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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천(山川)
[칠만암(七萬巖)]
○ 신면재(申冕璍)
自古云云七萬岩 옛부터 칠만암(七萬岩)이라 말을 하는데,
天然回首向東南 하늘이 빚어 준대로 머리 돌려 동남쪽 향했다.
難摸厥像形非一 그 모습 갖가지라 그리기 어려운데,
肇錫嘉名字刻三 아름다운 이름 내려 세 글자 새겼다.
詩士携樽塵累小 선비들 술동이 안고와 시 지으니 속세에 매인 일 적고,
野人避暑午眠甘 촌사람들 더위 피하니 낮잠 달다.
澄潭飛瀑仍添景 맑은 담 날리는 폭포 아름다움 더하는데,
閱覽風霜幾個男 온갖 풍상 훑어본 남자 몇 사람 일까.
2. 고적(古蹟)
[용담역(龍潭驛)]
○ 안축(安軸)
寄宿茅茨下 띠풀집에 몸 부쳐 머무니,
霜濃冽氣嚴 서리 짙어 찬 기운 매섭다.
困來伸病脚 피곤해져 병든 다리 펴고,
危坐撚踈髥 단정히 앉아서 성긴 수염을 비빈다.
屋老塵捿壁 집이 오래 되어 벽에는 때가 꼈는데,
窓明月掛簷 창에는 밝은 달 처마에 걸렸다.
心忙眠未穩 마음이 바쁘니 잠도 편안치 않아,
斗覺夜厭厭 갑자기 깨닫는다, 밤의 고요를.
[공해(公廨)]
○ 윤이지(尹履之)
家君昔在此 부친이 옛적 이곳에 계셨는데,
小子年方卄 어린아이가 이제 스무 살이 되었네.
慣登北寬亭 늘 북관정(北寬亭)에 오르고
幾遊三釜落 삼부연에서 놀던 때가 몇 해던가.
悲歡半世間 슬프고 기쁜 반세기였네,
歲月空自閱 세월은 속절없이 지나는 구나.
今來訪舊事 이제 옛일을 찾아와 보니,
父老爭相說 부로가 서로 말하기를 다투는도다.
山川迎節旄 산천은 절모(節旄)를 영접하니,
樹木如相識 수목이 알고 지내는 것 같구나.
旬宣愧非才 순선(旬宣)에 재주없음을 부끄러워하니,
聖恩徒自祝 성은이 부질없이 자축하였구나.
○ 윤영현(尹英賢)
弓王遺跡古東州 궁예왕의 유적이 옛 동주이니,
聖代生民不解愁 성대의 백성들은 근심이 없구나.
幸佩分符臨老日 다행히 늘그막에 병부를 나누어 차고,
欣逢使節照淸秋 기쁘게 사절을 맞아 맑은 하늘을 비추네.
須將斯世國懷永 모름지기 장수는 이 세상을 영원히 품는 것,
莫向前朝恨謬悠 전조의 한이 덧없다 마소서.
領畧深河籌䇿好 심하의 계책이 좋음을 알았으리니,
北寬亭上試登遊 북관정에 올라 잠시 돌아보네.
○ 이욱(李稢)
杖節來旬古鐵州 관직을 받고 옛 철주에 이르니,
暮烟衰草不禁愁 저녁연기에 쇠잔한 풀이 근심을 가두지 못하네.
窮奢疇昔繁華地 사치스럽게 번화하던 옛 터가,
淪廢如今禾黍秋 영락하여 가을날의 벼 기장과 같구나.
孤石亭前山勢盡 앞산의 고석정도 세를 다하고,
黑金原畔水聲悠 철원 근처의 물소리도 아득하구나.
行人莫問興亡事 나그네는 흥망사를 묻지 못하니,
故國荒墟麋鹿遊 고국의 옛 터에는 노루 사슴만 노니는 구나.
[송계당(松桂堂)]
○ 이우(李堣)
遼陽鶴去但松林 요양(遼陽)으로 학 날아가니 소나무 숲만 남고,
古國春回客恨深 옛 나라에 봄 돌아오니 나그네 한 깊다.
