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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발전소 회원 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1 『SOS! 생명스토리12』의 저자 / 옥근아 회원
아픈 손가락으로 쏟아진 작가의 모성
충청북도에 와서 첫 시집을 낸 사람. 동화집도 낸 사람. 그리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에세이와 서간집을 연이어 낸 사람. 이번엔 더 아픈 손가락 하나를 위해 십여 년 만에 청소년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서를 출간한 만수초등학교 특수교사. 인터뷰를 나서기 전에 인터넷망으로 선생님을 검색했다. 필명 옥순원. 그러자 십년 전의 출간 흔적들이 보였다. 한겨레, 조선, 연합뉴스 등 인터뷰 기사들도 떠올랐다. 『사랑이라는 청진기 하나로』라는 에세이를 검색하니 전국의 많은 독자들이 올린 추천 글도 보였다. 십 년 만에 낸 책이라고, 교육발전소 일꾼들에게 새 책을 보내주신 이 분을 회원 인터뷰의 첫 손님으로 찾아 나선 길이다. 아이처럼 맑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눈동자가 아주 인상적인 분이었다. 선생님은 거제도가 고향이지만 성장기를 육지에서 홀로 보내면서 일찍 ‘고독함’과 친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충청도 교사가 되어 글을 쓰며 살게 되었을까? 나의 궁금증에 비해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비 때문이란다. 고통을 겪으면 누구나 자기 해체를 방어하려는 힘이 안에서 나온다고. 그 힘이 바로 선생님에게 문학이었나 보다.
“문학이 나를 위기에서 지켜내었고 끌어올렸어요.” 문외한에게는 알쏭달쏭한 답변이었다. 송신자와 수신자의 엇박자 때문에 선생님은 더 이상 고난이도의 메시지를 이어가지 않았다. 이럴 때는 얼른 화제를 바꾸어야겠지? 나는 선생님이 특수교사가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선생님은 또 한 번 고비를 들먹이신다. 이십여 년 전, 충주의 작은 학교에 부임한 것도 인생의 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고비’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그곳에서 처음 동수를 만났지요. 특수교육 초창기라 장애아동이 멸시받던 시절이었지요.” 충청도 산골에서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가족사를 소재로 한『새들이 지키는 마을』을 출간하면서 선생님의 눈길은 ‘아픈 손가락’인 장애아 교육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인생 파도타기를 다양한 장르의 문학으로 넘어선 사람 “고비를 넘다 보면 새로운 길이 또 열려.”
몇 년 후, 다시 특수교사로 전직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특수교육 현장이 담긴 『사랑이라는 청진기 하나로』가 한국문예진흥원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어 전국도서관에 배포된 것은 특수교사로서 나름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고 회고한다. 이후로도 또 한 권, 복지사각지대 장애인의 삶을 조명한 서간집 『상처 안에 씨앗이 있다』를 냈다. 묘하게도 선생님의 ‘글쟁이’ 기질은 ‘더 아픈 손가락’을 편들 때 더 강하게 발화했던 모양이다.
선생님의 신간 『SOS 생명스토리 12』로 화제의 방향을 돌렸다. 이 책은 선생님이 교육현장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지독하게 아픈 손가락’인 자살 청소년들의 아픔을 다룬 책이다. 1부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끝내 비극을 선택하고 마는 청소년의 심리 상황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글이었다. 1부 <아가 아가 울지 마라>에는 선생님의 생명을 위한 더운 눈물이 배여 있었다. “생명은 자유를 원하는데 억압을 계속하니 청소년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거예요.”
선생님도 자녀교육 중에 많은 시행착오를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청소년을 예속된 자, 미성숙자로 보는 고정관념을 기성세대가 버려야 소통에 진정성이 생긴다고 단언한다. 자살 책임이 부모세대의 권위주의, 가치 변질의 주모자인 기성세대에 있다는 진단이다. “부모는 낡은 양육방법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제는 내리사랑도 생명존중이라는 매뉴얼을 따라야 해요.”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책 <2부>와 <3부>에는 이런 부제가 달려있었다. ‘대한민국 부모는 모두 수행자다.’ ‘제자와 삶을 나누다, 선생님은 인생 수업 코치’ 자녀교육은 수행자처럼, 학생 교육은 인생 코치처럼 키를 낮추어 다가가야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교사의 교육방법 돌아보기, 부모의 양육태도 돌아보기 tip을 선생님은 여덟 가지씩 이 책에 제시하고 성찰과 반전의 열쇠로 쓰기를 권한다.
