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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1. 2003. Written by C. J. Lee
<하도 오랬동안 글을 안올렸더니 나모에디터 쓰는 것도 가물가물하다. 지금부터 글 두드려서 올리자니 시간이 더 걸릴 거고, 그러다 보면 또다시 치일피일 할 거고,,뒤져보니 지난 6월에 썼던 미완성 글이 하나 보인다. 우선 이글로 ‘글 올리기’의 준비운동을 삼을까 한다. 이름하여 손목 풀기!>
별로 아름답지 않은 표현이지만 내가 꽤 잘 쓰는 말이 있다. 나 또한 별로 아름답지 못해서 이런 말을 즐겨 써도 부담이 없다. 바로 “똥오줌 못 가린다”는 표현이다.
정신 못 차리거나 경황이 없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하는 이 표현이 요즘은 딱이다. 일단 내 생활이 그렇다. 바쁘다고 해야 하는지 능력부족이라고 해야 하는지 하여간 똥오줌 못 가릴 정도로 버벅대고 있다. 그런데 짬짬이 접하는 세상이야기는 내 처지보다 더 한 것 같다. 그런 세상 흉이나 보면 스트레스를 풀어질 것도 같다.
정말 똥오줌 못 가리게 어지러운 요즘이다. 보통 개구리가 울 때는 매미가 조용하고, 술주정꾼이 행패를 부리면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처박고 있기 마련이건만, 요즘은 모두가 동시에 와글대고 있다. 그것도 떼거리로. 아주 새로운 풍속이다.
나랏님이란 사람은 (이런 불경스런 표현이 있나?!) 나라 다스리는 건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고 자나 깨나 신문 탓만 하고 있다. 예전의 나랏님들은 나라를 어떻게 다스렸나 모르겠다. 그 땐 신문이 없었나? 언론 탓 하는 것 말고 나랏님이 하는 일이란 쓸데없는 말실수와 자기 ‘동업자’ 위로하는 일 정도다. 말이 많으면 실수는 피할 수 없는 것. 어쨌든 저렇게 말 많은 사람도 별로 본 적이 없다. 이걸 감춰주지 않는 것도 언론의 잘못이란다.
언젠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업자 위로하는 편지를 써 올린 것도 남다른 일이다. 나랏님이 어느 개인에게 편지를 써서 대궐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으니, 당사자에겐 그런 광영이 어디 있겠나?! 집안이 다 모여 잔치를 벌일 일이다. 그런 우애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미풍양속을 보면서도 나는 입이 떫다. 내 성질 못 된 탓이기도 하겠지만, 아직도 제 편만 감싸는 모습이 영 나랏님다워 보이질 않는다.쪼잔하다. 그리고 아직 멀었다.
학교는 NEIS인가 하는 것으로 아직도 시끄러웠다. ‘네이스’라고 발음해야 진보적이 개혁적인 지식인 취급을 받는다는 데, 나에게는 자꾸 ‘나이스’로 읽힌다. 독일어를 무려 5년간이나 배워서 그런지, 아니면 내 반동 성향 때문이지 모르겠다.
(나도 한 때는 진보적, 개혁적이고 싶었는데 왜 그런지 요즘은 守舊가 더 친근해 진다. 그걸 보면 난 어쩔 수 없이 ‘反動的’인 모양이다.)
난 솔직히 NEIS를 가지고 시비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정보화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정보유출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위험성 때문에 정보화를 멈출 수는 없다. 자전거를 탄 것인지,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건지 몰라도 굴러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하면서도 인터넷으로 등기부도 열람하고, 은행업무도 보는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선생들이 NEIS 실행을 인권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선다는 건 웃기는 일이다. 한마디로 트집이다. (자식을 전교조 선생에게 맡겨본 경험이 있는 학부형으로서 미루어보면 정말 그렇다.)
전교조 노동자 그들도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인터넷으로 은행일도 보고, 쇼핑도 하고, 최소한 한두 군데 사이트에 회원가입도 하고 그렇게 살 것이다. 그런 ‘현대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NEIS를 인권과 연관시켜 시비를 건다는 것은 다분히 억지다. 혹시 그렇게 안 사는 사람이라면? 그건 선생의 자격도 없다.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요즘 사람이 아닌 생활을 한다면 어떻게 선생 노릇을 하겠나? 전교조 노동자들은 ‘NEIS의 보안을 더욱 강화하라’고 주장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애들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연가투쟁? 공동수업? 일하기 싫으니까 하는 짓이다. 무노동 무임금! 우리도 미국 같이 선생 월급 8개월만 줘야한다.
