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9일 상상마당 6층 상상카페에서 천명관 작가님과 함께하는 [향긋한 북살롱]이 열렸다. 이미 전작 [고래]로 문학계 스토리텔링의 다크호스라 불리우는 천명관 작가님이 3년만에 신작[고령화 가족]으로 찾아뵙는 자리였기에 팬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북살롱을 신청하는 댓글이 폭주하는 사태를 보며 두려움에 떨던 리포터도 다행히 작가님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미처 가보지 못한 아쉬운 독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알기 지금부터 초특급 생생리뷰를 시작한다!
7시 10분, 삐에로의 공놀이로 시작한 오프닝은 고양이와 쥐의 인형극으로 이어져 [고령화 가족]의 흐름과 사건을 재밌고 가볍게 알려주었다. 또한 소설내용을 연극화 하는 퍼포먼스에 관객들을 끌어들여 소설로만 읽을 때와 또다른 재미를 주었다. 아직도 애드립인지 분간이 안가는 촬영씬의 관객참여는 갑작스러운 상황전개에 따라 연극배우들의 위트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참여하는 관객들들의 어설픈 연기몰입 또한 웃음이 아주 빵빵 터졌다.
준비한 연극이 끝나고 작가님의 소감 멘트에서 천명관님이 작년에 대학로에서 희곡을 각색하고 연출 했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연극인들이 [소신]이 강하다는 것을 말하며, 자리를 옮기지 않는 배우에게 왜 비키지 않느냐? 되물었더니 "배우는 이유없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에피소드 들려주었다. 그리고 재미난 공연을 보여주시느라 고생하신 연극인 양승인,박경창님께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낭독 [고령화 가족]
P46 ~ 50
담장 아래 놓여 있는 긴 소파엔 노파들 몇 명이 나와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 아 그만들 햐, 동네 챙피해 죽겄네.
사회자: 할머니들의 밉상캐릭터가 인상적이었는데 할머니캐릭터의 창조배경은 무었입니까?
천명관님: 제가 연립주택에 살다보니 그런 풍경이 익숙했어요. 소파, 쓰래기 분리하는 곳, 노인분들..그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P184 ~ 186
나의 아내는 스튜어디스였다. 대개의 스튜어디스들이 그렇듯 ~ 그가 바로 오함마였음은 물론이었다.
사회자: 헬스코치의 말근육은 저같은 남자들에게는 슬프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왜 이 부분을 낭독하셨습니까?
천명관님: 제가 [고령화 가족]을 내고 어머니께 보내드리자 책을 던지셨다고 하더군요. 우리아들이 이렇게 저질인지 몰랐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고래]때도 책을 집어던지셨답니다. 목사를 욕했다고 말이죠. 말근육이 부러운 저는 우아한 작가이고 싶은데 우아하지 않은 작가인가 봅니다.
P201 ~202
아버지는 옷이나 구두에 신경쓰는 남자가 아니었다. 평생 제대로 ~아버지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이어서였을까?
천명관님의 세 번 째 낭독을 끝으로 긴장한 사회자님께서 땀이난다며 독자들께 질문을 돌리셨다. 기다렸다는 듯이 반짝이는 눈을 빛내며 질문 공세가 시작되었다.
독자 질문: 남보다 못한 가족, 징글징글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셨는데 배설적이며 잘읽힌다. 보기에는 진지해보이는데 가벼운 걸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라면은 어떻게 끓여먹는 걸 좋아하는지.
천명관님: 제가 진지해 보이나요? 깃털처럼 가벼운 인간인데 (웃음) 저는 사색형인간이 아니라 유머를 좋아합니다. 보통 근래 나온 가족서사와 많이 다른건 작가가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징글징글하고 민망한 상황, 상처없는 가족이 없고 문제 없는 가족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라면은 안먹습니다. 군대 3년 민짜라면을 먹었더니 물리네요. 무슨 라면 좋아하세요?
독자 질문: 작가님에게 가족의 의미는?
천명관님: 소설에도 나와있지만 가족은 오래된 지병같은거라고 썼는데, 한국사람은 가족주의가 강합니다. 개인보다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강해서 누구나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자아를 짖누르는 가족의 부담감을 느꼈을 겁니다. 저는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에 코 끝이 찡해집니다. 가족은 이 사회를 견디는 우리의 시스템인 것 같아요. 복잡하네요.
