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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이용해 짧은기간 먼 여행을 다녀왔다.
소위 399상품으로 불리는 39만9천원짜리 패키지여행으로 목적지는 일본 큐슈의 관광지인 우사, 벳부, 유호인, 아소, 태재부 일대였다.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간뒤 부산여객터미널에서 부산-시모노세키간 왕복페리호를 이용했다.
평소 여행사가 홍보하는 299상품, 399상품에 대해 늘 궁금했다. 이렇게 저렴한 상품으로 여행을 가면 손님이 과연 제대로 대접을 받을수 있을지 여부가 의심스러웠다.
7년전 일본출장을 갔을때 한국인 가이드에게 이들 상품에 대해 물은적있다. 의외로 가이드는 '괜찮은 상품'이라며 추천했다.
이때문에 늘 기회되면 가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마침 모임에서 단체로 해외여행을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일본행 399상품을 낙점했다.
주말을 이용해 짧은기간에 다녀올 수 있다는 잇점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여행사인 하나투어 기획상품이라는점도 참착됐다.
'싼게 비지떡'이 될지 아니면 예상밖으로 '인상적인 여행'이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오송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관페리호 모형도>
*훼리호에서 이틀밤.
일본 시모노세키로 갈때는 일본 여객선을, 돌아올 때는 우리나라 여객선(성희)이 운행됐다.
첫날밤 11명의 일행이 여장을 풀은 부관훼리호 2등석은 다인실이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때 묶었던 여관이나 군대시절 침상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넒은 방에 일행이 한꺼번에 잠자는 공간은 무척 생경했다. 남자만 간 우리팀은 한방을 배정받았으나 가족단위로 온 팀들은 다른 가족들과 섞여서 한방에서 자야한다. 남여 구분도 없다. 화장실도 공동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때문에 이런 시설에 익숙치않은 사람들은 잠을 이룰수 없을만큼 불편할지도 모른다.
선내 구조는 둘다 비숫하지만 운영방식을 다소 달랐다. 일본국적 훼리는 샤워실이 별도로 있으며 우리나라 훼리는 퍼블릭골프장 사우나시설 면적의 목욕탕이 따로 있어 씻는데는 불편이 없다.
또 일본 훼리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면세점도 없으며 11시만 되면 자동으로 소등한다. 이때문에 부산항에서 출발할때 저녁을 때우려면 따로 음식을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성희호는 시모노세키에서 출발전하기전 저녁식사와 부산항에 도착한뒤 아주 간단한 한식뷔페로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품목은 많지않지만 화장품과 담배, 양주를 파는 2평짜리 면세점과 치킨을 파는 점포도 있었다.
부산서 시모노세키간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중에는 3시간 30분에 주파하는 쾌속선도 있다. 그러나 부관페리호는 대략 8시간 정도 걸리는것 같았다. 운항하는 시간은 그보다 짧지만 세관공무원들의 출근시간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배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저녁 6시30분에 승선해 다음날 아침 하선하는 시간인 오전 8시까지 꼬박 13시간 이상 배에서 생활해야 한다.
처음 배에서 하루를 보낼때는 다소 힘들긴 했다. 그러나 돌아올때는 나름 시간이 잘간다. 미리 준비한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고스톱이나 포커를 하면서 일행들과 친목를 다질수 있다.
<페리호 다인실 전경>
*하룻밤 팜빌리지의 추억
하나투어의 상품명은 '부관훼리 특가 특급아소팜 온천 4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상품명이 다소 과장된 듯 하다.
실제 투어일정은 1박2일이고 뱃부온천을 가긴 하지만 온천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3박4일중 훼리에서 오가며 이틀 자는것을 제외하면 일본에서 자는것은 하루다.
이 상품의 일본 숙소는 구마모토현 아소산 중턱에 있는 '아소 팜 빌리지 호텔'이라는 일종의 리조트다.
하나투어가 이 호텔과 장기계약을 맺은듯 수백명의 한국인 관광객을 실은 버스들이 첫날 투어가 끝나자 이 호텔 주차장으로 몰려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온 일본인 관광객도 많이 눈에 띠었다.
이 호텔은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상당히 큰 리조트호텔이었다. 따로따로 지어진 수백개의 둠형 객실이 산재해있어 호텔 프론트건물내에 있는 식당과 사우나, 매장, 슈퍼마켓등 부대시설을 이용하려면 리조트내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
시설과 분위기는 만족스러웠다. 관광객들에게 아침저녁 대형 뷔페식당 이용권 2장과 사우나 이용권 2장을 지급했다. 대형 뷔페는 음식의 질도 괜찮은 편이었으며 노천탕도 있는 목욕탕은 우리나라 대도시 사우나가 연상될 만큼 분위기가 비슷했다. 2인용 돔형 객실도 따뜻하고 쾌적했으며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졌다. 리조트 내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울'이라는 식당이 있으나 음식과 술값은 비쌌다.
<아소팜 빌리지 전경>
<유후인 거리의 민속품가게 앞에 펼쳐놓은 전통우산>
*저렴한 관광지 스케줄.
