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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의 이해
김 현희(성균관대학교 독서치료전문가 과정 전담,
Growing-up 학습발달지원연구소 책임연구원)
Ⅰ. 서 론
요즈음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가 발달하여가는 과정 중에 겪는 갈등을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장애아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어린이를 위하여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나 문제 행동을 치료하는 방법으로서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예술치료 등이 널리 소개되고 있다. 물론 그 치료 방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각각의 사례에 따라 다르게 발표되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서 대상 어린이에 맞는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치료는 그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20 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되어 20세기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그 치료방법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용어도 전문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독서지도, 독서교육, 독서상담, 독서클리닉, 독서요법, 이야기치료, 시치료, 독서치료라는 용어들을 혼용하고 있고, 그 용어에 대한 정의와 과정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룬 연구가 많지 않다. 특히 독서치료의 사례를 다룬 임상자료는 비행청소년을 다룬 논문(김용태, 1985; 변우열, 1990; 윤달원, 1990 등)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김욱준, 1999; 최선희, 1997 등) 몇 편과 노인의 우울증 치료를 다룬 논문(유혜숙, 1997)외에는 발표된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초등학교 3, 4학년 시설 아동의 심리와 행동변화를 다룬 연구(최정미, 2002)와 고등학생의 자아개념 향상(반금현, 2001) 및 대학생의 자아정체감 정립에 미치는 독서치료의 효과(이희정,2001) 등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독서치료의 적용과 관련하여 공공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연구(송영임, 2003)도 나오고 있고 독서치료에 대한 홈페이지도(http://bibliotherapy.pe.kr)운영되고 있다.
나아가 이야기를 들려준 후 문제 행동을 고쳐나가는 실제적인 방법과 지침에 대한 책들(Fitzpatrick, 1997; Ortner, 1993 등)이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한국도서관협회(1999)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상황별 독서목록을 출간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독서치료가 무엇인지 지금까지 소개된 정의를 정리하여 보고, 독서치료와 비슷하게 쓰이고 있는 용어들의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독서치료에 대한 연구와 인식의 발전과정과 독서치료의 목적 그리고 독서치료의 과정 및 절차를 개괄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Ⅱ. 독서치료의 정의
1. 독서치료의 어원과 일반적인 정의
독서치료 (Bibliotherapy)란 말의 어원은 'biblion(책, 문학)'과 'therapeia(도움이 되다, 의학적으로 돕다, 병을 고쳐 주다)'라는 그리스어의 두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문학이 치료적인 특성을 가졌다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독서치료가 무엇인지 가장 단순하게 정의를 내린다면 책을 읽음으로써 치료가 되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독서치료가 고대부터 알려지고 실시되어 왔지만 그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1916년에 Crothers에 의해서였다. 그리고「Dorland's Illustrated Medical Dictionary(1941)」에서는 독서치료를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책들을 골라서 읽는 것"이라고 처음으로 정의를 내렸다. 또한 처음으로 독서치료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던 Shrodes(1949, 1960)는 독서치료를 독자의 인성과 문학과의 상호 작용의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1961)에서는 정신의학과 의약분야에서 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읽기 자료를 사용하고, 지시 받은 대로 읽음으로써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안내하며,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치료이고, 사회적인 긴장을 없애기 위한 활동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1960 년대에 이르러서는 독서치료에 대한 정의가 심리치료에서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학교에서 교사나 상담자가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구별되기 시작하였다.
