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둘레길 2구간 (매여 평광길)
♤ 일정: 2025년 3월 15일(토), 흐림
♤ 코스: 매여마을~요령봉~옻골재~재바우농원~첨백당~효자 강순항나무
♤ 거리: 7.0km, ♤ 시간: 3시간 17분
'매여 평광길' - 산길 풍경과 함께하는 우정의 여정
이원근
2코스 '매여 평광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우리는 새로운 풍광을 만날 준비를 한다. 1코스 '안심 매여길'의 여운이 남아있는 채로, '매여 평광길'을 걷는다. 이 코스는, 비슬산 둘레길처럼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되는 코스다. 대개 육상 경기는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돌지만, 산길은 달리는 것이 아니니 방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의 발걸음에 의미가 있다.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바로 계절의 향기다. 3월 중순, 겨울의 차가운 기운은 물러가고, 봄의 따스한 기운이 산길을 감싸고 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고, 길가의 나무들은 새로운 생명을 피우고 있었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살짝 느껴지지만, 된삐알을 한참 오르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도심 속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평화로운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발걸음은 점차 가벼워진다.
이 길의 시작점, 매여동은 그 자체로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매화꽃이 만개하는 봄, 그 꽃을 닮은 이 마을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마을 유래는 과거 매화나무가 많아 매여동이 되었다고 하지만, 옛날에 이 마을 노인에게 들은 얘기로는, 마을 이름은 뒷산이 창공을 나는 매의 형상인 것과 연관이 있다고 들었다. 어쨌거나, 자연이 만들어낸 그 이름에는 의미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요령봉과 옻골재를 넘어서면 우리나라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가 있는 재바우농원이 있는 평광마을에 닿는다. 옛날에는, 이 농원에 누구나 들락거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과나무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수령이 90년을 넘긴 오래된 사과나무다. 그 나무 뒤편에는 뉴턴이 만유인력 법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사과나무와 동일 수종인 일명 ‘켄트의 사과나무’라고 불리는 사과나무도 있었는데 오늘 지나면서 보니 최고령 홍옥만 남기고 다른 사과나무는 모두 캐내고 수종을 갱신하고 있었다. 켄트의 사과나무는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멀리서 보니 홍옥만 보였다.
첨백당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우릴 맞이하는 것은 '광복 소나무'라는 명칭을 가진 기품 있는 고목이다. 이 나무는 2,000년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지금은 수령이 112살이 되었다. 그 옆에는 30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이 나무들은 효자 우효중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고종 33년(1896년)에 심어진 것으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대구둘레길 2코스 종점은 이곳 '평광 버스종점'이 아니다. 마을 입구 ‘효자 강순항 나무’가 있는 곳까지 더 가야 한다. 버스 시간에 여유가 있어 강순항나무 정류소까지 더 가기로 한다. 이곳은 길을 마무리 짓기 전, 짧은 시간이지만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며 걷는 이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선사하는 장소가 된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이 나무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며, 그곳에서 잠시 쉬어 가는 여유를 주었다.
이 길에서의 우정은 단지 함께 걷는 발걸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 길 위에서 나누는 대화와 미소가 더 큰 의미를 만든다. 산길을 걷는 동안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연을 느끼는 순간들이 우정의 깊이를 더한다. 가벼운 발걸음, 따뜻한 햇살, 그리고 신선한 공기 속에서 나누는 작은 순간들이 결국 길 위에서의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대구 둘레길 2코스 '매여 평광길'은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길이다. 각기 다른 유래와 역사, 그리고 함께 걷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그 길은 결국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우정의 깊이를 더하는 여정이 되었다.
첨백당 ▲ 대구 동구 평광동에 있는 단양 우씨의 재실로, 효자 우효중과 조선 말 벼슬을 버리고 은거한 절의의 선비 우명식을 기리는 동시에, 광리(평광리)에 거주하는 단양 우씨들의 교육을 위해 고종 33년(1,896)에 지은 사당이다. 첨백당이라는 당호는 우명식 선생의 묘소가 있는‘백밭골(잣나무골)을 우러러보는 집’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효자 강순항 나무 ▲ 평광마을 입구에는 효자 강순항을 기려 그의 이름을 딴 ‘효자 강순항 나무’라 부리는 왕버들나무가 있다. 강순항의 지극한 효성은 조정에까지 알려져 1,830년 정려각도 내려지게 되었다. 본래 이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수 당나무였다고 한다.
최고령 홍옥과 캔트의 사과나무 ▲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에 영감을 준 사과나무의 후손으로 사과가 익을 무렵이면 쉽게 나무에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첫댓글 창 박식하십니다 감상 잘 했어요
ㅡ 우성태
이고문님의 산행기를 읽고는 한없이 작아지는 제모습입니다.
본향을 단양에 둔 禹가로써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상세히 우리 禹가 내역을 상세히 설명주시니 대단히 고맙습니다.
함께 산행을 하신 친구분들과 행복한시간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