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외에 나와 있은지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땅 덩어리도 넓은 나라여서 그런지, 일을 안하고 놀아서 그런지, 참 여유롭고 좋습니다. 한국은 홍수에 주가 폭락에 난리가 났으니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군요.
이곳은 생활 물가도 많이 쌉니다. 하지만 일회용 라이터와 같은 저가 제품들은 여기나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좀 비싼 편입니다. 한국 돈으로 일, 이 천원이 넘습니다.
오늘은 대형 마트에 가서 라이터를 하나 골랐습니다. 여기의 세일은 다들 아시다시피 정말 할인폭이 크고 다른 곳에서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을 혼자 싸게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라이터가 다른 곳의 1/3 가격이었습니다.
장바구니(카트)에 하나 넣었습니다. 너무 싸니까.. 가스를 보충하면 아예 라이터를 살 일이 앞으로는 없을 것도 같았습니다. 해외에서 돈 천원이라도 아끼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보충할 가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라이터는 쌌지만 보충하는 가스가 엄청나게 비쌌습니다. 가스에 라이터를 공짜로 준다해도 기존의 다른 라이터보다 돈이 더 들어갈 판입니다.
결국 라이터를 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라도 사지 않았겠지요 ?
라이터 자체의 이유라기 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사지 않은 것입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스때문에 별 가격차이도 없어지니 싸다고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주 오래쓰면 더 싸긴 하겠지만 당장 그런 합리적인 계산기는 두드려지지 않습니다. 싫증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쓰기엔 더 불편하고 비싸게 먹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일 가스를 누군가가 싸게 팔았다면 라이터를 샀을 것입니다. (나중에 보니 한인가게에서 한국산 가스를 싸게 판매하더군요. 아무튼)
여러분이 판매하는 상품도 수 많은 안 팔리는 이유, 또는 잘 팔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표면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물건이 가진 가치와, 그것이 싸다 비싸다를 느끼는 소비자들의 머리는 단순한 숫자만의 계산이 아닙니다. (아래 가격 2편에서의 내용처럼)
물건 그 자체의 가격과 그 자체의 값 어치를 제외하고도 생각하는 것이 많습니다.
최근에 연금복권이 인기라고 합니다.
잠깐 판매자의 입장이나 중립적인 입장이 되어 봅시다.
로또 복권처럼 당첨금이 일시불로 10억이 넘는 돈을 내 주는 것과, 비슷한 금액을 20년을 나눠 주는 것은 막대한 은행금리의 차이 이상이 있습니다. 게다가 10년 20년 후의 500만원은 지금의 돈 가치에 반토막이 날 것은 뻔합니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상금을 나눠 주더라도 20년간 나누어주는 것이 아마 세배가 넘는 이익이 됩니다. 물가와 금리가 안정적인 해외 복권도 일시불과 할부 지급의 금액은 거의 2배 차이가 납니다.
만일 여러분이 사업상 필요해서 지인에게 무이자로 돈을 10억 빌렸는데 지금 여윳돈이 충분하여 갚아야 한다고 칠때, 당장 10억을 일시불로 갚는 것과 매달 5백만원씩 20년간 무이자로 갚는 것과 어떤 것을 고르겠습니까. 아무리 돈이 주머니에 많아서 1억을 한번에 갚는 것이 무리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업가라면 무이자로 20년간 나누어 주는 것을 택합니다. 금전적으로 훨씬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상금을 내어줄 때도 그렇습니다. 20년간 나누어주는 것이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익입니다.
이런 복권을 연금복권이라 하지 않고... 그냥 승리복권 행운복권 식으로 이름을 정해서 나왔다고 칩시다.
당첨금 1등 12억 !! 단, 당첨금을 20년동안 나눠서 드립니다.
이렇게 광고가 되겠지요.
그에 반해 기존의 로또 복권은 당첨금 100억에 당첨자가 공동으로 있어도 보통 10억은 일시불로 받습니다.
아무도 사지 않았을 연금복권입니다.
그런데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연금" 이라는 것에 가치를 둔 영업방침 때문입니다. 연금, 노후 보장, 매달 500만원....
소비자들이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의 소유자라면, 아무리 그렇게 광고를 해도 계산기를 두드려볼 것이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감성적이고 판단보다는 순간의 충동에 이끌리는 것이 대부분의 소비자입니다. 소비라는 자체가 '사업' 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구매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소비는 재미있습니다. 다들 너무 하고 싶습니다. 돈 걱정이 되서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감성적인 소비자들에게의 접근법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 짧은 글에서 얼마나 이해가 되실 지모르지만,
여러분이 하는 "이벤트" , 매장이나 인터넷 등의 "문구" , 방문한 고객이나 게시판의 상담 고객에게 하는 "말 한마다" , 고객 CS ...
그 어떤 것도, 내가 똑같이 이익보고 똑같이 손해보면서 결과는 크게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말투 하나 상담 문구 하나 이벤트 문구 하나 소비자가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 얼마전 낚시를 하라고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연금복권에서의 낚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는 당첨확률이 로또보다 2.6배가 많다는 문구입니다. 사실은 당첨확률이 높다기 보다는 당첨금이 적어서 구매금이 싼 것 뿐입니다. 로또는 혼자 1등을 하면 8백만분의 1의 확률로 대부분 100억정도 일시불이 됩니다. 20년간 나눠지급을 거꾸로 계산하면 약 200억의 가치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첨금이 20배가 넘으니 20장의 로또 복권을 사면 확률은 40만분의 1로 높아집니다. 반대로 같은 번호를 20개를 사면 8백만분의 1의 확률이지만 당첨금 100억을 대부분 거의 독식하게 됩니다. 즉.. 연금복권이 더 확률이 높고 당첨금이 많은 식으로 유도되는 언론 기사나 홍보 문구들은 모두 낚시라는 것입니다. *
(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은 "낚시"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잘 걸립니다. 중국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그래서 국내기업들은 낚시에 능합니다. 하지만.. 좋은 것을 갖추지 않고 -또는 좋다고 영원히 포장되어 나쁜것이 발각되지 않고- 낚시만 해서는 안됩니다. )
이렇게 하나하나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바로 "사업" 입니다.
그냥 남들 하던대로, 내 성격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자영업" 일 뿐입니다.
자영업은, 내가 개선하기 보다는 남의 힘으로 사업하는 형태입니다. 주변 경기에 따라, 주변 상권에 따라, 선택한 아이템에 따라, 공급받는 본사의 영업방침에 따라 매출이 변화되는 사업이 바로 자영업입니다.
사업은 안되면 되게 하고, 잘되면 더 잘되게 하고, 운 보다는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운으로 성공하는 업체도 가끔 보입니다. 우연히 대표자가 자기 성격대로 행동하는 모든 것이 우연히 사업과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는것 같은데도 대박을 치게 됩니다.
그런 곳이 오래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성공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며, 사회 분위기나 소비자 성향이나 상권 등이 변화하면 맞지 않아서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박친 쇼핑몰이나 타 업체를 부러워 할 것이 없습니다. 5년이든 10년이든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대박을 치지 못하고 사업이 쉽지 않은 여러분.. 그냥 여러분이 만들어 가십시오.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워도 내가 직접 만들어 놓은 사업은 쉽게 망하지 않습니다.
운으로 갑자기 대박을 친 회사는 크면 클 수록 더 크게 망합니다. 심지어는 감옥도 가게 됩니다. 단기간으로 보고 부러워하지 마세요. 뉴스에 나는 것 이상으로 그런 회사는 많습니다.
-내가게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