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재난구제행정의 기본이 정리되어있다.
목민심서 제4부 애민(愛民) 제6조 구재(救災) 부분을 함께 읽어보자.
“무릇 재해와 액운이 있으면 불탄 것을 구하고 물에 빠진 것을 건져내기를 내 것이 불타고 내 것이 물에 빠진 것처럼 서둘러 조금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凡有災厄 其救焚拯溺 宜如自焚自溺 不可緩也).”
모든 재해에는 신속한 초동대응이 결정적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책임 있는 공직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환난이 있을 것을 생각해서 예방하는 것이 이미 재앙을 당한 후에 은혜를 베푼 것보다 낫다(思患而預防 又愈於旣災而施恩).”
만고의 진리이다. 그것도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설마 하는 생각에 미루기 때문이다. 다산은 자연조짐으로 재해를 예견하고 신속하게 대응한 관리를 예로 들어 칭찬하고 있다. 오늘날은 현대과학에 힘입어 예측능력이 매우 높아졌다. 사전예방, 유비무환, 이것은 누구나 아는 경구이다. 결국은 정확한 현실진단의 문제이자 실천의 문제이다.
“둑을 쌓고 방죽을 만들어 수재를 막고 그 물을 이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若夫築堤設堰 以捍水災 以興水利者 兩利之術也).”
다산은 제방시설이 수해방지 뿐 아니라 수리(水利)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해방지시설이 단지 손실방지를 위한 비용지출이라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익창출을 위한 투자라는 적극적 의미도 가질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익과 개발이익이 충돌하듯 여러 이익이 상충되는 오늘날 행정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재해가 이미 지나간 후에는 백성들을 위무하고 편안히 안심시키는 것이 수령의 어진 정치이다(其害旣去 撫綏安集 是又民牧之仁政也).”
이재민은 재산적 손실 외에도 엄청난 정신적 박탈감에 빠지게 된다. 이 때 공직자의 성의 있는 적절한 조치는 피해자가 신속하게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공동체의식을 서로 확인하고 공동체의 유대가 더욱 공고하게 한다.
또한 지방 수령은 나라의 구휼제도를 정성스럽게 집행해야 하며, 이와 별도로 지방 자체의 구휼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다산은 말하고 있다. 중앙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방 나름의 구휼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피해가 심각하면 중앙과 지방간에, 혹은 부처간에 서로 네탓이요 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하는데 답답한 일이다.
요컨대 재난구제행정은 ‘사전예방-신속대응-성심복구’로 압축된다. 게다가 어느 단계에서든 ‘행정관리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사람(民)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산은 이러한 내용을 목민심서 12부분 중에서 애민(愛民) 편에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목민심서를 읽었어야 한다고 논할 처지는 아니다. 오늘 우리의 실천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