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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판시장에 관한 글입니다.
번역본 출처는 여기,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59044-%EC%A0%84%EC%9E%90%EC%84%9C%EC%A0%81-%EC%8B%9C%EC%9E%A5%EC%9D%84-%EC%9E%A1%EC%95%84%EB%9D%BC.html
1월 27일, (기술업계에서는 대단히 오래 전이다) 아침,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의 무대 위에 올라 애플의 새로운 디바이스,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태블릿에 대한 루머가 워낙 드세기도 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할지, 이름이 무엇일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거의 성지에 모인 것처럼 기대감으로 방을 채워 놓았다. 초대된 손님과 수 백명의 저널리스트(이들 중에는 알고어, 요요마, 디즈니 CEO인 로버트 아이거도 여기 있었다)들이 잡스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밥딜런의 메들리 노래가 방을 울러댔고, 무대 위의 조명이 켜지자 분위기는 순간 조용해졌다. 잡스가 걸어나왔고, 박수도 터져 나왔다.
몇 주일 전, 출판 업계에는 전에 없던 낙관론으로 가득차 있었다. 누군가는 "예수의 태블릿"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구세주로 보는 것이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판매액은 1.6%씩 감소하였고, 이윤마진도 마찬가지로 줄어들었다. 고군분투중인 다른 사업들처럼 출판업체들도 지출을 줄이고 정리해고를 하며, 알려지지 않은 필자들에게는 기회를 더 안주게 된 상태였다.
출판업계가 가진 제일 큰 희망은 아이패드가 전자서적을 대중화시켜서 자기들에게 이윤을 안겨다주는 것이다. 전자서적은 전체 시장의 3~5%밖에 되지 않지만 점차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전자서적 판매량은 2009년만 177% 늘어났으며, 궁극적으로 전체 팔리는 서적량의 25~50%를 차지하리라고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가격인하가 이윤 이하로 이어지리라는 점을 출판업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아마존은 출판업체들로부터 전자서적을 대량 구입해왔다. 단 책을 13달러에 사서 9.99달러에 판매한다. 적자를 봄으로써 전자책 판매량과 리더기인 킨들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이다. 지난 해 말까지 아마존은 모든 전자책 판매량의 80% 가량을 차지하였고, 9.99달러는 전자책 판매가의 정가가 되다시피 하였다. 출판업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Hachette Book Group USA의 CEO, 영(David Young)의 말이다. "정말 큰 걱정거리입니다. 9.99달러라는 가격이죠. 소비자들 생각에 책 한권이면 10달러라 여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이 산업은 끝입니다."
Yerba Buena Center에서 잡스가 책을 언급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고, 잡스는 킨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이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 아마존 덕택에 우리가 좀 더 넓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잡스가 아마존덕분에 전자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아마존의 목을 죄러 진출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점을 출판사들이 좋아하고 있다. 잡스는 2년 전, 책 사업은 가망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책이 얼마나 좋건 나쁘건 간에,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안읽는다는 점이 사실입니다. 미국 애에서 지난 해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40%밖에 안되었어요." 그러나 이 말은 뒤집혀졌다. 아이패드의 기능 목록 중에 독서 기능의 순위가 낮다 하더라도 목록에 있긴 있었다. 말인즉슨 아마존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한 관측통의 말이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 사이에 열기가 뜨겁습니다. 스티브는 자기가 통제하지 않는 모든 것을 업신여기지요." 한 애플 내부 관측통은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는 아마존이 멍청하다고 생각해요. 책 값이 9,99달러가 되도록 해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여기는 것이죠."
무대에서, 잡스는 아마존과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게 상당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빅 6" 출판사 중 다섯 곳이 4월에 개장하는 애플 아이북 스토어를 통해 책을 팔겠노라 동의했다는 사실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스는 애플이 아이튠스와 애플스토어를 통해 1억 2,500만 신용카드와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들 보시자들이 책 구매를 쉽게 할 수 있다고도 말하였다. 아이패드는 분명 더 다재다능한 기기이다. 컬러에 완전한 오디오와 비디오 기능도 있는데, 킨들은 오로지 흑백 텍스트만 표현할 뿐이다.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손님들은 아이패드를 보기 위해 옆의 건물로 달려갔다. 그들 중에는 Simon & Schuster의 CEO, 라이디(Carolyn Reidy)도 있었다. 그녀는 활짝 미소지었다. "환상적이에요! 나도 한 대 갖고 싶어요! 이 새로운 아이패드가 디지탈 서적을 1억 2,500만 명 앞에 안겨다 줄 겁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생긴 것이죠. 책값을 10달러 이상으로 올리려 할 때에 경쟁관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잡스는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개인기술 컬럼니스트인 모스버그(Walt Mossberg)와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무대 위에서 잡스는 애플이 책을 어떻게 팔지 시연을 보였었다. 그 때 잡스는 Edward Kennedy의 "True Compass"를 선택하고 "구매" 아이콘을 눌렀는데, 옆에 있는 가격표시가 14.99달러였다. 모스버그는 왜 이 가격이냐 물었다. "아마존에서 똑같은 책을 9.99달러에 살 수 있는데, 애플에게 어째서 14.99달러를 내야 합니까?"