天抱蒐場中納納 하늘은 사냥터 끌어들여 휩싸 안고,
雲拖雪意遠沈沈 구름은 눈 내릴 듯 찬 기운 한없이 어둑하다.
一邦山水興亡地 한 나라의 산과 물 흥했다 망한 곳,
千古英雄割據心 천고의 영웅들 할거하려는 마음 가졌던 곳.
靑木亦隨黑金盡 푸른 나무 또한 흑원과 금성까지 이어져,
輿圖袞袞屬吾今 새 천하 열려 지금은 우리에게 속했다.
婆娑松下再經年 그림자 흔들거리는 소나무 아래에서 다시 한 해 보내니,
人是人非謝萬緣 옳으니 그르니 따지는 인간세상 온갖 인연 떠났다.
雨浥靈泉滋病肺 내리는 비 영천 적셔 가슴 더욱 병들게 하고,
月痕仙岳撼詩肩 달 신선 산에 비쳐 시흥에 어깨 들썩인다.
朋遊肯羨靑雲步 벗은 속세 떠나 숨어사는 발걸음 부러워하고,
吏隱堪誇白日眠 아전은 숨어서 낮잠 자는 일 자랑한다.
夢裏不知楓影轉 꿈속에서 단풍나무 그림자 바뀐 줄 모르다,
一聲山鳥到簾前 발 앞에서 지저귀는 산새 소리에 꿈 깬다.
○ 김시영(金始煐)
婆娑松下再經年 그림자 흔들리는 소나무 아래에서 다시 한 해를 보내니,
人是人非辭萬緣 옳으니 그르니 따지는 인간세상 온갖 인연 떠났네.
雨浥靈泉滋病肺 내리는 비 영천 적셔 가슴 더욱 병들게 하고,
月痕仙嶽撼詩肩 달 신선 산에 비쳐 시흥에 어깨 들썩인다.
朋遊肯羨靑雲步 벗은 속세 떠나 숨어사는 발걸음 부러워하고,
吏隱堪誇白日眠 아전은 숨어서 낮잠 자는 일 자랑한다.
夢裏不知楓影轉 꿈속에서 단풍나무 그림자 바뀐 줄 모르다가,
一聲山鳥到簾前 발 앞에서 지저귀는 산새 소리에 꿈 깬다.
○ 김상집(金尙集)
風燭人間二十年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세상살이 이십 년,
玆州來往儘多緣 이 고을 오가며 애써 다한 많은 인연들.
淸秋遊子悲塡臆 맑은 가을이면 떠돌이 슬픔으로 가슴 메었는데,
當日遺氓頌息肩 그 당시 남긴 백성들 내 돌아갈 때 칭송했지.
物色渾疑孤鶴返 짐 싸들고 오는 모양 정녕 한 마리 학 돌아오는 듯,
吾衰全似老蚕眠 나의 쇠한 모습 꼭 섶에 오른 늙은 누에 닮았다.
遲遲未忍征車發 차마 길 떠나는 수레 재촉하지 못하고 일부러 느릿느릿 가니,
淮水金山淚眼前 회수(淮水)와 금산(金山) 눈물어린 눈앞에 있다.
[이은당(吏隱堂)]
○ 김한철(金漢喆)
鳥語關人萬念空 새소리 들으니 인간세상 만 가지 상념 모두 공허한데,
千章夏木郡西東 동쪽 서쪽엔 천 그루 무성한 나무들.
庭高聽訟雲霞上 뜰 높아 구름 노을 위에서 정사 살피고,
山近看書虎豹中 산 가까워 호랑이 표범 속에서 책 본다.
道氣琴軒生夜白 도의 기운 넘치는 금헌(琴軒)은 밤의 어스름 띄고,
仙遊楓岳待秋紅 신선 노는 풍악(楓岳)은 가을의 단풍 기다린다.
離家客抱元牢落 집 떠난 나그네의 회포 원래 적적한 법,
何處哀笳送晩風 어디에서 들려오나, 저녁바람 구슬픈 호드기 소리.
