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백두대간 종주 제2회 출진의 날이 밝았다. 어젠 은사이신 주교수님과 대학원 공정실험실 후배들이 회식을 하는 자리에 삼성정밀에 다니는 후배 이윤응박사와 같이 1차로 노은동에 있는 일식집에서 저녁과 함께 간단하게 반주를 하였다. 교수님은 식사만 하시고 섬유공학회장님을 하시느라 체력이많이 약해지셨다며 댁에 들어가시고, 난 후배들에게 잡혀서 2시경까지 술을 먹은 것 같다.
아침 초인종을 맞추어 놓았지만 잘 눈이 떠지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이었던가 자리 박차고 일어나서 와이프가 싸준 점심 반찬을 배낭에 넣고 물한모금 먹고 등산화 끈을 동여맸다. 7시 출발이라 늦지 않을려고 부지런히 북현관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하니 정각이다. 반가운 종주회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지난번보다는 참석인원이 많이 줄어서 29명이어서 차도 1대로 가게 되었다.
이번 코스는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에 걸쳐서 이루어 지는 산행으로 개략적인 코스는 지리산휴게소-사치재-복성이재-치재-봉화산-월경산 갈림길-중재-중기마을로 거리는 22.3km정도이고 소요시간은 늦은 걸음 기준으로 8시간 45분정도 예상하였다.
7시경에 대전청사를 출발한 버스는 잠시 진주간 고속도로의 지리산 휴게소에서 물을 보충하고 09:10경에 산행 시작점인 88고속도로의 지리산 휴게소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첫번째 시작인 사치재를 오르는데 처음부터 제법 가파르게 시작을 하여 숨이 헉헉대며 어제 먹은 술기운에 아직도 얼얼하고 숨이 가빠왔다. 날씨도 봄이긴보다는 초여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후덥지끈하다.
사치재를 오르니 산 언저리에 방금 내린 휴게소가 발밑에 보이고,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평이하게 펼쳐졌다. 백두대간을 2번째 오지만 이길을 처음에 누가 걸어 갔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수십만명이 이 길을 걸어서 진부령까진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앞서간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뚜벅뚜벅 한발 한발 걸어가리라 다짐하면서, 문득 백범 김구선생께서 즐겨 읊었다는 시조가 생각났다.
< 夜 雪 >
踏雪夜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蹟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밤 눈 >
눈을 밟으며 밤길을 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니
서산대사 휴정의 한시로, 일찍이 1948년 남북협상 길에 나선 백범 김구가 38선을 넘을 때, 이 시를 읊으며 자신의 의지와 각오를 다졌다고 하며, 이후에도 백범은 이 구절을 즐겨 써서, 지금도 그 필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등반을 시작한지 한시간 정도되서 시리봉을 지나 11시경에 아막성터에 도착했다. 아막성은 전북 남원시 아영면 성리에 있는 것으로 산봉우리를 돌로 에워싼 것으로 둘레가 633m가량이고, 이곳에서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 사이에 격렬한 영토쟁탈전이 벌어진 곳으로 신라에서는 <모산>이라고 불렀단다.
복성이재를 지나서 치재로 가는데 철쭉 군락이 보이는데 아쉽게도 이제 꽃망울만 조금 나와 있다. 아직 개화하지 못하여 절경의 철쭉을 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2시 30분경에 치재에 도착하여 꿀맛이 점심을 먹었다. 밥은 산악회에서 주지만 반찬은 각자가 싸오는지라 모두 둘러앉아 집에서 정성껏 만들어온 맛있는 반찬과 점심을 먹으며 회원들간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쉴 여유도 없이 백두대간 산행은 밥먹는 시간도 아껴야한다고 하면서 등반대장은 벌써 서둘러서 일어난다. 배가 불러서 걷기가 벅차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오늘의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봉화산에 오르니 주변 산하가 모두 보이고 막혔던 가슴이 탁튀었다. 그리고 억새밭에 갈대가 우거진 모습과 보며 봉화산 정상에서 잠시 기념찰영을 마치고 다시 장정에 오르니 끝없이 펼쳐진 능선을 오르고 내리면서 몸도 지쳐오고 다소 지루해져 온다. 얼마를 걸었는지 이제는 아무런 감각도 없이 내 발이 스스로 딛여져서 앞으로 나아가는듯 했다.
광대치를 지나 3시 30분경에 월경산 갈림길로 들어섰다. 간혹 반대편에서 오는 반가운 산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어느덧 종착지인 중재에 다다랐다. 앞서간 대장팀과는 한시간정도 뒤쳐져서 도착하였고, 끝까지 우리를 안내하는 팻말을 붙이며 등반대장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곳이 끝이 아니라 다시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중기 마을까지 가려면 2km가량을 걸어야 하는데 이미 임무를 마쳐 긴장인 풀렸는지 꽤나 멀게만 느껴졌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개울이 있어 잠시 신발을 벋고 개울물에 발을 담구었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차가운지 1분을 제대로 있지 못하였다. 하지만 8시간 가량 걸어서 극도로 피로한 몸을 닦으니 이루말할수 없이 상쾌하였다.
마을에 도착하니 김치찌개와 막걸리가 반겨주었다. 완전히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그동안 고생이 행복한 포만감으로 다가왔다. 이맛에 등산을 하는가..^^* 총무님이 옆에서 거든다 지금은 힘들어서 다음번에 오고 싶지 않지만 오기 1~2주 되면 다 잊고 그리워진단다. 마치 여자가 애를 낳을때의 산고로 인하여 다시는 낳지 않겠다고 했다가도 사랑과 통쾌함으로 다시 애기를 갖듯이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다.
이번 2차도 다소 벅찼지만 모두들 무사히 잘 마무리 하였으며, 다음번이 기대된다....
백두대간 중주 화이팅!!!
P.S. 이번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던것이 매번 출진할때 마다 새로운 직원들을 알려고 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버스 옆자리에서 조남균 샘과 인사를 나누었다. 고향이 논산이고 처가는 황간으로 조달청에서 있다가 특허청으로 나와 마찬가지로 부서이동을 몇년전에 했다고 했다. 보행속도가 비슷하여 산행도 같이 가면서 제법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듯하다. 특히 사진에 취미가 있어서 좋은 사진기로 나를 많이 멋지게 찍어 주어 마치 그날은 모델이 된듯 하였다. 조 샘은 일반 주말에는 계룡산을 주로 가는데 박정자 삼거리에서 차를 두고 장군봉으로 시작하는 코스로 남매탑-삼불봉-관음봉-은선폭포로 한바퀴 돌고 온다고 한다. 다음 주말에는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 겠다. 마지막에 아쉬운것은 중간에 하산길에 땀을 닦느라고 안경을 벗어 놓았는데 분실하여 잊지못할 2회 출진이 된것 같다.
Tip 1. 등산 후에는 차가운 물이나 얼음으로 찜질을 해야한다고 한다. 근육이 열을 받은 상태이므로 뜨거운것으로 하면 근육이 풀려서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야구 투수들이 던지고 나서 얼음 찜질을 하는 원리와 같단다.
Tip 2. 등산화를 긴 산행에 맞는 것으로 구비해야겠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인데 등산은 신발이 생명이므로 코스에 맞는 것으로 해야지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한다. 등산 배낭도 등산시간에 맞추어 적당한 것으로 바꾸어 다녀야 한다고....충분한 옷, 물, 음식, 간식 등을 넣을 수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