잡스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가격이 같아질 것이니까요." 모스버그는 왜 그런지 설명을 부탁하였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많은 책을 구입하는데도, 어째서 아마존이 가격을 올리게 될까? 잡스의 대답이다. "출판사들이 아마존에게 책을 안 주고 있습니다. 불만스럽거든요."
다음 날 금요일, Farrar와 Straus & Giroux, St. Martin's Press를 포함한 출판재벌인 Macmillan의 CEO, 사겐트(John Sargent)가 뉴욕에서 시애틀로 날라갔다. 아마존과 만나기 위해서였다. Macmillan은 빅-6 중에서 제일 작은 출판사였지만 미국 내 팔리는 책의 60%를 생산하는 출판사였다. 다른 출판사들처럼 Macmillan도 아마존에게 대단히 의존하고 있으며, 판매하는 책의 14% 가량과 전자책의 거의 전부를 아마존을 통해 팔고 있다. 그런데 사겐트는 아마존에게 사업방식을 고치라고 강요하기로 결정내렸다.
전통적으로 출판사들은 책을 낼 때, 하드커버의 경우 소매가격의 50%를 가져간다. 그러면 저자는 소매가의 15% 가량의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가령 26달러 짜리 책이 있다고 치면, 출판사는 13달러를 가져간다. 나머지는 책을 만드는 비용이다. 이 중에 저자가 3.9달러를 가져간다. 서점은 하드커버 소매가의 40% 가량을 회수한다. 즉, 5.2달러를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3달러는 생산과 유통비용으로 들어간다. 최고의 경우, 이윤은 1달러 정도다.
비록 이상적이지는 못해도 이 상황이 거의 안바뀐 채로 수십년 동안 계속 이래왔다. 그런데 전자서적은 전체 시스템을 뒤흔들어 놓았다. 물리적인 책이 없다면 무엇이 가격을 결정내리는가? 출판사들 대다수는 좀 불확실하기는 해도, 저자에게 25%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동의하고, 아마존과 가격협상을 오랜동안 해왔었다. 사겐트가 방문하기 몇 달 전, 출판사들은 전자서적의 "에이전시 모델"에 대해 논의를 하기도 했다. 출판사가 판매자 역할을 하고,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벤더가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에이전시는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출판사 누구도 혼자 행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마존에게 단일한 요구안을 내밀경우, 되려 가격고정 압박을 받을 수 있었다.
시애틀에서 사겐트는 킨들 콘텐트부 부사장인 그란디네티(Russ Grandinetti)와 만나, 아마존이 에이전시 모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Macmillan이 전자서적에 제한을 두겠다고 말하였다. 사겐트는 최후의 공을 아마존에게 던진 것이다. 아마존은 포괄적인 모델을 구축해놓고 있었으며, Macmillan이 전자서적을 내놓지 않을 경우, 아마존은 더 이상 세계에서 제일 장서가 많은 북스토어라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사겐트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겐트가 뉴욕에 되돌아가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금요일 저녁, 아마존은 Macmillan 책 전부의 판매를 중단하였다. 그러나 잡스가 힌트를 준대로, 다른 메이저 출판사들(Simon & Schuster, HarperCollins, Penguin, Hachette)은 조용히 사겐트의 주도를 뒤따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아마존은 정책을 뒤바꾸고, 아마존 웹사이트에 공지를 올렸다. "Macmillan이 동 출판사 서적에 대한 독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Macmillan의 안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불필요하게 고가가 된 전자서적에 적당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매한 공지였다. 자기 제품에 대해 독점이 아닌 회사가 있기는 있나? 출판사들은 이 공지를 나름대로 해석하였다. 가격이 "자기 통제를 벗어났음", 즉, 높은 가격이 출판사 탓임을 보여주기 위해 아마존이 항복을 했다는 말도 나왔다. 어떤 출판사의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은 분노에 차 있어요. 출판사들이 죄다 책을 안주면 아마존은 죽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상황을 깨닫고 바꾼 겁니다." 이유가 무엇이건간에 아마존의 발표는 출판사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사겐트는 아마존과의 협상이 "체스게임"이었다고 말한다. 아마 이긴 것 같은 게임이었다.