구체적인 활동을 강조한 Hebert(1991), Pardeck(1994), Rosen(1987) 등에 의하면 독서치료는 독서자료를 읽거나 들은 후에 토론이나 역할놀이, 창의적인 문제해결 활동 등 구체적으로 계획된 활동을 함으로써 독서자료로부터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책을 읽은 후에 구체적인 활동이 반드시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을 강조한 Hynes와 Hynes-Berry(1994; 17)는 "상호 작용적 독서치료에서 훈련된 치료자는 임상적(clinical) 또는 발달적(developmental) 독서치료 참여자의 감정과 인지적 반응을 통합하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선택된 문학 작품 인쇄된 글, 시청각 자료, 참여자 자신의 창의적인 글쓰기 작품 에 대한 토론을 유도하고 이끌어 나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위의 여러 가지 정의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일반적으로 독서치료는 발달적 혹은 특정하고 심각한(clinical) 문제를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매개로 하여 치료자와 일 대 일이나 집단으로 토론, 글쓰기, 그림 그리기, 역할극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적응과 성장 및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얻는 것을 뜻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문학작품들에는 인쇄된 글, 영화나 비디오 같은 시청각자료, 자신의 일기 등 글쓰기 작품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2. 독서치료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용어들과의 비교
1) 문학교육과 독서치료
문학교육은 교육 현장인 학급에서 학생과 문학작품과 교사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이 도구(tool)라기 보다는 토론의 대상(object)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교사의 목표는 학생들이 문학작품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때 이루어지는 토론은 역사적인 맥락과 장르의 특성과 이야기 구조와 은유 등의 언어사용과 중요한 주제가 어떻게 제시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러나 독서치료는 자아를 보다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독서치료에 쓰이는 자료에 대한 의미를 참여자가 지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참여자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적 반응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독서치료에서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감정이나 통찰력을 유발시킬 수만 있다면 본문에 대해 다소 잘못된 해석을 해도 괜찮다고 본다.
2) 독서치료와 치료
독서치료와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치료사이에도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치료상황에서 치료자와 참여자는 심리적인 문제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참여자가 그 문제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이러한 치료는 참여자-문제-치료자와 같은 삼자 관계로 표시가 될 수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는 중간에 개입되는 자료가 없다. 그러나 독서치료는 참여자-문학작품-치료자와 같이 치료 상황에서 문학작품 등이 치료의 자료나 도구로서 사용된다.
3) 독서지도 및 독서교육과 독서치료
우리 나라에서 성행하고 있는 독서지도와 독서교육은 언어교육이나 국어교육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독서교육과 독서지도는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고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독서지도와 독서교육은 아이들의 독서수준이나 흥미 등을 고려하여 좋은 책을 선정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독서교육은 어떻게 하면 독서감상문을 잘 쓰게 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독서 감상문을 잘 쓰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는데, 예를 들면 인형극을 보여주고 동극을 해보고 그림을 그려보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책 내용을 충분히 다루어 보도록 한 후에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독서치료는 책을 읽은 후에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책 내용에 대하여 토론을 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하며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여 결국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지도와 독서치료는 책을 읽은 후의 활동은 같을 수 있으나 그 목적과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4) 독서클리닉과 독서치료
우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독서클리닉은 주로 읽기 부진아나 읽기 장애아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읽기 부진아란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어린이가 신체·인지·정서·환경·교육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해당학년의 읽기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읽기 부진아의 원인을 진단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주는 것이 독서클리닉이다.
그러나 독서치료는 읽기 부진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 외에 정서장애나 주위가 산만한 아이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라도 성장과정 중에 겪는 갈등이 있는 경우에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치료가 적용되는 현장에서는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어린이가 훨씬 그 치료효과가 크다. 실례로 독서치료를 받았던 아동 중에 호기심이 많고 질문거리가 생기면 참지 못하고 계속 질문을 하기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되어 선생님께 계속 지적을 당하고 주의가 산만하여 본 연구소에 왔던 초등학생이 있었다. 그 아동은 책읽기를 매우 좋아하고 잘 읽어서 효과를 본 사례이다. 따라서 독서치료의 대상이 더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5) 독서요법과 독서치료
초기에 심리치료(psychotherapy)를 일본에서 정신요법으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처럼 독서요법은 일본에서 1937년부터 bibliotherpy를 독서요법으로 번역하여 사용하던 것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독서치료와 독서요법은 bibliotherapy를 다르게 번역했을 뿐 같은 의미로 보고 싶다.