인권위원회? 이 기관이 언제부터 개그콘서트를 시작했는지... NEIS 파동 때 인권위는 학생들 성적 기록하는 걸 인권문제에 결부시켰다. 학생의 성적기록이 인권침해라니,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지 아니면 ‘성적’이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들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 참으로 한심한 달밤들이다. 물론 일부 진보적이란 자들이 아직도 ‘극단적 평등주의’를 주장하고, 그 맥락에서 ‘성적 없는 학교’를 그리워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시대의 변화를 모르는 것이고, 실현 불가능한 ‘천국’을 그리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같이 국민소득이 1만 불도 안 되는 나라에서 그런 꿈을 잘못 꾸다간 ‘평등한 지옥’만 만들고 만다. 빨리 잠을 깨야할 텐데.. 워낙 골통들이라..
얼마 전에 인권위의 몽상가들이 정말 개그를 했다. 자기들이 근무하는 건물의 금연화에 반대 결정을 한 것이다. 흡연자의 인권도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상식이 있는 자들인지..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있을 때 누구 편을 드는 것이 인권 옹호인가? 건물 내의 비흡연자들을 위한 조치가 건물의 금연화인데, 뭐? 흡연자의 권리?! 제 정신이 아닌 작자들이다. 그들이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자들은 자기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흡연자의 인권까지 들먹이면서. ‘인권’을 남용하고 있다. 그런 자들을 우리 세금으로 월급주다니.. 슬픈 일이다. 업보이기도 하고..
군대 간다고 거짓말하며 차일피일 개기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시민권을 딴 댄스가수 스티브 유. 그의 귀국을 놓고 TV에서 토론회까지 벌였다. TV에서 토론 할 게 그리 없고,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때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의 귀국 문제도 인권위원회에서 검토한다니 결과를 봐야겠다. 무슨 ㄱ때리는 판결이 날지.. ‘가수의 노래勸’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아니면 ‘양심적 병역 기피’로 분류해 주지 않을까? 아무튼 지켜봐야겠다. 인권위원회는 바쁘겠다. (이건 나중에 어떻게 판결이 났더라? 하도 오래 되니 기억이 지워져 버렸나보다)
요즘은 떼거지로 떠들면 다 들어주니까 얼마 전엔 복덕방까지 나섰다. 국세청에서 투기 단속한다고 심하게 복덕방을 못 살게 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국세청 직원들의 고압적 자세야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는데, 당하기만 하던 복덕방은 더 이상 옛날의 '호구 복덕방'이 아니었다. 이번만은 한번 꿈틀대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무기는 고위공직자들의 투기 혐의. 자기들이 복덕방하면서 알게 된 투기혐의를 세상에 까발리겠다는 것이다. 에구.. 무시라.. 세상 뒤집히는 꼴 보기 싫으면 적당히 하자는 으름장이다.
좋은 세상이다. 절대 약자가 없는 세상. 누구나 세상을 흔들 비장의 무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세상. 진정한 평등 세상이다. 떼거리만 모을 수 있으면 말이다.
새만금. 이것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종교인들이 3보1배라는 아주 힘든 고행을 해가면서 반대하는 걸 보면 반대가 맞는 것 같고, 전체인지 일부인지 몰라도 그 동네 사람들이 빨리하자는 걸 보면 찬성이 맞는 것 같다. 이미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것이 돈 버는 것이란 사람도 있다. 계속하면 갯벌 다 죽는다는 갯벌 옹호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둑 바깥으로 새로 갯벌이 생긴다는 동네 주민의 말도 있다. 오죽하면 전문가 30명이 꽤 오래 검토를 하고도 결론을 못 내렸을까?
솔직히 이건 모르겠다. 전혀 갯벌이나 바다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이럴 때는 어째야 할까? 답이 무엇인지 보기 위해 그냥 한 번 해볼 수도 없고.. 참 골 아픈 일이다.
얼마 전에는 시민단체 사람들이 갑자기 제방에 몰려가서 곡괭이로 둑을 허무는 일이 있었다. 주의를 끌기 위한 상징적 행동이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 주장하다 안 된다고 개나 소나 그렇게 실력행사를 한다면 나 같이 힘 약한 놈은 어찌 살겠는가?! 게다가 나는 곡괭이도 없는데..
