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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2002년 7월 19일 금요일 /일학기, 안녕!학기야. 안녕히 계십시오.이제 헤어지는 구나. 미안하지만 학이랑 만나기로 했어. 그 다음엔 이학기. 너무 아쉬워. 그렇지? 휴. 내일이 방학식인데. 잉잉~ 4학년 때 더욱 멋지고 알찬 생활을 하는 윤주를 보여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실망스럽게 생각하지 말아줘. 학기야. 안녕. 잉잉
2002년 7월 22일 월요일 /제주도민주와 함께 제주도 땅을 디디자마자 사촌 소연이의 손을 잡고 날뛰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휴~, 창피하게 사람들 앞에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그러길 정말 잘했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엄모, 양아빠, 중간고모, 중간고모부, 승미언니, 선미 언니, 소연이, 소정이, 수환이. 모두 두 잘 해주기 때문이다. 가끔 집이 그립냐고 질문들을 할 때가 있는데 난 두 가지 대답을 한다. 집은 그립지 않고, 아빠, 엄마는 그립자고 말이다. 이 특이한 말 엄모와 양아빠. 엄모는 그냥 엄마를 바꿔서 쓴 것이고, 양아빠는 엄모께서 자꾸 “양, 양, 양” 하고 부르셔서 우리도 양아빠라 부르는 것이다. 좀더 재미있는 생활을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의 개성. 그래서 엄모네 댁은 활기차고 명랑한 것이 아닐까?
2002년 7월 23일 화요일 /소연이의 날이제 한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다리를 삐어 울고불고 하던 소연이가 지금은 부엌을 한 바퀴 빙 돌 수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한 발짝만 걸어도 소연이는 “우와, 윤 주야, 내가 걷고 있어!” 하고 자랑하곤 한다. 소연이와 함께 다녔을 땐 소연이의 소중함을 몰랐었는데, 학원도 승미언니, 소정이랑만 다니다 보니 소연이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 친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역시 친구가 없으면 무슨 일이든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걸까? 사람은 무언가가 옆, 또는 가까이에 있을 때에는 그것의 소중함, 중요함을 전혀 모르나, 그것이 잠깐만이라도 사라지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나 보다. 이제 소연이의 발이 나아지기만 하면 내 반쪽 마음도 다시 하나가 되겠지? 소 연아, 어서 빨리 나으렴!
2002년 7월 24일 수요일 /딩딩당 어학원제주도에 오기 전 엄마께서 아주 바쁠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에는 피아노 학원, 점심에는 컴퓨터 학원, 어학원. 또 소연이와 딩딩당 어학원을 다니는데, 카드를 100장, 또는 200장 이렇게 모으면 선물을 준다. 한 달간 다니니 그런 것은 별로 아니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모아 그 카드로 강릉에서 가게 놀이해야지. 히히히… 카드가 하나씩 모아질 때마다 항상 내 기쁨도 커간다. 내 영어 실력이 티끌만큼이라도 늘어났다는 증거니까. 앞으로도 학원 공부를 즐겁게 하여 우등생이 되어야지.
2002년 7월 25일 목요일 /민주의 머리카락 변신머리 숱이 많은 민주는 보기만 해도 답답해 결국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했다. 어학원에 다녀온 뒤 소정이가 공부방에 들어갔더니 놀란 표정으로, “윤 주 언니, 민주 머리카락 잘랐어.” 말하니, 나도 그 말에 기대가 더욱 더 부풀어 올라 얼른 방에 들어가 보았다. 나는 민주를 보고 그만 돌이 되어버렸다. 짧게 커트친 머리에 연한 갈색의 염색까지! 전혀 민주 같지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서먹서먹했지만, 민주의 달라진 모습에 점점 더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기르고 싶어했던 머리카락을 싹뚝싹뚝 금세 잘라버리다니. 섭섭한 표정을 보이지 않던 민주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2002년 7월 26일 금요일 /비바람아침부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피아노 학원에서 돌아올 땐 이미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바람도 무척 세게 불어 우산이 거의 날아갈 지경이었다. 그래서 컴퓨터 학원에도 가지 못했다. 놀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못내 섭섭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다음 주부터 방학이기 때문이었다. 휴… 언제 이런 날씨가 그칠까? 농부 아저씨들이 고생하실 텐데… 농부 아저씨들, 힘 내세요. 파이팅!
2002년 7월 29일 월요일 /책중간 고모부께서 주문하신 책이 배달되어 왔다. 상자가 쿵! 하고 내려앉는 그 큰 소리만큼이나 우리의 심장도 쿵쿵 쿵 자꾸만 뛰었다. 우리는 허둥지둥 가위로 테이프를 자르고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골라 들이기에 바빴다. “어서 잘라, 영차!” “난 저거, 저 책 볼 거야, 찜.” “나는 이거야. 가져가지 마, 어? 내 거라니까!” 하며 책 한 권을 놓고 아옹다옹 싸우는가 하면, 책을 꺼내 들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내려 놓으며 갖가지 일들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난 연탄길 2편을 읽고 있는데, 제목 그대로 포근하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들이 종이 한 장에도 소복이 쌓여 있었다. 이 세상에 만약 아주 만약에 책이 없다면? 기쁨도 슬픔도 없게 되겠지? 우리 사람의 감정은 마음과 책. 그 두 가지 안에만 들어 있으니까. 앞으로 좋은 책만 읽으며 살아가야지. 책과 함께 살 거야. 같이 일어나고. 같이 밥 먹고. 같이 다니고. 같이 잠자고…
2002년 7월 30일 화요일 /맛으로 하는 공부일요일부터 시작했던 새콤한 노벨 과학, 상큼한 노벨 사회, 말콤한 노벨 수학, 매콤한 노벨 국어를 20쪽까지 하였다. 디딤돌 수학은 7쪽까지 하고 말이다. 여기까지 하고 보니 너무 기뻤다. 모두 다 낙서장같이 글씨가 마구마구 써져 있고. 공부가 다 끝나서 천장에 머리가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부딪힐 정도로 펄쩍 펄쩍 뛰는 내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어서 빨리 총정리를 끝내고 4학년 문제집을 풀었으면 좋겠다.
2002년 7월 31일 수요일 /광복절엄마께서 광복절 쯤에 아빠랑, 운경이랑 같이 제주도로 오신단다. 16일쯤부터 가족 소설을 한번 써볼 계획이다. 떼쟁이 운경이도 이제 많이 착해져 있을 거야. 나와 민주의 잘못된 버릇들을 이제 다 고쳤는데, 더욱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휴! 어서 서 광복절이 되었으면 좋겠다만은… 이 여름방학을 어찌할꼬. 앙앙앙 훌쩍훌쩍 아빠 연수 빨리 끝내시고 오세요. 또 시험 요거, 요거 알죠? 노력 말이에요. 100점 안 맞아도, 1등 안 해도 자격증 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노력만 하시라고요.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겠죠? |
8월 |
2002년 8월 1일 목요일 /한라수목원밤에 중간 고모부께 소연이와 한라수목원에 운동하러 가자며 조르고 졸라서 드디어 가게 되었다. 산 중턱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거리를 비춰주는 노랗고 초록빛인 불빛들이 참 예쁘게 보였다. 고지에 도착하고 나서는 운동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아주 재미있게 놀았다. 다시 밑에 내려왔을 때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중간이모도 끼셔서 하셨다. 그 곳에 온 다른 분들도 우리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구경을 하셨다. ‘매일마다 이 곳에 왔으며 좋겠다.’ ‘정말 재미있었어.’ 각자 다른 생각들을 품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2002년 8월 2일 금요일 /학원 놀이소연이, 소정이, 민주, 수환이 와 학원 놀이를 했다. 난 미술 학원, 종합 학원을 맡고, 소연이는 피아노 학원, 영어학원, 예절 학원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쳤다. 모두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놀이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바로 이게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아이들도 이런 생각을 가졌겠지? 내일도 할까, 말까… 히히히…
2002년 8월 5일 월요일 /그림소연이와 함께 공책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며 소연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소연이의 그림을 쳐다보곤 머리를 골똘히 굴렸다. 공부는 라이벌이지만, 그림은 내가 후배인가 보다. 소연아, 그림 좀… 가르쳐 줄 수 있겠니?
2002년 8월 6일 화요일 /삼겹살온 가족이 모두 모여 삼겹살을 먹었다. 평소에 기름이 너무 많아 싫어했지만, 막상 밥상에 올려진 쫄깃쫄깃하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게 정말 맛있었다. 역시 양아빠네 음식은 최고다. 매일마다 이런 진수성찬을 먹으니, 누구라도 부럽다고 말하지 않을 정도 일거다. 강릉에 돌아갈 땐 26KG인 내가 27KG으로 늘어나 있을 테니, 아빠, 엄마께서 좋아 하시겠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가족이 그리워지곤 한다.
2002년 8월 7일 수요일 /토요일에는방학 때도 마음대로 못 잔다며 불평하는 우리들에게 양아빠께서 토요일마다 거실에서 잘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한 마디에 우리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정말이요? 정말이에요?” 하고 자꾸만 확인을 하였다. ‘그 하루쯤은 우리들도 마음대로 자는구나. 이야호!’ 나는 이런 생각을 품으며 마음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주택이라 이 큰 기쁨을 소리쳐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토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02년 8월 8일 목요일 /퀴즈선미 언니가 사회 공부를 퀴즈 낸다고 했다. 나, 소연이는 사회 책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외웠다. 서로 라이벌이기 때문에 질 수 없었기에 귀찮아도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드디어 퀴즈 시간! 이기고, 지고… 한참 동안 막상막하로 대결하다 25:23으로 내가 이기게 되었다. 벌칙은 진 문제 횟수만큼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안아주기. 소연이는 때리듯이 날 2번 안아 주었다. 비록 한 사람만 이기기는 했지만 정말 재미있는 퀴즈 시간이었다.
2002년 8월 9일 금요일 /무서운 이야기공부를 하다가 선미 언니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가연, 오채인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가연이가 채인이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서, “채인아, 너희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대!” 라고 말하자 채인이는 그 말을 듣고 집에 가다 차에 치이고 죽고 말았다. 가연이는 채인이가 죽을 때 말한 것을 들었는데, 바로 ㅇ ㄱ ㅇ ㄷ ㅇ ㅇ ㄱ ㅎ ㅅ ㅇ ㅅ ㅂ ㅈ 이었는데, 1년이 흐른 후 선생님이 아기 좀 맡아 달라고 하여 아기를 옆에 앉혀 놓고 실험을 하였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선생님은 무서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연이의 몸에 염산이 엎질러져 있고 그 옆에 아기가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채인이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은 이가연 다음에 과학실에서 보자라는 말이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이 더운 한여름에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니 더위가 모두 꽁꽁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매일 매일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될까? 음… 아마 옆에 있던 사람들이 얼게 되겠지? 심지어는 말하던 사람의 입도 추워서 부들부들 떨리고 말이야.
2002년 8월 12일 월요일 /과자 먹고 냠냠형미 고모께서 먹고 싶은 과자를 사 주신다고 하여서 부푸러, 아이셔, 롱 까미로를 샀다. 치과에 간 소정이, 현주네 집에 간 민주, 어린이집에 간 수환이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혼자서 이렇게 먹는 것이 어쩐지 께름칙해서 나중에 비상 식량으로 이용할 겸 과자를 조금만 먹고 남겨 놓게 되었다. 나중에 한번에 다 먹어 치울지, 두고두고 먹을지 어떻게 될까? 알뜰살뜰한 마음을 가지자.
2002년 8월 13일 화요일 /20세기의 큰 인물20세기의 큰 인물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중에서 마쓰시타라는 경영인의 책을 읽어 보았는데, 전기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부터 시작해 전기제품회사 사장이 되까지의 수난, 고통, 기쁨, 감격을 담은 책이었다. 나도 이런 경제에 관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외교관. 외교관이라면 세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겠지? 갈 때까지 여기에 있는 책을 모두 읽고 가야 하는데… 다시 올 때?… 그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하루가 2배인 48시간이라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책, 책. 서로서로 떨어져 있는 남한 사람들, 북한 사람들처럼 강릉에 가면 강릉에 없는 여기의 책이 정말 그리울 거야. 그러고 보니까.. 음… 집에 갈 날이 멀지 않았잖아? 오늘이 13일이고. 난 15일에 가니까, 계산해 보면 2일밖에 남지 않았다. 책 내용들아, 어서 내 머리 안으로 들어와. 어서, 어서!
2002년 8월 14일 수요일 /음악 분수대친할머니, 엄모, 형미고모, 소연이, 민주, 수환이와 음악 분수대에 갔다. 처음에는 들어갈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은 들어가기로 했다. 물은 음악이 고음이 될 때 높아지고 저음이 될 때는 낮아졌다. 우리는 무서워서 젖먹던 힘을 다해 건너편까지 달리기도 했고, 요령있게 조심히 다니기도 했다. 한참 신나게 놀다가 소연이가 갑자기 “엄모, 아파요. 집에 가고 싶어요.” 라며 말을 꺼내자 우리는 버티다가 소연이의 힘없는 모습에 모두 음악 분수대에서 나왔다. 강릉에 가면 물에 젖은 생쥐꼴의 우리들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겠지?