6) 미술치료와 음악치료와 독서치료
요즘 미술치료와 음악치료는 표현 예술치료 범주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위 세 가지 치료는 본질적으로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과학으로서 심리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둘째로, 예술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주관성과 개별성과 창의성과 아름다움의 요소가 포함된다. 이 때 독서치료는 문학, 미술치료는 미술, 음악치료는 음악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치료에 사용되는 매개물이 자가치료서(self-help book)인 경우는 비문학 도서류가 포함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인관계 과정이 필요하다. 치료자와 참여자간에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공감·친밀감·의사소통 능력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7) 이야기치료, 글쓰기치료, 시치료와 독서치료
이야기치료와 독서치료와 글쓰기치료는 이야기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야기치료는 내담자와 치료자가 직접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치료가 되는 반면 독서치료는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를 매개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이야기치료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처가 치료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서, 갑작스런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힘들어하던 다섯 살 난 남자아이가 어느 날 아버지에게 토끼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끝내면서 동생의 죽음을 수용하고 그 슬픔을 극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 내용을 아버지가 글로 쓰고 그림을 그려서 된 그림책(유리 브레이바르트, 2002, 죽으면 아픈 것이 나을까요?, 느림보)이 출간되어 있다.
글쓰기치료는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 영적으로 더 나은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반성적인 글쓰기를 사용하는 것이다(http://www.journaltherapy.com). 글쓰기가 다 치료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던 과거의 사건을 자세히 묘사하고 그 때 느꼈던 감정과 그 때 사건을 보는 현재의 느낌을 함께 쓸 때 치료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글쓰기치료는 표현 예술치료 쪽에서도 활용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시치료는 문학작품 중에서 주로 시를 가지고 치료를 하는 것인데, 독서치료 보다 그 매체가 한정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독서치료와 동의어로 쓰일 정도로 대중적이다.
Ⅲ. 독서치료의 이론적 기초
1. 심리학적 이론
독서치료는 정신분석 이론, 게스탈트 이론, 사회학습 이론, 집단상담 이론 등 다양한 이론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독서치료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심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 개념들을 제공해 준다.
1) 정신분석 이론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행동이 주로 무의식적 동기와 비이성적인 힘, 성적인 충동과 공격성 그리고 초기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행동의 역동이 무의식 속에 묻혀 있으므로 치료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내적 갈등을 분석하는 과정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분석이론은 참여자가 문학작품을 읽은 후 치료자와 나누는 상호작용 중에 일어나는 동일시, 전이, 카타르시스와 같은 개념의 근거를 제시한다. 치료자가 참여자인 어린이에게 문학작품을 주었을 때 작품을 읽는 참여자는 주인공에게 동일시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잘 인식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동일시를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되어 심리적인 해방감도 가지게 된다.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통찰을 얻도록 해 주는 것이다.
2) 게스탈트 이론
게스탈트 이론은 사람이 성숙하려면 자신의 생활방식을 찾고 개인적인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은 치료자가 내담자에게 지금 - 여기에서 알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담자는 특히 문학작품을 읽은 후에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는 역할극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내적인 갈등을 더 많이 인식하게 되어 심리적인 통합과 올바른 자아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3) 사회학습 이론
사회학습 이론에 의하면 어린이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행동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이론은 어린이가 성인의 생각과 행동을 모방하거나 또래집단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심리적 특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따라서 사회학습 이론에서 강조하는 관찰학습과 모델링(modeling)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참여자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이 하는 바람직한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4) 집단상담 이론
집단상담은 전문적으로 훈련된 상담자의 지도와 동료들과의 역동적인 상호교류를 통해서 개개인을 더 잘 이해하고 보다 성숙된 수준으로 향상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이장호, 김정희, 1998). 집단상담에 대한 여러 정의 중에서 핵심이 되는 요인은 집단상담이 개개인의 성장과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상담은 인간의 발달과업에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룸으로써 개인의 바람직하고 건강한 성장발달을 돕는다. 또한 참여자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단 상담의 중요한 역할은 상호작용적, 상호역동적 과정인데 이러한 상호교류가 집단상담의 기본이며, 이러한 상호교류를 통하여 개개인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김춘경, 정여주, 2000)
2. 독서치료에 사용되는 문학작품의 특성
독서치료에 사용되는 문학작품들은 거리감(distance)을 제공함으로써 독자 자신을 관찰자처럼 느끼고, 문제를 평가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준다는 패러독스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문학작품은 친밀감(immediacy)을 제공하여 독자들을 몰입하게도 한다. Shrodes(1949)는 문학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거리감과 친밀감의 패러독스가 독자들에게 그들이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고 주장하였다.
