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
배추흰나비는 흰나비과 흰나비속에 속하는 나비로서 집 근처나 도심지 또는 들과 산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흰 나비이다. 전 한반도와 부속섬에 폭 넓게 분포하며, 생활력이 강하여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생활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원래는 유라시아 대륙이 분포의 중심지였으나. 1860년 경에 북아메리카와 뉴질랜드까지 먹이 식물인 양배추 등 십자화과 식물에 알이나 애벌레 상태로 붙어서 전파, 오늘날에는 세계 도처에 분포하게 되었다.
이 나비는 십자화과 식물을 주로 먹고 사는데, 특히 양배추 밭에서는 암컷이 떼를 지어 알을 낳는다. 그래서 이 나비의 애벌레는 농부들한테 대단한 원망을 사는 해충으로서 악명이 높다. 옛날 북한 지방에서는 심지어 양배추 밭이 전멸하는 수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애벌레는 양배추뿐만 아니라 배추, 무우 등도 잘 먹는다.
이름 역시 배추에 큰 피해를 준다고 해서 배추흰나비(cabbage white)가 되었는데, 이 이름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는 똑같이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계속 볼 수 있다. 봄에 나오는 봄형과 여름에 나오는 여름형이 있으며, 일 년에 두 번 내지 세 번 발생한다.
봄형은 날개 뒷면에 흑색 가루가 많다.
수컷의 날개는 유백색인 데 반해 암컷의 날개는 노란 빛이 섞여 있다. 암컷은 수컷보다 흑색 무늬가 더욱 발달하였고, 또 앞날개 밑에는 흑색 가루가 대단히 많다.
알은 거의 길쭉한 병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알은 갓 태어난 직후에는 흰 색이지만 애벌레가 태어날 때쯤이면 주황색으로 변한다.
갓 태어난 애벌레는 노란 색이지만 허물을 벗는 탈피 과정을 거치면서 애벌레의 몸 색깔은 녹색으로 변하게 된다.
네 번 허물을 벗고 난 후 번데기로 탈바꿈하게 되는데, 번데기의 색깔은 녹색의 잎사귀나, 나뭇가지 또는 마른 가지 등 매달린 장소에 따라 다르다. 이와 같은 보호색으로 자신을 지키면서 약 15일이 지나면 성충인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2주일 정도 성충 나비로 살면서 짝짓기를 한 후 죽어 다른 곤충의 먹이가 된다.
배추흰나비의 천적으로는 새뿐만 아니라, 침처럼 날카로운 입으로 애벌레의 몸 속에서 체액을 빨아 먹는 나리무늬침노린재, 애벌레의 살을 물어 뜯어 새끼들의 먹이로 삼는 쌍살벌, 애벌레의 몸 속에 알을 낳는 기생벌(고치벌)이 있다. 이들 때문에 애벌레의 반수는 나비가 되기 전에 다른 곤충의 먹이로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배추흰나비는 한국에서 보이는 흰나비과를 대표하는 나비라고 할 수 있다. 옛 문헌에도 '백접'이란 이름으로 흰나비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이조실록] <광해군 일기>에 보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
"1617년 7월 20일 오후에 함경도 갑산에서 흰나비가 무리를 지어 긴 뱀과 같은 모양을 하고 남쪽으로 날아갔는데 사흘이나 하늘을 가렸고, 북청에서도 흰나비 무리가 이틀 동안 하늘을 덮고 남쪽 해변으로 날아갔다."
이 기록에 보이는 백접, 즉 흰나비가 배추흰나비라고 생각된다고 말하는 곤충학자도 있었고, 또 줄흰나비라고 생각된다고 한 학자들도 있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1546년 경의 일로 전우치라 사람이 물에 만 밥을 입에 물고 뿜어 내면 그것이 모두 흰나비로 변하여 날아갔다는 것이다.
흰나비와 관련된 속담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 흰나비를 좋지 않은 쪽으로 몰고 있다. 이를 테면 봄에 흰나비를 보면 불길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꽤 오래 전부터 전해 온 것 같다. 또 흰나비를 만지고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역시 앞의 속담과 마찬가지로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쩌면 옛날부터 알레르기 체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 퍼뜨린 헛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이 배추흰나비는 흰나비로 불리어 오면서 오랜 세월동안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왔다. 그러나 왠일인지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한 듯하며, 심지어 원망의 대상으로서 속담을 통해 지탄을 받기도 하였다. 아마 이런 데는 전통적인 농경 사회에서 흰나비, 특히 배추흰나비가 농작물에 큰 해를 주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상의 내용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비백가지'에서 옮긴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