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라는 말과 인생 역전이라는 말이 그닥 어울리지는 않는데..
하지만 지난 겨울 동안 내가 푹 빠져서 읽은 책이다.
깨달음을 얻었고,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일원이 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는 <연구공간 수유+ 너머>에서 기획해서 나왔다.
이 연구공간을 만든 고미숙은 원래는 독문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대학원에서 국문학, 그중에서도 고전문학의 매력에 빠져서 그 분야로 박사가 된 사람이다. 인문학 계통의 박사는 고급 인텔리가 되기가 무지기수인데.
고미숙은 제도권의 대학에 자리를 얻지 못하는게 안타까워 전전긍긍하지 않고, 수유연구소라는 연구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서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기 시작했고 , 그 공동체가 지금은 사회과학 연구학자 이진경과 결합하여 <연구공간 수유 + 너머 >라는 지식인공동체를 만들게 된다.
여기서 배울 점은 그녀가 자신이 가진 지식(그것도 요즘에 돈이 안되는 지식이라고 일컫는 인문학)으로 구직을 하기 보다 그것을 나누려는 마음을 먹고 실천한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호모 쿵푸스>을 읽고 뒤이어 <호모 부커스>,<호모 에로스>,<호모 아르텍스>를 읽었고
<호모 루덴스>와 <호모 부커스 2.0>은 아직 안 읽었다.
이 책들의 가장 주된 메시지는 공부도, 사랑도, 놀이도, 책읽기도 그것이 어떤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되게 하지 말고 그 자체를 즐기고 그 자체를 느낄 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반복되는 메세지이고 각 권들이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전체로 묶여지는 핵심이다.
무엇을 위한 공부가 되어 공부하면서 괴로워하지 말고
사랑을 작업으로 인식하여 어떻게 수작을 걸까 고민하는 선수가 되지 말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고 죽도록 일만하지 말고
책읽기를 논술 준비의 수단으로 생각하며 남이 정해준 필독 도서, 권장도서 목록을 찾아 헤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쩌라는 것이냐.
바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그것을 즐기고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종횡무진 찾아서 읽고, 그것이 권장도서든 아니든 관계없이, 읽은 책의 권수를 늘리려고 하는 책읽기가 아니라 단 한권을 읽더라도 그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책읽기와 놀이를 통해 공부를 통해 자기가 속한 작은 세상에서 한 걸음 더 나와 인식의 지평을 넓혀서 더 큰 세상을 볼 때 우리는 자유로워지리라. 아하, 진리가 너를 자유케하리라는 말이 여기 통할 줄이야.
그런데 이 책들이 참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다양한 예시들이 나오고 문장도 말랑말랑하고. 그런데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문학, 돈이 안되서 대학에서 존립마저 힘들어지고 있다는 인문학으로 인생역전하는것. 이 책들을 읽으면 가능할 법도 하겠다.
그 인생역전이라는 것이 대박나는 것과는 좀 다르겠지만,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대박이 아니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