사겐트의 전략이 들어맞았기는 했지만, 출판사들은 이 상황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불안해했다. 한 메이저급 출판사의 사장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에이전시 모델'이 최고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방식일 경우 출판사들의 수입이 책당 13달러가 아닌 9달러로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를 설정하기 위해 이윤을 포기하는, 매력적이지 못한 거래가 될 수 있었다. 한 출판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이 우리를 강요했습니다. 독점을 만들기 위해 이상한 적자 모델을 선택했었죠. 출판사와 소매점, 저자를 모두 죽이는 방식입니다. 그들 스스로 이 모델을 택했어요."
출판업은 출판업대로 계속 움츠러들고 있었다. 한 메이저급 출판사에는 이런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두 번째로 찍어낸 책은 사실 출판업의 종말에 대한 책이었다는 농담이다. 게다가 아마존만이 아니다. 80년대부터 Barnes & Noble은 스스로 책을 출판하기 시작했었다. 출판사로서는 상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Barnes & Noble과는 다르지만, 아마존의 경우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입액 250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 비-서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책을 단순히 최대한 저렴하게 팔기 위한 하나의 물건으로 간주하지 않는가 우려하는 출판사들이 많다. 즉, 출판사들은 언제 내쳐도 이상할리 없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의 CEO는 이렇게 말했다. "베조스는 물리적인 책과 서점이 이제 죽었다고 선언한 사람입니다. 잊지 마세요."
1995년 7월, 아마존은 시애틀에서 사업을 시작하였다. 판매량은 번창하였지만 아마존이 이윤을 내기까지는 7년이 흘러야 했고, 분석가들은 아마존의 붕괴 예측하기 게임을 즐겨 했지만, 베조스는 비판에 휘둘리지 않았다. 2009년, 찰리 로즈(Charlie Rose)가 베조스에게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설명해달라 한 적이 있었다. 베조스는 장기적인 집중력이 능력이라면서, "과감하게 오해받는 쪽"을 택한다고 하였다. 성공한 다른 인터넷 기업들처럼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음을 강조한다. 베조스가 여러번 한 말이다. "우리의 비전은 세계 제일의 소비자-중심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을 이끄는 요인은 일단 가격이다. 아마존은 특히 베스트셀러를 대량으로 도매가에, 혹은 손해를 보며 팔기도 한다. 베조스는 가격인하가 장기적으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과 주가, 이윤을 늘리리라 보고 있다.
아마존은 출판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다. 소비자들이 신뢰성 있게 더 이상 서점에서 프로모션이 없는 책을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장기간 꾸준히 팔리는 책들은 출판사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들이다. Random House의 경우, 수입액의 50% 이상이 "예언자"와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과 같은 책에서 나온다. 이런 책들이 있어야 새로운 책에 대해 보다 모험적으로 출판을 벌일 수 있게 된다. Hachette의 영은 이렇게 말한다. "아마존의 경우 그런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더 이상 언제 재고가 들어오는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죠." 라이디도 비슷한 말을 하였다. "서점에 없는 Simon & Schuster의 책 2,500권이 3개월간 꾸준히 온라인에서 팔립니다."
베조스는 보다 효율적인 책 구매법도 고안하였다. 전자서적이 등장하면서 종이를 완전히 대체할 생각을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전자서적의 장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반품이나 물류비, 인쇄비가 안나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물이 있었다. 전자서적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컴퓨터 화면은 갖고다니기 좋은 물건이 아니다. 휴대폰의 경우 화면이 너무 작다. 그래서 전자서적은 틈새시장으로 남아 있었고, 주요 출판사들은 대부분 전자서적을 무시해 왔다.
2007년 하반기, 아마존은 킨들을 소개한다. 킨들은 인쇄된 종이를 그대로 제현하였고, 60초 안에 책을 무선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 전자서적 출판사인 RosettaBooks의 CEO이자 공동창립자인 클레바노프(Arthur Klebanoff)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다른 유통채널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맣은 수입을 아마존이 올리는데 딱 90일이 걸렸습니다. 킨들덕분이죠." 현재 사용중인 킨들은 300만 대 정도라고 한다. 아마존은 45만 권의 전자서적의 목록을 갖고 있다. 아마존에 따르면 전자와 실제 서적 둘 다 존재할 경우, 주문량의 40%가 전자서적이라고 한다. 아마존 부사장인 그란디네티는 킨들이 책 판매량을 전체적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킨들 사용자 한 명당, 12개월 전보다 3.1배 더 많은 책을 구입합니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전략과 아이튠스의 유사성에도 주목하였다. 한 출판업자의 말이다. "시장점유율을 일단 얻으라. 그러면 따라잡기 힘든 위치까지 가게 되죠. 베조스의 게임입니다. 잡스같이 하는 것이에요. 일단 기기를 푼 다음에 기기의 80~90% 유통망을 얻어내면 이기는 거죠."