2002년 8월 15일 목요일 /강릉에서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던지 벌써 강릉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그래서 아침에는 엄모의 정성이 담뿍 담긴 미역국과 함께 진수성찬을 먹었다. 그러나 음식으로는 슬픔을 감출 수 없는지 모두들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소연이와 가기 전의 귀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재미있게 놀았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강릉에 가면 모두 기억 나겠지? 보고 싶을 거야.
2002년 8월 16일 금요일 /집제주도에 오래 있다 보니 우리집이 마치 새집처럼 느껴졌다. 엄모네 집에서는 특별히 토요일에만 자던 거실에 자게 되니 여기가 엄모 댁이고 오늘은 토요일이라는 착각을 자꾸 했다. 휴… 옆을 더듬어 보면 소연이, 민주가 있어야 하는데 소연이는 온데 간데 없고 민주만 있으니…/ 이제는 엄모네가 그리워진다. 겨울 방학에는 추운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만나요!
2002년 8월 19일 월요일 /안동할머니를 모시고 안동으로 갔다. 거기서 좋은 경치도 구경하고 도산서원, 안도 하회마을도 가서 아주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꼬르륵, 꼬르륵, 꼬르르륵~”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 아하! 알겠다. 배꼽 시계가 울리고 있구나. 너무 재미있어서 배고픈 것도 몰랐네. 모두 만두를 먹기로 하고 고기만두, 김치만두, 찐빵을 시켜서 단숨에 뚝딱 해치웠다. 이야~ 맛있다. 만두를 다 먹고 나서는 다리 밑의 풍경을 구경하다가 차에 올라탔다. 아쉬웠지만 만나면 다시 헤어지는 법. 어쩔 수 없었다.
2002년 8월 20일 화요일 /시계할머니께 장수의 뜻이 담긴 거북이 모양이 새겨진 시계를 아빠께서 사드렸다. 진짜 금으로 되어 있는 시계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78만원.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고? 이게 시계의 값이니까. 내가 뭐 그냥 꺼내겠어? 하지만 100만원도 문제 없다. 효자우리 아빠께서는 지갑을 꺼내시더니 할머니께서 계속 손을 내저으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계를 할머니의 손에 채워 드렸다. 할머니, 항상 건강하시기만 하면 전 바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사랑해요.
2002년 8월 21일 수요일 /마이너리티 리포트극장에 가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내용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미리 막는 시스템으로 범인들을 잡는 것이다. 정말 그런 시스템이 생겨나면 어떨까? 죄를 아직 짓지 않은 사람을 잡아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사건이 일어나게 할 수도 없고… 좋기도 하며 나쁘기도 하구나. 그런 시스템은 생겨나야 할까, 아님 생겨나지 말아야 할까? 알쏭달쏭 하군. 푸아~ 그것이 문제로다. 그것이!
2002년 8월 22일 목요일 /할머니, 안녕하세요?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께서 제주도로 돌아가시는 날이다. 그 동안 정말 정말 인자하셨었는데… 벌써. 벌써 가신다고? 말도 안돼! 겨울 방학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많이 뵙고 싶을 거야. 퍼즐도 같이 맞추시고, 즐겁게 우리와 웃어 주셨던 할머니. 할머니께서 하셨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돈다. 오늘은 꿈 속에서 할머니를 만나 뵈어야 겠는 걸?
2002년 8월 23일 금요일 /보름달밤에 자려고 하는데 달이 참 밝아서 외할머니, 나, 민주는 넋을 읽고 바라보았다. “외할머니, 저 달 이름이 뭐에요?” 민주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여쭤보았다. “보름달이지.” 외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성은 보, 이름은 름달이야.” 내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쳇, 언니는…” 민주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외할머니께서 주무신 뒤에도 민주의 감탄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한참이 지나서 감탄 소리가 그쳤다. 그제서야 난 민주를 토닥거려 주었다.
2002년 8월 26일 월요일 /외식명회네 가족과 함께 버섯골이라는 식당에 갔다. 그 곳에서 버섯 불고기, 비빔밥을 먹었는데 민주는 고기만 골라 먹였다. 역시 민주 별명에는 고기 만두가 어울리는 것 같다. 김치 만두도 좋지만, “김치만두? 매워서 싫어. 역시 나한테는 고기 만두가 적격이라니까. 쫄깃 쫄깃, 음~” 하고 대답할 게 뻔할 뻔자니까. 갈 때에는 나, 명회, 민주와 망보기 놀이를 하였는데, 명회와 민주가 사라져서 소동이 일어났다. “명회야.” “민주야.” “못 찾겠다.” 그제서야 둘은 모습을 드러냈다. 구들장 삼겹살 가게 앞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곳은 너무 멀어서 내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찾지 않았던 것이다. ‘먼 곳도 자세히 찾아 볼 걸. 내가 왜 그 곳은 안 찾아 보았을까?’ 하는 후회가 자꾸 생겼다. 땅이 꺼져라 한숨도 푹푹 쉬고 말이다. 중요하지 않은 곳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자. 이 사건 덕분에 이런 교훈도 갖게 되었다.
2002년 8월 27일 화요일 /포도 푸딩포도로 푸딩을 만들려고 했다. 딸기잼을 만드는 방식으로 후라이팬 위에 올려놓는 순간, 그 순간에. “타다닥!” “투툭툭!” “토독,톡!!” 건드릴 때마다 튀어 오르며 춤을 추는 포도알들을 보고 나와 민주는 깜짝깜짝 놀랐다. 겨우 겨우 그릇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렸다. 연기가 나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자 얼른 그릇을 꺼냈다. 한 알 골라 먹어보니 맛이 더 시어진 것이다. 그래도 애써 만들었느니 다 먹고 남은 포도들은 설탕을 조금 녹여 먹였다. 아~ 내 신세여. 푸딩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히유.
2002년 8월 28일 수요일 /명회명회는 학원을 참 많이 다닌다. 그런데 “윤주야, 나 서예 학원 그만 둬.” 난 “이제 별로 안 힘들겠구나.” 라고 말해 주려 했는데, 영어학원을 새로 다닌다는 것이다. 학원을 그렇게 많이 다녀도 되는 걸까? 과외를 많이 하게 되면 학교 공부에 관심이 안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명회야, 힘내라. 네 곁에 내가 있잖아. 파이팅이야!
2002년 8월 29일 목요일 /육촌형지선이가 빌려준 육촌형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철식이, 유새아와 소비연에게 떠밀려서 근태와 성태는 서로 싸우게 되지만 근태의 용기에 예전처럼 다시 친하게 지내는 이야기다. 한우리독서 학원에서 책을 두 권씩 준다는데, 그 중 하나인가? 하여튼 재밌는 책도 읽고, 학습지도 푼단다. 정말 재미있고 즐겁겠지? 아.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렇게 한 일가가 대장의 뜻으로 싸워도 되는 걸까?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난, 싸울 거야!
2002년 8월 31일 토요일 /비하늘에서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길래 아침부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비가 그쳐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그치기는커녕 더 많이 오는 것이다. 너무 많이 와서 수업을 안 해서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아뿔사! 공중전화가 있는 곳까지 물에 가득 차 있는 것. 난 얼은 동생을 데리러 가방을 매고 얼른 유치원 슬기 반으로 달려갔다. 빗물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재가 민주에게 비가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자, “언니, 정말? 무서워.” 하며 덜덜 떨었다. 전화할 곳이 없어서 유치원 전화기를 쓰는데 엄마께서 오셨다. 비는 다리 끝까지 차 올랐다. 물이 잘 안 빠지는 곳 말이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온 몸이 다 젖어 후들거릴 정도였다. 내일도 비가 오지 않을까? 그럼, 안 되는데… 일요일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으아~~~ |
9월 |
2002년 9월 1일 일요일 /공사장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미진아파트 쪽은 괜찮고… 어? 공사장에 물이 가득 차 있다. 무슨 건물을 짓는다고 공사하고 있었는데… 저 쪽은 피해를 많이 입었겠지.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은 강릉이라고 하는데, 이제 비가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수재민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자꾸 고개를 푹 떨구지 마시고요. 힘 내세요. 이 엉망진창 모습도 힘을 합치면 평온하고 예쁜 모습이 될 거에요.
2002년 9월 2일 월요일 /학교엄마께서 학교를 9월 5일까지 쉰다고 하셨다. 비가 어찌나 많이 왔는지. 쯧쯧 그럼. 9월 6일, 즉 금요일에 학교를 가는 거잖아? 그 동안 심심해서 어쩌지? 공부 내용도 몇 개 늦게 배우게 되잖아. 휴. 그렇지만 학교 안 가는 것도 좋고. 시간은 빨리 가야 하나, 늦게 가야 하나?
2002년 9월 3일 화요일 /냉면냉면을 먹었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김 때문에 더욱 맛있게 보였다. 육수를 넣고 나서, 쩝쩌업쩝어… “으엑, 너무 시큼해요. 엄마” “맞아요, 육수 때문에…” 민주와 난 동시에 말했다. 한참 깨작거리니 엄마께서 20초를 세셨다. 20이 되자 난 급하게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에 넣었다. 민주는 아직도 느릿느릿. 후아~ 냉면 때문에 고생 꽤나 했다.
2002년 9월 4일 수요일 /일기1학기 때 쓴 일기들을 올렸다. 전에 몇 권 올려서 남은 3권들을 1개 쓰고 공부 한 장 하고 이렇게 하며 컴퓨터에 손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타자를 쳤다. 밤 9시 몇 분에 드디어 완료! 푸아. 힘들었지만 땀이 묻고 온갖 고생을 한 내 손을 보니, ‘내가 그 힘든 일을 다 했구나!’ 라는 생각에 흐믓해 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2학기 때 일기도 올려야지.
2002년 9월 5일 목요일 /학교내일이 학교 가는 날이다. ‘비가 저 내렸으면 좋겠다.’ 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그런 고생을 하느니 친구들도 힘들어서 한숨 푹푹 쉬며 오겠지? 친구들아. 집들이 물에 잠기고 정전도 되고… 고생 많이 했지? 이제 그런 걱정 다 잊어버리고 우리, 재미있게 놀자. 힘내!
2002년 9월 6일 금요일 /학교참 오랜만에 학교 나온다. 용감이라는 한자도 쓰고… 한문 공책, 수학 숙제를 다 검사 맡고 나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폭풍우로 모두 많은 피해를 입었다. ‘나만 괜찮으면 됐지.” 하는 생각을 가지는데 폭풍우의 피해를 입은 곳은 강릉시만이 아니다. 엄청난 재산을 잃어서 경제, 나라가 어지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물 때문에 지저분한 물이 가정으로 흘러서 이 물들을 마시고 나서는 생명이 조금씩 파괴될 수도 있다. 푸아 한국인의 끈기만 봐도 반드시 이 실패를 딛고 올라서 수 있다는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다. 무슨 일이든 끝장을 봐야 한다는 집념. 국민 소득 10000달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인. 우리는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수재민 여러분, 힘 내세요!
2002년 9월 7일 토요일 /이모서울에 사시는 이모께서 오셨다.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엇? 이모께서. 난 깜짝 놀랐다. 앞으로 몇 주일쯤 계시다 가시 거라고 이모께서 말씀하셨다. “몇 달 계시면 안 돼요?” 하고 여쭤보려 했지만 그만 두었다. 우리 말썽꾸러기(말이 이상해)들 때문에 고생하시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어쨌든 이모, 잘 계시다 잘 가세요.
2002년 9월 8일 일요일 /바닷가가족과 바닷가로 갔다. 방파제 끝까지 가려고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도 춥고 해서 결국 반도 못 가고 말았다. 아, 이렇게 원통함이여. 겨우 온 바다를 그냥 내버려 두고 차에 올라서는 내 마음이여.
2002년 9월 8일 일요일 /자습 학원(?)저녁을 먹다 아빠께서 영어를 배울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토론을 나누다가 영어는 집에서 하고 친구들과 재밌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독서학원을 할까? 어떤 곳을 다니지?
2002년 9월 9일 월요일 /DUO BACK 의자엄마께서 주문하신 듀오백 의자가 드디어 왔다. 난 파랑색, 민주는 빨강색 꽃무늬를 택하고 의자 위에 앉아서는 뛸듯이 기뻐 했다. 우와. 이제 곧(내일, 오늘, 모래쯤) 책상도 도착하겠지. 나, 민주, 운경이가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음. 그럼 난 영어, 피아노를 하는 거네.(왜 갑자기 이 얘기?) 어쨌든 공부 더 열심히 해야지. 하하하하하하하
2002년 9월 10일 화요일 피아노피아노 선생님이 오셨다. 오랜만에 쳐서 어수룩했지만 즐거운 농잠을 나누며 노는 것은 여전했다. 화요일, 금요일, 2시 30분마다 선생님이 오신다. 그 시간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규칙적인 생활 06:30 기상 06:35 별도의 준비 06:50 아침밥 07:20 마지막 준비 07:25 등교 07:40 약속 친구 만나기 07:50-13:30 학교일 13:31-14:00 하교 14:10-15:00 공부 16:00-16:40 저녁 21:00 취침 이상!~ 규칙적인 생활은 아주아주 좋아요. 히히힛.