○ 김시환(金始煥)
一臥松堂萬慮空 송당에 누우니 온갖 생각 부질없고,
入簾濃翠水西東 주렴에는 짙푸른 물빛이 동서로 들어오네.
桑溟日影鴻拕外 동해바다 해 그림자 길게 드리워지고,
蓬嶽秋聲鶴信中 봉래산의 가을 소리는 학 울음 속에 있네.
晝枕任從生印綠 낮잠 방임 일어남 푸른 자취,
朝衣欲謝染塵紅 관복 벗고 세상 속에 묻히고자 하네.
丹心獨有瓊樓戀 단심으로 외로이 궁궐을 그리워하니,
昨夜庭梧瑟瑟風 지난 밤 뜨락의 오동나무에 바람소리 쓸쓸하네.
○ 강회백(姜淮伯)
塗炭當時困幾州 도탄에 빠졌던 그때 몇 고을이나 곤란 겪었나.
登臨懷古倍新愁 올라서 옛 일 생각하니 새로운 근심 배로 든다.
俯仰乾坤多感慨 하늘 우러르고 땅 굽어보니 느낌 많은데,
顧瞻山水足淸幽 산과 물 돌아보니 맑고 그윽하네.
雕墻峻宇繁華盡 아로새긴 담장에 우뚝 솟았던 집들 모두 사라지고,
破礎頹垣寂寞秋 깨진 주춧돌에 무너진 담장 적막한 가을.
黑金原上千年池 흑금원(黑金原) 위의 천년 땅.
禾黍離離
○ 이시만(李時萬)
矗起天應造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조화를 이루고,
通明峽不深 깊지 않은 계곡 밝게 통해 있네.
星躔却親㔹 별자리는 가깝게 느껴지고,
鳥背可平臨 새 등이 나란히 굽어보이네.
大陸窮遐矚 큰 땅이 끝없이 멀리 보이니,
孤笻荅素心 외로운 지팡이 본 마음에 화답하네.
還疑遊汗漫 돌아보건데 한가로이 노닐고,
灝氣自盈襟 드넓은 기운 옷깃에 가득 스며드네.
○ 이중협(李重恊)
北寬亭子古東州 북관정(北寬亭)은 옛 동주에 있으니,
極目蒼然大野頭 바라보니 들머리가 창연하구나.
鐵嶺勢遙山欲盡 철령의 기운이 먼 산에 미치고,
弓王跡滅水空流 궁예왕 유적 사라진 곳에 그저 물만 흐르네.
初暉照郭千家靜 빛나던 성곽 돌아보니 온 집이 고요하고,
宿霧漫堤萬樹浮 짙은 안개 언덕에 가득하니 모든 나무가 떠있네.
馳馬健兒摠舊俗 말달리던 장사 모두 옛 모습이니,
關防可紓聖朝憂 변방을 지켜 성조의 근심을 줄였네.
○ 김한철(金漢喆)
井底蛙尊古蜀州 우물속의 개구리 옛 촉주를 높이고,
汴堤殘柳至今愁 변수 언덕에 남은 버들 지금도 근심하네.
山河漠漠雲垂野 산하는 아득하니 구름이 들에 드리우고,
天地蕭蕭雨送秋 천지에 한가로이 내리는 비 가을을 보내네.
嵗暮秪催孤客老 해저무니 단지 외로운 객만 늙어가고,
官閑最愛一亭幽 관직이 한가하니 오직 정자만 그윽히 사랑하네.
閏月仙嶽丹楓早 윤달의 신선 산은 단풍이 일찍 드니,
更與詩朋約遠遊 다시 시벗과 함께 멀리 떠나기로 약속하네.
○ 이창의(李昌誼)
吾祖昔游地 나의 조상이 옛적 노닐던 땅,
亭空雲水深 빈 정자에는 구름과 물만 깊구나.
山川渾莾蕩 산천이 흐릿하니 아득히 넓고도 멀고,
星漢近照臨 은하수가 가깝게 비취네.
峴首千年石 현수산의 천년 비석은,
相鄕百姓心 백성의 마음이 있는 곳일세.