3. 독자 반응 이론
독자 반응 이론은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할 때 독자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은 본문(text)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들에 관심을 가지고 본문만이 가치 있는 연구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신비평의 문제점을 보안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신비평은 그 자체가 교수-학습 가능성이 있어서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문학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김상욱, 1993). 그러나 본문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식 위주의 교육을 초래하여 독자를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권혁준, 1997).
이러한 비판을 위한 대안으로서 독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 중심의 문학 이론은 독자의 지위를 확고하게 자리 매김 해주었다. 부분적으로 독자의 존재를 의식하던 문학이론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작품의 이해와 연구에서 독자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시작한 것은 유럽에서는 1930년대 독일의 문학이론가 Roman Ingarden의 현상학적 예술이론부터라고 볼 수 있다(권혁준, 1997). 그리고 이 이론이 논리적으로 확충되고 체계화 된 것은 1967년에 독일의 문학이론가인 Hans Robert Jau 가 콘스탄쯔 대학에 취임하면서부터 시작하여 Wolfgang Iser에 이르러서였다.
미국에서도 1920-1930년대에 독자 반응 이론이 생성되었다. 이 이론들은 학문적으로 매우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지고 출발하였으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독서의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다(강현국, 1998). 미국의 학자들 중에서도 Rosenblatt은 특히 문학교육에 관심을 두고 문학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진 인식과 관심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Rosenblatt은 1938년에 책에 대한 독자의 반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반응(response)은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은 후에 책에 대한 느낌과 새로운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책에 대해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각자의 필요에 의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사고의 한 형태이며, 책에 의해 자극되어진 사고와 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Chambers, 1983, 164)”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본문(text)과 독자(reader)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상호 교류한다(1978)고 하면서 반응은 독자가 작품과 심미적 교류를 하는 동안이나 나중에 생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한 반응은 독자가 본문의 경험에 동참하고, 등장인물과 동일시하거나 그들에 대한 갈등과 느낌을 나누는 것으로서 인지적인 영역과 정의적 영역을 다 포괄한다.
Rosenblatt의 상호 교류적 패러다임은 독자의 관점이론(reader's stance theory)에서도 잘 설명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독자가 책을 읽을 때 취하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서 독자의 반응 양상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즉 책 읽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를 심미적 관점(aesthetic stance)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관점으로 책을 보면 독자는 이야기 세계 자체에 몰입할 수 있으며 이야기와 관련된 자유로운 상상, 감정이입, 가상놀이가 가능해진다. 이때 독자는 단어가 가리키는 추상적 개념 뿐 아니라 그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개인적 느낌, 아이디어, 태도 등 광범위한 요소들을 경험하게 된다(Many & Cox, 1992).
반면에 책 읽는 자체가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되는 정보 추출적 관점(efferent stance)은 독자가 독서의 산물에 관심을 두어 정보를 얻거나 문제의 논리적인 해석과 행동수행 등에 관심을 갖는 경우이다.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몰입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교훈과 해결책을 얻으려고 하며 평가하는 지적인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책 본문에만 관심이 있으며 이야기를 정확하게 읽으려 하고 이야기 줄거리를 요약하는 활동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반응을 한다.
Rosenblatt은 독자의 본문에 대한 태도를 이러한 심미적인 관점과 정보 추출식 관점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하였다. 즉 독자와 본문 사이의 어떠한 교류는 순수하게 심미적이거나 정보 추출적인 것으로 특징짓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독자는 심미적인 것과 정보 추출적인 관점의 연속선의 중앙에서 배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두 가지 태도 사이를 배회하면서, 독자는 심미주의가 우세한 독서에서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고 정보 추출식 독서를 통해서도 심미주의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는 책을 통해서 나와 다른 생활경험이나 문화적 경험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읽은 문학작품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 독자 반응 이론은 똑같은 작품이라도 독자와 읽는 시기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품을 해석하여 반응하는 것에서 옳고 그름을 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탐험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해주며 정답이나 오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토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김현희 외, 1999).
