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의 ‘유류분 상속 권리’ 없어진다
박국희 기자
입력 2021.11.10
법무부는 9일 고인(故人)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들이 유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규정한 유류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상 직계비속(자녀·손자녀)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만큼 유류분 권리가 인정되는데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것이다. 형제자매는 유족 중 배우자와 자녀, 부모가 모두 없을 경우에만 상속권이 인정되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유류분을 받을 권리도 없앤 것이다.
해당 법 조항은 1977년 주로 장남에게 재산 상속이 이뤄지던 대가족제하에서 여성 등 다른 자녀에게도 상속분을 보장해주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늘고 형제자매가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세태를 반영해 40여 년 만에 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법무부 측은 “대가족제를 전제로 한 가산(家産) 관념이 희박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또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는 일본⋅독일⋅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대부분 국가가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감안했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학계에서는 유류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된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맞는다고 보고 형제자매 유류분 삭제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미혼의 독신자에게도 친양자(親養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 달리 친생 부모와의 관계를 종료시키고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며 상속도 양부모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 민법(908조의 2)은 친양자 입양 요건으로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미혼 독신자는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고 일반 입양만 신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미혼의 독신자라도 친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보장할 수 있는 25세 이상 성인이라면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자녀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가정법원이 입양을 허가할 때 고려하는 필수 요소에 양육 상황과 능력뿐 아니라 양육 시간, 입양 후 양육 환경을 추가해 충실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 입양 허가 전 가사조사관을 통해 입양 환경 등을 사실 조사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독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양자 입양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독신자 가족 생활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가정 폭력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해 1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가정 폭력 피해자가 배우자나 직계 혈족을 상대로 지방자치단체 등 가족관계 등록 관서에 가족관계증명서 교부·열람·공시 제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