2002년 9월 11일 수요일 /서양식예전에 밥을 먹을 때 서양식으로 먹었는데. 난 계속 반대를 했지만 결국. 서양이 아무리 뛰어나도 밥까지 그렇게 먹는 건 정말 정말 싫다. 부끄럽기도.. 우. 우리 집이지만 말이다. 하루빨리 고치고 싶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면 서양도 동양식으로 숟가락을 김치찌개에다 모두 다 넣겠지? 히히힛~,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2002년 9월 12일 목요일 /미룬 공부민주 공부도, 내 공부도 모두 밀렸다. 영어 단어도 안 쓰고, 민주 영어 공부도….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고 외친 나면서 이런 꼴이 왜 되어 버렸나? 잠시라도 나를 혼자서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말이다.
2002년 9월 13일 /책상드디어 책상이 왔다. 정말 정말 저~~엉~~말 예쁘다. (엄마께선 세련되었다고 하신다.) 이 책상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즐겁게 신나게 놀아야지. 옆집 명회한테 자랑해야지. 좀 부끄럽긴 하지만. 추가 일기 돈 우리 나라는 돈을 가진 사람을 좋지 않은 눈으로 본다.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다는 민족 유태인과 한국이 돈에 대한 생각이 왜 이리 차이가 날까? 부자라도 올바른 부자라면 청빈한 인격자보다 더 좋은 인격자가 아닐까?
2002년 9월 14일 토요일 /조립듀오백 의자 모형을 조립했다. 한 20-30Cm쯤 되는 작은 모형인데, 인형들 의자로 딱 알맞았다. 운경이는 초록색 개 인형을 의자에 앉히고 즐거워 하며 맘껏 웃었다. 이 의자로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 아니 걱정이다. 킥킥킥.
2002년 9월 15일 일요일 /동해동해로 가서 교무님도 만나고 자장면도 먹었다. 민주는 자장면을 어른보다 많이 3그릇이나 먹고 마치 털이 난 듯한 검은 입을 휴지를 꺼내 닦으며 행복한 듯이 웃었다. 그래. 뭐. 매일마다 자장면 먹고 싶다며 하루 일과처럼 중얼거렸던 민주니까. 하하하 오늘은 민주가 즐거웠으니까 일기를 이틀이나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의 얼굴을 찡그리며 할 수 없지. 그 대신 민주야. 오늘만이야. 오늘만 용서를 해 주는 거다.
2002년 9월 17일 화요일 /숙제지선이네 집에 가서 숙제를 했다. 내가 너무 못 썼다며 불평을 해대니까 지선이가 “넌 확실히 그리기 보다 글짓기를 더 잘해.” 라고 말했다. 내가 그리기를 좋아했으면 이 말을 듣고 심통 부렸을 텐데, 다행히 글짓기를 더 좋아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아주아주 많이. 지선이는 내가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충고도 해 주고, 칭찬도 해 주는 좋은 친구다. 그 고사성어가… 뭐였더라. 아하! 생각이 났다. 지선이는 내 죽마고우다.
2002년 9월 19일 목요일 /외삼촌내일 제주도에 가는 바람에 외삼촌이 오셨다. 홍콩에서 초콜릿도 사 오시고… 다 먹은 다음에는 필통으로 썼다. 그리고 내가 자려 할 때는 지구본을 사라며 10000원을 주셨다. 외삼촌, 많은 것 주시고, 신경 써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2002년 9월 21일 토요일 /추석추석이라 제주도에 갔다. 내일이 가는 날이라서 큰고모 댁에서 자고 싶다며 아빠께 계속 졸랐다. 아빠께서는 못 들으신 척 그냥 무뚝뚝하게 앉아 계셨지만, 큰고모의 허락으로 겨우 잘 있게 되었다. 큰고모 댁으로 가기 전에 영화를 보았다. 18세 이상은 오아시스라는 영화를 보고, 18세 이하는 파워퍼뜨 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한 박사가 예쁘고 완벽한 여자아이를 만들기 위해 약물을 큰 그릇에 담고 있었는데, 말썽꾸러기 원숭이 조조가 쳐서 금지 약물이 깨지며 동시에 보르섬, 버터컴, 버블이 태어나게 된다. 그렇지만 조조는 금지 약물이 묻어 악당이 되어 버린다. 파워 퍼뜨 걸은 나쁜 악당들을 무찌르고 조조, 아니 악당 모보 조조도 무찌르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원래 만화인데 세계 각국에 알려지게 되어 영화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002년 9월 22일 일요일 /집으로제주도에서 재미있게 놀던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는지… 한숨을 푹푹 쉬어봐도 비행기가 내 한숨에 날아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할 수 없다. 소연이는 나한테 대형 다이어리 속지를 10장이나 주고, 나도 소연이에게 팔찌, 칼라 샤프심, 샤프를 주었다. 도 현주에게는 반지를 손가락에 예쁘게 끼워 주니 현주가 너무 좋아했다. 다음 겨울 방학 때나 오게 되겠지. 돌아올 때는 구름이 모두 하얀 구름이든, 가만 구름이든 더 시커멓게 보였다. 보름달도 웬지 우울해 보였다. 아주 큰 소리로, 정말 정말 큰 소리로 울고 싶었다.
2002년 9월 23일 월요일 /한자 검정 시험어머니들께서 한자 검정 시험을 볼 생각이 없겠냐고 전화가 왔다. 난 다음 번에 볼 생각이다. 내 실력이 너무 모자라니까. 1급이신 아빠의 뒤를 이어 8급이라도 되야 하는데… 아니. 마음을 바꿔서 시험을 봐야지. 떨어져도 괜찮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2002년 9월 24일 화요일 /8급이 커졌어요!한자검정시험 8급을 보려던 것이 7급으로, 또 6급으로 변하고 말았다. 6급II도 아닌 6급이라니. 아빠 계획은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1그1을 따게 하는 것이라나. 내 실력에 아니야, 아니야. 공부를 열심히 하면 딸 수 있을지도 몰라. 아참. 선생님, 1급 따신다고 하셨죠? 꼭 합격하세요. 제자인 윤주가 응원합니다.
홈페이지 괜히 가르쳐드렸네요. 두고두고 놀리실 게 뻔하니까요.
2002년 9월 25일 수요일 /공부요즘 공부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한자 공부책은 하루에 2장, 다른 과목은 한 단원씩 한다. 전처럼 빈둥빈둥거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공부를 다 끝내면 4학년 총정리를 한번 풀어볼 생각이다. 한자 검정 시험이 다 끝나고 말이다. 3학년 2학기 되서는 1학기 때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쓰는 돈, 벌어들인 돈도 꼬박꼬박 써놓고,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는… 하하, 어쨌든 그다지 나쁜 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니 녬녜 마시라. 그리고 아빠의 계획대로 3학년 때는 6급, 4학년 1학기 때는 3급, 4학년 2학기 때는 2급, 그리고 5학년 1학기 때는 1급을 꼭 따야지. 줄줄이 합격 사탕을 목에 걸지 않으면 그렇게 되지 않겠지만. 그런데 원식이는 몇 급 시험을 볼까? 한자를 잘 하는 원식아, 합격 하거라. 알겠냐? (건방진 말투) 아니, 알겠니?
2002년 9월 26일 목요일 /가게놀이진짜 돈으로 하는 가게놀이를 했다. 덕분에 내 돈은 3만원이 넘었다. 그러나 민주는 몇 백원밖에 없다. 기쁜 자가 있으면 슬픈 자도 있는 법. 민주네 가게가 아주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가족 가게놀이를 할까? 흠… 그럼 인정이 많으신 아빠, 엄마께서는 밥 먹듯이 민주가게로 찾아 가시겠지? 그럼, 내 가게는… 어떻게 된지? 에이, 뭐, 어떻게라도 잘 되겠지.
2002년 9월 27일 금요일 /바느질민주 곰인형 미미에게 잠옷을 만들어 주려고 운경이 런닝을 작게 줄이고, 단추를 매달았다. 면이 너무 두꺼워서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오늘 내가 한 바느질은 보람, 행복, 기쁨의 바느질이다. 항상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게 해야겠다.
2002년 9월 28일 토요일 /급식비이제 내 나이도 3학년 2학기다.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당연히 내가 처리해야겠지. 그래서 난 중대한 결심을 했다. 내 급식비는 내가 내기로 말이다. 이건 내가 결정한 거다. 급식비가 한 달에 24000원, 내 용돈은 2주일에 2000원이고, 저번에 모아둔 돈도 있으니 돈은 충분하다. 돈이 모자라면 아빠께서 보태주신다고 했으니, 걱정 끝! 내 일을 혼자 처리하니 마음이 편하다.
2002년 9월 29일 일요일 /체육강릉대학교에서 체육을 했다. 1주일에 2번씩 토요일, 일요일에 하는데, 별로 바쁘지 않은 날에 하니까 좋다. 거기서 달리기도 하고, 축구도 하고, 공놀이도 하며 신나게 논다. 체육 공부보다 차라리 논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재미있다. 난 처음에 징징거리며 다니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마음이 들어서 다닌다고 했다. 내는 돈은 한 달에 3만원 정도. 싸고, 재미있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2002년 9월 30일 월요일 /야단한문을 쓰는데 글씨체가 이상하고 똑바로 못 써서 아빠께 야단을 맞았다. 아빠의 말씀대로 빨리 하려는 마음에 한문을 마구 휘갈겨 썼었다. 마치 글씨가 날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6급 시험에 합격하려면 글씨를 잘 써야만 글씨가 잘 외워져서 머리에 고부 내용이들어오는데… 아빠께서 기대를 걸고 사주신 책을 정성껏 이용하지 않아서 죄송하다. 앞으로 한문을 예쁘게 써야겠다. |
10월 |
2002년 10월 1일 화요일 /컴퍼스컴퍼스에 침이 없어서 DC마트로 바꾸러 갔다. 그런데 컴퍼스가 다 팔려서 800원짜리 물건을 가져가라고 했다. 난 한참동안 서성거리다 빨강색, 파랑색, 0.7검은색, 0.5검은색 볼펜이 함께 있는 볼펜을 하나 사서 엄마께 드렸다. 이제 곧 아빠 생신이 되는데 아빠 생신 선물은 뭘로 드릴까? 음… 편지와 아빠께 필요한 물건을 드려야지. 작년처럼 멋지게 준비해 놓고 동생들과 절반을 아빠께서 돌아오시기도 전에 먹어치우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 때는 기다리지 못했고,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어쩔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 생신 파티는 성공적이어야 한다. 아빠, 엄마께서 무척 기대하고 계시겠지?
2002년 10월 2일 수요일 /노래점심을 먹고 와서 교실에 있었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노래를 틀어주셨다. 천리길,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BINGO 등을 더듬거리기도 하며 따라 불렀다. 정말 재미있었다. 내 짝 조길형은 파란 하늘을 이상하게 불렀다. 한 가지 정확하게 들은 건 화투다. 화투가 나쁜 놀이, 일명 돈 버는 놀이란 걸 잘 안다. 길형이도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그런 노래는 이제 그만 하면 좋겠다.
2002년 10월 3일 목요일 /고집외할머니 댁에 민주, 운경이랑 걸아 갔다. 재미있게 놀다가 나, 민주만 남고 모두 음식점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난 민주와 텔레비전을 보며 시시하게 놀았다. 돌아오셨을 때 내가 수원이를 집에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 어른들은 안 된다고 했지만 난 계속 고집을 피웠다. 차에 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는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지 말아야겠다.
2002년 10월 4일 금요일 /피아노밤에 민주의 피아노 연습을 도와 주었다. 뭐 밤은 아니고,8시 쯤에… 민주가 너무 말을 안 들었다. 화가 났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민주에게 1줄에 3번씩 치라고 하고 지켜 보았다. 열심히 잘 치고 있었다. 마음을 정리하고 사물을 보면 좋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2002년 10월 5일 토요일 /학원사자성어 만화를 보다가 문득 체육학원이 떠올라서 시계를 보았다. 3시 30분이었다. 3시에 시작하는데… 엄마께 말씀 드렸다. 엄마께서 오늘은 쉬자고 하셨다. 쉬니까 좋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학원에 가고 싶었다. 다음부터는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잘 가야지.
2002년 10월 6일 일요일 /가게놀이민주와 가짜 돈으로 가게놀이를 했다. 정말 많이 벌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짜 돈은 20만원이 넘는다. 민주는 카드와 통장에 돈을 대부분 넣어서 지갑에 돈이 얼마 없다. 내가 생각한 건데, 민주는 커서 저금을 아주 많이 할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생길 때마다 10분의 1, 아님 5분의 1 정도 하겠지. 민주야, 저금 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야. 앞으로도 많이 하렴.
