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 라빈스의 굴욕'이라는 사건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군요. 사건의 개요나 진행 과정은 뉴스를 통해 잘 알려졌듯, 아고라에서 '최변'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계시는 최수진 변호사님께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경품 행사에서 당첨되었으나, 배스킨라빈스 측이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소송을 제기하고, 7개월간에 걸친 법정소송 끝에 배상을 받아 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개요를 대략 알아보지요. 한겨레 신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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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판매점 `배스킨라빈스'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가 경품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배상 판결을 받았는데 이마저 제때 이행하지 않아 본사 비품을 압류당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과 비알코리아 등에 따르면 최수진(37. 여, 변호사) 씨는 지난해 10월24일 배스킨라빈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일본여행 경품 추첨에 응모해 당첨됐는데도 회사측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경품 제공을 계속 미뤘다.
최씨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여행하겠다고 약속 이행을 요청했으나 회사측은 성수기라서 예약할 수 없다고 묵살했고, 나중에는 호텔 무료숙박이 하룻밤만 가능하다며 당초에 없던 조건까지 달았다.
이에 최 씨는 애초에 성수기를 빼고 2009년 9월 이후에 경품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을 뿐 성수기가 언제인지 명시하지 않았고 항공편이 격일로 운행된다는 점을 내세워 이틀간 숙박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비알코리아는 뒤늦게 홈페이지의 이벤트 안내문에 호텔 이용이 1박이라는 내용을 끼워넣은 뒤 애초에 숙박을 하룻밤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렸다고 주장하는 등 끝까지 소비자를 우롱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비알코리아의 이런 억지에 충격과 모멸감을 느낀 최씨는 결국 회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유재현 판사는 `2박3일 호텔 숙박료 및 항공료 108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며, 비알코리아가 항소를 포기해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배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자 최씨는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비알코리아 본사에 있는 에어컨 4대를 압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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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최 변호사는 아고라에 자신의 지금까지의 입장, 소송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한 글을 올려 13만 이상의 조회수, 3천 1백개 이상의 찬성과 (반대 55, 이상 한국시간 2월 20일 오전 10시 현재) 1천 2백개에 육박하는 댓글과 50개가 넘어가는 답변 글을 이끌어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최 변호사의 설명글에 따르면, 배스킨라빈스가 실제적으로 11만원만 더 지급했으면 해결이 됐을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대기업다운(?) 일방적 횡포로 애초 2박을 약속했던 호텔 경품을 1박만 하라는 식으로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경품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하며 고압적 자세로 나왔던 것이 결국 이같은 소송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아마 대기업의 고자세에 불만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배스킨라빈스 측은 법원 판결대로 밀렸던 금액을 배상했으나, 다시 또 몇가지 거짓말로 변명을 했던 모양입니다. 최 변호사가 아고라에 올린 이 상황과 관련된 글들은 이 시점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필이면, 변호사에게 기세등등했던 대기업이 이렇게 당하는구나" 예. 그리고 그것은 어느정도 개연성 있는 추측입니다. 대기업에서 벌인 경품행사에 당첨되더라도, 그들이 나중에 말을 바꿀 때,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이라면 그냥 '당첨된 것만도 어디냐' 하는 식으로 그들이 내거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 변호사의 7개월동안의 소송을 통해 '아닌 것은 아닌 것'임을 증명해 냄으로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과 동시에 대리만족을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조 변호사는 자신이 받은 배상금을 전액 아이티 구호를 위해 월드비전에 쾌척했다고 들었습니다.
대기업이라는 이름 자체가 '권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시민이(비록 '변호사'라는, 권력에 맞설만한 사회적 위치를 가지긴 했지만) 권력을 상대로 이뤄낸 승리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과 결국 무릎을 꿇고 만 배스킨라빈스의 모습은 우리에게 '당당한 상식'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개개인의 각성만이 저 무소불위일 것 같은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켜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각성들의 연대만이, 이 세상에 횡행하고 있는 온갖 권력의 횡포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쉽게 체념해서는 안 되고, 함께 생각하며 지혜를 모아 잘못된 세상을 바꿔나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상식에 어긋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우리가 함께 받아들이고, 그것이 내 생활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한 개인이(비록 변호사이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이뤄낸 저 승리는, 그것이 바로 '내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세상은 내 삶,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할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공유해야만, 그 지혜의 나눔도 보다 활발해질 것이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실제적인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