堂封愀入望 무덤은 초연히 시야에 들어오고,
霜露每霑襟 서리와 이슬은 매양 옷깃을 적시네.
○ 김용(金鎔)
先人曾宰古東州 선인들이 일찍이 옛 동주를 맡았었는데,
小子今來觸目愁 소자는 이제 와서 눈가는 곳마다 근심일세.
雲氣濛濛林送雨 구름 기운 무성한 숲으로 비를 보내니,
峰陰寂寂野生秋 산그늘 드리운 적적한 들에는 가을이 오네.
空問父老譚前事 공연히 어른들에게 옛일을 물어보니,
更與童儔指某丘 다시 아이들과 더불어 어느 언덕을 가르키네.
怊悵斜陽歸去路 슬프게도 해 저물어 돌아가는 길에,
不堪回首舊時遊 머리 돌려 옛 놀던 때를 잊지 못하네.
3. 누정(樓亭)
[고석정(孤石亭)]
○ 고려의 스님 무외(無畏)
倉岩臨水聳亭亭 푸른 바위 높이 솟아 우뚝한데,
兩岸秋山展錦屛 양쪽 언덕 가을 산엔 비단 병풍 펼쳤다.
薄暮松風淸可耳 저녁 때 솔바람 소리 귀에 맑게 들려,
似聞仙子讀黃庭 신선이 황정경 읽는 소리 듣는 듯하다.
○ 김인경(金仁鏡)
太初何人搆此亭 태초에 어떤 사람이 이 정자 지었나,
石骨萬仞跨虛碧 흙 없는 돌 만 길 허공 타고 앉았다.
身輕斗覺風生衣 몸 가벼워지니 홀연 바람이 옷깃에서 솟고,
步穩方知蘚梗屐 걸음 편안하니 비로소 이끼가 신발 걱정하는 줄 안다.
鶴邊松老虯髥蒼 학 나는 옆 소나무 늙어 용의 수염처럼 푸른데,
鶩外霞飛魚尾赤 기러기 나는 밖 노을 날려 물고기 꼬리 붉다.
鐵原膴膴眞場壤 철원 땅 기름지고 아름다워 참으로 좋은 곳,
玉樓金殿盡荊棘 옥루와 금전 모두 가시밭 되었다.
漁樵指點感古今 어부와 초동 가리키는 곳 세월의 흐름 느껴,
覓句況吟我帽側 글귀 찾아 읊조릴 때 내 모자 비껴있다.
○ 이곡(李穀)
覆轍誰能後戒前 뒤집힌 수레를 보고 누가 뒷일 경계하랴.
泰封遺跡舊山川 태봉땅 남긴 자취 산천만 그대로다.
勸王遠狩非良策 임금님 멀리 거동하라 권하는 일 좋은 계책 아니건만,
只畏姦臣不畏天 다만 간신만 두려워하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신윤호(申潤祜)
絶勝神奇此地頭 뛰어난 경치 신기한 모습 이 땅에,
衆峰環列水中流 뭇 봉우리 둘러싸고 있는데 물 가운데로 흐른다.
雨霽雲收亭獨立 비 개고 구름 걷히니 정자만 홀로 우뚝 섰는데,
但留風月與沙鷗 다만 풍월과 갈매기만 남아있다.
[북관정(北寬亭)]
○ 강회백(姜淮伯)
塗炭當時困幾州 도탄에 빠졌던 그때 몇 고을이나 곤란 겼었나,
登臨懷古倍新愁 올라서 옛일 생각하니 새로운 근심 배로 는다.
雕墻峻宇繁華盡 아로새긴 담장에 우뚝 솟았던 집들 모두 사라지고,
破礎頹垣寂寞秋 깨진 주춧돌에 무너진 담장 적막한 가을.
俯仰乾坤多感慨 하늘 우러르고 땅 굽어보니 느낌 많은데,
顧瞻山水是淸幽 산과 물 돌아보니 맑고 그윽하다.
