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미항 麗水의 3월은 가히 환상적이다. 매화와 동백꽃이 만개하고 바다와 이어진 들녘은 갓과 마늘 밭이 파랗게 수놓여 봄빛으로 충만하다. 춘삼월 여수 나들이 길의 백미로 꼽히는 선암사는 백년 고목에 핀 그윽한 매화 향기가 선계를 이뤄 내고, 떨어진 동백을 피해 조심조심 발을 옮겨야 하는 오동도 동백 숲 역시 봄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꽃에 뒤질세라 여수어항에 내려지는 온갖 해산물들도 산란기를 맞아 살이 오를 대로 오른 제철 횟감들로 최상의 맛을 뽐낸다. 꽃향기에 취하며 코가 맵싸한 돌산 갓김치에 싸먹는 고소한 회 맛은 어디에 비할 데가 없이 마냥 신비롭기만 하다. 사계절이 다 풍요롭다지만, 특히 3월의 여수는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여수는 지리적으로도 광양만과 여수만, 순천만 등 갯벌이 알맞게 덮인 기름진 灣(만)과 남해와 거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을 안고 있는 청정한 해역을 정남향으로 내다보고 앉은 천혜의 해양도시다. 하루 종일 햇볕에 부서지는 파란 바다가 절경을 이루는 포근한 항구의 풍광은 같은 남해안의 충무항과 더불어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남해안 여러 섬을 잇는 여객선과 유람선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경전선과 전라선을 잇는 철도와 버스·항공 편이 모두 갖춰진 남해안의 교통·통상의 중심권을 이뤄 내고 있다. 남해 먼 바다와 다도해 연안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과, 비옥한 들녘에서 나는 풍성한 농축산물은 질과 맛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뒤질 데가 없다. 鎭南館(진남관)을 비롯한 충무공의 유적지 등 둘러볼 곳들이 지척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갖출 것을 다 갖춘 고장이니 인심인들 모자랄 리가 있을까. ◆ 접근하는 길 항공, 철도, 버스, 배 등 전국 어디서나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승용차로는 남해고속도로 서순천IC와 순천IC를 거쳐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서울과 중부권에서는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전주~남원~구례를 거쳐 서순천IC로 접근하는 길도 고속도로나 다름없이 편하다. 대구와 경북 내륙에서도 88고속도로 남원IC에서 구례~순천으로 이어 주거나, 함양 교차지점에서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남해고속도로와 연결해 주면 어느 길이나 무난하다. 주말에 출발해서 순천이나 여수, 돌산에서 1박하면 더할 나위 없다. ◆ 볼거리 1) 선암사 梅花
선암사 매화는 전국 제일을 자랑할 만하다. 매화꽃의 진면모를 모자람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요채를 두른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드리 매화群(군)은 100년이 넘는 수령을 추정하는 고목들이고, 紅梅(홍매)와 白梅(백매)가 어우러지며 꽃구름처럼 만개한 모습이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진경이다. 미풍에도 파삭 바스러져 내릴 것만 같은 해묵은 가지에 살포시 무리지어 핀 선명한 꽃송이들이 내뿜는 해맑은 향취가 선계의 것을 연상케 한다. 해마다 3월 둘째 주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전국에서 사군자를 그리는 화객들과 꽃을 좋아하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2) 오동도 冬柏 섬 전체를 덮고 있는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은 한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하면 화사하게 모습을 드러내 유난히 반짝이는 파란 잎과 진홍빛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지만, 금년은 수십 년 만에 닥친 혹한으로 겨울 동백은 모조리 凍害(동해)를 입고 말았다. 