이번 399상품의 가이드는 부산여객터미널에서 합류했다. 35세 전후로 보이는 여성가이드는 일본유학파로 15년째 일본과 인연을 맺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살짝 일본사람 같은 느낌이 났으며 친절한 편이었다. 이 가이드가 인솔하는 팀은 우리팀을 포함해 세팀 30명이었다.
우리팀이 탄 버스는 도착 첫날 우사신궁에 이어 뱃부로 이동해 가마도 지옥및 유황재배지인 유노하나관광 그리고 유후인으로 이동해 긴리콘 호수와 유후인 거리를 관광했다.
이틀날은 세계 최대의 칼데라 라는 아소 활화산을 보기로 했으나 바람이 분다는 이유로 취소되고 아소활화산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으며 이어 태재부로 이동해 천만궁관광에 나섰다.
이중 유료 관광지는 아소활화산 박물관으로 1인당 입장료가 우리돈으로 7천원 안팎이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더니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한다고 하는데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시설도 작고 전시물과 콘덴츠도 무척 빈약했다.
일행들은 모두 일본 대표적인 온천관광지인 뱃부에서 온천욕을 하는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곳은 유황재배지에 잠깐 들렸다가 그냥 차를 타고 구경하는 것으로 스케줄이 돼있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유후인 거리는 일본 전통 민속품과 공예품, 음식들을 파는 하나같이 독특한 느낌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점포가 밀집돼 외국 관광객뿐만 아아니 일본인들도 많이 찾았다. 또 일본의 대학입시철을 맞아 일본 학문의 신을 모셨다는 전통사찰 태재부 천만궁에도 수많은 일본인들이 몰려 합격을 기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곳 모두 입장료는 없었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중간에 신세대 가이드는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일본의 역사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으나 너무 장황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때론 듣기가 거북했다.
차라리 오랜 일본생활에서 느낀 일본인의 생활습관과 가치관, 대중문화, 지역적 특색, 한국과 일본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는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악한 쇼핑센터 방문.
<구마모토현 뱃부부근 우사신궁의 서대문> *조악한 쇼핑센터 방문 관광지에서 식사한 두차례의 점심의 질은 399상품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우사신궁앞 일본 식품가게겸 식당에서 먹은 일본식 백반은 질도 별로 였지만 양이 너무 적어 간신히 허기를 달랠 정도였다. 둘째날 한국식당에서 먹은 점심은 달랑 우동한그릇에 밥 한공기 그리고 김치가 나왔다. 일행들은 가이드의 얼굴을 보고 할 수없이 물건을 구입하긴 했지만 아직도 관광객을 상대로 구태가 되풀이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하나투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하면 실망스러웠다. <시모노세키에 있는 천만궁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입합격을 기원하는 떡을 사고 있다>
가장 불편했던것은 관광객들을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조악한 공산품이 진열된 면세점으로 데려간것이었다. 하나투어의 수익정책인지 하나투어와 제휴한 현지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마케팅전략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여행의 트랜드는 변했는데 면세점이라는 이름을 붙인 소형쇼핑센터를 일정에 넣는것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었다.
출처도 애매한 건강식품중에는 70만원이상 하는것도 있었다. 잡화상이나 다름없는 매장에는 재일교포 종업원들이 구매를 권유했다. 한눈에 봐도 진열된 물건들은 품질이 떨어지는것 같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훼리는 5개 노선에 14척에 달한다. 하지만 엔고와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태의 여파로 국내 여행객의 일본여행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일 노선을 이용한 여행객은 94만9천명으로 전년대비 22.6%가 줄었다. 반면 한중노선은 170만8천명에 달하며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부관훼리호에도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299, 399상품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것 같았다.
가이드에게 "이런 저렴한 상품이 여행사에게 이익이 되느냐"고 묻자 수익에 큰 도움은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부관훼리를 운영하는 업체와 관광객이 묵는 리조트의 지원으로 적자는 안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풀이하면 299, 399상품은 박리다매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리 부관훼리및 호텔측과 싼값에 장기계약을 맺어놓기 때문에 큰 수익은 안나도 매출을 올릴수 있는 상품인듯 했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는 무난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고객만족도를 높히려면 개선점이 필요한것 같다. 첫째 선택과 집중하는것이 어떨까. 1박2일간 너무 먼곳을 다닌다. 가뜩이나 배타고 오느냐고 피곤한데 버스까지 오래타니 힘들다. 고객입장에선 주마등산격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특정지역을 집중해서 관광하는 것이 일본의 전통문화를 보고 체험하는데 더 도움이 될것 같다.
둘째 관광지에서 먹는 두끼의 식사를 가급적 일본의 대중음식으로 하는것도 괜찮을듯 하다. 어차피 비싼 음식을 먹지는 못할바에는 라면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나 일본 시장통의 서민음식점에서 먹으면 어떨까. 기껏 1박2일 여행하는데 한국음식점의 얼치기 우동먹는것은 좀 모양이 빠진다.
세째 일본을 떠나기전 가이드와 운전사팁을 별도로 걷지말고 아예 여행경비에 포함시키는것이 바람직하다. 걷는사람이나 내는사람 모두 불편해 보여서 하는말이다. 399상품을 420상품으로 한다고 고객이 줄지는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