黑金原上千年地 흑금원 위의 천 년 땅 벼와 기장 이삭 늘어져,
禾黍離離惱遠遊 멀리 온 나그네 괴롭힌다.
○ 조희찬(趙羲贊)
關東防禦一雄州 관동을 방어하는 웅대한 고을,
直上寬亭始撥愁 곧바로 북관정 오르니 비로소 근심 덜어진다.
廣邈弓都千古月 광막한 궁예의 도읍지엔 변함없는 달,
森嚴鐵府十分秋 삼엄한 철원부엔 가을 느낌 짙다.
飛甍畵榭凌雲起 날 듯한 처마 단청한 정자 구름 뚫고 솟았는데,
老石蒼藤護境幽 늙은 바위 푸른 등나무 그윽한 곳 보호한다.
印面生苔民似鹿 관가에 일 없고 백성들 사슴처럼 순박해,
春風仙吏任遨遊 봄바람에 신선 관리 마음껏 노닌다.
○ 권응섭(權應燮)
日月東方復見明 세월 지나 동방에서 다시 밝음 보게 되어,
導前旗鼓使君行 깃발과 북으로 앞을 인도하는 원님의 행차.
三千里內都無野 삼천 리 안에 모두 들판 없는데,
卄六關中第一營 스물 여섯 관문 중에 첫째가는 감영.
黃犢耕歸朝雨宿 황소로 밭 갈고 돌아가니 아침 비 수굿하고,
白鷗飛下夕陽平 백구 날아 내리니 석양만 들에 가득.
御風危坐高樓上 바람 타고 높은 누각에 단정히 앉으니,
胸海茫茫意自淸 가슴 속 바다처럼 넓어 마음 절로 맑아진다.
○ 권재후(權載厚)
北寬亭子壓東州 북관정 동주를 누르는데,
一上全消萬種愁 한 번 오르자 온갖 시름 사라진다.
翠盖參天松氣晩 소나무 덮개 하늘 찔러 기상 당당한 늙은 모습,
黃雲滿地麥凉秋 보리 물결 땅에 가득해 가을처럼 찬 느낌 풍긴다.
晴峯歷歷乾端出 맑은 봉우리 역력히 하늘 끝에 솟았고,
斷壑陰陰日下幽 끊어진 골짜기 어둑어둑 해 저문다.
戍壘無風旗鼓臥 수루엔 바람 없어 깃발과 북 누우니,
仙官携妓任遨遊 신선같은 관리, 기생 끼고 마음껏 논다.
○ 이종순(李鍾順)
別區勝景四時明 특별한 지역 아름다운 경치 사계절 밝아,
休暇登臨緩步行 틈내어 올라 천천히 거닌다.
莫謂名亭終毁撤 이름난 정자 끝내 무너져 없어진다 말하지 말라,
盍思昔日始經營 어찌 옛날 처음 지을 때 생각지 않으리오.
連東地勢羣山疊 동으로 땅줄기 뻗어 뭇 산 첩첩한데,
低北天光大野平 북쪽에 머무른 하늘 빛 넓은 들에 가득하다.
今我來斯歸去後 지금 나 이곳에 왔다 돌아간 뒤에는,
夢中餘戀水雲淸 물과 구름 맑은 모습 꿈속에서 그리겠지.
[가학루(駕鶴樓)]
○ 조희찬(趙羲贊)
鶴歸華表柱 학 화표주로 돌아가고,
客夢玉京樓 나그네는 옥경루(玉京樓)에서 꿈을 꾼다.
山古千年地 산은 천 년의 땅에 그대로 있는데,
烟成一片洲 안개는 한 조각 섬을 만들었다.
妙吟堪與鳥 오묘한 시 새와 함께 읊조리다,
危坐更疑舟 단정히 앉으니 다시 배에 탄 듯.
瑤海知何處 아름다운 바다 어느 곳에 있는가,
無端也自愁 까닭 없이 근심에 젖는다.
[진동루(鎭東樓)]
○ 김한철(金漢喆)
轅門新起倚雲樓 군문에 새롭게 의운루(倚雲樓) 일어나니,
病脚拚躋始欲愁 병든 다리로 뛰어올라 근심에 빠져드네.
