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전에 선배 의사님께 건강 검진을 받아보았더니
“자네는 고혈압과 心부정맥이 있으니 절대 안정을 취하고 약을 복용하도록, 만약 섭생과 치료를 게을리 하다가는 중풍이나 심장마비로 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을 내리시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였다. “테니스도 하면 안 될까요?”
선배님 왈 “그저께 우리병원의 모 산부인과 의사가 내 말을 듣지 않고 테니스를 하다가 급사를 하였네. 죽고 싶으면 뭘 못하겠나?” 하고 쏘아 붙이신다.
그 이후 나는 크게 낙담을 하고 아침에 개나 끌며 양재천에서 시민의 숲 공원까지 왔다갔다 걷기운동만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양재천에서 옛날에 테니스를 같이하던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 왈 “개나 끌고 강둑을 헤매이고 있으니 어찌된 일이냐, 양재 시민의 공원내 테니스장에 옛날 동지들이 다 모여 있으니 내일 아침 일찍이 나와서 같이 운동을 하자”고 강권을 한다.
하긴 나도 그 테니스장의 담밖에 서서 열심히 운동하는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용기를 내어 선배의사님께 다시 의논을 하여 보았다.
선배 왈, “그럼, 딱 한 게임만, 살살하게”하고 마지못해 허락을 해주신다.
그 다음날 옛날에 입었던 운동복에 테니스 라켓을 들고 테니스장에 가서 83세의 왕회장으로부터 면접을 받게 되었다.
“나이가 몇인가?” “네, 66세입니다” “아직 청년이네, 나는 83세, 부회장은 79세, 총무는 75세인데 처음 가입하면 아침 일찍 제일먼저 도착하여 테니스장을 청소하고, ground를 brushing한 다음 line을 그리도록, 한 6개월 해보고 신통치 못하면 올 수 없네. 매달 출석부를 작성하여 인터넷에 공개하네.” 나는 그리하겠노라고 답을 드렸다.
나는 눈이 오면 눈을 치우고, 비가 오면 실내에서, ground가 살짝 얼어 미끄러우면 운동화, 양말 다 벗고 맨발로 운동을 하였다.(얼음판 위에서 맨발로 운동을 하고 나면 발바닥에 흙, 석회가 문신처럼 박혀서 암만 씻어도 잘 빠지지 않음)
그러나 나 역시 어떤 사람인가? 人生 70년 가까이를 외과의사가 되어 배 째고 고름 짜고 피 틀어막고 참으로 험하게 살아온 독종 아닌가?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보자 하고 이를 악물었다. ground를 brushing 할 때마다 “마음을 갈자” “심경(心耕), 심경”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苦된 老年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나 테니스人들은 아침마다 나를 괴롭힌다.
공을 길게 또는 짧게, 각도 틀어가면서 주는데 매일 連戰 連敗 “아! 안되는구나. 人生 無常이구나” “포기해야 되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중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를 유심히 시청하면서 나름대로 큰 발견을 하였다. 스위스의 페더러, 스페인의 나달, 미국의 윌리엄스 자매가 우승을 독자치 하는데 그 秘法이 바로 serve ace 임을 알아내었다.
주력도 없고 힘도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주특기는 强서브라고 판단하고 남몰래 써브연습을 주로 하였다. 궁(窮)하면 통(通)하는 法이다. 써브의 打點을 정하고 라켓을 twisting하면서 볼에 spin을 주게 되니 serve ace가 많아지고 파트너에게는 발리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 效果는 놀라웠다. “이원장이 강해졌네” “배가 들어갔어” “빨라졌어”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테니스 실력의 序列도 상승하게 되었다.
이제 68세 된 나는 테니스를 즐기게 되었다. 苦盡甘來, 忍耐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테니스장을 나서는 일이 종종 있게 되었다.
동인외과의원 02-951-5678
첫댓글 형님...대단하십니다...테니스하셔도 괜찮은가보군요...선배의사님께서 오진을 하셨나 봅니다...ㅎㅎ
언제 한번 놀러가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