지금까지는 음악사업에 해당된 전략이었다. 아이튠스는 실제로 거래 기본 단위였던 CD를 대체하였다. 원하는 노래 한 곡 얻기 위해 앨범 하나를 통째로 살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그냥 그 노래를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학생의 경우를 뺀다면, 책의 한 장만 사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출판사들의 진짜 걱정거리는, 저가형 디지탈 서적이 서점 자체를 파괴하지 않을까이다. 서점들이야말로 출판사의 제일가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임대비와 유지비 부담이 있는 일반 서점은 그런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을 벌일 수가 없다. 커네티컷 매디슨에서 R. J. Julia Booksellers라는 서점을 소유하고 있는 코디(Roxanne Coady)의 말이다. "책 팔기는 8인치 짜리 파이 팔기와 같습니다. 단, 포크가 점점 더 많이 들어오고 있죠. 처음에는 대형 유통망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독서 자체의 감소였죠. 세 번째는 아마존이었습니다. 이제는 디지탈 다운로드가 왔어요."
독립 서점으로 이루어진 미국 서점 연합회(American Booksellers Association) 회원 수도 1999년 이래, 회원수가 3,250명에서 1,400명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제 전체 서점 판매량의 10% 정도밖에 차지 못한다. Barnes & Noble과 Borders와 같은 유통망이 30% 가량을 차지하고, 타이틀 수는 훨씬 적지만 Target이나 Wal-Mart, Costco와 같은 대형 할인마트가 45% 정도이다. 그 결과 출판사들은 조용한 분위기의 지역 소설이나 무역 정책, 빈곤에 대한 책들보다 "Twilight"과 같은 히트작이 더 필요해졌다.
특히 독립 서점들은 자기들이 미는 작가들을 내세우면서 저항을 해왔다. HarperCollins의 수석 부사장인 번햄(Jonathan Burnham)의 말이다. "서점에서 별별 일이 일어납니다. 독립 서점들은 마을회관같은 역할을 해요. 누가 일하는지 다 알고, 그들이 뭘 권하는지 듣고싶어하는 식이죠."
그러나 역량있는 직원 유지 비용이나 공간 등의 문제때문에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로서는 좋아할리 만무하다. 사실 아마존에서 팔리는 베스트셀러 하드커버는 17달러 정도인데 반하여, 이런 서점에서 팔리는 동일한 책은 28달러 정도이다. 번햄의 말이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올려 놓고 싸게 만들었어요. 10년 전의 비디오 대여점이나 서점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저도 이제 영화를 다운로드받거나 Netflix를 사용하는 걸요." 책 구매자들은 웹사이트의 편리함과 서점의 친숙함을 둘 다 원한다. 그러나 구매자들의 바람은 곧 출판사들이 책을 서점에 넣는 전통적인 사업 외에, 전자 서적의 온라인 판매, 두 가지의 사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번햄의 말이다. "소비자들도 출판사처럼 병행우주에 살고 있다 이겁니다. 소비자들은 선택이 다양하다고 알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안다고는 해도, 그렇기 때문에 서점 가기를 좋아하죠."
매년 200종의 전자서적을 출판하는 O'Reilly Media의 창립자이자 CEO인 팀 오라일리(Tim O'Reilly)는 옛 출판사 모델에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다고 본다. 그의 말이다. "고객이 서점이라고 말하는데, 출판사들은 그 고객들에게 대응하는 인프라를 설치한 적이 없습니다. 서점이 없다면, 출판사들이 책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직접 판매하는지 배우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릴 것이다. 시장조사도 안하였고, 고객에 대한 데이터도 거의 없으며, 직판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할리퀸 로맨스(Harlequin Romance)나 Penguin 페이퍼백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독자들은 특정 출판사와는 특별한 연관을 생각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곧 저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서 출판사들은 전자서적을 팔기 위한 단일한, 그리고 협력적인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계속 전자서적을 시도했어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Random House의 전임 편집부장 엡스타인(Jason Epstein)의 아이디어이다. 그런데 소매사업의 노하우를 배운다 하더라도, 그런 사이트에는 문제가 있다. 아마존 측에서, 출판사들이 먼저 작당하여 가격을 고정시켰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북 스토어는 해결책을 제공해주는 듯 하다. 이 때문에 빅-6 출판사들이 주저없이 모두 모여 사인을 하지 않았을까. 주저한 곳이 한 군데 있다. 제일 큰 규모인 Random House이다. 사장이자 CEO인 도올(Markus Dohle)은 전자서적 값에 대해 자기도 걱정스럽다면서, 출판사들이 너무 성급하게 애플이나 아마존과 함께 에이전시-모델을 미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디지탈로의 이주는 앞으로 5~7년은 걸릴 일입니다. 한 주일, 100일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봐요."