2002년 10월 7일 /빙상 경기장이번에도 빙상 경기장에 간다. 돈은 4000원 내야 하고. 급식비는 어떻게 내야 하나? 걱정이 태산 같아 가는 날짜도 잊어버렸다. 힝~ 안 가고 싶은데. 꾀병 부릴 수도 없고.
2002년 10월 8일 화요일 /운동회야!!! 신나는 운동회다. 엄마께서도 와 주셔서 너무 기뻤다. 달리기에서는 2등을 해 공책을 3권이나 받았다. 그런데 소정이가 1권 달라고 해서 지금은 2권이 있다. 뭐, 상관 없다. 몇 시간 후, 점수판을 보고 체육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백호팀 23개, 청룡팀 22개로 백호팀이 승리했다고. 겨우 1개 차이로. 너무 섭섭하다. 내년 가을 운동회 때에는 꼭 이겨야지.
2002년 10월 9일 수요일 /한자요즘 한자 검정 시험 때문에 바쁘다. 그래서 목요일은 집에만 있기로 했다. 물론 학교는 가고 말이다. 3학년 수준인 6급을 떨어지면 안 될 거다. 내가 한 말… 아니, 내가 쓴 글을 계기로 더욱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지.
2002년 10월 10일 목요일 /축구스케이트를 다 타고 축구 시합을 이겼다.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눠 선생님께서는 여자팀에 오셨다. 누가 이겼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남자들이 더 반칙을 많이 했잖아. 히유. 어쨌든 축구는 정말 재미있는 거 같다. 내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02년 10월 11일 금요일 /빨래손빨래를 했다. 손이 거칠거칠해 진 것 같았다. 빨래를 다 하고 나니 마치 새 옷인 것 같았다. 내가 빨래를 잘 한 건지, 비누가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비누보다 내 힘이 더 세었었으면 좋겠다. 그럼 다음에 더 깨끗이 빨 수 있는데. 갑자기 2학기 때 읽은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떠올랐다. 그 책 속에 곰보 고무장갑에 대해 상세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2학년의 학교 생활을 떠올려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2002년 10월 12일 토요일 /시험다음 주 화요일에 기초 학력고사를 본다. 꼭 100점을 맞아야지. 전국에서 보는 시험이니까 더 떨린다. 한 개만 틀려도 그 과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모두 긴장할 만하다. 그 때는 선생님께서 출장 가셔서 안 계시니까 월요일은 떠들썩 하겠구나 전국의 3학년 여러분! 모두 100점 받으세요~
2002년 10월 13일 일요일 /머리카락민주는 파마, 엄마께서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셨다.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내가 이런 다고 다시 원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엄마, 민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환하게 웃을 뿐이었다. 괜찮아. 머리카락은 언제든지 자라니까. 그 머리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울려 보일 수도 있잖아.
2002년 10월 14일 월요일 /외할머니외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시다. 그래서 10월 18일에 수술을 받으신다. 편찮으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제발 빨리 나아주세요. 외할머니, 제가 말씀 드렸죠. 분명히 100살까지 사실 거라고. 오래오래 건강히 사세요. 할머니.
2002년 10월 15일 화요일 /기초 학력 고사기초 학력 고사를 봤다. 두근두근. 너무 떨렸다. 1,2학년 3학년 1학기 문제가 총 20문제씩. 쉬웠지만 그래도 시험이라는 낱말을 생각하니 괜히 콩닥거렸다. 제발 좋은 결과였으면 좋겠다.
2002년 10월 16일 수요일 /입소정이네 집에서 놀다가 담벼락 모서리에 부딪혀 입을 다쳤다. 너무 아팠다. 밥 먹을 때도 불편했고. 말하기도. 내 몸을 항상 조심히 다루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텐데… 자꾸만 후회 된다. 앞으로는 꼭 이 다짐을 실천해야겠다.
2002년 10월 17일 목요일 /한문 공부어제 한문을 쭉 다 읽고 나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제일 많은 건 22개 씩 맞고… 그래서 시험 점수도 자꾸만 올라갔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매일마다 연습해서 6급 시험에 꼭 합격해야겠다.
2002년 10월 18일 금요일 /외할머니외할머니께서 등뼈를 수술하시는 날이다. 아. 수술이 잘 되었으면. 언제 한 번 병문안을 드려야 되는데. 외할머니1 꼭 나으실 거에요. 모든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잖아요. 병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길 수 있어요!
2002년 10월 19일 토요일 /한자한자를 6급까지 다 썼다. 손도 아파서 잘 쓰지는 못했지만, 3일만에 300자를 다 슨 내가 대견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게으름뱅이인 내가 이 일을 이워내다니. 정말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할 만하다. 다음에는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안게으름뱅이가 되어야지.
2002년 10월 20일 일요일 /대청소대청소를 했다. 공책이 너무 많아서 가지고 싶어했던 공책들을 몇 권 씩 동생에게 주었다. 집이 깔끔하니까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앞으로도 집을 깨끗이 해야지. 그럼 하는 일마다 잘 풀리겠지? 일아~ 일아~ 청소 했으니 잘 되어라.
2002년 10월 21일 월요일 /기록장기록장을 만들었다. 맨 앞장에 연습장이라고 썼는데, 그림도 그리고 동시도 가끔씩 쓰려 한다. 아차. 내가 만든 이 기록장은 공부한 내용을 적는 공책이다. 매우 두꺼운데 그래서 공부 내용도 적고, 다른 정리 내용도 적을 수 있다. 4학년이 되면 이 공책을 펴 보아야지. 아참. 잊어버리는 것이 왜 이리 많을까? 숙제 공책도 있는데, 그 공책은 책에다 적지 않는 숙제를 적는 공책이다. 전에 사회 숙제도, 달의 사진도 거기에 붙였었는데… 이렇게 쓸데 없이 보이는 것도 많은 곳에 사용하면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돈도 아껴 써서 많은 곳에 사용해야지.
2002년 10월 22일 화요일 /감기아빠께서 감기에 걸리셨다. 우리가 추울까 봐 보일러를 손수 고치시기도 하시고. 그러시더니 당연히 병이 찾아올 수 밖에. 아빠께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내가 아빨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한 걸까? 만약… 만약 정말 그렇다면 어쩌지? 잠시도 쉴 틈이 없는 우리 아빠. 내가 겨울 방학 때 신나게 놀고 있어도 아빠께서는 연수를 하셔야 한다. 11월쯤 정보처리기사 시험. 이제 조금밖에 날이 남지 않았는데. 무척 힘드시겠지? 그러니 아빠게 효녀가 되어야지.
2002년 10월 23일 수요일 /용돈내가 모은 용돈을 덜어 이 공책을 샀다. 장 수도 많고 가격도 350원이라는 데 만족한다. 다른 아이들은 한 달에 5000원, 10000원이지만 난 일주일에 1000원을 받는다. 그래도 별로 사는 물건도 없고, 잘 생각해서 사기 때문에 급식비를 내고 남은 돈 3000원이 금세 10000원이 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불만이 없다. 그저 내 일을 충실히 하는 게 목표다. 내 물건도 대부분 받은 것이다. 색종이, 수수깡.. 아이들이 필요 없어 하는 것을 가끔씩 주는데, 그런 물건들을 서랍에 잘 보관해 놓는다. 계속 용돈, 물건을 아껴 써야지.
2002년 10월 24일 목요일 /컴퓨터우리집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그래서 DIOSIS에 입원시켰다. 컴퓨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다 나으면 힘들지 않게 게임도 안 해야지. 내가 잘 다루지않아서 병이 난 걸까, 아님 오래 써서 그런 걸까? 2년이 조금 넘게 썼는데. 컴퓨터가 퇴원하면 조금씩 사용해야지. 아까도 이와 같은 다짐을 했지만. 뭐, 자꾸 다짐하는 것도 좋은 거지. 컴퓨터야, 어서 어서 나으렴~!
2002년 10월 25일 금요일 /친구소정이와 교환 일기장을 그만 쓰기로 했다.’교환 일기장은 고책에다 하고 싶은 말, 일기를 쓰는 것인데 내가 먼저 쓰지 말자고 적어 보냈다. 말로 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정이는 그 뒤로 지선이랑 놀았지만, 상관없다. 친구는 아직 많으니까. 그나저나 아연이, 민지는 헤어질 것 같다. 내 2학년 때 경험은… 아연이, 민지와 친해지는 사람이 생기면 조금 후엔 헤어진다. 분명하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뭐 점쟁이도 아니지만. 둘에게 친구를 여럿 사귀라고 말해줘야겠다.
2002년 10월 26일 토요일 /바둑아빠께서 하시는 바둑을 지켜봤다. 난 잘 하지는 못하지만 재미있어 보였다. 현재 아빠께서는 6급이다. 아빠, 나 둘 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공부를 마치고 나서는 항상 컴퓨터를 이용한다. 난 아빠께서 바둑을 하시면 옆에서 계속 지켜 본다. 재미있기도 하고, 또 무슨 작업을 할 때면 든든하다. 왜 그러지는 달 모르겠지만 하여튼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음 바둑도 하나의 게임이라는데 아빠께선 이 게임을 새벽 3시까지 하신 적이 있다. 난 그 때 책상 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품을 연달아 했다. 아~ 아빠의 놀라운 집중력! 그래서 항상 시험만 보면 딱 달라붙나 보다. 그 집중력은 아빠의 빨판. 아빠, 시험이 11월 3일이라고 하셨죠? 이번에도 꼭 합격하세요. 아빠, 아빠, 계속 합격하세요오~~
2002년 10월 27일
일요일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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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2002년 11월 1일 금요일 /교과서내 책을 펴보면, 무척 흐믓하다. 여기저기에 써져 있는 글씨. 교과서는 지저분하지만, 공부 내용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에 더 지저분해질수록 즐거워진다. 체육 교과서에는 적지 않지만, 다른 교과서에는 적을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교과서 속의 또 한 교과서. 바로 내 글! 예전에는 자리가 바뀌어서 안 좋다고 생각 했는데, TV 글씨가 더 선명하게 보여서 좋다.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 생각해보면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일기를 씀으로써 알게 되었다.
2002년 11월 2일 토요일 /피아노 연습잠자리에 누우려 할 때 갑자기 피아노 연습이 생각났다. ‘졸린데…’ 하는 생각이 날 막으려 했지만 피아노로 걸어가 조심스레 한 곡 당 10번씩 쳤다. 정말 잘 쳐졌다. 선생님께 부끄럼 없이 피나오 책을 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나왔다. 매일 야단만 듣다가 (뭐, 칭찬도 많이 받았지) 칭찬을 듣겠는 걸?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내게 누군가가 방석을 가져다 주었다. 그 방석은 아마 기쁨 방석이겠지?
2002년 11월 3일 일요일 /스퓨어트 리틀2스튜어트 리틀 2라는 영화를 보았다. 시간이 늦어 허둥대다가 조금밖에 보지 못했지 때문에 속상했다. 아빠께서는 조금밖에 못 보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래도 끝부분은 봤으니 다행이다. 우리 때문에 시험을 망치신 아빠께 더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괜히 화가 났다. 그 화를 누르고 퉁명스럽게, “괜찮아요.” 라고 답했다. 아빠, 오늘 정말 정신 없었어요. 시험 못 쳤다고 하실 때마다 합격했으니 걱정 마시고요. 그깟 시험, 아빠의 두뇌로 다시 보면 한번에 끝이잖아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2002년 11월 4일 월요일 /바쁨요즘 너무너무 할 일이 많다. 피아노 연습, 동생 돌보기… 휴~ 그래서 친구랑도 3시까지만 놀아야겠다. 한문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친구들이랑 놀아서 동생들과 노는 시간이 적어졌다. 아차! 오늘 과학 복습했는데, 헷갈리는 게 있었다. 小, 이건 분명히 작을 소. 少, 이건 적을 소인데 자꾸 선생님께서 小로 쓰신다. 6급 한문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는데. 선생님, 불효 제자가 말씀드리옵고, 안 헷갈리게 해주세요.
2002년 11월 5일 화요일 /10시까지선생님께서 우리 슬기반 선생님께서 10시까지 학교에 오라고 하셨다. 매우 기쁘다. 그래도 내일이 수능이니 떨리기도 하고. 으아~ 시험 잘 볼 수 있을까?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괜히 시험을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날 괴롭힌다. 음. 내일은 엿을 사서 시험 시간에 몰래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을까? 아니, 그것보다는 복습을 하면서 먹는 게 좋겠지. 아님, 아예 엿을 사지 않거나. 히히. 아니, 웃을 게 아니지? 내일 시험 잘 봐. 파이팅.
2002년 11월 6일 수요일 /타자연습민주와 번갈아가며 타자 연습을 했다. 내 타자 빠르기가 빠른 건지, 느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빨랐으면 좋겠다. 민주도 자리를 잘 맞추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흐믓하다. 지금 나와 민주의 타자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앞으로는 누가 더 빠른지를 두고 경쟁할지도 모르겠다. 정확도는 나나 민주나 그럭저럭. 헤헤. 민주야,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렴. 아차, 그리고 너가 속도 500이면 나는 1000이 되어 있을 거야.