종교인들이 3보1배한 뜻에는 ‘평화’가 있다던데..그것이 갯벌의 평화인지, 사람 사이의 평화인지..
영화판 DDR들도 떼거지를 만들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한다고 떼거지로 모였었다. 농민들은 쌀과 농산물 개방으로 고통을 겪었다. 직장인들은 구조조정, 국제화, 개방화에 밀려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래도 다들 참았다. 통 크게.. 나라를 위해서. 그런데 DDR들은 죽어도 자기들 밥그릇은 못 내놓는다는 것이다. 확실히 DDR은 별종인가 보다. 요즘 한국영화가 대단하다고 국수주의적 목소리로 떠들던 기백은 어디 가고, 아직도 보호받아야 한단다. 잘 만든 영화는 성공한다는 것이 그렇게 여러 번 증명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우는 소리다. 염치없는 놈들이다. ‘그러니 DDR이지’ 라는 소리를 들을 만 하다. 이 참에 스크린쿼터는 없애야 한다. 다른 국민들 같이 그들도 노력해서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국산 영화를 살리고 싶으면 자기들 출연료부터 자진해서 깎으면서 노력을 해야 한다. 해당 장관은 DDR들과 한 떼거리가 되서 대궐에서 열린 조정회의에도 안 나타났다고 한다. 명색이 국무위원이란 작자가 나라보다 제 패거리만 챙기고 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우리 백성들이다. 도대체 어느 조상이 얼마나 큰 못된 짓을 햇길래 우린 이리도 복이 없을까?
그런데 그들의 기자회견장에는 손님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기사에 의하면,
<이날 회견장에는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언론노조 관련 인사들도 참석해'스크린쿼터 폐지 반대운동'에 함께 할 것임을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교조? 언론노조?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떼거리 패거리들은 잘도 어울린다. 애들 잘 가르칠 생각이나 하지, 영화판에까지 껄떡거리기는..
어느 시대건 개국공신은 보상을 받게 마련이다. 이번 정권의 큰 공신인 문씨가 드디어 KBS에 발을 들이미는 모양이다. 기사는 이렇다. [KBS가 ‘역사스페셜’을 돌연 중단하고 후속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 중 한 사람인 문성근씨가 진행을 맡는 ‘인물현대사’를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중략>
최근 조기 종영 방침으로 논란을 빚은 `역사스페셜`의 속편 성격을 띤 `인물 현대사`(1TV 금요일 밤 10시 방영)도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 운동가 전태일, 민주항쟁 때 사망한 이한열씨 등 현대사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 1백인 가량을 선정해 재조명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이른바 `의식화`교육을 받느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TV에서 덜어주겠다는 게 제작진의 취지"라고 이원군 KBS 편성본부장은 말했다.]
개국공신이 보상을 받는다는 데 먼지 같은 백성들이 뭐라 할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문씨가 예전에 했던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다시하고 싶다고 했고, 그 소리를 들은 현 진행자 후배가 물러나겠다고 해서 한동안 문씨를 욕하는 소리가 장안에 자욱했었는데 말이다. 공신의 논공행상은 그렇다 치고.. 그 프로에 대한 KBS 편성본부장의 말은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의식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백성에게 필수적인 것이길래 그걸 방송에서 대신 해주겠다는 걸까? 정말 ‘의식화’가 그리 중요한 것이라면 의무교육인 중학교 교과과정에 집어넣어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닌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공공연하게 의식화 교육을 하겠다는 방송국의 태도, 그런 프로에 제격이라고 나서는 문씨. 하긴 코드는 잘 맞겠다.
때맞춰 ‘가요무대’도 진행자를 바꾼다고 한다. 오랫동안 하던 김동건씨가 물러난단다. 그럼 그 프로 후임은 또 다른 공신 명씨가 아닐까? (나중에 보니 명씨는 아니었다)
이 따위 짓거리 안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떼거리 몰려다니는 세상도 싫다.
그러나 떼거리들이 떠드는 세상이 좋은 점도 있다. 나도 크게 떠들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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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행해지는 무수한 고약한 작태 중의 일부분이 이럴진대 말 해 뭐하겠습니까? [2004/10/21]
조재영
각종처리
ㅋㅋㅋㅋ 손목풀기치고는 내용이 너무....[200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