Ⅳ. 독서치료의 발전 과정
1. 미국
독서치료에 관한 연구가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독서치료가 일찍 발달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로는 종교적인 영향으로 환자들에게 성경과 종교서적을 읽게 한 것이며, 둘째로는 전쟁에 의한 영향으로 제 1차 세계대전 후에 육군병원의 발달과 더불어 환자들에게 도서관 봉사가 실제화되기 시작하였고, 뒤이어 일어난 세계 2차 대전은 독서치료 연구의 기초를 확립하게 하였다. 셋째로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영향을 받아 독서치료의 이론과 실제연구가 체계화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독서치료가 오늘날처럼 발달한 것은 미국의 시골 곳곳에까지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의 발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독서치료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병원에서 그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이 20세기에 들어서이므로 독서치료의 발전과정은 20세기 전과 20세기 이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20 세기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역사적인 변천을 개괄할 것인데 20세기 전의 흐름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전반에서 이루어진 내용을 다룰 것이다.
1) 20 세기 전
고대 그리스 작가들이 이미 읽기의 치료적인 효과를 잘 알았던 것으로 보아 독서 치료는 고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ristotle은「시학(Poetics)」에서 카타르시스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문학뿐 아니라 다른 예술이 사람에게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서들을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비슷한 문구들이 옛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즉, 테베의 도서관에는 "영혼을 치유하는 장소"라는 글이 적혀 있고, 스위스에 있는 St. Gall의 중세 대수도원 도서관에는 "영혼을 위한 약 상자" 라는 비슷한 글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책을 소중하게 여겼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책이 가지고 있는 교육과 치료의 힘을 통해 생활이 질적으로 풍부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독서치료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로는 고대 아라비아의 압바스왕조 시대에 Calif Almansur가 카이로의 병원에서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환자에게 읽혀서 병을 치료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후 17 세기에는 의사이면서 풍자작가인 프랑스 사람 Rabelais가 환자에게 약과 함께 책 한 권을 처방해 주었다는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John Minson Galt Ⅱ는 도서 서비스의 치료적인 특성에 대하여 처음으로 책을 펴낸 미국 사람이었다. 19세기 중반에는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어떤 자료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려하였다. Galt는 주로 신앙에 대한 책과 도덕적인 내용을 다룬 책을 추천하였다. 물론 독자가 특별히 요구하지 않으면 너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일반적인 특성을 가진 책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는 1840년에 환자들의 책읽기와 책 선택, 도서의 취급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규칙들을 만들기도 하였다.
2) 20 세기 전반기
20 세기 초에는 처음으로 훈련받은 사서가 있는 병원 도서관들이 설립되었다. 그 후 미국 도서관 협회는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무장한 군인들에게 잘 짜여진 도서관 서비스 프로그램을 후원하였다. 의회는 부상당한 군인들의 보호를 위하여 그 후원금을 승인했고, 전쟁 후에 재향 군인 원호국은 재향군인들에게 병원을 관리하게 하고 도서관 서비스도 제공하였다.
미국 도서관 협회는 20 세기 초에 병원과 시설 도서관들을 위해 적극적인 후원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1931년에 의회는 첫 번째 법안을 통과해서 맹인용 점자책들을 맹인들에게 주었고, 1934년에는 말하는 책을 시각 장애자에게 우편 요금을 내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독서치료에 대한 관심은 1940년대에 많은 증가를 보였고 그것은 1950년대까지 독서치료에 대한 논문이 약 400편에 이르도록 하였다. 세계 제 2차 대전은 군대와 재향군인 병원들에게 도서관 서비스의 새로운 활성화를 가져오게 했다.
독서치료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연구는 1949년 Shrodes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독서치료에 대한 첫 번째 박사 학위 논문을 썼는데, 그 논문에서 그녀는 이론적이고 임상적인 연구를 다루었으며, 독서치료가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3) 20 세기 후반기
1959년에는 Greifer가 시 치료(poetry therapy) 집단을 Brooklyn에 있는 병원에서 조직하였다. 그 때 이후로 많은 병원과 임상기관에서 비슷한 집단들을 만들었고 그러한 움직임은 널리 확산되었다.