41세인 도올은 Random House의 모회사인 Bertelsmann A.G. 인쇄부 책임자였다가 2008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외부인으로서 출판업의 문제를 보다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이다. "미래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싶으시다면, 공포는 좋은 컨설턴트가 아닙니다. 사업방식의 중대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전에, 시간을 갖고 모든 관계자(저자와 에이전시, 서점)들과 의논해 봐야 해요. 우리 출판업자들로서는 아마존이 그동안 제일 급성장해온 고객입니다. 훌륭한 회사에요. 단, 전자출판에 애플이 들어온 것도 환영합니다. 에이전시 모델에 애플을 놓는다면, 다른 전자서적 판매처들과도 에이전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미디어-컨설팅 회사인 Idea Logical의 CEO, 샷츠킨(Michael Shatzkin)은 Random House가 더 나은 조건을 받으려고 계약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올의 동료들 역시 많이들 그러하다. 출판 블로그를 쓰고 있는 샷츠킨은 하드커버 가격으로 아마존에게 전자서적을 판매한 뒤, 아마존이 손실을 보고 판매하게 하여 유지하는 현상태를 유지할 경우, Random House는 단기매출과 이익을 제일 많이 올릴 수 있으리라고 지적하였다. 그의 글이다. "전자서적이 팔릴 때마다 Random House는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 단 일반인들은 Random House의 전자서적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전자서적의 출시를 일부러 연기시키는 행위를 "윈도윙(windowing)"이라 부른다. 다른 출판사들에게는 일반적인 이 윈도윙을 도올은 반대한다. 윈도윙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페이퍼백 또한 하드커버 판매량이 줄어들 때까지 안나오고, 영화산업에서도 DVD는 극장개봉이 있은 뒤 1년 뒤에나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전자서적에서 윈도윙은 오히려 출판사와 저자에게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1월 11일, HarperCollins는 하일만(John Heilemann)과 할퍼린(Mark Halperin)의 "Game Change" 하드커버 버전을 출판하였고, 전자 버전은 2월 23일에 나왔다. 하드커버는 7만 권을 찍었고, 곧 매진이 되었으며, 거의 3주일 동안 재고가 안남아 있었다. 저자와 출판사 모두 그만큼 소득을 못올린 셈이다.
아마존의 그란디네티도 윈도윙이 실수라 여긴다. 그의 말이다. "윈도윙은 하면 안됩니다. 결국 원하는 책을 읽게 되어 있어요. 책이 나올 때, 저자들로서는 홍보를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하기 원합니다. 인위적으로 장벽을 세우고, 오히려 작품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못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저자에게는 안좋은 결정입니다. 소비자들만 실망시키는 것이 아니죠."
그란디네티에 따르면 출판사들의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그의 말이다. "진짜 경쟁은 하드커버 대 전자서적이 아닙니다. 영화와 텔레비전, 웹브라우징, 비디오 게임 모두가 여가시간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책의 경쟁력이 없다면 결국 산업이 위태로워지겠죠. 다른 미디어의 디지탈 재화 가격을 보세요. 오늘 아침 온라인으로 신문을 봤는데 공짜였습니다. 영화 대여값을 보세요. 음악 값은요? 어떻게 보아도, 소비자들에게 디지탈 책값을 10달러로 한 것은 정말 훌륭한 성취입니다."
