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의 하얀말
수호의 하얀말
글: 오츠카 유우조
그림: 아카바 수에키치
번역: 이영준
출판사: 한림출판사
말 등에 오르면
가지 못할 곳이 없네
말 등에 오르면
죽지도 않는다네
말이 스스로 길을 찾고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준다네
서평: 윤희경(계명문화대학)
황토빛 배경에 붉은 옷을 입은 남자아이의 찢어진 눈,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투박한 얼굴, 소년이 안고 있는 하얀색의 말. 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동양적이면서도 자뭇 이국적이다. 다음 장을 넘기자 하얀 배경에 ‘수호의 하얀말’의 제목과 말머리 모양의 악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몽골의 마두금(馬頭琴)이란 악기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옛날.....” 할머니와 외롭게 살고 있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수호와 하얀말의 우연한 만남이 펼쳐진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림과 함께 슬프고도 애절함이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소년과 하얀말의 가슴 절절한 우정에 있다. 초원에 버려진 망아지를 보살피고 원님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면서 하얀말을 지키려는 수호, 원님의 말이 돼기를 거부하고 등에 화살이 꽂힌 채 목숨을 걸고 수호의 곁으로 온 하얀말, 이 둘의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의리가 드러난다. 여느 옛이야기 같으면 약속을 어기고 사랑하는 말을 죽게 한 마음씨 나쁜 원님은 결국 벌을 받게 되는 권선징악의 구조를 띠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랑하는 말과 헤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비극이지만, 슬픔에 매어있지 않고 아름다운 소리로 승화되어 영원히 함께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지금도 몽골 유목민들은 마두금 연주를 들으면 위의 노랫말처럼 말을 타고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누린다고 한다.
책의 그림과 색은 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는 몽골의 너른 초원을 담기 위해 옆으로 긴 판형으로 그려졌다. 광활한 대륙 위를 달리는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그림. 한편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에 작고 초라한 모습의 말을 탄 소년과 주변 풍경은 외롭고 적막하기 그지없다. 누르고, 붉고, 푸르른 수묵의 채색과 터치는 소년의 마음을 따라가고 있다. 특히 하얀말이 죽었을 때의 회색톤의 침울한 모드는 소년의 슬픔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림을 그린 아카바 수에키치는 일본인이지만 청년시절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대륙의 문화에 심취하였고, 그 감동을 ‘수호의 하얀말’로 탄생해 냄으로써 1980년 국제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였다.
몽골에 가본 적도 마두금이란 악기를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마두금의 소리가 궁금해 졌다.
그림책의 맨 끝장을 덮을 때는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그런 심정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몽골의 넓은 초원 위, 멀리서 울려퍼지는 마두금의 애절한 소리를 듣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