1962년에는 Tews가 편집자로 있으면서 독서치료에 많은 공헌을 한 Library Trends가 발간되었다. 이어서 1964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미국 도서관 협회의 연례 회의와 함께 독서치료에 대한 워크샵이 개최되었다. 이 워크샵은 정신의학, 임상심리학, 정신의학 간호, 사회사업 관련 분야의 대표자들과 레크리에이션· 작업치료 실무자들, 그리고 도서관 사서들과 관련된 32개의 부서에서 온 관찰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여한 것으로 유명했다.
1967년에는 재향군인 원호국에서 「We call it Bibliotherapy」라는 제목으로 참고 문헌 목록을 발행하였다. 여기에는 1900년부터 1966년까지 병원에 입원했던 성인 환자들을 위해 출판된 독서치료에 대한 참고문헌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Flandorf(1967)는 「아이들이 시설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책 목록을 편찬했다.
근래에 와서 사람들은 독서치료를 사회학과 교육을 보조하는 것으로서 시도해보고 있다. 교육적인 관점은 Zaccaria 와 Moses(1968)가 쓴「독서를 통한 인간 발달의 촉진: 가르치고 상담하는 과정 중 독서치료를 활용」이라고 하는 책에서 발견된다. 독서치료와 치료적인 도서관 서비스 확대에 대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관심은 양적으로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하며, 현재 사용하는 자료와 방법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게 하였다. Zaccaria 와 Moses(1968)는 독서치료가 다른 치료 기술들을 대체할 수도 없으며, 독서치료가 모든 목적들을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 일본
일본에서는 bibliotherapy를 독서요법이라고 번역하여 1937년경부터 사용하였으며 독서치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50년에 阪本一郞가 쓴「독서지도」라는 책에서부터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여 임상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서치료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적응 아동을 책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기술하였다.
일본에서 실시된 독서치료와 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는데, 하나는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성격과 생활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즉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성격지도 방법으로서 독서치료를 도입, 전개되어 왔다는 점이 미국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실제 현장에서 특히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한 사례들을 다루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가정재판소에 근무하는 大神貞男은 범행소년을 독서치료로 치료한 사례들을 발표하였으며, 1973년에는 10여 년의 현장 체험을 기초로 하여 독서치료의 이론과 방법을 실제 사례와 함께 수록하여 책을 출간하였다.
일본에서는 1963년에 성격형성이나 문제행동을 치료할 때 필요한 도서목록 즉 문제유형에 맞는 도서목록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1966년에는 阪本一郞 등에 의해 「독서요법」이라는 입문서가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폭력, 협박, 가출, 반항, 성폭행 등의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실시하여 치료한 사례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3. 한국의 독서치료 현황
1) 학계에서의 연구
우리나라에서의 독서치료의 연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변우열, 1996). 1960년대에 Hannigan의 책이「도서관과 비부리오세라피」(유중희 역, 1964)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김병수(1968)가 처음으로 인성치료를 위해 독서요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1) 학위논문
독서치료는 여러 학문이 연결되어 있다. 즉, 교육학과 심리학과 문헌정보학과 문학 등이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학문 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독서치료와 관련하여 나오는 학위논문을 보면 주로 문헌정보학과에서 이다. 그리고 교육대학원의 상담심리 전공, 간호학과, 아동학과에서 소수 배출되고 있는 정도이다.
학위논문을 주제별로 보면 생활지도나 발달적 독서치료의 측면에서 자아개념이나 자아정체감과 자아존중감에 관련된 논문(반금현, 2001; 윤달원, 1996; 이지혜, 2003; 이희정, 2001; 최선희, 1997)이 비교적 많고, 특수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는 분노조절(김홍운, 1999), 우울증(유혜숙, 1998), 스트레스 감소(김종운, 1996), 주의력 결핍(김욱준, 2000), 왕따(김은주, 2003), 이혼(김유희, 2003)등에 대한 것이 있다.
대상별로는 초등학생부터 비행청소년(김용태,1985)과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고 시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논문(김유희, 2003; 최정미, 2002)도 나오고 있다.