그래서 2월 말께나 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봄 동백은 3월 중순부터 말까지(3~4주)에 절정을 이룰 것 같다. 어느 해나 이때쯤이면 나무에 핀 동백과 땅에 떨어진 동백이 반반이라고 할 정도로 지천이 동백으로 붉고 샛노란 빛깔이 짙푸른 잎을 무색케 할 정도로 섬을 뒤덮으며 처절한 절경을 이뤄 낸다. 3) 진남관 여수시 군자동 중앙로터리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조선시대 객사로 국보 제 324호다. 전면 길이가 무려 75m로 현존하는 단층 목조건물로 규모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삼도수군통제사령부와 전라좌수영의 본영이기도 했던 곳으로, 충무공의 유적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이듬해인 1599년 전라좌수사 이시언이 불타 버린 진해루 터에 개축했고, 1718년 수사 이재면이 중창해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진남관 뜰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여수항과 돌산대교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그려 낸다. 4) 돌산 향일암
신라 선덕여왕 13년(644)에 원효대사가 창선한 것으로 전해 온다. 해발 323m에 이르는 금오산 중턱에 자리잡은 절은 본래 靈龜庵(영귀암)이라 불렸다. 절을 안고 있는 산세가 마치 큰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고, 집채만 한 암벽들은 표면이 인간의 손으로 정교하게 새겨 넣은 것처럼 보이는 거북무늬를 하고 있어 신비롭다. 바위 틈새로 난 좁고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 절 마당에 서면 상쾌한 기운이 몸을 감싸며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고 망망대해가 펼쳐 내는 바다 경관이 절경이다. 새벽에 일찍 오르면 남해 일출광경이 절경이다. ◆ 먹을거리 1) 한일관-활어회 한정식
전라도 사람들도 남도 한정식을 이야기하면 여수와 순천을 가보라고 한다. 그중에도 한일관은 가짓수가 가장 많은 집으로 꼽힌다. 50가지가 오르는 초호화판 한정식의 진수성찬이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상차림이 두 번 이어지는데, 횟감과 해물·해조류가 35가지를 헤아리고, 된장국과 매운탕·구이·조림·갓김치와 3~4가지의 젓갈무침 등 10여 가지의 찬이 어우러진 식사상이 또 한 번 나온다. 가짓수가 다양한 것만 자랑이 아니다. 기름지고 맛이 깊은 횟감은 알맞게 숙성과정을 거쳐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을 내주고, 담백한 횟감은 활어로 수족관에 담아 놓고 싱싱하게 씹히는 맛이 나도록 즉석에서 회를 쳐 내오는 등 꼼꼼하게 챙겨 주는 주인의 정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신선한 횟감 하나에서부터 젓갈무침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이나 입맛 당기는 맛을 내준다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특히 3월에는 추자도 해안에서 4~5시간 만에 도착해 알맞게 자연숙성된 삼치살을 큼직큼직하게 썰어내 갓김치 잎에 싸먹는 맛은 형언키 어려운 경지고, 해조류인 매생이국의 깊은 맛도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한정식 2인상-4만5000원, 4~5인상-6만원, 5~6인상 7만원. 주소: 여수시 여서동 229-4 전화: 061-654-0091 2) 7공주집-붕장어탕과 장어내장수육
