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때문에 수강생을 인솔하고 문경을 다녀왔다
서귀포올레가 일으킨 바람으로 전국적으로 걷기가 유행이다
유명 관광지를 보고 지나가는 관광의 시대가 지고
걸으면서 지역을 세세히 들여다 보는 체험관광 시대로
서귀포올레의 발전을 위해 문경새재 과거길을 걸어 보았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알차게 이곳저곳을 돌아 보았다
첫날 제주에서 출발하여 청주공항을 거쳐 문경에 도착했다
제주에서 비행기 출발시간부터 계산하면 제주출발 2시간30분만에 문경새재에 도착하였다
먼저 준비된 식당에서 더덕구이와 산채나물을 겻들인 점심을 먹고
옛길박물관에서 문경과 문경새재에 얽힌 설명을 40분가량 청취를 하고
제1관문을 출발하여 제3관문까지 약7km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때마침 찻사발축제 개막일과 겹쳐 1관문과 그 주변 드라마세트장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인파를 헤치고 1관문을 통과하니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간혹 가족들이 지나고, 때로는 우리처럼 단체로 온 대학생들이 지나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면서 다소 쌀쌀한 산길을 걸었다
길은 대체적으로 마사토로 흙길을 포장해 두어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과거에 걷던 길이 아니어서 옛정취를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3관문에 도착하기 전에 보니 장원급제길이라고 소로길이 보인다
아마도 옛날 소로길을 재현한 듯 한데 처음부터 들어가는 길을 알았다면 이길로 걸을것을 하는 후회를 하였다
지도를 보니 동화원터에서 3관문에 이르는 구간만 약1km구간이 장원급제길이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꼭 이길을 걸어보리라
3관문에 이르니 풍경이 생소하다
스산한 마당 한쪽에 음식점 하나 보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너무 허전한 그림이 펼져진다
그리고 3관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2km에 이르는데 차도로 포장이 되어 걸어가기에는 많이 불편했다
그리고 3관문을 기점으로 앞은 문경시, 뒤는 충북 괴산군이어서 그런지
문경새재라는 하나의 역사적 공간을 두고 색다른 풍광이 이어져 불편하다
과거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느낌이 바로 들도록 해준다
행정구역이 달라지더라도 동일한 공간을 두고 서로 일관성을 가지고 관리를 한다면
관광객들은 체험의 감흥을 더욱 가슴깊이 간직하지 않을가 싶다
그리고 1관문과 2관문 사이에 드라마세트장등 많은 볼거리가 배치되어 위로 올라갈수록 너무 황량한 느낌이 든다
또한 새재를 중심으로 주흘산, 영봉, 부봉, 마패봉, 깃대봉, 조령산, 관봉등 등산로가 많아
과거길 걷기체험과 등산이 혼재되어 이정표가 다소 혼란스럽다
우리 일행중 한분도 조령원터를 지나 길옆으로 난 조령산 소로길로 접어들어 조령산까지 가는 혼란을 겪었다
이정표가 붙어있었지만 작고, 큰길에 인접하여 그냥 소로길로 착각을 할 수 있어보인다
그리고 중간에 옛날 주막을 재현해 놓았지만 그냥 재현에만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
중간에 숲속에 자리를 잡은 음식점에서 주막을 같이 운용한다면 좀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문경새재 과거길은 길은 있는데 컨텐츠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계절을 감안하면 봄가을에는 걸을만 하지만 겨울과 여름에는 다소 걷기에 힘들어 보인다
다만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옛길박물관은 지역박물관치고는 상당히 우수해 보인다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들의 복장과 휴대품을 테마로 한 박물관입구 전시품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문경의 인문지리적 특징과 과거, 길에 얽힌 고문서, 지도 등 상당히 특색있는 구성을 하고있다
이제 서귀포올레로 돌아가서
사람들은 왜 서귀포올레길을 좋아할까
아마도 문경새재를 걸어 보면서 내가 느끼기에는 바다가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숲속길은 여름에 시원하지만 나머지 계절은 다소 쌀쌀하다
등산과 같이 준비된 복장이 아니면 걷기에 다소 불편하다
또한 숲은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시야를 좁게한다. 좁아진 시야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이에반해 서귀포올레는 따뜻한 남쪽바다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걷기에 좋다
매일 바다를 보는 사람들은 바다가 싫지만 바다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다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환상이 서귀포올레에 더해져 많은 입소문을 내지 않나 싶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옛길박물관처럼, 1관문 2관문, 3관문처럼 일관성있는 경계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길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 길에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이 더욱 걷고 싶어하듯이
스페인 산티아고길하면 순례자를 위한 숙소 알베르게가 떠오르듯이
서귀포올레에도 그런 시설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시작을 알리는 지점에 옛길박물관처럼 서귀포의 역사와 길에 대해 알려주는 작지만 아담한 박물관도 하나 있으면 좋겠고
마을회관을 알베르게로 개조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무를 수 있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다
문경새재 과거길을 걸으면서 3관문을 지나 괴산군으로 들어서는
주차장 내려가는 2km길에서 느꼈던 심정을 다른사람들도 서귀포올레에서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거길을 나서는 선비들이 휴대했던 괴나리봇짐속 물건들
물떠먹는 휴대용 컵과 노잣돈, 호패, 도포끈 여분 등
신용카드만 있었어도 무거운 노잣돈이 필요없을텐데
팔백리 과거길을 올라가다가 노잣돈 무게때문에 쓰러지겠다
나침반, 휴대용 먹물통, 붓, 벼루 등등
걸으면서 공부하는 작은책, 휴대용 팔도지도
아이폰 하나면 만사 해결도는 요즘과 정말 비교되지만 그래도 정감이 묻어난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조선팔도를 색으로 구분한 특이한 지도
찻사발축제 개막일과 겹쳐 사람들로 붐비는 제1관문 마당
왕건, 연개소문 등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장면의 현장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 마당
계곡과 어우러진 문경새재 과거길
옛사람들의 여유가 돋보인다
지방단체장 이취임식을 이런식으로 바꾸어서 축제로 하면 재밌지 않을까
예산들여 요란스럽게 하지말고 지역의 명소에서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도장 주고받고 하는 여유
교귀정 앞을 지나는 사람들 - 가는 내내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교귀정 앞 용추계곡을 밑에서, 위에서 찍어보았다
왕건에서 궁예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작지만 줄기차게 흐르는 조곡폭포(가늘고 길게)
동화원터에서 3관문 조령관에 이르는 옛날 소로길 - 이름하여 장원급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