도서관과 사서들의 역할을 점검해보는 연구들도 있는데, 독서치료의 적용을 위한 도서관 봉사(송영임, 2003; 이미경, 1987; 장귀녀, 1985)와 공공도서관의 운동사를 다룬 연구(이연옥, 2001)가 그것이다.
이러한 학위 논문들은 주로 실험연구가 많은데, 사전검사를 실시하고 독서치료를 한 후 사후검사를 실시하여 그 효과를 보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연구 방법 상 독서치료만의 효과라고만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인이 통제가 잘 안되어 있고, 도서 선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드물게 송영임(2003)은 현상학적 접근을 하여 심층면접을 통한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독서치료 현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에서 이루어진 독서치료에 대한 연구들은 일본에서의 연구흐름과 같이 고등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들과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김용태, 1986; 박용두, 1980; 윤달원, 1990; 장원영, 김재준, 1976)와 소년원에 수용되어 있는 원생(변우열, 1990) 등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변우열, 1996)가 주류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1985년 이후에는 그 외에도 병원의 신경정신과와 병원도서관에서 독서치료가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연구한 논문(김태경, 1985; 이종숙, 1986; 장귀녀, 1985)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1990년도 후반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아개념과 인간관계를 증진시키며(최선희, 1997),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을 줄이는데(김욱준, 1999) 독서치료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문이 나와 있다.
독서치료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언급이 된 저서로는 손정표(1978)와 황백현(1988)이 그 정의와 역사 및 기본적 원리와 방법 뿐 아니라 외국의 사례를 들어 소개한 것이 있다. 독서치료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독서치료 이론서로는 최근에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의 분과연구회(2001)에서 독서치료의 정의, 과정과 방법, 자료, 독서치료자와 참여자 등을 다룬 것이 있다.
(2) 학회활동
독서치료 관련 학회는 없이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안에 독서치료연구회가 2000년부터 결성되어 독서치료 관련 원서 두 권을 공부한 결과물로서 <독서치료>(2001, 학지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 분과모임이 2003년 3월에 한국독서치료학회로 발족되어 <독서치료 실제편>(2003, 학지사)이 나올 예정으로 되어 있으며 독서치료사와 독서치료 전문가를 위한 자격규정도 만들고 있다. 아울러 월례발표회 마다 시치료라는 책을 공부하여 번역할 예정으로 있다.
학회활동은 아니지만 부산대학교의 문헌정보학과의 김정근 교수는 대학원 수업을 통해 독서치료를 강의하면서 <책은 치유하는 힘이 있는가>라는 논고집을 내기도 하여 자가치유적 관점에서의 독서치료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2) 독서치료에 관한 교육기관들
독서치료에 관한 교육은 몇 대학교 부설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충남대학교, 신라대학교, 전남대학교의 사회교육원에서 독서지도사 심화과정과 독서치료사과정을 개설하고 있고,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에서는 독서치료 전문가과정을 일년 과정으로 개설하고 있다. 숙명여대 사이버 대학원의 아동교육 전문가과정에서 아동독서치료과목을 강의하고 있고, 한국 심성교육개발원은 교원 연수차원에서 중 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독서치료과정을 개설하여 독서치료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3) 신성회의 상담정보실과 목회자 중심의 독서학교
이영애는 1991년부터 신성회를 조직하고 상담정보실을 운영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례들과 책목록을 담아 <책읽기를 통한 치유>(2000, 홍성사)라는 책을 펴냈다. 독서치료를 위하여 책을 선정할 때 문학작품 보다는 비문학 도서를 소개하여 문제의 원인들을 파악하고 그 문제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자가치료서(self-help book)의 좋은 예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로 심리학과 기독교가 접목된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독서학교에서 독서치료 과목들을 배우고 있는 예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Ⅴ. 독서치료의 유형
1. 대상에 따른 유형
Lack(1985)은 독서치료 활동의 종류와 참여한 어린이의 특성에 따라 발달적(developmental) 독서치료와 임상적(clinical) 독서치료로 구분하였다. 그녀는 발달적 독서치료는 어린이가 정상적인 일상의 과업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문학 작품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이 겪는 가장 흔한 갈등으로 형제간의 갈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이나 역할극 등 활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형제간의 사랑이나 갈등을 다룬 책은 많이 있지만 최근에 나온 책을 소개하면, 동생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는 책으로『장난감 형(윌리엄 스타이그 그림/글/시공주니어)』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항상 형이나 언니이니까 참아야한다는 얘기만 듣는 형의 입장을 잘 위로해줄 수 있는 책으로는『내 동생 앤트(베치 바이어스 글/마르크 시몽 그림/보림) 』를 추천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서 모든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두려움과 겁이 많은 어린이를 위해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박쥐(G. 