그란디네티가 볼 때 출판사들은 다른 미디어 업계 중역들과 마찬가지로 100년 전, 철도회사들이 저질렀던 똑같은 실수를 또다시 저지르고 있다. 철도회사들은 자기들이 운송사업이 아니라 철도 사업에 있다고 여겼다. 그란디네티가 볼 때 출판사들은 책을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Simon & Schuster의 로젠탈(David Rosenthal)의 말이다. "우리 회사는 오디오나 비디오, 그 외 부가가치 기능을 전자서적에 넣고 있습니다. 저자의 코멘터리가 들어가거나, 책의 주제를 다룬 영화의 클립을 넣기도 하죠." 다른 주요 출판사들 역시 유사한 프로젝트를 작업중이다. 뉴스클립에서 음악,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모든 것을 집어넣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부가기능에 돈을 더 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로젠탈의 말이다. "아이패드가 그런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더 이상 정적인 책에 매달릴 이유가 없죠.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면 전자서적 9.99달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과연 13.99달러, 혹은 그 이상을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가 의문이다. 전자서적 출판업자인 오라일리는 가격을 낮출수록 더 많이 팔린다는 점을 발견했다. 오라일리는 아이폰용 전자서적을 앱으로 판매한다. 4.95달러이다. 그에 따르면 하드커버 매출로 입은 손실을 전자서적의 "대량 판매"로 메꾼다고 한다.
엡스타인은 전자서적이 출판사들에게 대단히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에이전시 모델은 그가 10년 전 제안했던 컨소시움의 또다른 형태일 따름이다. 그의 말이다. "디지탈 책을 아이패드로 직접 판매하게 됩니다. 아이패드가 일종의 통합적인 저장소처럼 되는 것이죠." 따라서 중간에 들어가는 잡대한 비용을 없앨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엡스타인은 전자서적이 편집의 자율성을 되찾아올 기회도 된다고 말한다. "예전, Random House에 일하러 갔을 때, 편집자 10명이 거기 있었습니다. 판매 관리자와 영업 대표도 있었죠. 회계사와 홍보책임자, 사장도 있었습니다. 대성공이었죠. 내 위로 상사가 18단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탈화는 과거를 다시 가능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디지탈 세상에는 아예 출판사가 필요 없으리라고 보는 듯 하다. 12월, Simon & Schuster의 저자인 코비(Stephen Covey)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두 권에 대한 디지탈 권리를 아마존에게 팔았다. "성공하는 자의 7가지 습관"과 "원칙 중심의 지도력"은 RosettaBooks가 아마존에서 파는 책들이며, 코비는 절반 이상을 받게 된다. 한 출판업자의 말이다. "아마존이 자신을 소매업자는 물론 경쟁자로도 간주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가 되고싶어하는 것이죠."
베조스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보다 적나라하게 말한다. "아마존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전자서적의 값을 최대한 낮추어서 사람들이 더 이상 하드커버 책을 안사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 수순은 출판사들을 없애고 곧바로 저자와 거래하는 것이죠." 지난 해, 몇몇 저작권 대리업체들에 따르면, 한 아마존의 수석 중역이 인수 담당 편집자로 누구를 좀 고용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근에 시작된 아마존의 Encore 프로그램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좋은 리뷰를 얻은 자가출판자들이 그 대상이다. 그들을 위해 직접 출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월달, 이 프로그램은 전자서적 권리를 아마존에게 넘긴 저자들을 상대로 70%의 로열티를 지급하였다. 단, 전자서적의 가격이 2.99달러에서 9.99달러 사이였다. 한 출판업자는 격앙된 상태로 말했다. "이런 조치는 우리와 작가들 사이를 갈라놓는 겁니다."
그란디네티는 아마존이 그동안 저자들과 보다 직접적으로 계약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답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찾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이죠." 그는 Barnes & Noble을 언급하였다. 게다가 그는 주요 출판사들이 모두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책을 팔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들이 우리 사업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자기 사업을 해서 걱정이라뇨. 이상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출판사들의 웹사이트 직판 판매액은 미미하다. Barnes & Noble의 출판 프로그램이 출판사들을 화나게 하기는 했지만, 그 또한 도매가 산정에 위협을 끼치지는 않았다. 오라일리는 출판사들이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의 말이다. "아마존이 특히 장래에 강력하고 무자비한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후의 기술 영역에서 이렇게 경쟁이 심한 업계는 처음이라고 봐죠."
그동안 애플이 책 시장에 들어왔고, 애플의 등장덕분에 출판사들은 시간을 벌게 되었다. 베조스와 가까운 한 관계자의 말이다. "애플이 갑자기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아마존은 직접 출판을 고려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위협이 너무나 커졌으니, 아마존으로서도 출판사들과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제일 걱정거리인지 라이디에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말이다. "디지탈 세계에서는 저자가 출판사 없이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를 저자들에게 매일 증명해 보여야 하지요." 하지만 출판사들은 저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신기술 채택을 느리게 한다. 오라일리 미디어부 부사장인 새비카스(Andrew Savikas)는 출판사들이 서적용 디지탈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놓은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그의 말이다. "아이폰용 책 앱 만들기를 누가 말리기라도 합니까? 아이폰만 해도 5천 만 대가 전세계에 깔려 있어요. 굉장한 소비자 군이라는 말입니다." 예산-제약을 가진 출판사들은 편집과 마케팅, 그 외 저자들에게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비용을 줄여왔다. 즉, 줄인 부분만큼 다른 업체들이 들어갈 여지가 생겼다. 인디애나 블루밍턴에 있는 자가출판 업체인 Author Solutions는 9천 명의 저자-고객을 거느리고 있다. 상업적인 이해관계를 끄는 경우, 이 회사는 Harlequin과 같은 출판사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전통적인 배급망을 통해 출판을 한다. 단, 그 경우 로열티는 줄어들게 된다.