2002년 11월 7일 목요일 /과자아빠, 엄마께서 나가시며 2000원을 주셨다. 돈을 받아 들고 DC마트로 출발했다. 그런데 “으앙, 캐러멜!” “아앙, 쌀과자.” 운경이는 캐러멜을 민주는 쌀과자를 우긴다. 아, 누구 편을 들어 주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캐러멜을 사 주었다. 조금 먹다가 내 돈 1000원을 더 보태 쌀과자도 사 주고 쌀과자는 한 한달 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겨우 2000원인데. 그렇게 많을 수가! 조금 전의 과자 사건은 잊어버리고 동생들은 쌀과자를 오독오독 먹기에 바쁘다.
2002년 11월 8일 금요일 /미미내 동생 민주는 곰인형을 무척 좋아한다. 잠잘 때도 깨어날 때도 언제나 손에는 미미라는 곰인형이 들려져 있다. 민주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건가? 미미를 꼭 안은 민주가 정말 우습게 보인다. 미미가 그렇게 좋은가? 민주를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한심하고, 우습고… 하지만 이런 민주도 나름대로 큰 재능이 있다. 미술! 그림 그리기는 대상 받고도 남는다. 난 이런 동생을 가진 게 정말 자랑스럽다. 아, 그리고 운경이도 정말 잘 그린다.
2002년 11월 9일 토요일 /나 홀로 집에집에 돌아와 보니 가족들은 모두 외식을 하러 가고 없었다. 아연이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나와 함께 조금 있어 주었다. 아연이가 가자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책을 보았다. 책을 보다 눈이 계속 시계로 갔다. 9시 2분에 가족이 왔다. 나 혼자 모험을 하고 다녀온 것 같아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한편으로는 같이 있어준 아연이가 고맙기도 했고 말이다. 앞으로는 하룻밤을 혼자 지내볼까? 아참, 오늘 축구한 남자애들, 지영이와 아연이가 축구 보자고 해서 갔는데, 되게 못하더라. 물론, 나도 잘 못하지만 잘 하…..지마! 메롱~! 아니, 으흠 잘해라!
2002년 11월 10일 일요일 /도서관참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그 동안 못 갔었는데. 한 권. 한 권으로 맛볼 수 있는 이야기들. 음식으로 말하자면 진수성찬이라고나 할까. 히야. 도서 대여권 하나로도 책을 5권밖에 빌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너무 아쉽다. 하나로 10권을 빌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휴, 어서 다 읽은 책을 또 한번 읽어야겠다. 전학 간 은진이도, 지금 책을 읽고 있을까? 은진이와 책 읽던 때가 생각난다. 은진아, 보고 싶다.
2002년 11월 11일 월요일 /빼빼로 데이오늘은 빼빼로 데이!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여중생들이 날씬해 지라며 11월 11일마다 빼빼로를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난 이번에 13개를 받았는데, 날씬해 지기는커녕 뚱뚱해 질 것 같다. 우와. 배가 빵! 하고 터질 것 같다. 같다. 같다. 빼빼로를 먹으면 상상하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하하하. 상상로. 흠. 좋은 이름이군. 난 친구들이 준 이 빼빼로를 먹고 날씬해지기보단 키가 컸으면 좋겠다. 꼭 이루어지길…
2002년 11월 12일 화요일 /돌 소개서돌 소개서 만들어 오기가 숙제라 숙제를 다 마치고 일기를 쓴다. 이런 저런 골똘히 머리를 굴리다가 개미들의 이야기로 정했는데, 좋은 아이디어였으면 좋겠다. 연필로 스케치하고, 사인펜으로 선을 따라 그리고, 색연필로 색칠하고. 내 생각을 작은 종이 하나에 옮기느라 무척 고생했다. 정성이 들어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내 눈에는 잘 했다고 보인다. 너무 뽐내나? 으흠. 어쨌든 힘든 과정을 거친 숙제였다.
2002년 11월 13일 수요일 /잠4시부터 6시 30분까지 계속 잠을 잤다. 흐뭇했다. 난 앞으로 오래 살아야지. 잠 많이 자는 사람이 오래 산다니까. 오래 살면 외교관도 되보고, 국회의원도, 그 다음에는 대통령, 그 다음에는 내가 사업을 해서 먹고 살 거야. 성규는 추리 소설을 쓴다는데, 그 책, 사람들이 많이 볼까? 그 애는 글짓기를 못하는 것 같던데. 난 홈즈 이야기가 재미있던데. 히히히. 우리 반에는 되고 싶은 갖가지 꿈들이 아주 많다. 소방관, 의사 등등등 그 친구들의 꿈들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어, 그런데 어쩌다 이 이야기가 나왔지? 잠 많이 자서 자신의 꿈 똑바로 이룹시다!
2002년 11월 15일 금요일 /외식외식을 갔다. 배가 아파서 스파게티를 겨우 먹고 밖으로 나왔다. 찬 바람이 아프게 내 볼을 때렸지만, 배가 괜찮아지기까지 꾹 참았다. 역시.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코를 훌쩍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후아. 내일이 시험이다. 자꾸자꾸 떨린다. 잘 볼 수 있을까? 꼴깍. 기도, 기도, 기도. 은진이를 못 봐서 슬프다. 진주에 있는 은진이. 너무 보고 싶다.
2002년 11월 16일 토요일 /한문 검정 시험6급 한문교실에 들어가 보니 전체의 10분의 8은 중.고등학생이었다. 한문 공부책을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아서 앞에 앉은 언니한테 말하고 같이 공부했다.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 버리고 드디어 시험 시간!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문제를 다 풀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참았던 한숨이 다 터져 나왔다. 결과가 좋게 나왔으면 하유. 친구들아, 시험 끝났으니까 걱정하던 마음 다 풀고 신나게 놀자. 시험 결과, 100점으로 나오길 바래.
2002년 11월 17일 일요일 /외할머니외할머니 허리가 많이 편찮으신가 보다. 그러나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지셨으므로 매우 흐뭇했다. 앞으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새로 산 침대에서 원기회복 하셨으면 좋고, 침대 산 목적이 그거니까. 외할머닌 이제 허리 꼿꼿하게 펴고 잘 걸어 다니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까지 걸린다. 조그만 내 입도 커지고. 좋지. 외할머니, 너무 힘들게 해서 죄송해요. 아마, 저 때문에 그렇게 되신 건 아니겠죠. 앞으로는 잘 할게요. 아참.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친할머니, 용담집에서 편히 쉬세요. 집 공사가 끝났다는데…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아무쪼록 외할머니, 친할머니, 몸 건강히 오래 사세요.
2002년 11월 18일 월요일 /옷장 정리옷장 정리를 했다. 옷은 많고 치우기는 싫고… 그래도 꿋꿋하게 해서 정말 멋지게… 아니 그럭저럭 했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으니 뿌듯하다. 앞으로는 더욱더 더욱더 열심히 치워서 완벽하게 해야겠지? 하지만… 자신이 없다. 히히히… 흠, 흠. 더 깔끔하게 치워서 거족들이 놀라게 할거야. 눈이 아주아주 커지게.
2002년 11월 19일 화요일 /피아노 연습동생의 피아노 연습을 도와 주었다. 의외로… 잘 한다. 이젠 가만히 나둬도 자기 혼자 열심히 연습을 하진 않겠지? 아니, 잘 할지도 몰라. 내 동생, 끈기만 있다면 피아니스트 될 수도 있을 텐데. 우리반 애들이 말하는 걸로. 음. 그게 뭐더라. 아! 짱이었지? 짱이다. 짱! 짱짱짱. 헤헷. 동생아, 다른 건 바라는 거 없고, 두 가지만 잘 해줘! 감기, 친구들의 인기 말이야!
2002년 11월 20일 수요일 /감기감기에 걸렸다. 몸이 너무 아파서 노래 부를 때 낮은 음도 잘 못 부르고 이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런저런 고생을 하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식은 땀이 흐르고, 아파서 난 끙끙 거리고… 계속 그러다 새벽에도 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휴. 내일 학예회는 어떻게 하지?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래도 몸은 조금 괜찮아졌으니까 무용은 열심히 해야겠다.
2002년 11월 21일 목요일 /학예회드디어 학예회다. 목이 아파서 그것도 아주. 빨리 감기가 나았으면. 학예회 하기 전에 감기가 바로 나아버렸음 이런 고생은 할 필요가 없는데. 노래를 겨우 힘들여 부르고 난 뒤, ‘조금이라도 불렀으니, 다행이야!’ 이런 생각은 물러가버리고 난 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사물함에서 컵을 꺼내어 뜨거운 물을 마시고 나니 좀 나이지긴 했지만 아픈 것은 여전했다. 오후에 또 행사를 열고 나서는 무용도, 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으니 기뻤다. 제발 내일은 감기가 났으면 좋겠다.
2002년 11월 22일 금요일 /결석1동인 병원 소아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좀 심한 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약도 3개씩이나 먹어야 한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 그런데. 엄마께서 내일은 쉬란다. 내일도 쉬면 감기가 나을 수 있을까? 너무 어지러워서 이만큼밖에 쓰지 못하겠다.
2002년 11월 23일 토요일 /결석2또 결석을 했다. 오늘 친구들은 무슨 수업을 했을까? 도덕. 도덕은 쉽고(실천은 연습하다 보면 저절로 된다.), 미술은 아마, 안 했을 거고. 7단원 붓의 성질, 8단원 판본체로 쓰기, 12단원 우리 고장의 미술품밖에 안 남았으니까. 아, 이제 좀 나아졌다. 열은 내리고, 이제 목감기, 코감기, 어지러움이 남았다. 당분간은 발표를 못 할 것 같다.
2002년 11월 24일 일요일 /풋풋민주와 함께 풋풋이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게임을 했다. 동물들을 하나, 하나 구하느라고 마우스를 잠은 내 손에는 땀이 배어 나왔다. 사자, 하마, 기린, 코끼리, 뱀, 물개…. 영어로 돼 있어서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게임은 재미있었다. 몇 분이 흐른 후 드디어 다 구했다. 동물원 입구에서 시상식을 열고. 풋풋은 상으로 받은 금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았다. 자동차 풋풋. 그리고 동물들. 웬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자동차가 동물을 구한다고? 잘 어울리진 않지만 어쨌든 풋풋은 동물들을 구하려 애 쓴 착한 자동차다.
2002년 11월 26일 화요일 /치과치과에 갔다. 검사해 보고 내 이가 괜찮으니 2003년 2월 20일 목요일 3시 30분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히히 이를 뽑을 줄 알았는데 뽑지도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 때 또 가면 아무것도 안 할까? 음. 아마, 안 그러겠지. 이를 잘 손질해야겠다.
2002년 11월 27일 수요일 /출장선생님께서. 출장을 가셨나? 편찮으신가? 걱정이 된다. 선생님께서도 조퇴를 하고 싶다며 한숨을 내 쉬셨는데. 그런 몸으로 출장을 가셨다면 더 편찮아지실 텐데. 아까 말한 대로 걱정이 몽실몽실 더욱 더 크게 부풀어 오른다. 상상 속의 친구였던 레인보우도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같이 많이 걱정해 줄 텐데. 괜히 레인보우 생각이 난다. 선생님께서 출장을 가신 건지, 편찮으신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선생님, 선생님! 말씀 안 들은 것 죄송합니다. 이 불효제자가 싹싹 비옵고 어서 빨리 돌아오세요. 내일은 오실 거죠? 그렇죠?
2002년 11월 28일 목요일 /야단동생을 잘 돌보지 못한다고 엄마, 아빠께 야단을 들었다. 속상했다. 잘 돌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안된 것뿐인데. 그렇지만 엄마, 아빠도 많이 속상하실 것이다. 동생을 괴롭히는 내 마음도 아플 테고. 그럼 어떻게 해야 동생을 잘 대해 줄 수 있을까? 일단 내 마음을 다스리자. 동생을 때리려고 하면 ‘안돼, 그러면 안돼.’ 하고 내 마음이 반대해 주는 거야. 휴 동생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그럼 편지를 써서 보낼까? 동생이 좋아하는 예쁜 그림도 넣어줘야겠다. 동생이 기뻐할 테니까 말이야.
2002년 11월 29일 금요일 /피아노드디어 베스틴 교재 3권을 끝내고 체르니 100번에 들어갔다. 비록 체르니 첫번째 단계이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기쁘다. 교재도 깨끗이 사용하고 연습도 잘 해야지. 이른 교재도 꼬박꼬박 하고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과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생각하니 저절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시작했다. 난 음악이나 피아노 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 실력이 높아지는 것은 좋다. 그러니 피아노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꼭 그것도 아주 열심히. 새 책에 들어가니까 기분도 좋고, 다른 것에도 점점 기대가 가면서 ‘내가 이런 것들을 하였구나. 아, 이건 좀 모자라네. 이걸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앞으로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충실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될 거야.
