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생회 선거의 계절‥‘자치활동’ 나래를 펴자
학교 임원 선거는 미래 유권자인 아이들에게 민주시미능로서의 소양을 쌓고 주인의식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며,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가치있는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 관심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교육의 장' 활용하려면
지난해 학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진 초등학교 6학년 오수민(12·경기도 고양시)양. 그는 이번에 전교 어린이 회장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친구들에게 얼굴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맛있는 급식이나 부지런한 일꾼같은 ‘순진한’ 공약이 문제였습니다.” 수민이는 지난해 실패를 거울삼아 ‘작전’을 짠다면 이번 재도전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학교마다 새로 학생회를 구성하기 위해 바쁘다. 교실마다 들뜬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한다. 반장 뽑으랴 회장 뽑으랴 유권자와 출마자인 아이들은 바쁘다. 요즘은 교사들이 주도했던 예전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직접 선거과정에 참여해 자발적으로 꾸려간다. 각 반별 대표들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은 투표 참관인을 맡는가 하면, 교사들과 함께 개표 분류작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기표소나 투표함 등 선거에 필요한 장비는 소재지별 선거관리위원회(문의 1588-3939)의 도움을 받는다. 전교조 김홍기 초등위원장은 “선거를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배우고 자치활동을 통해 자율적인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는다”며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반장, 회장 등 임원선거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 선거라고 투명한 것만은 아니다. 당선을 위해서는 실현성 없는 인기성 공약을 쏟아내기도 한다. 가령 숙제나 시험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거나 매달 게임대회를 열거나 과자 파티를 열겠다는 공약이 그것이다. 또 컴퓨터실이나 체육관 방과후 개방 등 학교 운영방침과 다르거나 예산이 필요해 실천이 어려운 공약도 나온다. 서울 신길초등학교 허승환 교사는 “원고에 대한 검열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강제성을 띨 수 없어 사전 규제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인기성 공약을 한 아이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다고 그런 공약이 실천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과욕도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데 걸림돌이 된다. “입후보한 한 아이가 500원짜리 큰 사탕을 들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나눠줘 아이들 모두 사탕을 물고 다니는 거예요. 더욱이 사탕 겉봉에는 자신의 출마기호가 찍혀 있었습니다. 이런 홍보전략이 아이 생각에서 나왔다고 누가 믿겠습니까.” 허 교사는 아이들에게 ‘먹고 찍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몸사리는 부모들도 많다. 아이가 당선이 되면 학교에 기부도 해야 하고 일을 맡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작용해 입후보한 아이들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말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후보마감이 코앞인데도 지난해와 달리 입후보자가 거의 없어 후보마감을 연장하기도 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www.indischool.com)을 운영하는 박병건 교사는 “학부모들이 과거의 안좋은 폐단들을 떠올리거나 기부금 유도 등 일부 학교에 남아 있는 잘못된 관행의 영향이 큰 것 같다”며 “학교가 가정통신문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학부모들의 오해를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일선 교사들은 선거과정 못지 않게 선거 이후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꽃’이 피려면 임원들이 학급자치 또는 학생자치가 잘 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 오마초등학교는 학기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교장과 전교 어린이회 임원, 학급 반장들이 모여 간담회를 연다. 아이들이 제출한 의견 가운데 필요한 것은 바로 실행에 들어간다. 가령 최근 학교 건물 입구에 우천막 공사를 한 것도 아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루어졌다. 또 ‘열린 교장실’을 강조해 전교생들이 홈페이지를 통하거나 개인적으로 교장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임원들의 리더십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수련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소극적인 활동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어린이 임원들의 주요 업무라고 해봐야 매주 1회 전교 어린이회를 열어 실천사항과 생활목표를 정하고 점검 차원의 반성조회를 하는 일이다. 졸업식이나 운동회 등 학교 주요행사 때도 참여를 하지만 스스로 하기보다는 주어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김홍기 초등위원장은 “학급·전교 어린이회의 건의나 의결사항이 학교운영위원회나 교무회의를 통해 수렴되는 구조가 안돼 제대로 된 자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올바른 자치활동을 위해서는 교장이나 교사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어른들의 이해와 협조, 제도적 장치 없이는 회장, 반장 등 학생 자치선거의 교육적 가치는 그만큼 설자리가 비좁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전교 어린이회 임원회의에 학교장, 지도교사, 학교운영위원 등이 함께 참석해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대안을 찾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홍기 초등위원장의 제안이다.
문상호 기자 / 한겨레신문 200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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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칼럼/학교선거
유행·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올바른 한표’행사 교육 필요
선거를 자치적으로 치루는 일은 아이들한테 소중한 경험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분위기에 잘 휩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홀히 해선 안될 점이 있다. 바로 미래 유권자들인 아이들에게 올바른 투표행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일이다.
서울 강북의 한 중학교 최 아무개 교사는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적이 있다. “2년전 일이었습니다. 교사에게 딴지를 잘 걸고 잘 노는 친구가 반 회장에 뽑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회장이 폭행사건에 연루돼 중도 탈락한 것입니다. 흔치 않은 일이라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그 뒤 최 교사는 선거를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한 표의 소중한 행사와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한다.
신길초등학교 허승환 교사도 선거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자질이 부족한데도 불과 몇 표 차이로 뽑히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뽑혀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아이들도 압니다. 하지만 막상 투표를 할 때는 자기와 친하거나 인기전략에 편승해 투표를 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 회장은 담임의 보조역할을, 전교 회장과 임원들은 아이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데 대충 뽑아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허 교사는 특히 대가를 바라는 투표행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선거에 뽑힌 아이가, 친구들이 한턱 내라고 한다며 햄버거나 콜라를 주문해 돌리려는 것을 막은 적도 있다. 그는 어른들의 그릇된 선거풍토에 아이들이 오염되면 커서도 마찬가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선거가 끝나 뒤에도 교육을 한다.
인디스쿨을 운영하는 박병건 교사는 임원과 일반 아이들 간의 관계를 강조한다. 반장, 부반장, 아이들 사이는 명령을 주고 받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라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투표를 할 때에는 봉사자 입장에서 묵묵히 일을 해나갈 친구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