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출새]"하루에 2,500만원 호텔,최고 대접 받은 바흐 IOC 위원장 도쿄올림픽 극찬"박준범 입력 2021. 08. 10. 10:40 수정 2021. 08. 10. 11:18 댓글 260개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 출연자 : 문희정 국제시사 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세시방' 코너입니다. 세시방과 함께 할 문희정 국제시사 평론가 전화연결 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문희정 평론가(이하 문희정):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지난 달 23일 개막했던 일본 도쿄올림픽이 폐막 했는데요. 여러 모로 쓴 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죠?
◆ 문희정: 우선 1년이나 연기된 올림픽이었고 연일 30도가 훨씬 넘는 폭염 속에서 기권자와 쓰러진 선수들이 속출했는데요. 게다가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와 턱없이 부족했던 음식, 텔레비전과 냉장고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오수 뒤범벅이었던 트라이애슬론 경기장 등 여러 모로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선수촌 내에서의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무관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올림픽 기간 중 도쿄에서만 하루에 5천 명 정도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일본 전역에서는 연일 최대 만 5천 명의 감염자가 나오면서 현재 일본에는 도쿄 등 6개 지역에 긴급사태, 홋카이도 등 13개 도시에는 그 아래 단계인 중점조치가 발령된 상황인데요. 일본 정부가 자신해왔던 백신 접종 역시 물량 부족으로 접종률도 미미한데다 선수들이나 시민들에 대한 방역도 실패했고 경미한 환자는 아예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할 정도로 의료 시스템 붕괴 수준의 보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황보선: 도쿄 올림픽에 대해 외신들은 어떤 보도들을 내놓고 있나요?
◆ 문희정: 이번 일본 도쿄올림픽을 보도하는 외신들의 행태는 항상 선수들이 썼던 다양한 스포츠 드라마와 개최국의 인상 깊었던 점들을 부각하던 예전의 올림픽 보도와는 그 결이 많이 달랐는데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금메달을 딴 선수들조차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할 만큼 화려함은 없고 근심은 가득한 올림픽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개최국은 외국인 관광 증가와 티켓 판매 없이 수십억 달러를 잃었고 올림픽 기간 델타 변이로 팬데믹이 매일 악화했다", AP통신도 "영원히 기록될 가장 이상한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전례 없는 이벤트가 예상대로 이상하게 끝났다"고 지적했고 영국 방송 BBC 역시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스포츠 행사 중 하나'라면서 "의심할 여지없이 17일간 펼쳐진 스포츠 드라마와 상관없이, 이번 올림픽은 언제까지나 코로나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평가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 올림픽이 결국 국민의 분열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는데요. 무엇보다 올림픽 개최 강행이 몰고 올 향후 정치적 영향과 경제적 부담 등에 대해 우려하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황보선: 특히 역대 올림픽 중 최대의 비용이 들었다는 부분을 지적하는 보도들도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 문희정: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부터 일본 입장에서는 올림픽을 개최해도 취소해도 엄청난 비용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미 지불된 중계권료과 광고비 등 국제올림픽위원회 측은 무조건적 강행을 밀어붙였고 천문학적인 위약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일본도 차라리 개최를 선택했습니다. 당초 154억 달러(한화 약 17조6484억 원)으로 예정됐던 올림픽 개최 비용은 1년 연기에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최대 4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2배 수준이자 역대 동계와 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원래 개최국은 티켓 판매와 관광객으로 인한 부가 수익을 통해 올림픽 비용을 보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본 측은 올림픽으로 인해 향후 10년 간 332조원의 경제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에다 관광객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과정 중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오히려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평가도 많기 때문에 개최 비용 전체가 고스란히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위원회의 빚으로 남게 됐습니다.
◇ 황보선: 그래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평가도 나오지 않았나요?
◆ 문희정: 일본 정부로부터 하루 숙박비만 2500만원이 넘는 호텔을 비롯해 최고의 대접을 받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당연히 성공적 개최라며 축배를 들었는데요. 심지어 "지금까지 올림픽을 가장 잘 준비한 도시"라며 도쿄를 치켜세우며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도쿄올림픽 성공을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또 중국의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원래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못한 중국이 이례적으로 일본을 대대적으로 추켜세우는 이유에 대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사회의 보이콧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보건 위기 상황이 가장 큰 위협이었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신장 위구르 수용소나 홍콩에 대한 인권 탄압 등 정치적 이유로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미 지난 5월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제 사회가 국가 원수 등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지 말자며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했고 영국 하원과 유럽의회도 최근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서방의 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맞서 어떻게든 올림픽 개최를 성사시키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그 일환으로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공식화하는 건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재 건설 중인 경기장을 네 차례나 직접 시찰하며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합니다.
◇ 황보선: 일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입장도 상당히 편치만은 않아 보이던데 역대 최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 문희정: 일본 내부적으로는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무리하게 올림픽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왔는데요. 일본은 종합 3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스가 내각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28%를 기록했습니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자신의 지지율로 연결시키려던 스가 총리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는데요. 하지만 자민당 내 파벌들이 대체로 스가 총리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자민당 총재와 총리 연임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강행과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은 일본 사회 내 불신과 분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올 가을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서 스가 총리로는 자민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황보선: 그런데 이번 도쿄올림픽 중간에 망명을 하는 선수가 나와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벨라루스 선수였죠?
◆ 문희정: 지난 1일 벨라루스의 육상선수인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는 벨라루스국가올림픽위원회가 자신을 강제 귀국시키려 한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원래 100m와 200m가 주 종목인 치마노우스카야를 코치진이 사전 상의도 없이 갑자기 1600m 계주팀에 포함시켰고 이를 소셜미디어에서 비판하자 강제 귀국 명령이 떨어진 겁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자신이 귀국하면 국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체포될 것이라며 유럽국가로 망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결국 폴란드가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해 망명했는데요. 국제올림픽위원회도 정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로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에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벨라루스 대표팀 코치 2명의 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습니다.
◇ 황보선: 그런가 하면 세계 체조 여왕으로 불리던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경기 중 갑자기 기권을 하는 상황도 벌어졌었죠?
◆ 문희정: 이번 대회에서 6관왕을 하며 체조 종목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체조 대표팀의 시몬 바일스 선수는 현존하는 최고의 체조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그런데 단체전 경기에서 자신의 주 종목인 도마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은 후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 운동 등 단체전 세 종목을 뛰지 않고 기권해버렸습니다. 심지어 개인종합결선과 도마, 이단평행봉, 마루운동 등 개인 종목별 결선 5개 종목 중 4개도 포기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는데요. 바일스는 소셜미디어에 "온 세상의 무게가 내 어깨에 놓인 기분이다. 압박감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때로는 힘들다"며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신체적 부상이 아닌 정신적 문제로 기권을 한 데다 워낙 뛰어난 선수였기에 관심이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후 각계각층에서 '선수도 사람'이라는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고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정신 건강에 대한 프로그램도 훈련 속에 포함돼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