딸이 일곱이라 7공주집이라 이름 붙인 이색 별미집이다, 1970년대 중반에 재래시장 입구에서 포장마차로 시작했지만 맛이 워낙 신선하고 타고난 인심이 소문나 손님이 수없이 몰려 지금의 자리로 옮겨 앉았다고 한다. 작은 것부터 1~2kg씩 나가는 싱싱한 장어들을 수족관에 가득 담아놓고 크기에 따라 구이와 탕, 내장수육으로 내는데 어느 것이나 별미다. 살이 두툼한 장어를 즉석에서 토막내 고추장양념에 무치거나 소금구이로 굽고, 탕으로 알맞은 것은 큼직한 솥에 육개장처럼 뻘겋게 끓여 뚝배기에 1인분씩 떠낸다. 구이와 탕이 모두 푸짐하고 기름지면서도 뒷맛은 담백하고 든든한 포만감이 뛰어나다. 실제로 무척 진한 맛이지만 어린 아이들까지도 잘 먹는다. 특히 내장을 따로 모아 내는 내장탕과 내장수육은 소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더욱 일품이다. 장어탕(1인분) 7000원, 장어구이(1인분) 1만원, 내장수육(1접시) 1만3000원. 주소: 여수시 교동 595 전화:061-663-1580 3) 구백식당-서대회와 서대회밥
서대회무침 한 가지로 22년 내력을 쌓고 있다. 전화가 귀했던 시절 전화번호가 0900번으로 뽑혀 옥호를 구백식당이라고 했다는 집이다. 직접 숙성시켜 사용하는 막걸리 식초로 무쳐 낸다는 상큼하면서 매콤새콤하게 감치는 서대회와 따끈한 밥이 어우러지는 맛이 누구나 입맛을 되찾게 한다는 계절감 있는 별미다. 조리법과 상차림은 무척 단순하다. 싱싱한 서대를 잘게 채 썰고 배와 양파, 미나리, 오이, 무를 채쳐서 함께 얹어 즉석에서 빨갛게 무쳐 수북하게 담아 낸다. 그냥 회무침으로 먹어도 기막히고, 듬뿍 집어다 따끈한 밥에 얹어 썩썩 비벼 놓아도 톡 쏘듯 매콤하고 개운한 뒷맛이 밥 한두 그릇은 게 눈 감추듯 한다는 게 고객들의 이야기다. 소주나 막걸리를 곁들이면 순식간에 술병이 동이 날 정도로 술맛을 내준다. 서대회무침(1접시) 1만원, 서대회밥(1인분) 6000원. 주소: 여수시 중앙동 798 전화: 061-662-0900 4) 종점모텔식당-꽃게탕백반
돌산 섬 끝자락인 임포어항으로 들어가는 마을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2~3분 거리여서 숙박지로 알맞고, 창을 열어놓으면 방 안에서 남해 일출을 이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집이다. 주인 가족들이 손수 차려 내는 소박한 상차림에 정성이 담겨 있고, 야채류의 대부분을 직접 농사지어 사용하고 있어 찬 하나하나가 제 맛을 내주는 것이 자랑이다. 특히 여수항으로 들어오는 꽃게와 털게를 활어로 들여와 끓여 내는 게탕이 별미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게를 툭툭 토막 내 뚝배기에 안치고 된장과 들깨를 갈아 넣고 걸쭉하게 끓여 주는 탕 맛이 얼큰하면서 향긋한 게향과 구수한 된장 맛이 어우러져 국물만 떠먹어도 밥맛이 절로 난다. 코가 싸할 정도로 유난히 매콤하면서 뒷맛이 고소한 갓김치는 한번 맛을 본 고객들이 사들고 갈 정도로 소문나 따로 담가 놓고 택배로 보내 준다. 소박한 주인 가족들의 시골 인심이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이 무엇보다 좋다. 꽃게탕(3인분) 3만원, 4~5인분 4만원, 활어매운탕(2~3인분) 2만원. 주소: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임포어항) 전화:061-644-4737 5) 일품매우-한우구이
여수와 순천 지방은 한우고기도 맛이 뛰어나다. 지역이 청정하고 사료에 섞어 먹이는 粗飼料(조사료)가 넉넉한 탓이라지만, 소에 병해가 없고 육질이 뛰어나 전라도지역 내 소시장에서도 알아 준다. 一品梅牛(일품매우)는 한우 농가들과 특약을 맺고 광양과 순천지역에서 매실식품을 가공하고 남은 것들을 적절히 섞어 먹여 키운다는 것이다. 매실의 산이 소의 체질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쳐 잔병이 없을뿐더러, 지방의 분포가 고르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유난히 부드럽게 감치는 육질이 입 안에 녹는다고 할 정도로 독특한 맛을 내준다. 불고기로 이름난 광양은 물론 광주와 진주, 마산 등 먼 곳에서까지 단골 고객들이 예약하고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육회와 육사시미, 안심추리, 꽃등심, 안창살, 생갈비, 차돌박이 등 특수 부위와 일품숯불구이, 양념갈비 생등심, 모둠스페셜 등이 다양하게 갖춰 있고, 따라내는 찬도 매실식초로 양념하고, 매실로 담근 밑반찬들을 곁들여 낸다. 간편한 메뉴로 영양돌솥밥과 육회비빔밥, 영양갈비탕도 인기 있다. 일품숯불구이(1인분) 1만2000원, 갈비살구이(1인분) 1만8000원, 생갈비(1인분) 2만원, 육회비빔밥 6000원, 영양갈비탕 6000원. 주소: 순천시 연향동 1468 전화:061-724-5455 6) 장원식당-산채백반