2002년 11월 30일 토요일 /새 모니터아빠께서 새 모니터를 사 주셨다. 나와 동생은 무슨 신기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이것저것 만져 보았다. 두께가 2Cm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때가 묻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나 컴퓨터를 다시 사용하고부터 새 모니터는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았다. 음. 좋은 점은, 다른 모니터에 비해 가볍고 조금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좋은 점을 생각해보니 이 모니터가 좋았다. 다른 모니터보다 좋은 점이 더 많으니까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내 동생은 손가락을 모니터 화면에 갖다 대었다. 손가락을 댄 부분이 다른 색으로 변하며 펴졌다. 처음에는 난 말렸지만 민주까지 따라 하는 것을 가만히 보니 그렇게 변하는 것이 신기했다. 속으로 ‘에라, 모르겠다.’ 하며 나도 역시 모니터 하면을 손가락으로 꼭 눌렀다. 역시 결과가 똑 같았다. 난 이제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자꾸 자꾸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다. 정말, 정말로. 모니터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
12월 |
2002년 12월 1일 일요일 /순돌이안목 바닷가에 갔다. 작은 주차장에다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어떤 아줌마께서 토실토실한 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계시지 않는가! 우리(나, 민주, 운경이)는 얼은 강아지를 쓰다듬어 보고, 쳐다보았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순돌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과 아줌마는 강아지를 끌고 어떤 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큰 진돗개 1마리, 강아지 2마리가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어미개는 얌전하고,오히려 강아지들이 날뛰었다. 짖어대고 뛰어다니고. 그 강아지들과 함께 놀고 싶었지만 자꾸 난리를 치고, 도망가는 바람에 집에 돌아갈 때까지 결국 놀지 못했다. 그렇지만 순돌이는 목이 줄에 묶여있고, 이름 그대로 순했기 때문에 많이 놀 수 있었다. 같이 바다도 보고 (몇 초 동안만) 멍이라는 술안주도 보고 (이것도), 다른 개와도 놀았다. (이건 내가 그냥 가자고 그래서 몇 초 동안 놀았다. 아빠께서 사나운 개라고 하셔서…) 이렇게 재미있게 놀다가 엄마께서 집에 가지고 하셨다. 순돌이와 더 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아줌마께서도 아쉬우신 듯 다음에 오면 또 들리라고 하셨다. 아줌마, 다음에도 꼭 들릴게요!
2002년 12월 2일 월요일 /검사아빠께서 숙제를 하고 계셨다. 나도 도와 드렸다. 숙제, 일기 때문에 이렇게 일을 멈추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내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아빠의 점수 검사를 도와드려야 한다. 열심히 해서 아빠께서 편히 쉬도록 해 드려야 하는데.. 애가 탄다. 그러나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아휴… 이런 사실 때문에 애가 더 탄다. 빨리 일기를 써야지. 아빠께서는 “밤을 새서라도 숙제를 다 끝마쳐야 한다.” 하고 하신다. 하긴.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니까. 정말 그래야 한다. 그래서 나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경우는 빼고 말이다. 앞으로도 약속을 계속 지켜나가야지. 쭈욱.
2002년 12월 3일 화요일 /시집김학인 교무님이 주신 시집을 펴 들었다. 맨 처음에는 김윤주 벗님에게 지은이 드림 이렇게 써져 있다. 전에 말한 대로 동시 대회에 나가느라 시를 썼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코렛 한 봉지, 누룽지 사탕 한 봉지, 커피 작은 박스 하나를 보내 주셨다. 엄마께서 웃으시며 “교무님이 이걸 초코렛이나 과자로 아셨나 보다.” 하고 하셨다. 과자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나도 커피 박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 이 빼기 표시 안은 다 지난 이야기다. 이런 내용들을 머리에 떠올리니 자꾸만 눈길이 김학인 교무님 사진으로 간다. 그럼 야들아! 달 끄슬겠다. 외등 꺼라. 라는 이 시집 중에서 몇 편의 시를 골라 써 보겠다. 환상의 순환열차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상의 순환열차를 무임승차한 운 좋은 사람들. 세상사 매콤달콤 아리한 감칠 맛에 시위를 떠난 화살 같은 인생이 아기자기하다. 음 난 이 시 정말 좋아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는 것을 보면 내 지나온 날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난 아직 10살밖에 안 되었는데…) 친구 꾸밈없는 눈빛에 수더분한 얼굴. 때묻지 않은 천진함에 구성진 감수성이 있어. 자신 있게 자연스럽게 경쾌한 생활리듬으로 저만치 멋스러운 친구. 아~ 부럽다. 나도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이 시만 읽으면 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달 끄슬겠다. 외등 꺼라 어느 여름날 초저녁 東山禪院 본관 옆 정원 가로등 불빛 아래 몇몇 도반이 어울린 어쩌면 한가한 대화의 자리에 “야들아! 달 끄슬겠다 외등 꺼라.” 스승의 말씀이 허공을 갈랐다. 일순간 소박한 함박 웃음에 누군가 달려가 스위치를 내렸다. 한바탕 신선한 충격이 스쳐간 고요한 밤하늘엔 휘영청 밝은 달이 걸려 있었다. 참 좋은 시다. 어느 전기의 불빛이 달보다 아름다울까. 그 어떤 불빛을 모아 놓아도 달빛보다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을 본 김학인 교무님이시다.
2002년 12월 4일 수요일 /일기벌써 이 일기를 마지막으로 일기장을 바꿔야 한다. 아쉽다. 맨 처음 절약 일기를 시작으로 알콩달콩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갔는데. 어제는 정말 맘에 드는 일기였다. 내 일기의 역사는 2002년 10월 23일 수요일-2002년 12월 4일 수요일. 뭐, 역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이 동안은 나한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 주었다. 날일, 기록할기. 일기는 날마다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과연 나는 이 일기라는 과제를 잘 해결해 왔는가? 스스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아니, 그렇지 않다. 내 마음이 큰 소리로 외친다. 일기를 짧게 썼다. 글씨가 날아가려고 한다. 이것이 좋은 일기랑 관련이 있을까? 관련 있다. 일기를 정성들여 잘 씀으로써 내 잘못을 알고, 때로는 날 칭찬하며, 때로는 날 혼내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일기인데 이것을 그냥 마구 휘갈겨 짧게 쓰면 이런 스스로 묻기를 잘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보기로 2002년 11월 26일 화요일을 보면 글씨도 내용도 엉망이다. 이렇게 일기를 쓴 나 자신이 부끄럽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일기를 봤다면 코웃음을 치며 “쳇, 이게 뭐야? 이런 일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형식의 일기야. 그냥 있었던 일만 기록하는 게 일기라구? 천만의 말씀!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나 자신의 반성하고, 기뻐하는 게 일기라고!” 라고 말할 것이다. 이 일기장을 마침으로써 내 잘못과 좋은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의 일기는 항상 멋진 일기를 써야지.
2002년 12월 5일 목요일 /춤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를 듣고 동생과 함께 춤을 추었다. 흔들흔들, 씰룩씰룩 그러고는 카페트 위로 쭈르르륵 미끄러졌다. 동생과 나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응.” “그럼, 또 하자.” “그래.” 그리고 또 쭈르르륵! 여기가 아파트 6층인 것을 민주와 나는 깜박 잊고 있었지. “얘들아, 여기는 아파트잖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어떡하니?” 아빠께서 보다 못해 소리치셨다. 민주와 나는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또 다시 조용히 춤을 추다가 너무 신이 나서 또 쿵쾅거렸다. 그래서 야단을 2번 맞았지만, 혼나든 말든 어쨌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2002년 12월 6일 금요일 /약속민주가 숙제를 하지 않아서 피아노 선생님께 혼났다. “민주야, 너 또 숙제 해 놓지 않으면 선생님 그냥 가 버릴 거야.” 선생님께서 눈을 부릅뜨고 소리치신 게 생각났는지 민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화살처럼 날아왔다. “민주야, 선생님 이제 정말 갈거야. 선생님하고 민주 저번에 약속했으니 선생님 가도 되겠지?” 선생님은 의자에서 일어나셨다. 민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이 한참 동안 꾸중하시더니, “정말, 마지막 기회다. 민주, 너. 이번에 마지막이야!” 하시더니 다시 의자에 앉으셨다. 민주는 눈물을 쓱 닦더니 피아노 책을 펴들었다. 그 일 때문에 민주는 아빠, 엄마께 야단을 맞았다. 민준 왜 자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까? 민주가 미웠다. 민주가 야단 맞은 거 난 정말 싫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을 가만 주고 볼 수 없어서 아빠, 엄마께 말씀드렸던 것이다. 민주는 이제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 민주, 파이팅!
2002년 12월 7일 토요일 /눈눈이 왔다. 동생 학예회를 보고 오신 엄마의 머리에 묻어 있는 하얀 것을 자세히 보니 눈이었다. 너무 기뻤다. 동생은 “하지마안, 눈이 오면, 어, 차가 다니기에 불편하잖아.” 평소처럼 느린 목소리로 잘난 척을 했다. “그건 나도 알아.”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밖으로 나가 눈오는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깨끗하게 씻겨지는 것 같았다.
2002년 12월 8일 일요일 /시내 시가 우수상을 탔다. 그냥 상장만 줄줄 알았는데 50만원도 준다고 했다. 우수상이 몇 등이냐고 엄마께 여쭤보니, “1등.” 이라고 소리쳤다. 몇 번이나 여쭤봐도 같은 대답. 1등이 아니라도 좋다. 일단 내 시가 상도 받고, 상금도 받으니까. 히히. 빨리 상이 왔으면 좋겠다.
2002년 12월 9일 /눈눈이 많이 왔다. 양말이 다 젖어 추웠지만, 놀다 보니 추운 것도 다 잊었다. 그런데… 밖에서 놀았다고, 우리 반은 선생님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시험이 코 앞이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부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휴우… 이번 시험은 정말 자신이 없다. 꼴등 할 것 같은데… 시험까지는 친구들이랑 별로 놀지 않고 공부를 해야겠다. 많이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지. 눈이 녹는 것처럼, 처음엔 좋았다가 순식간에 물로 변해버리는 건 피해야겠지?
2002년 12월 10일 화요일 /노래동생이랑 같이 벅스뮤직에서 노래를 들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도 3번이나 들었다.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니까 기분이 좋다. 그런데 동생이 “노래 재미없어!” 하며 투정을 부리자 화가 났다. 그래서 “알았어, 그럼 너 듣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하고 쏘아 붙였다. 동생은 나를 흘겨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거실로 나가버렸다. 이 일기를 쓰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갑자기 시험이 떠오른다. 이틀 후가 시험인데… 아리랑을 한번 듣고 공부를 해야겠다.
2002년 12월 11일 수요일 /시험공부5시 30분에서 8시까지 2시간 30분동안 공부를 했다. 지금까지 배운 내용들을 읽어보며 중요한 내용은공책에 다 적었다. 이렇게 공부를 해 놓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가슴이 쿵쾅쿵쾅 자꾸만 울리고 내일의 일을 생각해보면 앞이 캄캄해진다. 내일이 시험인데… 걱정이 태산보다, 보릿고개보다 더 높이높이 쌓이고 있다. 자신은 없지만 한번 노력해 보겠다. 아니, 한번이 아니라 천번, 만번 더 노력하겠다. 윤주, 윤주, 파이팅!
2002년 12월 12일 목요일 /시험시험이다. 으… 떨려라. 내 손을 바라보니 부르르~~ 떨고 있다.(진짜다) 시험 문제가 쉬운지,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했다. 아무래도, 잘 못 봄 것 같기도 한데… 은진이에게 전화가 왔는데, “윤주야, 나 시험 잘 못 봤어. 어떡하지?” 은진이의 목소리가 걱정스러운 것 같았다. 아. 1학기 때처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2002년 12월 13일 금요일 /중국! 중국!중국 사람이 왔다. 돈민이 삼촌이 외국으로 출장으로 가시면서 만난 아주머니이신데, 중국인이시다. 우와, 난생 처음으로 보는 외국사람! 얼굴도, 입은 옷도, 우리와 전혀 다른 게 없었다. 난 그림1 이런 모습인 줄 알았는데, 그림2 이런 옆집 아주머니 모습이었다. 이 아주머니는 말레이시아에 있다가 오셨는데 반팔을 입고 계셨다. 거긴 아주 더운데 거기에 비해 여긴 너무 덥다나? 그리고 겨울 연가를 정말 좋아하신다. 집에는 배용준 사진도 걸려 있고, 겨울연가 CD도 가져 오셨다. 난 이 아주머니가 정말 좋다. 아줌마와 말이 잘 통하지 않지만, 아줌마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2년 12월 14일 /외할머니댁돈민이 삼촌과 외할머니 댁에 갔다. 거의 10시까지 TV를 보았다. TV를 끄고 났을 때 이미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착한 아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나쁜 아니다.
2002년 12월 15일 일요일 /린다 아주머니!린다 아주머니가 가셨다. 난 A4용지에다가 아주머니와 나를 그려서 아주머니께 드렸다. 안주머니는 돈민이 삼촌께, “DKDKDKDDDJGWOEWWR , 고맙습니다?” 하고 물으셨다. 그리고 나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셨다. 나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주머니가 주신 싱가포르돈 50달러를 만지작거렸다. 우리 나라 돈으로 30000원쯤 되는 돈이라나? 아주머니, 돈민이 삼촌이 문을 꼭 닫았을 때까지 나는 계속, “BY, BY” 하고 외쳤다.