바게너 글/E. 우르베르아가 그림/비룡소)』와 『까불지 마(강무홍 글/한수임 그림/소년 한길)』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후 용기를 내게 되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임상적 독서치료는 정서적으로나 행동 면에서 심하게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개입의 형태로서 특별한 문제에 초점을 두게 된다. 주의가 산만하거나 정서적으로 심한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는 임상적 독서치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상호작용의 정도에 따른 유형
반응적 독서치료는 최소한의 상호작용이 있는 독서치료로서, 아동에게 도서 자료에 대한 과제를 주고 그 과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주는 정도이다. 그러나 상호작용적 독서치료는 그 과정 중에서 참여자 개개인이 문학 작품들을 읽는 것을 그다지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치료자는 참여자가 문학 작품을 읽은 후 상호작용을 잘하도록 안내하며, 성장과 치료를 위한 촉매로서 문학작품을 활용하고 작품을 읽은 후의 반응을 창의적으로 쓰게 한다.
3. 상황에 따른 유형
독서치료 상황이 치료자와 참여자 사이에 일 대 일로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일 대 집단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그 유형이 나누어질 수 있다. 집단으로 이루어지는 독서치료는 비슷한 정도와 유형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나 동화 등의 인쇄된 글 혹은 시청각 자료를 읽거나 들은 후에 토론을 하는 형태이다.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거의 집단으로 독서치료를 하고 있는 추세이다.
Ⅵ. 독서치료의 목적과 가치
1. 독서치료의 가장 일반적인 목적은 책을 읽는 어린이 개인에 대한 통찰과 자기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2. 정서적인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경험하기 위한 것이다.
3. 매일 매일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4.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동이나 타인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5.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명료화함으로써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6. 일반 어린이들과 다른 특별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정보를 제공하여 잘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독서치료는 의붓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관계에 대한 정보를 줌으로써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Coleman 과 Ganong(1990; 327)은 입양 가족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혔는데, 그들은 독서치료가 입양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입양 관계와 그들이 겪을 수 있는 독특한 변화들에 대하여 정보를 주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7. 어린이에게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 위한 것 또한 독서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Chatton, 1988).
8. 독서치료를 위한 자료와 자신의 삶에 대하여 반응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9. 현실을 보는 견해를 넓혀준다.
Ⅶ. 독서치료의 단계
1. 준비를 위한 단계
1) 아동과 신뢰관계를 형성한다.
2) 문제의 정도와 정확한 특성을 찾아낸다.
3) 필요한 경우 아동의 상태에 대하여 심리검사 등의 부가적인 평가 실시한다.
2. 자료선택
1) 아동의 독서 수준과 흥미에 맞으면서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질이 높은 책을 선택한다.
2) 아동이 현재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선택한다.
3) 아동의 문제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자료를 선택한다.
3. 자료 제시
1) 아동의 흥미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을 제시한다.
2) 아동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계획된 활동들을 중간에 끼어 넣음으로써 읽는 것을 중지할 수도 있다.
3) 책에 대하여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반응이나 심각한 걱정거리를 보이면 조정해주고 완화시켜 준다.
4. 이해의 조성
1) 아동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중요한 문제들을 검토하는 것을 도와준다.
2) 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이끄는 그 동기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3) 아동이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자신과 그가 아는 사람들 사이의 비슷한 점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해를 조성할 때 책을 읽은 후 토의를 하며 때로는 쓰기 활동과 미술활동, 역할놀이나 극화활동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