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케 히로타다와의 만남
-오토다케 히로타다, 오체불만족 (서울: 창해, 1999) 을 읽고-
사람들과 만남은 언제나 나에게 하나의 배움을 선사한다. 오체불만족 을 쓴 오토다케 히로타다와의 만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체불만족을 통한 그와의 지적인 대화는 나로 하여금 장애라는 것에 대한 개념의 전환과 장애아 교육에 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했고, 일반적인 삶의 목표인 행복에 장애란 결코 사람들이 말하는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오토다케가 말하는 장애란 단순한 '신체적 특징'이다. 그가 강연을 하며 말하는 장애란 키가 작은 것, 피부가 검은 것,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을 포괄하는 하나의 특징에 불과한 것이다. 예전에 난 '내가 눈이 안좋아 안경 없이는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단순한 신체적 특징이나 상태로 생각한 바가 있었고, 이것은 백혈병이나 AIDS와 같은 불치병도 어떤 나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어진 '조건'이나 '상태'라는 생각에 미치게 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저 그대로 있는 현상 자체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에 침잠하여 벗어나지 못하는가? 정신병자, 장애자, 불구자, 천지, 바보, 미친 놈...등 우리 사람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저 있는 사채 자체에 가치의식을 부여하고, 모종의 '편견'에 사로잡여 타인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그에 대한 희망을 져버린다. 특히 장애자하면 불쌍한 사람이나 불행한 사람, 동정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장애란 오토다케가 말하는 것처럼 삶의 조건 중의 하나이고, 다른 삶의 조건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약간 더 불편하다는 것 뿐이다.
오체불만족은 장애아 교육에 하나의 성공적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에게 '바람직한 장애아 교육은 어떤 것인가?'에 대란 몇 가지 단상을 하게 하게 한다. 장애가가 그처럼 밝고 성공적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장애자 자신의 건강한 정신과 부모님과 친구,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토다케는 어려서부터 장애는 자신의 특장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을 일상인처럼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없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그가 보여준 삶에 대한 적극성과 노력은 사지가 멀쩡한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로 대단했다.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낙천적인 도전정신...그의 밝고 건강한 정신은 주변 사람들의 노력으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를 모든 일에 도움이 필요한 무능력한 장애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보통 학생으로 대했던 다카기 선생님, 그가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것을 시키지 않고 그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 자신감을 일깨워준 오카 선생님,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따돌림보다는 '오토의 룰'까지 만들어 가며 곁에서 그를 도와준 친구들, 차별과 배제의 시선보다는 포용의 시선을 가지고 입학허가를 해준 요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들이 그와 함께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장애아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주변 사람들 특히 친구, 교사, 학교 교원들의 장애아에 대한 태도임을 알 수 있다. "불쌍하다." "보기싫다", "신기하다',"놀려야지","~할 수 없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약간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느리지만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글 전체를 통해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
오토다케는 위와 같은 헬렌 켈러의 말로 그의 글을 갈무리한다. 글 전편에 흐르고 있는 '마음의 장벽 없애기'의 정신은 바로 위의 말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신체적으로 건강하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금 불편한 일이 있거나 힘이 들면 그 일을 쉽게 포기해 버리거나 체념을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처장을 내리는 사람들도 간혹 볼 수 있다.
여기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고, 성장하면서 10센티미터남짓 자란 팔다리르 가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이러한 장애를 그저 '신체적 특징'이라고 말하며 매일 활짝 웃으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그 사람 앞에 과연 부끄럽지 않을 이가 얼마나 있을까?
-2005년 5월 22일
새벽2시-3시에 걸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