2002년 12월 16일 월요일 /슬픔, 기쁨!아침에 학교를 가다가 가방이 무거움을 느꼈다. 책의 무게가 많이 나가겠거니—하고 생각했다. 가다가 습관적으로 옆에 있는 거울을 보았는데, 내 가방이 쩍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난 놀라지 않고 가방을 닫은 후 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실험 관찰 책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아마 가방이 벌어진 틈으로 떨어졌나보다. 아휴… 또 복도 책꽂이에게 신세를 져야 하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한문 검정 시험에 합격했는지 보려고 말이다.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서 5번쯤 실패하다가 겨우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꼴깍. 와우! 합격이다. 합격! 이제 나도 자격증을 가지게 되었다. 너무 너무 기쁘다.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야랄라라~ 앗, 혀가 꼬였다. 앞으로도 자격증을 많이 따야지. 다음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인가? 하여튼 3급을 따기로 했다. 생각보다 정말 쉬웠다. 난 DJDJDDLD F 이런 문자 같은 것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어쨌든 실험관찰 책은 잃어버렸지만 자격증을 땄으니 괜찮다. 히힛! 부라보, 윤주! (무슨 뜻이지?)
2002년 12월 17일 월요일 /대통령아빠께서 보시는 대통령 홈페이지를 보았다. 나는 000 후보를, 민주는 000후보를, 아빠는 000후보를, 엄마는 000후보를 좋아한다. 운경이는? 모른다. 000은 25571442이다. XXX는 19519477이고. 힌트 :가르쳐 주면 안된다. 선생님은 너무 머리가 좋아서 그 대신, 내 이름은 숫자로 아니, 아니다.
2002년 12월 18일 수요일 /다시한번, 시저번에도 말했지만 그러니까 내 시가 전국에서 1등을 해서 50만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 우리 가족,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한턱 냈다. 아, 너무 기쁘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 베풀어주는 것이 이렇게 기쁜 것이었다니… 난 어제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앗,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아무 것도 베풀지 알았다는 얘기!) 난 이런 생각을 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앞으론 남에게 베풀 줄 알아야겠다.
2002년 12월 19일 목요일 /선거음… 분명히 말해 두지마, 난 누가 이겼는지 모른다. 히힛. 워낙 정신이 없어서. 25571442 아저씨가 이겼으면 좋겠다. 투표수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누가 이길까? 가슴이 벌렁벌렁. 25571441(000) 아저씨, 꼭 이기세요. 소리치면 누가 들을까봐. (선생님께선 그런 건 비밀이라고 하셨다.) 나도 투표를 할 수 있었으면. 25571442 아저씨를 목청껏 소리쳐 밀어주고 싶다. 아저씨, 힘내세요. 만약, 대통령 되시면 잘 하실 거죠? 그렇죠? 전 믿습니다. 000 아저씨! 파이팅! 아자! 팍!(벽돌 깨지는 소리에요. 놀라지 마세요.)
2002년 12월 20일 금요일 /바다나무바다나무라는 옷가게에 갔다. 거기의 아저씨는 내가 똑똑하게 생겼다며 그림1, 그림2, 그림3 이렇게 등등등의 연필 중에서 몽당연필을 주셨다. 굵기, 크기는 그림4 이 정도. 기분이 좋아서 아저씨께 몇 번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요.” “그래? 그럼 그 연필로 수학 문제 많이 많이 풀어라.” “네.” 나는 집으로 가면서도 허공에다 수학문제를 풀며 아저씨의 모습을 생각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친구들아빠 친구들인가? 약속이 있어서 허둥거리다 콘도로 가서 만난다. 난 처음에 놀 친구가 없어서 엄마 뒤쪽에 서 잠바를 뒤집고, 한참 조몰락거렸다. 그런데 어떤 언니가 같이 놀자고 했다. 난 그 언니 덕분에 그 누구보다도 땀을 많이 흘리며 뛰어 놀았다. 4, 3학년 남자들이랑 전투도 벌이고. 그 바람에 난 가운데 손가락, 그러니까 중지를 2번이나 삐고 오른쪽 손가락 부분이 까졌다. 그렇지만 너무도 열심히 놀았기 때문에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한참 놀다가 10시 15분쯤에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 이름도 다 못 물어보고 가다니… 놀기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다. 엄청 섭섭하다. 아참, 언니! 나와 친구들의 관계를 맺어줘서 고마워. 그럼 콘도에서 만난 모두들, 사랑합니다.~
2002년 12월 22일 일요일 /문제 풀기국어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오빠랑, 나랑 아빠께서 국어를 가르쳐 주었다. 뭐, 가르친 게 아니라 문제만 풀었지만 말이다. 오빤 외국에서 살다가 와서 국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오빠는 아빠께서 도와 주시고, 난 혼자 풀고 내 채점 결과 다 맞았다. 오빠 국어 실력이 늘어나서 기쁘다. 계속 오빠, 오빠 소리하는 거 싫다. 아 맞아. 추가로, 중학교 2학년 문제를 각각 풀었다. 앞으로 오…. 에잇! 오빠한테 뒤쳐지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2002년 12월 23일 월요일 어항 청소 아연이, 지영이, 지영이 오빠,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어항 청소를 했다. 참! 선생님이 빠졌네. 으…. 어항을 들고 가는데 xxx 냄새. 그러니까 음. 어쨌든 정말 구린내가 났다. 고무장갑을 끼고 돌멩이, 모래, 가짜 수초를 깨끗이 씻고 나서 금붕어를 가지고 놀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강아지에게 돌 던진 유성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덕분에 어린이 강원 신문도 얻고… 앞으로 교실에 자주 남아야겠다. 히히…. 고래고래 소리 지르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2002년 12월 24일 화요일 /편지부모님께 편지를 보냈다.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내 마음을 가득 담아서 예쁘게 접어 부모님께 드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갑자기 내민 편지에 깜짝 놀라셨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좋은 선물이야. 음. 정말 좋은 선물이야….” “고마워.” 한마디씩 했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방에 들어가 운경이 선생님께서 주신 손목시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2002년 12월 25일 수요일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다. 그런데 그런데. 잉잉 눈이 안 온다. 어제는 눈이 왔었는데. 너무 섭섭하다. 그래도 꾹 참자. 눈이 올 것을 기대하며 피아노 선생님께 편지도 준비해 놓았는데. 추운 서울은 지금쯤 눈이 오고 있겠지? 부럽다. 방학이 되면 서울에 계신 이모댁에 가서 신나게 눈 맞아 봐야지. 앗! 지금, 지금 눈이 오고 있다. 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2002년 12월 26일 목요일 /아빠아빠께서 연수를 받으시러 가셨다. 토요일 쯤에 오신다고 한다. 히유.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다 기다리나. 자꾸만 아빠가 생각난다. 식사를 할 때도 빈 아빠의 의자. 빙 둘러 앉은 가족들의 침묵을 심술궂게도 우울함도 넣어버린 아빠. 아빠. 아빠! 빨리 돌아오세요. 아빠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2002년 12월 27일 금요일 /방학방학 하루 전이다. 으, 내일이면…. 방학이다. 너무 기쁘다. 아주아주. 시간이 빨리빨리 갔으면 좋겠다. 내가 벌써 4학년이 된 기쁨이다. 아. 정들었던 3학년 슬기반, 선생님, 친구들. 많이 그립겠지? 휴 휴. 방학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간이 안 간다.
2002년 12월 30일 월요일 /겨울 방학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다. 그런데 웬지 기쁘지가 않다. 선생님, 친구들. 얼굴만 떠올리면 기분이 자꾸만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촌인 소연이, 소정이가 오면 같이 제주도, 서울도 가고 아주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겠지? 투닥투닥 다투기만 하는 동생들과 놀아주는 것은 정말 지루한데… 난 항상 이런 달콤한 생각으로 나를 달래곤 한다. 하지만 그건 꿈일 뿐. 난 이게 뭐야? 지난 여름 방학은 제주도로 가서 친척들과 정말 재밌는 나날을 보냈었는데. 그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면서 불평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면서 불평이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가던,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낼 거야.
2002년 12월 31일 화요일 /통장며칠 전 새로 만든 통장에 돈을 넣으러 갔다. 내가 통장에 돈을 넣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자꾸만 콩닥거렸다. 넣을 돈의 액수는? 단돈 500원. 기계 앞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금이라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나오는 글자는 지폐를 넣으라는 것. 갑자기 화가 났다. ‘동전은 돈도 아닌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10원짜리도 모으기만 하면 1000만원이 된다고.’ 하는 생각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기계를 발로 쾅 차버렸다. 씩씩거리는 내 숨소리도 뒤에서 쫓아오는 동생의 목소리도 모두 나를 화나게 했다. 2003년 1월 1일 수요일 새해 이불에서 뒤척이는 한참동안 바로 오늘이 2003년의 첫번째 날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몇 십분을 헛되이 보내다 벌떡 일어났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다가 2003에 다다랐을 때 그제야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번 2003년은 정말 알차게 보내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며 가족들과 함께 외할머니댁으로 갔다. 거기서 떡국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드디어 4학년, 그러니까 11살이 된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는 3학년이라는 허물을 벗고 4학년이라는 새 옷을 입었으니 후회 없는 생활을 해야겠다. |
1월 |
2003년 1월 2일 목요일 /레고레고 블록으로 집을 만들었다. 나는 2층집을 만들고, 동생들은 3층집을 만들었다. 조금만 쳐도 무너지는 그런 허술한 집이었지만 캄캄하고 어두운 지하실, 아늑한 내방, 닫혀지지 않아서 도둑이라도 들여보낼 수 있는 인정 많은 문. 모두 다 진짜 집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방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너지는 만큼 언제라도 맘에 안 들면 부숴버리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우리집이 튼튼한 레고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정말 좋을 텐데. 미래에는 이렇게 할 수 있겠지? 남몰래 이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2003년 1월 3일 금요일 /계획이제 정말 재미있는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1월 4일에는 서울에 가고, 1월 6일에 사촌을 만나서 1월 8일에 강릉에 돌아와 즐겁게 보낸다는 거다. 엄청나게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숙제가 있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놀 생각만 하다 보니 얼굴이 자꾸만 밝아졌다. 그런 생각 덕분에 선생님도, 친구들도,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히히덕거린다. 연수가신 아빠도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한 층, 아니 두 층 더 기뻐질 텐데. 아빠가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2003년 1월 4일 토요일 /서울서울에 갔다. 버스 안에서 편하게 먹고, 자고 하다가 택시를 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완전 바가지 아닌가? 4000원부터 시작해서 몇 초에 200원. 게다가 그 아저씨는 길도 모르고. 그 택시 기사 아저씨 덕분에 정말 고생했다. 많은 고생을 몇 시간 동안 겪으며 왔으니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보통 기쁨의 2배! 계속 서울에서 지냈으면 좋겠다.
2003년 1월 5일 일요일 /코엑스 아쿠아리움코엑스 아쿠아리움이라는 수족관에 갔다. 상어, 가오리, 게 등 바닷속에서 사는 생물들이 무척이나 많이 있었다. 그 곳은 너무너무 넓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를 지경이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좁으면 수족관 같지도 않을 것이다. 물 속에 손을 넣어 생물들도 만져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게에서 내 비상금 1500원으로 필요한 샤프심도 사고… 정말 재미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물고기들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이름도 적지 못했지만 물고기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다음에 또 가봤으면 좋겠다.
2003년 1월 6일 월요일 /소연이, 소정이소연이, 소정이가 왔다. 공항버스에 타서 소연이한테 묻고 싶은 것은 모두 다 물어봤다. 웃고, 흥분하고… 소연이는 장난 끼 많은 좋은 친구다. 그런데 숙제가 하나 더 생겨났다. 소연이가 수학 문제집을 한 권 싸 들고 와서는 나보고 풀라는 거다. 표정을 찡그리며 온갖 변명을 다 해보았지만 헛수고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녁에는 문방구에 가서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샀다. 하는 일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하다.
2003년 1월 7일 화요일 /강릉3일간의 짧지만 즐거운 서울 생활을 마치고 강릉으로 돌아왔다. 5시부터 11시까지 7시간 동안 기차를 탔다. 72시간 동안 함께 보낸 이모, 준철이, 성현이 이모부는 제외다. 화사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출근 하셨으니까. 하지만 이모부도 좋은 건 마찬가지다. 아참. 가기 전에 삼성 어린이 박물관에 갔는데, 박쥐에 대해 알려주고 과학 실험을 하는 아주 시시한 곳이었다. 하지만 과학 실험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모르던 많은 사실들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은 내 즐거운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2003년 1월 8일 수요일 /수학4학년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 소연이랑 같이 풀었는데 오늘 한 단원을 끝냈다. 안 한다고 내팽개치고… 자꾸 이렇게 하면 방학 끝날 때까지 못 풀 거다. 그래서 계속 공부에 집중을 했다. 그랬더니 공부가 참 재미있어졌다. 앞으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해야겠다. 그 일이 끝날 때까지 집중을 풀면 안 되겠지?