독자 질문: 소설 중 헤밍웨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가 왜 나왔습니까?
천명관님: 헤밍웨이는 제가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수식어가 많은 미국문학 스타일이 트랜드일 때 기자출신의 작가로서 자신만의 글스타일이 있었죠. 바로 일상 언어를 쓰는 작가였습니다. 저는 문학적 언어라는 건 "쓰레기통 언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투리, 외래어, 속어가 많이 등장하고 문학안으로 들어와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언어니까요. 그런 점에서 헤밍웨이가 선례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삶이 재밌습니다. 주인공의 삶과 비교하는 작용을 했죠.
독자 질문: 작가님 이상형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리고 작가님이 젊은날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 문학을 쓰는데 젊었을 때 힘든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명관님: 이상형은 젊을 땐 많이 생각했는데 요즘은... 외모만 봅니다.(웃음) 죄송합니다. 그리고 젊을 때 힘듬은 문학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이 좋은 작품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평균적인 사랑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나 콤플렉스는 도움이 안됩니다.
독자 질문: [고래]는 100% 픽션 소설입니다. 이를 보고 작가가 상상연습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상연습을 어떻게 하시는지? 그리고 왜 문학동네로 등단하셨는지요.
천명관님: 상상연습. 새로운 문학용어의 탄생같습니다. 네 좋은 표현이네요. 연쇄살인자와 작가는 골방에서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현실에서 판타지 구현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에서 그걸 성취해버리면 상상의 여지가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연애 못해본 사람이 연애소설 더 잘쓴다고 하죠. [고래] 안에는 꿈꿨지만 다가갈 수 없는 것들, 사랑했지만 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작가는 그런 것들을 모아서 쓴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결핍"이 있어야 글을 쓰겠죠. 기독교에 "마음이 가난한 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영혼들이 밤마나 스탠드 앞에서 하는 나쁜짓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20대까지 한국문학을 읽다가 영화로 전화해서 문학동네의 위상을 사실 몰랐습니다. 그러나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동생이 문학동네를 권유해 등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와서는 데뷔작 [프랭크와 나]가 문학동네출판사 였기 때문에 받아진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좋은 작품이 출판사와 맞지않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튼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독자 질문: 이야기를 구상하고 소설/시나리오/연극을 고르는지 아니면 포멧을 정하고 이야기를 구상하시는지요?
천명관님: 저는 영화할 때 떠오르는 건 영화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소설을 시작할 때 떠오르는건 소설내용입니다. 집중하면 그 쪽 생각이 나는가 봅니다.
독자 질문: 사촌누나가 현재 35세 이신데 관심 있으신지? 오하마가 강서방을 처음 만났을 때 "세상에서 피해야 할 사람 세가지로 짭새와 여호와의 증인, 그리고 보험외판원"이란 대사는 인용한 것인지 고안해 내신건지 궁금합니다.
천명관님: 그 말은 원래 떠도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제가 20대에 보험 외판원을 했습니다. 그 때 들은 자주 들은 말이기도 했어요.(좌중놀란 가운데 질문: 실적은요?) 실적은 제법 좋았어요. 그 땐 잘 살았습니다.(웃음) 독자님 얼굴을 보니 누나께서 미인이실듯 하네요.
독자 질문: 박민규 작가와 대화한 후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외롭고 우울해 하지말자" 라는 대화 내용이 있던데 그건 작가님의 글쓰기 원천인가요?
천명관님: 외로움과 우울은 글을 못쓰게 하는 원천이죠. 제가 단편을 내고 3년동안 몸도 안좋고 우울한 일이 많아서 소설을 잠시 접어두려 했습니다. 그 때 친구들의 격려로 글을 쓸 수 있었는데요. 외로움과 우울은 그 어떤것도 생산할 수 없읍니다. 그 달콤한 유혹에서 빨리 벗어나세요.