1980년대 중반 선암사 단지 내에서 처음으로 식당 간판을 내걸었다. 이때까지도 선암사 바로 앞에는 민박을 겸한 음식집(산호산장/ 061-754-5234)이 한 곳 있을 뿐, 전문식당이 없었다. 내력만큼이나 상차림이 특색 있다. 칠순을 넘긴 주인 할머니가 직접 담가 관리하는 된장과 고추장, 각종 장아찌들을 바탕으로 두 자부가 주축이 되어 음식을 만들어 낸다. 큰며느리는 손맛이 뛰어나 음식을 만들고, 상냥한 성품의 작은며느리는 상차림과 손님 맞는 일을 돕는다. 비교적 정갈하고 깔끔한 상차림이 크게 시골티가 없고 가족처럼 친절한 분위기로 식사를 할 수 있어 먼 곳에서 온 도시사람들은 물론, 단체로 절을 찾는 신도들도 고향집 같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메뉴가 1인분 8000원인 산채백반이고, 산채비빔밥은 5000원. 가격 부담이 없고 선암사를 찾는 길에 식사 집으로 손꼽을 만하다. 기온이 평지보다 3~4℃는 낮다지만 따뜻한 날은 바깥 등나무 아래 평상이 더 운치 있다. 더덕구이(1접시) 1만5000원, 파전과 도토리묵(1접시) 5000원. 주소: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758 전화:061-754-6362 7) 돌산갓-갓김치
춘삼월 돌산 들녘은 온통 갓과 마늘 밭으로 파랗게 수놓아지고 곳곳에서 갓을 수확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돌산 갓에는 돌산이란 지명이 꼭 따라붙는다. 그만큼 맛과 품질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온화한 기후 탓으로 사계절 갓 재배가 가능하지만, 특히 이른 봄 찬바람에 얼며 녹으며 강하게 자란 노지 갓 맛은 확실하게 다르다. 코가 싸하도록 톡 쏘게 매우면서도 뒷맛이 고소한 게 유별나다. 부드럽고 파란 잎사귀 부분이 많아 쌈을 싸기에도 좋고, 줄기는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질감이 뛰어나 어느 모로 든 제격이다. 성분도 식물성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 A와 C 등이 고루 들어 있어 빈혈과 고른 영양섭취에도 좋고, 봄철 입맛을 살려 주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식품으로 알려져 예로부터 귀하게 취급되어 왔다. 개인이 담가 내는 것은 대략 1kg에 택배비를 포함해 1만원이고, 돌산갓영농조합 것을 주문하면 3kg에 택배비를 포함해 1만7000~2만원 선이다. 돌산갓영농조합 전화: 061-726-0397 종점모텔식당 061-644-4737 ◆ 교통편 1) 항공: 서울~여수간 1일 10편 운항. 여수대한항공 061-683-7502, 여수 아시아나 061-682-2626 2) 고속버스: 서울/1일16회(5시간/2만6200원), 부산/17회(3시간30분/1만6000원), 대전/6회, 광주/40회, 전주/15회 운행. 주말은 심야버스도 있다. 여수고속버스터미널 061-653-1877, 시외버스터미널 061-652-6877 3) 기차: 서울~여수 간 새마을 3편, 무궁화 11편 왕복 운행. 여수역 1544-7788 4) 숙박 1)순천-시티호텔 2인1실 4만5000원(할인 가격) / 순천시 남내동 22-24 전화:061-753-4000 지배인 한기용 2)여수-파크호텔 2인1실 4만원(할인 가격) / 여수시 관문동 전화: 061-663-2334 예약담당 박미숙 3)돌산-종점모텔식당 2인1실 2만5000원 /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임포어항) 전화: 061-644-4737 주인 주만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