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문광지에서
아주 오래도록 떠나있었다.
30여 년을 훌쩍 뛰어넘어 고집스럽게 날 서있던 10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사실 문광저수지는 처음 가본 곳이었다.
읍내를 벗어나 5km, 걸어서도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 그 많은 출사지를 다니면서도 정작, ‘이곳’을 남겨두었던 건 어떤 연유일까, 왜 나는 쉽게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했을까.
수많은 기억의 편린 속에서 사진은 뒷전이었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곳곳에 내가 있었다.
중학교 입학식 날 엄마손에 이끌려 들어간 사진관에서 어색한 단발머리를 하고 엄마랑 찍었던 사진이 3년 내내 행길 쪽으로 걸려있어서 지나다니는 내내 부끄러웠다.
부모님께로도 데려다 주고, 외지에다가도 떨어뜨려 주는 버스를 타곤 했던 터미널은 그 자리를 옮겨간 지 오래였다.
어느 분인가는 60대에 이르러 평생을 거쳐 살았던 옛 집들을 찾아나서신 적이 있었다는데 중3, 1년을 같이 살았던 친구와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지만 역말다리 앞 그 집은 그대로일지도 궁금했다.
물안개라도 피어 올랐으면,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해라도 고개를 내밀었으면 상념을 접고 사진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살랑거리는 바람에 빛을 받아 은빛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은행잎을 보고 싶었는데 은행나무는 무겁게 침묵한 채 잎을 떨어뜨리지도 못하면서 저수지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 한 점 없이도 그 시절처럼 흔들리는 건 마음뿐!
그때도 지금도 왜 여전히 타협하지 못하고 날을 세워야만 할까.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
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
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
사진마을 http://photovil.hani.co.kr/563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