夜靜簿書歸鴈鶩 고요한 밤 공무 볼 제 기러기 돌아오고,
月明笳鼓飮豼䝗 달 밝은 밤 풍악소리 병사들을 머금었네.
巾車漸晩西還計 건거는 점점 낡아 서쪽으로 돌아갈 생각에,
裘帶遙分北顧憂 구대로 먼 북쪽의 근심을 돌아보네.
悵望金丹杳消息 금과 거란의 소식 묘연하여 시름없이 바라보니,
臨高非是爲閑遊 높은 곳에 임하여 한가로이 노닐 때가 아닐세.
小亭隱夕陽 정자는 석양 속에 숨고,
一枕臥荷香 연 향기를 함께 베고 누웠으니,
莫唱江南曲 강남곡은 부르지 마라.
秋光斷客腸 가을빛은 나그네 애를 끊는구나.
兒童戱綠水 아이들은 초록빛 물에서 놀고,
蓮葉蓋頭歸 연꽃 잎으로 머리 덮고 돌아가네.
不怕秋陽曝 가을 태양빛이 두렵지 않고,
寧愁夕雨霏 오히려 저녁비가 근심되네.
小娃池上過 계집아이 연못 위를 지나가니,
顔色似蓮花 안색이 연꽃과 같구나.
俯水欲相妬 물을 굽어보니 시기하는 듯하고,
猜人紅粉加 시기하는 사람은 분칠을 더하였네.
[관덕정(觀德亭)]
○ 권재효(權在孝)
半畝塘邊一小亭 반 무 못 가에 작은 정자 하나,
矢聲空落鳥聲聽 화살소리 나니 공중에서 떨어지는 새 소리 들린다.
古碑埋沒賢侯績 옛 비석은 어진 부사의 업적에 묻혔고,
新檻高懸德字銘 새로운 난간에 ‘덕(德)’자 새긴 현판 높이 걸렸다.
雲裏踈松孤鶴白 구름 속 성근 소나무에 한 마리 학 희고,
雨中芳草獨驢靑 빗속의 꽃다운 풀에 외로운 나귀 푸르다.
倚檻頓忘塵間事 난간에 기대 문득 세상 일 잊고,
長臥淸風醉莫醒 청풍에 누워 술 취해 오래도록 깨지 않는다.
[석만정(石灣亭)]
○ 시
大野東頭一小亭 넓은 들 동쪽 끝에 작은 정자 하나,
風流暇日任觀聽 풍류 즐기는 한가한 날 마음대로 보고 듣는다.
求名不若安身命 이름 구하는 건 신명(身命) 편안히 하는 것만 못하니,
取醉何關養性靈 취하매 성령 기르는 것을 어찌 상관하랴.
雲過奇岩開錦繡 구름 기이한 바위 지나니 비단에 수놓은 듯 아름답고,
水淸飛閣映丹靑 물 맑은 곳에 날아갈 듯한 누각 붉고 푸른 빛 띄웠다.
餘生從此多歡樂 남은 생애 이로부터 즐거움 많아,
玉板分明著室銘 옥판에 분명히 누실 명(銘) 새겼다.
4. 사찰(寺刹)
[지장암(地藏菴)]
○ 이색(李穡)
遊山如啖蔗 산에 노니는 맛 사탕수수 맛 같아,
最愛入淨境 깨끗한 곳에 들어가기 가장 좋아하지.
雲望共無心 구름 바라보면 함께 무심해지고,
溪行獨携影 냇가 거닐면 홀로 그림자 짝하지.
鍾魚林壑空 산사의 종소리 목어소리 골짜기에 허허롭게 퍼지는데,
殿宇松杉冷 부처님 모신 불당 소나무 숲 속에 차다.
甚欲辨靑纏 인간 몸 받고 사는 내 모습 어느 것이 참모습인지,
臨風更三省 바람 맞으며 다시 세 번 살펴본다.
