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우쿨렐레 모임을 제안했던 한결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우쿨렐레를 맨 사람들이 몇 명 모였는데,
그날의 이야기를 카페에서 공유하고자 악필임에도 용감하게 글을 올립니다.
우선 이번에 여섯명이 모여서 결정한 내용이 있다면, 3월 24일에 작은 별을 연습하여 만난다는 것입니다.
(여담인데,저는 모차르트의 곡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답니다.)
이번에는 우쿨렐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모인, <번개>모임의 성격이 강한 모임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저는 아무 준비 없이 [걍] 나갔습니다. 뭘 할 때 정신적인 준비를 오래 하는 편인데, 번개라고 하길래 부담없이,
그러나 저는 모임을 제안했던 사람이기에 물질적인 준비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집에 있는 악보란 악보는 모두 모아서 갔었지요.
망원시장의 릴라에 모여 앉아서 어쩌다가 우쿨렐레를 구입하게 되었는지, 그동안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혜민은 루아우라는 회사에서 만든 악기를 샀는데, 재능기부하시는 선생님에게 두 번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요.
요다는 녹차를 좋아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노래의 반주를 할 줄 알고, 제주도의 푸른 밤을 연습하는 중이라고요.
슬며시는 언니가 하와이에서 직접 사다 준 테너 우쿨렐레를 가지고 있었는데, 악기가 너무 커서 불편하다고 하는군요.
슬며시는 효과가 아주 뛰어난 <골방훈련> 방식으로 연습을 해오고 있다고 하고요. 골방스타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 앞에서 반주하면서 노래하는 것을 아주 부끄러워했답니다. 저는 테너의 중후한 소리에 반하여, 바꾼지 얼마 안되는 콘서트를 또 바꾸고 싶은 충동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ㅠㅠㅠ
하다는 이번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게 가장 많이 마음을 써주었어요. 하다를 만나면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큰 그릇만큼이나 악기를 동시에 두 개나 구입했다고 하여 우리에게 부르주아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죠. (아, 그것이
오해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해야되려나요.) 하다의 악기는 토요일에 모인 악기들중에서 가장 쪼끄맣고 앙증맞고 귀여운 초콜렛색깔의 소프라노예요. 그리고 하다가 제일 좋아하는 스트로크 리듬은 셔플이라고 하네요.
길자는 운이 좋게도 동네에 우쿨렐레를 가르쳐주는 분이 있어서 몇 달째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프로에게 배우고 있는 사람답게 아이패드에서 메트로놈 앱을 실행하더니 반주 연습할 때 메트로놈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론을 펼쳤죠. 저는 그 이론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길자가 반주하면서 부르는 The Rose라는 곡에 반했어요.
용희님은 악기를 하나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우쿨렐레는 어떤지 궁금해서 참석했다가, 릴라에 있는 밤벨을 안고 팔자에 없는 1대1 속성반에서 길자에게 C코드와 G7코드를 전수받았습니다. 제가 집에 가는 길에 우쿠쿠쿠에 들어오기로 마음을 굳히셨느냐고 살짝 여쭤보니, '글쎄.'라고만 답했어요. 그 대답을 듣고 약간 서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 흥에 겨워 새우깡이랑 곰 세마리만 불러대는 우리를 보고 우쿨렐레에 매력을 느끼기는 좀 힘들겠네요.
그너머님은 순창에서 못뵈었지만 우쿠쿠쿠가 첫 모임을 할 수 있게 릴라라는 공간을 소개해주었어요. 알고보니 기타와 우쿨렐레를 동시에 배우려고 하신다는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그너머님은 바쁘게 오시느라 악기를 못 챙겨오셨는데, 다음에는 악기를 가지고 오셔서 함께 새우깡과 곰 세마리를 불렀으면 좋겠어요. "에브리바디, 손이 가요 손이가~!"