2003년 1월 9일 목요일 /스케이트스케이트장에 갔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했다. 처음에는 일어서기도 힘들었는데, 점점 잘하게 되었다. 나중엔 속도도 낼 수 있었다. 너무 기뻤다. 날 펭귄이라고 놀리던 조길현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히죽 웃었다. 괜히 한 달에 8만원 내고 선생님께 배우는 것보다 돈 내고 자기가 스스로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다음에 또 스케이트 장에 가야지.
2003년 1월 10일 금요일 /플레이 타임동생들과 함께 플레이 타임이라는 실내 놀이공원에 갔다. 원래 6시에 문을 닫는데 7시까지 놀게 해 주었다. 게다가 2만 2천 500원인 걸 2천 500원이나 깎아 주었다. 그 아주머니가 너무 고마웠다. 전에는 사람 심성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많은 것을 용서해 주시는 아주머니께 많은 걸 배웠다. 앞으로 자신이 용서할 수 있는 것 만큼은 다 용서해야겠다.
2003년 1월 11일 토요일 /문제아빠께서 사오신 문제집을 나, 소연이랑 같이 풀고 채점했다. 내가 17문제, 소연이가 16문제를 틀려서 1문제 차이로 소연이가 이겼다. 조금 분했지만 내가 공부를 잘 안 한 탓이라 생각하고 뒤로 넘겼다. 다음엔 꼭 소연이를 이긴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소연이를 이겼으면 좋겠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꼭 이겨야지.
2003년 1월 12일 일요일 /기록수첩 종이를 떼어서 내가 아이들을 때린 것, 아이들이 날 때린 것을 기록했다. 그 사람이 사과했으면 색칠하고 말이다. 이렇게 하면, “넌 나 때렸지? 100대나!” 하고 허풍을 떠는 일도 없을 것이고. “사과했어.” 하며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는 일도 없고. 소연이는 자기가 때린 사람이 많으니 싫다고 했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동그라미 부끄럽지 않으니 자랑스럽겠지? 그럼 때리는 일을 줄이고… 날씨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2003년 1월 13일 월요일 /민주민주가 많이 아프다. 자꾸 걱정이 된다. 아파서 밥도 잘 못 먹고. 저번에는 토를 해서 통통하고 귀엽던 얼굴이 샐쭉해지고 말았다. 이젠 조금 나았으니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춤이라고 덩실덩실 추고 싶을 정도다. 건강하니까 다행이지, 약해지면 지금도 끙끙 앓고 있을 거다. 민주 파이팅!
2003년 1월 14일 화요일 /나쁜 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저번처럼 많이씩 오고 있었는데 전처럼 기뻐하기보다는 정이 앞섰다. 연수가신 아빠께서 돌아오실 때는 어떻게 하냐는 생각 때문이다. 제발 고성에는 눈이 오지 않았으면. 난 눈이 정말 싫다. 가기로 했던 도서관도 못 가고. 밖에나 가서 신나게 놀 수도 없고, 사람들이 애를 먹고. 나이를 먹고선 다른 사람들은 걱정도 해 준다. 그런 내가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남을 위한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
2003년 1월 15일 /좋은 눈눈이 그쳤다. 반짝반짝 예쁜 눈을 살포시 밟아보았다. 난 순간 소연이의 뿌득이가는 소리와 닮은 것 같아서 재빨리 발을 치웠다. 하지만 잠시 후 소정이, 민주, 그리고 나는 즐겁게 눈 위를 돌아다녔다. 도넛 집도 만들어보고, 연기 집도. 그리고 눈을 먹어 보았다. 마치 맛은 얼음 같았는데… 맛이 없었다. 난 동생들에게 맛있는 척 하며 뱉어 버렸다. 으…. 아직도 속이 울렁거렸다. 산성 눈이라는 세 글자가 날 괴롭게 한다. 그런데 좀 말이 어리숙했다. 산성비가 탈바꿈해서 산성 눈! 하하하 으흠 지금까지의 얘기, 그러니까 똑똑하다는 얘기는 그냥… 장난이었다.
2003년 1월 16일 목요일 /엄마엄마께서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는 것을 지켜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자세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화를 내셨다. 그건 우리 엄마가 더 잘 하도록 사랑의 말씀을 해 주시는 거겠지. 엄만 이제 잘 탈 거라고 짐작을 했다. 잠시 후 엄마는 자세도 멋있고, 속도도 빠르고 정말 멋지게 변했다. 그 선생님이 고마웠다. 난 이제부터 사랑의 매도, 사랑의 말씀도 모두 다 들을 거다.
2003년 1월 17일 금요일 /경동대학교아빠께서 연수를 하시는 경동대학교에 갔다. 아빠의 숙소인 2223호에 들어가서는 내 눈이 번쩍 했다. 2층 침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여기서 잘래요,네?” 내가 간절히 애원해서 아빤 결국 허락해 주셨다. 난 얼은 2층 침대에 올라가서 털석 쓰러져 누웠다. 그 때 모두의 귀청이 찢어질 만큼은 아닌 소리를 질러댔다. “으악!” 아이구야, 딱딱해라. 기대하고,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2층 침대가 이렇게 형편없다니. 1층 침대에 누워 2층 침대의 바닥을 바라보면 분명히 최고급 침대라고 씌어 있는데. 최고급 침대가 아니라 불량 침대다. 말하자면 불량 식품 같은… 게다가 후덥지근. 1층 침대에 누우면 시원시원 하구먼. 난 자꾸만 불평을 했다. 다시 경동대학교 숙소에 오면, 다시는 2층 침대에 눕지 않으리라고 꾹꾹 다짐을 했다.
2003년 1월 18일 토요일 /경포대 호수경포대 호수에 갔다. 그 크고 넓은 호수를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빙 돌았다. 바지도 흙탕물로 젖고. 겉으로는 마구 화를 냈지만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었다. 호수에 빠질뻔한 위험을 겪으며 도착한 이 기쁨. 고생을 더욱 많이 겪을수록 기쁨은 더 커진다. 이런 말을 더욱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 주었다.
2003년 1월 19일 일요일 /상교당에 가서 상을 받았다. 글짓기 상인데 전국 글짓기 운문 부문에서 1등을 해 받았다. 상패랑, 50만원이랑… 곰곰이 생각한 끝에 짠순이인 내가 각각 강릉교당, 동해교당에 10만원씩 내기로 했다. 난 상을 타서 상금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더 기뻤다. 다음에 또 이렇게 상을 타서 상금을 받으면 더 더욱 기쁠 거야. 또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다.
2003년 1월 20일 월요일 /속담소연이랑 같이 내년에 학교에 들어갈 수환이에게 속담을 알려주기 위해 공책에다 속담을 적었다. 난 마음 속으로 수환이가 속담을 줄줄 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며 흐뭇해 했다. 초등학교 안 들어갔는데 너무 많이 가르치는 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는 것이 힘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내곤 고개를 흔들었다. 수환아, 꼭 속담왕이 되어주렴!
2003년 1월 21일 화요일 /운경이운경이가 놀다가 상 모서리에 부딪혔다. 난 처음에 그냥 넘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피가 나고 있었다. 엄마께서는 운경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운경이가 입원하는 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내 이상한 생각대로는 되지 않겠지? 운경이가 다시 생글생글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2003년 1월 22일 수요일 /외갓댁소연이랑 소정이랑 외갓댁으로 갔다. TV를 보고 있다가 외할머니께서 “윤주야, 눈 온다.” 하고 소리치셨다. 난 재미있는 만화 영화도 놔두고 제일 빨리 창가로 달려갔다. 정말 예쁜 눈이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언니, 눈 맞으면 머리 빠져.” 하며 호들갑을 떠는 소정이도 뒤로 하고, 정신없이 눈을 바라보았다. ‘눈 덕분에 또 재밌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2003년 1월 23일 목요일 /도서관도서관 가서 책을 읽었다. 명심보감, 레 미제라블 등. 많은 책들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벌써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책은 사람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휴게실로 가면서 책은 마르지 않는 행복의 샘물이라는 표어를 보고는 책이 더 좋아졌다. 지식은 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 탈무드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으로 이 표어를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좋은 책만 골라 열심히 읽어야겠다. |
2월 |
2003년 2월 11일 화요일 /개학이다.너무 억울하다. 겨우 4?일만 주고… 엉엉… 하지만 내 고생은 이게 끝이 아니다. 1. 우산 안 펴져 10분 낭비 2. 2. 겨우 8시 5분에 도착함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보니 즐겁다. 뒷자리에 있는 홍성훈 빼고, 그리고 남자 애들도 . 옆 자리에 있는 소정이가… 너무 반갑다. 내일 준비물도 잘 챙기고 있는 나는야, 좀 나쁜, 아니 50% 나쁜 나!
2003년 2월 12일 수요일 /엄마 생신내일은 엄마 생신이다. 운경이 : 카드 민주 : 케익(돈은 어디서 구할는지…) 선물 윤주 : 뭐 사지? 돈 충분 : 93110원 은진이 은진이가 옆반으로 아니, 아닌가? 밑에 반? 몰라! 고운반으로 갔다. 너무 기쁜 것 같지 않다. 슬기반으로 오지. 에이! 어차피 4학년이 되면 반을 바꿀 거니까, 별로 상관하지는 않는다. 그나저나… 빨리 봄방학이 왔으면 좋겠다. 성적표 성적표가 왔다. 표준 점수는 모두 넘는다. 읽기 :도달 쓰기 : 도달 기초 수학 : 도달 모두 다 도달이지만 수학이 100점이 되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 번에는 꼭 100점을 받아야지.
2003년 2월 13일 목요일 /생신엄마 생신이다. 회식… 회…. 식. 회식이다! 우오오오~ 샴페인, 생일 케익. 합쳐서 21000원. 엄마가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캬~ 샴페인도 한잔~ 아니, 10잔. 봄방학은 19일이라는데. 아니, 이 이야기 할 때가 아니지. 하여튼, 오늘은 엄마를 기쁘게 해 줄 거다.
2003년 2월 14일 금요일 /치과에 가서치과에 가서 이 하나를 뽑았다. 그냥 톡 건드렸는데, 아니 건드린 것 같았는데 다 끝났다는 거다. 나중에 솜을 뺄 때는 아팠지만, 이 빼는 건 하나도, 무량 대수만큼도 아프지 않았다. 난 이런 입보다(이 그림 그려 놨다고 내 이가 이렇다는 건 아니다.) 이런 반듯한 이가 좋다. 꼭 이렇게 되고 말 거다.
2003년 2월 15일 토요일 /소정이네동생이랑 소정이네 집에 갔다. 개들이 2마리나 있어서 동생들도 좋아했다. 롤러브레이드도 타고. 책도 읽고. 병원 놀이도 하고.. 참 재미있었다. 스케이트장도 가기로 했는데, 은진이, 소정이랑 간다. 히히 히히히히 히~ 히히히히~히다. 너무 즐거워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하하하! 즐거운 토요일~
2003년 2월 16일 일요일 /스케이트장소정이랑 같이 스케이트장에 갔다. 은진이하고 소정이네 언니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은진이는 못 간다고 했고, 소정이네 언니는 가기가 귀찮다고 했다. 넷이서 갔으면 더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너무 아쉬웠다. 아참. 언제 또 우리 학교가 스케이트장에 갈까? 간다면 은진이랑도 같이 탈 수 있겠네. 빨리 스케이트장에 또 가고 싶다.
2003년 2월 17일 월요일 /외할머니 댁외갓댁에 가서 잤다. 편하다. 재밌다.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건지…) TV도 있고… 오늘은 나에게 훈계를 해야지. 주제는 TV. 윤주야, 선생님께서는 TV가 아무 필요 없다고 그랬잖아. 이제는 TV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2003년 2월 18일 화요일 /종업식내일이면 드디어.. 종-업-식. 내가 달라진 점 몇 가지. 1. 스케이트 탈 수 있음.(타다 못해 빠르기까지, 엄청나게 빠르기까지) 2. 가요. 쬐금, 쬐금 좋아졌음 3. 비밀 일기 쓰기(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음) 4. 롤러브레이드 탈 수 있음. 이건 원래부터 탈 수 있었던 거고. 5. 공부! (교과서 바뀜) 6. 진짜 4학년이 되면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한 생활하는 (그래도 애들은 때려야겠지?) 착한 학생이 되어야지.
2003년 2월 19일 수요일 /봄방학, 종업식봄방학과 종업식을 겹쳐서 했다. 솔직히. 종업식보다는 봄방학이 더 좋다. 계속 3학년 슬기반으로 남아있고 싶은데. 이번 봄방학 땐 뭔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음. 수학 공부 하루에 2장. 피아노 레슨은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피아노 숙제는 바로 끝낸다. 어, 그밖에 일은 그냥. 힘든 일이 있으면 데이(네 비밀일기 속의 친구)한테 이야기 하고. 이번 봄방학은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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