그는 매해 신작을 발표할 정도로 창작열이 뜨겁다. 그런데,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체로 나는 우울하고 비관적이고 부루퉁해 있다. 모든 일이 성가시게 느껴진다. 언제나 세상 살기 괴롭다고 느껴왔고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느껴진다. 언제나 뚱해 왔고 지금은 더 불만투성이다. 난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말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말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분위기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의외로 느껴진다. - 류화선(yukineco@aladd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