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든 나라는 자신들의 화폐에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인물들의 초상을 넣거나 상징되는 인물 그림을 넣는 것이 상례이다. 우리 나라 역시 지폐 3종과 동전 4종 가운데 네 분의 인물 초상이 들어 있다. 만원권이 세종대왕, 5천원권이 율곡 선생, 천원권이 퇴계 선생, 그리고 백원권 동전에는 이순신 장군의 초상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 동전 세 가지 중 5백원권에는 두루미, 5십원권에는 벼이삭, 십원권에는 불탑이 새겨져 있다. 모두 나름대로 깊은 뜻이 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하나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인물의 초상이 들어 있지 않은 동전들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 백범 김구 선생의 초상을 넣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 국민이 존경하는 우리 화폐 속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조선조 때 인물이고 현대 인물은 한 분도 없는데, 이제는 우리도 우리 겨레의 현대사를 빛낸 인물들 가운데서 대표적인 인물을 한 분쯤 선정하여 남은 동전 속에 새겨 넣을 필요가 있다.
둘째, 백범은 그 호가 뜻하듯이, 백정 같은 사람까지 포함하여 아주 평범한 서민을 사랑하는 그 분의 평등사상이 그 안에 담겨 있다. 따라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백원 짜리나 십원짜리 동전에다가 그 분의 초상을 넣었으면 한다.
셋째, 다른 나라들도 고액권보다는 오히려 저액권에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그리고 대중적인 인물의 초상을 넣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저액권 지폐나 동전에는 중화민국을 구성하는 소수 민족들의 인물 그림과 평범한 계층의 인민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 반면, 고액권에는 마오쩌뚱 같은 현대 정치인들의 초상이 들어 있다.
넷째, 십원권 동전의 불국사 다보탑은 우리 겨레의 문화유산을 대표하고, 5십원권 동전의 벼이삭 그림은 먹거리의 중요성이 강조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고, 5백원권 동전의 두루미는 자연보호를 강조한 것이지만, 우리 나라만 있는 새도 아니고 딱히 우리 나라를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나는 5백원권 동전에다 두루미 그림 대신 백범의 초상을 넣을 것을 만천하에 제안하며, 통신을 통해 관계당국에 건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