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은 공의회 가르침 실천 노력의 연장선
폐막 50주년 기념일 맞춰
성문 열고 정신 되새겨
자비 실현하는 봉사와
열정적 신앙 증언 당부
“교회 전망 제시한 「복음의 기쁨」
자비의 희년 본질 나타나”
‘자비의 희년’ 시작은 2015년 12월 8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날을 희년의 개막일로 삼은 것은 이날이 “교회의 근대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에 대해 희년을 선포하는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하느님의 자비를 집중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희년을 여는 상징적인 몸짓으로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바로 이날 성문을 연다. 이 성문은 ‘자비의 문’으로서 “그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며 희망을 불어 넣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3항)이다.
칙서에서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자비의 얼굴이며, 우리는 모두 자비의 신비를 살아가야 하기에 희년을 선포한다고 전제한 뒤, 희년을 여는 12월 8일에 폐막 50주년을 맞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자비의 희년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설명한다.
칙서 제4항에서 교황은 여러 공의회 문헌들과 개막미사 및 마지막 전체 회의에서 전임 교황들의 연설을 두루 인용하면서, 공의회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사목적 회의였으며, 성문의 개막으로 열리는 희년이 곧 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을 구현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칙서는 분명하게 “교회는 이 공의회를 생생하게 기억하여야 한다”며 공의회를 통해서 “교회는 역사 안에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확인한다.
“참으로 성령 강림 때처럼 공의회 교부들은 하느님에 대하여 동시대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야 할 필요성을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를 안온한 도성처럼 감싸주던 성벽은 무너져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복음화의 새로운 길이 열린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임무는 열정과 확신으로 신앙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에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생생하게 보여 주어야 할 책임을 각성하였습니다.”(「자비의 얼굴」 4항)
공의회, 자비를 드러내는 교회 모습
칙서는 요한 23세 교황이 공의회를 시작하면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한 말씀을 인용한다.
“이제 그리스도의 신부는 엄격함이 아닌 자비의 영약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 가톨릭교회는 공의회를 통하여 신앙 진리의 횃불을 높이 들고, 사랑이 넘치는 모든 이의 어머니, 인자하고 인내하는 어머니, 갈라져 사는 자녀들에게 다정하고 자비로운 어머니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합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연설 중, 1962년 10월 11일, 「자비의 얼굴」 4항)
공의회 최종 전체회의 때 바오로 6세 교황이 한 연설이 이어진다. “우리 공의회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이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 착한 사마리아인의 옛 이야기가 우리 공의회의 정신을 이끌어 준 모범이자 규범이었습니다. … 공의회의 풍요로운 가르침은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 온갖 나약함을 지닌 인간, 갖가지 요구를 지닌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의회가 앞서 선포하고 가르쳤던 바로 이러한 자비와 사랑의 정신을 염두에 두고 특별희년의 성문을 열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령께서 “하느님의 백성을 일으켜 세우시고 이끌어 주시어 그들이 자비의 얼굴을 바라보도록”(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 16항: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15항) 도와주시기를 간절하게 청하고 있다.
공의회, 쇄신의 촉구이자 ‘새 복음화’의 시작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이 ‘교회에 주어진 성령의 위대한 선물’(요한 바오로 2세 교서 「제삼천년기」, 36항)로서, 이 가르침을 바탕으로 온 교회가 내적 쇄신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교회가 새로운 시대에 이뤄야 할 ‘새 복음화’의 과업이 바로 이 공의회로부터 말미암았다고 이르면서, 공의회 이후 반포된 수많은 교황 문헌들, 그리고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를 포함해 대륙별, 지역별, 국가별, 교구별로 개최된 시노드들은 바로 이 새 복음화의 과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들이라고 말했다.
심상태 몬시뇰(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은 지난 11월 5일 열린 ‘자비의 특별 희년 기념 세미나’에서 “자비의 해 선포에서 드러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적 지향을 폐막 50주년을 맞게 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계승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기울이는 쇄신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그런 의미에서 공의회는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비의 해 선포를 계기로 “교황님을 따라 오늘날의 세계가 정치, 경제, 생태 차원에서 심각한 위기를 드러내는 가운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동시대 가난한 이들에게 자비를 실천하는 삶으로써 ‘새 복음화’ 작업 수행에 적극 동참하게 되기를” 기원했다.
「복음의 기쁨」, 자비의 희년 본질을 드러낸 미래 교회 청사진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는 지난 5월 5일 자비의 희년 선포 기자회견에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기간에 실행될 계획에 관한 문서로서 “자비의 희년의 본질을 뜻 깊게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비의 희년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이에 앞서 「복음의 기쁨」과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오늘날 세상과 교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살피고 이에 대한 복음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특별히 「복음의 기쁨」은 ‘오늘날의 세상에서 복음 선포’를 주제로 ‘새 복음화’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대교회가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이 문헌은 특히 ‘선교적 교회의 꿈’을 제시하며 변화를 향한 쇄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평화의 증진을 특징으로 하는 변화된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 쇄신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