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16)은 전교2등 밖으로 밀려난 적이 거의 없는 최상위권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가 바가 내리면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가 경비원에게 끌려 내려온 적도 있고, 학교 옥상에 오르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무렵부터 시작된 증상이었다. A양은 "떨어져 죽고 싶어서..."라고 친한 친구에게 털어 놓았다.
친구를 통해 상황을 접한 담임교사는 Wee센터(학생안전시스탬)에 심리검사를 의뢰했다. 뇌파검사 결과 A양의 충동조절능력 수치는 82였다. 80이상이면 자살 위험군에 해당한다. 원인은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 Wee센터에 오기 전까지 딸의 상태를 전혀 몰랐던 A양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Wee센터는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면담했다. 어머니는 학력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A양은 전업주부인 어머니의 지나친 헌신이 적지않은 압박이었다. 타인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는 성격 탓도 있었다. 상담교사는 "심성이 고운 아이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 주고픈 마음이 강해 스스로 끊임없이 채찍질 했다"고 진단했다.
◆청소년 자살의 첫째 요인-학업 스트레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청소년 자살의 원인중 첫째로 꼽는다. 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가족관계, 학업.진로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조인희 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 소아청소년위원장)는 "연구 방법에 따라 3가지의 순위가 업치락 뒤치락 하는데 성적, 넓게는 진로 관계가 나머지 두요인(가정.또래 관계)보다 다소 높게 나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 10.1%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충동을 경험했다. 자살충동을 일으킨 요인으로 53.4%가 성적.진학 문제라고 응답했다. 가정불화12.6%,외로움과 고독 11.2%,경제적 어려움 10.5% 등을 압도하는 수치다.
◆스트레스의 악순환◆
강원도에 사는 B군(15)은 극심한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B군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물체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호소했다.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검사까지 받았지만 정상이었다. 신경정신과를 찾았고 우울증 진단이 나왔다. 특목고 준비로 하루 13-14시간 공부 하면서부터 유발된 증상이었다. 방학 때도 오전 7시30분이면 일어나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 잠들었다.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는 B군의 특목고 입학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B군은 현재 항우울제 치료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가 과도한 경우 신체.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초래한다. 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황원준 강원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만성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그러면 두통, 근육통, 위장장애, 면역기능 약화, 전신쇠약감, 수면장애 등이 유발된다. 특히 뇌에는 기억의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부위의 신경조직이 위축돼 기억력이 감퇴된다. "과도한 스트레스→신체.뇌기능 저하→학습능력 감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글'같은 교실에서 인성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입시 시스탬과 학벌 위주의 사회풍토를 개선하지 않고는 뽀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예술 활동 시간을 늘리고 인성교육을 강화 한다고 해도 대증요법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상담 전문가들은 특히 부모에 대한 설득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좋은 학벌을 가진 부모는 그렇지 않든 사회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한 학벌사회의 현실 때문에 자녀가 겪는 고통 쯤은 통과의례로 여기기 일쑤다. 자녀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해진 뒤 대처 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인희 교수는 "자녀를 몰아 붙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대처가 늦을수록 호전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아이의 건강과 학업 모두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참고-학생.학보모.교사가 응답한 인성형성에 부정적 요소 : 성적위주학교교육29.4%, 부모의 잘못된교육관20.8%, 폭력적또래문화19.1%, 유해매체11.7%, 경쟁적사회풍토10.5%, 잘못된어른들의모습8.5%)
***2012년10월29일국민일보에서 발취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