독자 질문: <프랭크와 나>와 <고령화 가족>을 읽고나서 공통점은 그들의 직업이 사회에 소외받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주변부 인생 같았습니다. 왜 그들에게 관심 갖는건가요? 그리고 20대를 대상으로 쓸만한 소재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천명관님: 말씀하신대로 주변부 인생, 마이너리티가 등장하는 이유는 .. 저에게 당연한 겁니다. 물론 부자들의 이야기를 잘 모르기도 하구요. 옛날 소설에는 고백적 자아를 가진 지식인 주인공이 많았지만 2000년 이후 주인공에는 인물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소위 루저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최소한의 윤리라고 생각하는데요. 노벨상을 받은 클레지오는 "만일 작가의 펜에 반드시 있어야 할 미덕이 있다면, 그 미덕은 아무리 사소한 낙서일지라도 결코 강자를 칭송하는 데에 봉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선배문인들께서 [고래]가 역사적,사회적으로 너무 허공에 뜬 이야기가 아니야고 하는데 사실 저는 사회를 반영하는 리얼리즘 미학이 지금 유효한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의 문학적 테마이기도 하구요. 표현하는 방법의 문제인데 어떻게 드러내느냐는 아직도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20대 이야기는 쓰지 않습니다. 20대는 제가 잘 몰라요. 저는 제가 잘 아는 이야기를 씁니다. 작가는 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관계상 사회자님의 중재로 마지막 질문을 하게 된 독자님이 3개의 질문을 연달아 하셨다. 독자님들이 다양한만큼 다채롭고 흥미로운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에따른 막힘없는 작가님의 생각에 우리모두 몰입해 있었기에 마지막 질문이 3개인 것에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작가님은 질문의 순서를 외우기가 참 어려우셨을 텐데도 말이다.
독자 질문: 플롯을 세세하게 짜지 않은듯하다. 그러합니까? 오함마와의 관계는 싸구려 의리를 지키려는 모습로 비춰지는데 지식인의 위선적으로 보는 것 인지요. 마지막으로 [고래]의 결말 춘희의 그림은 누가 그런것입니까?
천명관님: 플롯은 기술에 관계된 것인데 저는 플롯을 중시하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치밀하게 쓰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쓰는 과정에 플롯이 살아서 움직이도록 씁니다. 감각적으로 플롯을 쓴다는 말이죠. 주인공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1인칭이지만 3인칭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에 지식인이지만 찌질한 면을 보여주는 거겠죠. 혹독한 시련을 겪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림은 제가 그린 것입니다.(웃음)
사회자님: 마지막으로 와주신 독자들께 할 말이 있다면?
천명관님: 책을 내면서 그 동안 처음으로 독자들을 만났어요. 여기는 세번째 인데. 사실 그 전까지 저는 독자의 실체를 모르는 작가였습니다. 인터넷 리뷰는 읽을 수 있지만 사람마다 굉장히 취향이 다르잖아요. 아무튼 제 얼굴을 보러 와주셔서 감동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문학행위를 차갑게 생각했어요. 제가 글을 쓰면 사람들이 읽는. 단순히 그런생각을 했는데 이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거구나.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 보고 감을 받는 행위라는 걸 느낍니다. 글쓰는 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을 쓰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천명관 작가님의 인사를 끝으로 싸인회가 진행되었다. 나는 싸인하는 동안 말을 붙여보는 독자들의 아쉬운 표정에서 진정한 팬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님은 웹툰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내 마음이 그러했으니까. 싸인 받은 소설책을 안고 돌아가는 길. 알 수 없는 넉넉함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일상의 언어를 마구 뱉으며 수다를 떨었다. 나 방금 스펙타클하게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소설가 천명관님의 힘이 되주고 오는 길이라면서 말이다. 끝으로 독자와의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 주신 천명관 작가님과 예스 24와 상상마당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상상서포터즈 2기 야식대마왕
첫댓글 나는 왜 조모임이 있었는가!!!!! 으허엉 천명관님... ㅜㅜ 원래 영화 하고 싶어 하셨던걸로 알아용. 준비하다 엎어진 시나리오도 많고, 영화하려고 소설을 썼는데 사람들이 걍 소설써라 그래서 맘 상했다 카던 인터뷰를 봤었음ㅋㅋ 시험이 끝나면 고령화가족을 읽어보겠어요!! 언니 고생했어용~
ㅎㅎㅎ 그래그래~ 시험끝나면 내가 책 빌려줄게 ^-^ 공부 열심히햐~
이리 재빠른 모습을 보여주다니...ㅠ.ㅠ
살롱ㅋㅋㅋㅋ 매니저님이 보고싶어하시는 걸 눈치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