5. 제영(題詠)
○ 강회백(姜淮伯)
山含故國千年恨 산은 옛 나라의 천 년 한을 머금었고,
雲抱長空萬里心 구름은 장공 만 리의 마음을 품었다.
自古興亡皆有數 자고로 흥망에는 모두 운수가 있는 법,
願因前轍戒來今 전철(前轍)로 인하여 미래를 경계하기를 원한다.
○ 서거정(徐居正)
國破山河作一州 나라는 깨지고 산하는 한 고을 되었는데,
泰封遺跡使人愁 태봉의 유적은 사람을 근심스럽게 한다.
至今麋鹿來遊地 지금은 사슴들이 와서 노니는 곳,
依舊魚龍寂寞秋 옛날과 같은 어룡(魚龍)은 적막한 가을.
斜日淡烟天共遠 비끼는 해에 담박한 안개는 하늘과 함께 멀고,
落花飛絮水同悠 지는 꽃 날리는 버들 솜은 물과 같이 유유하다.
當時鏡讖歸眞主 당시의 예언들 진짜 임금에게 돌아갔나니,
可笑弓王事逸遊 가소로워라 궁예가 편하게 놀기만 한 것이.
○ 이심원(李深源)
一龍飛出黑金州 한 마리 용이 흑금주(黑金州)에서 날아오더니,
垓下佳人暗結愁 해하성의 미인이 시름을 맺었다.
興廢纔經殷甲子 흥하고 망하는 것 겨우 은나라 갑자를 지냈고,
是非都付晉春秋 옳고 그름은 모두 진나라 춘추에 부쳤다.
觀心閣上草空沒 관심각(觀心閣) 위는 풀만 부질없이 우거지고,
落筆階前雲自悠 붓을 떨어뜨린 계단 앞에는 구름만 절로 유유하다.
麋鹿不知弓裔恨 사슴들은 궁예의 한을 알지 못하고,
夕陽江畔謾優遊 석양 비치는 강가에 부질없이 노닌다.
○ 최건(權健)
東州城下草離離 동주성(東州城) 아래에 풀은 우거졌는데,
一望凄然感盛衰 한 번 바라보니 쓸쓸하여 흥망성쇠 느낀다.
到底神光無處覓 끝내 신묘한 광채는 찾을 곳 없으니,
當時奇讖有誰知 당시의 기이한 참언 그 누가 알까.
秋深落葉塡金井 가을 깊으니 낙엽은 우물 메우고,
月黑驚麏上玉墀 달이 어둑하니 놀란 고라니 옛날 옥계단으로 올라온다.
袞袞興亡天亦老 계속 이어오는 흥망에 하늘도 또한 늙었으리니,
江山如許要新詩 강산이 이러하니 새로운 시나 읊으리라.
○ 성현(成俔)
鐵水雄藩古邑州 철원은 웅번 옛 도읍,
客來無語謾含愁 나그네 와서 말없이 수심만 머금네.
風雲沛上飛揚日 패상 땅에 풍운 드날리던 날,
烟燼咸陽慘惔秋 한양에는 연기와 불꽃 참담하던 때.
兩國興亡俱寂寂 두 나라 흥망 모두 적적한데,
千年城壘莽悠悠 천년의 성루엔 잡초만 욱어졌네.
弓王不鑑前車覆 궁왕이 잘못된 일 살피지 않아,
付與姑蘇麋鹿遊 왕도의 땅 들사슴에게 주어 노닐게 하네.
○ 정현덕(鄭顯德)
泰封開國信茫然 태봉의 개국은 진실로 아득하고,
羅季山河夜壑船 신라 말의 산하는 밤에 골짜기를 가는 배와 같았지.
白馬王孫來石窟 백마왕의 자손은 석굴에서 오고.
黑金神讖到楓川 흑금신의 참언은 풍천에서 이르렀다.
英雄竟是空門鬼 영웅은 결국 공문의 귀신 되었고,
城闕今爲野草田 성궐은 이제 잡초 우거진 밭 되었다.
歲歲東州寒食雨 해마다 동주에 한식 비가 내리면,
子規啼送落花前 두견새 울음소리 지는 꽃 앞에 보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