‘지시’를 버리고 ‘청유’를 택해야 신세대와 통한다?
선생님은 청소년이 가장 지겨워할 말로 ‘부모님, 선생님 말씀 잘 듣기’를 꼽는다. 시킴과 억누름 일색의 교육, 기성세대들이 탁상공론으로 교육 방향을 좌지우지해온 탓에 꿈까지 놓아버리게 된 청소년들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지시어’를 버려야 한다고. 우리나라는 이제 OECD국가 중 자살률 1순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자살률 2위 국가가 되었다. 이제 선생님의 마음은 청소년에게만 매달리지 못할 것 같다. 자살이 전 국민, 각 계층을 막론하고 바이러스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이 모두 자본주의 경쟁구도가 쉴 새 없이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지요. 어른들 잘못이 큽니다. 곧게 자라야 할 청소년들이 기형 물고기 꼴이 되어버렸어요.” 문제는 탐욕이었다. 의식주가 충분히 갖추어져도 돈과 권력과 명예와 쾌락으로 치닫는 욕망의 질주들. 이런 사회 속에서 어떻게 우리는 자녀를 온당하게 키우고 지켜낼 수 있을까?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었다.
충북교육감의 보약교육론 기대가 돼 작가 음성을 담은 책 영상물, 생명과 자살예방교육 활동에 쓰이기를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포괄적인 생명교육 범주가 되겠지요. 내가 누구인지, 생명과 관계에 대한 따뜻한 인식부터 행복 설계도까지 독자적으로 그릴 수 있게 안내해야 합니다. 표피적인 성교육, 진로교육보다 더 급선무가 이것입니다.” 정서행동특성검사로 가려낸 관심군 학생만 다그치지 말고 청소년 모두가 삶의 의문점, 근원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도록 학교가 ‘내면 돌아보기’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교육감이 제시한 보약교육론이 따뜻한 품성에 필요한 처방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교육발전소가 먼저 청소년 인문학교실을 시작한 것은 시기적절한 모델이 될 것 같았다.
선생님은 이번 책 발간을 기회로 청소년과 기성세대 간의 소통 중재 역할을 자청했다. 학급에서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에 앞서 청소년 마음 열기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방문자가 직접 유튜브 검색창에 ‘옥근아’ 라고 치니 어른들과 갈등하는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선생님의 낭랑한 육성이 음악과 잘 조화된 영상이 떴다. 생명교육을 위해 만든 흔치 않은 재능기부 영상물이라 더욱 특별했다.
모처럼 청소년 교육 현실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나눠 본 시간. 생기가 살아나는 만남이었다. 마무리로 옥근아 선생님께 향후 진로에 대해 여쭈어보았다. “미성숙한 죽음인 자살 문제에 교사와 작가로서 역할을 다하고 나면 진지하게 건강한 죽음에 대해 공부할 겁니다. 죽음은 이제 나의 마지막 진로이거든요!” 무거운 낱말을 살짝 미소로 장식하시는 표정에서 선생님의 다음 진로가 퍽 아름답게 진행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이런 회원이 함께 있는 한, 충북교육발전소의 생명스토리 또한 창창할 것이다. 부모와 교사가 무심한 사이, 문득 한 청소년이 또 벼랑 끝에 설까 봐 노란불을 켜주는『SOS! 생명스토리12』. 세상 모든 가정과 교실을 위기로부터 지켜보려고 모성을 쏟아 완성한 책. 선생님의 필력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점점 늘고 생명존중 운동도 전국에 퍼져 우리청소년들이 잃었던 생기를 회복하는 날이 당겨졌으면 좋겠다.
- 인터뷰 일자: 9월 3일 - 인터뷰어: 장지현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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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희 어설픈 인터뷰 실력을 인터뷰이이시자 동화작가이신 옥근아 선생님께서 보완해 주셔서 이렇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첫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감수까지 해 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