HarperCollins의 CEO이자 사장이었던 프리드만(Jane Friedman)은 2008년, HarperCollins를 떠나 Open Road Integrated Media를 세우고, 자가출판부를 따로 만들어 놓는다. 그녀의 말이다. "출판사들은 소매점들이 자기를 대체할 수 있다며 두려워 합니다. 저자들도 편집과 배급, 마케팅에 있어서 출판사를 필요로 하죠. 출판사가 마케팅 비용을 깎을 때 저자들이 제일 큰 불만을 갖게 되는데요. 전자 책 시장을 보세요. 80%가 아마존인데 누가 출판사를 필요로 하겠습니까?"
출판사들은 디지탈 기업들이 책 출판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한 주요 출판업자가 아마존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존은 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모릅니다. 아마존에는 그런 DNA가 없죠." 아마존이나 애플, 구글 그 어느 곳도 작가를 고용하고 키우며, 편집하고 마케팅하는 면에 있어서 경험이 없다. 책에 있는 "감사의 말(acknowledgments)" 페이지는 효율성 전문가에게는 악몽이다. 저자들은 으레 편집자와 출판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엔지니어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참기 힘든 일이다.
좋은 출판사는 상업적인 가치가 많이 않더라도 작가를 발굴해낸다. 혹은 이들에게 선금 명목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논픽션 작가들 대다수가 새 책을 쓰기 위한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에 10만 권 이상이 나오는데, 이중 70%는 저자들이 받는 선금만큼 벌어들이지 못한다. 사실 출판사에서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이 이런 선금이다. 전통적인 출판이 저자들에게서 너무 많은 돈을 빼앗아간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저자들만이 이윤을 벌어내고, 그 이윤이 상업적으로 덜 성공한 저자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구조이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나 전문적인 필자들을 지탱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들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Ramdon House의 판매운영 및 디지탈부 사장인 매킨토시(Madeline McIntosh)는 아마존에서도 일해본 적이 있다. 그녀는 아마존과 출판사 간에 놀라운 차이점이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출판업계 사람들로서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열린 대화를 하기를 기대하죠. 점심 문화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그런 문화가 아니더군요. 아마존은 수치와 수식, 데이터를 보고 답변을 해야하는 놀라운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저자 중심으로서 대화로 설득하는 점심 문화와 보면, 거의 문화 충돌이에요."
출판사 대부분은 아마존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마존이 불필요할 정도로 비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소비자 습관이나 킨들 판매량, 킨들 제조비용 등에 대해 자세한 사양을 얘기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책 판매량이 어느 정도 비중인지도 알리지 않는다. "미디어"(영화와 음악, 책) 부문이 2009년 매출액의 52%를 차지했다는 발표 뿐이다.
출판사들은 애플과의 협상이 덜 힘들었다고 말한다. 전자서적 가격에 대한 논쟁이 좀 있기는 했다. 출판사들은 최고가 17달러를 주장하고 애플은 15달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 출판업자의 말이다. "애플이 에이전시 모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내리자마자 굉장히 터프해졌습니다. 이것을 받아들일 것이야, 아니냐였죠. 하지만 애플 사람들이 아마존 사람들보다 훨씬 더 편안했어요. 애플은 전자서적 구매에 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일부 공유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존으로부터는 그런 데이터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출판사들은 최근 또 하나의 친구를 얻었다. 구글이다. 구글이 치명적인 위협이었던 적이 엊그제였다. 2004년 10월, 저자나 출판사의 허락 없이 구글은 구글북스 프로그램을 통해 출판된 모든 책을 스캐닝해서 스캔본 일부를 검색엔진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출판업계는 분노하였고, 구글이 저자의 작품을 훔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출판사 컨소시움과 저자협회(Authors Guild)가 구글을 제소하였고, 2008년 가을에 양측이 합의를 이루었다. 구글이 저자와 출판사들에게,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사용할 경우 1억 2,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었다. 출판사 측 협상팀에 있었던 사겐트는 이 합의가 큰 성공이었다고 평가한다. "인터넷 최대의 업체가 라이센스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불하기로 동의하였습니다. 콘텐트를 통제하는 것은 저작권 소유주가 되지요." 아직 미국 법원이 이 합의를 최종승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와는 상관 없이, 구글은 자사의 전자서적 스토어인 Google Editions를 올해 중순에 개장할 계획이다. 구글북스를 관장한 엔지니어, 클랜시(Dan Clancy)가 구글 에디션도 맡게 된다고 한다.
