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장판에 5천만원, 나머진 도청으로. 강북제일교회 제주도에 1억원 기탁 |
체육대회 취소하고 수해복구 위해 제주도로 달려간 강북제일교회 교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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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일 기자 jangci@kidokongbo.com [조회수 : 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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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노인 김달매할머니는 도저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복구를 엄두도 낼 수 없었었다. 강북제일교회의 도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사진/장창일기자 | |
【제주도^장창일차장】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김달매할머니의 집은 지난 9월 폭우가 내리던 날 물이 들었다. 그날 밤 바닷가에서 고작 1백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김 할머니의 집이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다는 주민들의 설명만 들어도 수마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여든이 넘어 보이는 듯한 김달매할머니는 자신의 나이를 69세라고 했다. 치매다. 69세까지 정신이 온전했다는 말이다. 같이 산다는 둘째 아들도 정신지체장애인. 그 모자가 제주를 집어 삼킨 물난리를 이겨낸 것이 어찌보면 기적이다. 물이 휩쓸고 간뒤에도 푹푹찌는 더위 속에서 손바닥만한 집은 곰팡이 배양실로 변해 버렸다. 물은 빠졌다지만 이 모자에게 복구는 엄두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강북제일교회 교인들이 방문하기 전까지는 절망, 그 자체였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지난 11일, 강북제일교회(황형택목사 시무) 제주수해복구팀은 김 할머니 집을 비롯해서 조천읍과 용현 인근 수해 피해 가정 중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방문해 젖은 장판과 벽지를 교체해줬다. 모두 55가정. 강북제일교회가 배푼 사랑을 받은 가정의 수다. 이들 가정은 사실상 대규모 수해복구사업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열악한 가정들이었다. 강북제일교회와 같은 곳이 나서지 않는다면 젖은 방안에서 겨울을 나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다는 것이다. 제주항 근처 용현에 살고 있는 75세 동갑, 김춘방할아버지와 이인순할머니는 비가 퍼부은 날도 절박했고 물이 빠진 뒤에도 절박하긴 마찬가지 였다. "죽을 뻔 했죠. 물이 들어 차서 심장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 손을 꼭 잡고 '우리 이제 때가 되었나보네요. 죽어도 함께 갑시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물이 빠지니 집청소도 하고 벽지나 장판도 갈아야겠는데 우리가 그 형편이 되나... 이 분들이 없었으면 우린 그냥 이렇게 살다 (하늘나라로) 갔겠죠." 이인순할머니의 말이다. 용담1동에 사는 임선순씨(53세)도 강북제일교회의 방문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그날... 공포가 말도 못했죠. 그런데 물이 빠지고 나서는 불행한 현실이 매일 이어지더라구요. 딸 둘하고 뭘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냥 물말린다고 선풍기만 틀고 살았는데... 오늘 도배도 해주고 장판도 새로 깔아준 분들에게 너무 고맙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임선순씨는 이 말을 하고는 말끔해진 방안에서 딸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강북제일교회는 사실 제주도와 그렇다할 연고가 없다. 더욱이 비가 내린지 몇 주가 훌쩍 넘어서 구호팀을 파견한 것도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회가 제주도에 사랑을 배풀게된 이유를 알고 나면 모든 궁금증들이 일순간 사라지고 만다. 황형택목사가 부임한지 이제 2년. 가을을 맞이해 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체육대회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예산을 1억원 세웠다. 장충체육관에도 1천만원의 계약금을 서둘러 지불했다. 그러던 중 제주도 물난리 피해를 접하게 됐고 황 목사는 이웃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우리만 좋자고 체육대회를 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이를 당회원들과 상의하고 교인들에게 양해도 구했다. "행사예산을 제주도에 지원했으면 한다"는 황 목사의 제안은 교회에서 흔쾌히 받아 들여졌다. 그리고는 제주도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교단 사회봉사부(총무:김종생)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교단 사회봉사부는 제주도 현지와 강북제일교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강북제일교회는 제주노회와 공동으로 제주도에 5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할 수 있었고 나머지 5천만원으로는 50여 가정에게 도배와 장판을 제공하면서 기쁨을 선사했다. 좋은 뜻을 가지고 찾아온 발걸음이다보니 봉사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득하다. 강북제일교회 여선교회 소속 김정애집사는 서울에서 도배일을 하고 있지만 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생업을 뒤로하고 달려왔다. "봉사라는 걸 처음해보는데 이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네요. 힘닿는데 까지 도배를 하다 돌아가야겠어요." 세 아이를 친정에 맡겨두고 달려온 문지현집사도 행복하기는 마찬가지.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참여하게되서 좋아요. 친정 어머니와 남편에게 무척 고맙네요..." 12일 오전 제주도에 내려온 황형택목사도 서둘러 티셔츠로 갈아입고 봉사에 동참하며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황 목사는 "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했는데 제주도의 수해 소식을 듣고 보니 영적부담이 컸다"면서, "교회 중직자들과 상의하고 교인들에게 동의를 구했는데 모두 동의해 줬고 그 결과 제주도에 큰 기쁨을 줄 수 있게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강북제일교회와 총회 사회봉사부, 제주노회의 협력이 돋보였다. 이들은 한마음으로 수마가 할퀴고 간 제주도를 위로했고 12일 오후에는 제주노회와 강북제일교회가 공동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김태환도지사에게 정성껏 마련한 성금을 전달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던가. 이번 사랑의 실천이 제주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 나가고 교회와 총회, 제주노회가 보다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jangci@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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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0월 17일 11: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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