이제 제 차례가 되었네요. 저는 아마 이번 모임에서 우쿨렐레를 산지 가장 오래된 사람인 것 같아요. 건방진 기분파라 누구의 가르침을 받는 것을 꽉 조이는 옷을 입는 것 처럼 답답하게 생각해서 독학으로 우쿨렐레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요즈음은 Dream a little dream of me 의 반주를 연습하고 있는데, 코드 하나가 너무 어려워서 좌절하고 있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모임은 훌륭했지만, 우쿨렐레 모임이니 줄을 안 튕겨보고 집에 가기엔 아쉬었기에, 모두가 할 수 있는 곡, 곰 세 마리와 새우깡 반주를 연습했습니다. 우쿠쿠쿠의 역사적인 순간을, 그리고 우리의 첫 번째 곡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길자를 귀찮게 하고, 녹음한 걸 들어보자고 자꾸 자꾸 길자를 귀찮게 했지만 길자는 우리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지요.(길자, 고마와요!) 녹음한 걸 들어보니 우리... 꽤 멋진 조합이었어요! 다들 들어보셨지요?
배가 고파질 즈음 릴라를 나와,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운 우리는 웹서핑으로는 찾을 수 없는, 마음 맞는 사람들에게만 추천한다는 밥집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어요. 전골 냄비가 비어가는 대신 다정다감하고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이 그 자리를 그득하게 채우다가 그 이야기들이 넘쳐 흐를 즈음이 되자 저는 초조해졌지요. 아무도 다음 모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다음번에는 언제모일까요? 라는 대사를 날리지 않을 수 없었고, 역시, 악역을 맡은 자는 다음 모임 장소를 알아보아야 하는 운명을 마주했죠.
다음 모임은 하다가 제주도에 내려 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야 해서. (응??!) 3월 24일로 정했어요. 모이는 시간은 13시고요.
날짜가 좋으면 옥수역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연습하고요. 일기예보를 봐서 춥다고 하면, 실내에서 모일 계획인데, 아직 장소는 섭외중이랍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덧글 달아주시고요. 제 연락처도 남길게요. 공일공-사팔하나둘-칠둘오사
우쿠쿠쿠와 함께 명랑한 봄을 맞아보아요.
안녕!
첫댓글 ㅋㅋ재밌었겠다...ㅠ....이거 술마시고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소모임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이런이런 술마시고 기타치면서 노래부르는 소모임 꼭 참여하고 싶은데, 난 술먹으면 개가 된다는ㅠㅠㅠㅠ
술은 안마셔도 된다면 이 한 몸 불살라 술마시고 기타치면서 노래부르는 소모임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와....재밌었겠다. 나도 가고싶은데 시간이 안맞구려...흑흑
단디, 4월모임엔 꼭 함께 해~ 날짜 정할 때 전화할게:^)
와우~!! 깨알같은 후기~!! 작은별이 모짜르트 곡이었다니 맙소사~!!ㅋㅋㅋ
길자도 몰랐던 거야? 난 내가 너무 무식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우쿠쿠쿠. 이름 조아~ 아주 조아!!
요옹 고마워요. 아무도 이름에 대해선 언급을 안해줘서;; 난 엄청 소심해서;; 자체적으로 상처받고 있었거든요!
한결은 악필이 아니라 즐필이네요^.^ 아!!! 모짜르트 곡을 연주하려면 제 실력을 빨리 갈고 닦아야 겠어요.ㅋㅋ
화이팅 화이팅 :)
이상기후 때미내 요즘 같은 날이라면 밖에서도 가능하겠군요~ 황사만 없다면.. 으으
저는 그날 경희대에서 하는 토종씨나눔에 가고파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욤~
참, 내 악보가 너무 어려운 것을 사서.. 괜찮으면 우리 쉬운 것 하나랑 바꿔 봐요!
갖고 있는 아이가 유크매니아 출판 - 제목은 우쿨렐레의 모든 것. 이야요
연습은 흥 날때마다 하는 중~ 조만간 또 봐요. 우쿠쿠쿠_<
그럼... 나 아주 쉬운 악보를 가지고 있는데, 우쿨렐레의 모든 것하고 바꿔볼까요?
토종씨앗나눔도 구경하고, 경희대에서 모임을 하면 어떨지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