클랜시는 스토어의 전자섲거이 아마존이나 애플과는 달리, 어느 기기에서건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구글에디션의 경우, 출판사들이 책 가격을 정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에이전시 모델이다. 이미 절판된 책을 포함, 1,200만 권을 디지탈화시켜 놓은 구글은 아마존이나 애플보다 훨씬 더 장대한 셀렉션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구글에디션은 판매할 책을 만들기도 한다. 이 수입이 "절대 다수"가 되리라는 것이 클랜시의 말이다. 그는 아마존과 애플의 접근이 온라인 비지니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다. "온라인은 더 개방된 생태계에요. 다양한 수준의 실제 소매점들하고도 친합니다. 일반 소매점에 대해서는 경쟁이 덜하죠. 아마존이나 애플의 접근과는 다릅니다."
사겐트가 시작한 체스 게임에서 이겼다 여기는 출판사가 많다. 그의 말이다. "현재 경쟁중인 거인이 세 명입니다. 그 중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강요할 수 없죠." 아이패드 초기 판매량이 좋으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판매 당일만 30만대 이상을 팔았으며, 분석가들은 올해 안에 5~700만 대를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 나온 디지탈 리더기도 십여 종이 넘는다. 킨들의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출판사들이 희망을 가져볼만한 이유는 또 있다. 불황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생각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광고가 수입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신앙이 뒤흔들렸다. YouTube는 Netflix와 경쟁하기 위해, 독립 영화에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광고주(그리고 소비자)가 지불할 콘텐트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디지탈 기업들이 유료형 콘텐트로 가게 됨으로써 그들은 생산품에 요금을 물릴 방법을 찾고 있던 전통적인 스타일의 미디어 기업들과 만나게 되었다. 옛 미디어와 새 미디어의 파트너쉽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한 애플 관측통의 말이다. "결국 애플은 콘텐트가 아니라 기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콘텐트 사업체들이 애플의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있죠. 스티브는 윈/윈해야 한다는 쪽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자기는 이겨야 하지만 너는 패해야 한다는 쪽이죠." 최근 잡스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타임지와 개별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아이패드의 잠재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지난 해 간이식 수술을 받고 췌장암과 싸웠던 잡스는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다. 관측통의 말이다. "잡스는 향후 2년동안 서두를 겁니다. 향후 10년간 내놓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할 테니까요. 자신의 비전때문입니다. 죽음 말고는 누구도 잡스를 막을 수 없어요." 내부 관측통은 그가 출판사들의 호감을 사서 기뻐했다고 전한다. "자신이 출판사들의 챔피온이 되었다고 느꼈을 겁니다."
현재 출판사 최고의 친구는 잡스다. 관측통의 말이다. "스티브는 Macmillan이 아마존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는 점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애플과 구글이 아마존보다 더 나은 파트너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언젠가 둘 모두 출판 관행이나 가격에 대해 불평할지 모르는 일이다. 4월 3일, 아이패드 판매 며칠 전, 애플이 베스트셀러를 9.99달러로 내놓을지 모른다는 루머가 돌았다. 애플은 딱 1년간 에이전시 모델을 채택하겠노라고 동의했었고, 잡스가 음악과 텔레비전 업체들과 싸워서 가격을 내렸다는 사실을 출판업계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한 출판업자의 말이다. "어쩌면 1년 뒤에 애플이 우리를 갉아먹으러 돌아올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패드가 아마존에게 새로운 고객을 안겨다줄지도 모른다. 현재 애플은 6만 권의 전자서적을 제공하고 있는데, 킨들보다 훨씬 적은 셀렉션이다. 여기에 아마존은 아이패드에서 전자서적을 팔 수 있게 해 주는 앱을 만들어 놓았다. 소비자들이 어디에서 책을 사건 간에, 전자 미디어는 값이 더 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손에 쥘 수 없으니 그만큼 싼 것이 아니겠냐는 인식이다. 이 인식이야말로 강력하다. 가격을 늘리려는 출판사들에게 물어보시라. 한 회의적인 에이전시는 이렇게 말했다. "날개를 들어서 중력을 거부하려 노력해봤자죠. 결국은 떨어질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