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두영웅(선동렬과 김태업....)

선동렬과 김태업....   두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반응은 '선동렬은 알겠는데 김태업이 누구며 둘은 무슨 관계지?'하며 의아해할 겁니다.   반면 '아! 한때 라이벌이었던 두 선수'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분명히 70년대말 80년대초를 풍미했던 고교야구의 열혈 팬들이었던 분일 것이고 특히 광주, 또는 호남팀을 응원하셨던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각인되는 이름들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때 희대의 라이벌이었던 두 선수는 한명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이름석자 정도는 아는 '국보급 투수'가 된 반면, 또다른 한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궁금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광주일-고려대 출신으로 85년 해태에 특급대우를 받으며 입단했던 선동렬 광주상-연세대 출신으로 85년 해태에 대형타자감이라는 기대속에 입단했던 김태업   두 선수는 같은 나이로 광주에서 야구를 했던 동갑내기 였습니다. 두 선수는 광주의 양대 야구명문인 광주일고와 광주상고의 기둥으로 공교롭게도 광주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몰아치던 1980년 고교야구 무대를 호령했었습니다.   제가 유난히 두선수에 대한 기억이 강렬한 것은 제가 고교야구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시점이 1980년이었으며 (정확히는 1979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인 경북고-인천고 경기부터 뚜렷이 몰두하며 경기를 봤던것 같습니다), 광주출신이자 열렬한 야구팬이셨던 저희 아버지께서 광주팀들을 열렬히 응원하셨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열혈 야구팬인 아버지덕에 저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서울운동장에 야구를 보러 자주 갔었는데 (광주일고나 광주상고 게임만 보러가심) 어마어마하게 많은 관중들, 매캐한 오징어와 소주냄새, 종이로 된 차양모자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제가 열렬히 응원하던 두팀의 기둥이던 두 선수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선동렬 선수는 프로야구 시절과 사뭇 다른 깡마른 체구에 작은 눈코입이 몰려있는듯한 얼굴이 기억나고 김태업 선수는 부리부리한 눈빛에 거뭇거뭇한 수염, 엄청난 거구 (당시 선동렬 선수도 장신투수였지만 김태업 선수는 키와 덩치가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가 기억에 납니다.   지금부터 두 선수의 이야기를 흐릿한 제 기억을 더듬어 보고, 기억이 안나거나 모르는 부분은 옛날 신문을 통해 습득한 정보로 보충하면서 연도별로 풀어가볼까 합니다.   1978년  1978년은 두 선수가 고등학교에 압학하던 해입니다. 물론 두 선수는 중학교 시절부터 광주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었는데, 선동렬 선수가 중학시절 맞았던 첫 홈런이 김태업선수로부터 였다고 회상하던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선동렬 선수는 원래 광주상고에 동료들을 데리고 진학할 예정이었다가 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으로 호남의 명문 광주일고에 입학을 했으며, 김태업 선수는 역시 동기생이자 스타가 되는 이순철 선수와 함께 당시 약체팀이던 전남고에 진학을 합니다. (당시 전남고는 의욕적으로 광주지역의 유망선수를 스카웃 했었습니다)   1978년 광주일고는 당시 최강팀이던 양상문-김호근의 부산고에 번번히 막히면서 우승을 한 적은 없지만 결승과 4강권을 넘나들던 강팀이었습니다. 광주일고에는 부동의 에이스이자 중심타자이기도 했던 이상윤선수가 팀의 기둥이었으며, 후에 선동렬 선수에게 슬라이더를 가르쳐 준 것으로 유명해진 방수원 선수도 뒤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신입생이던 선동렬 선수는 사실상 등판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 약체 전남고에서 김태업 선수는 1학년때부터 팀의 에이스노릇을 합니다. (어쩌면 이로인해 김태업 선수의 투수로의 생명이 일찍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일고-상고에 밀리며 매번 예선탈락을 하던 전남고는 지역예선이 없는 봉황대기에서 처음 중앙무대에 얼굴을 내미는데, 여기서 신입생인 김태업 선수는 당시 최강팀이던 신일고 강타선을 완봉을 하는데다가 결승타까지 치면서 일약 신데렐라로 주목을 받습니다. 당시 신일고 타선은 김정수, 양승호, 김경표, 최홍석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는데, 김태업 선수의 겁없는 강속구에 꼼짝을 못하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파란의 주인공이던 전남고는 2회전에서 탈락을 하게되고, 그해말 전남고는 팀을 해체하면서 김태업, 이순철, 최영조등 전남고의 주축 신입생 선수들은 광주상고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일고-상고 라이벌 시대를 열게 됩니다.   1979년 2학년으로 성장한 두선수.   광주일고의 선동렬 선수는 기둥이던 이상윤 선수의 졸업으로 2학년임에도 팀 에이스의 중책을 떠안게 되며, 광주상고로 전학한 김태업 선수는 1년 선배인 잠수함 투수 윤여국 선수와 함께 팀의 기둥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전체적인 전력에서는 뚜렷한 3학년 리더나 스타급 선수가 없던 광주일고에 비해 77년 황금사자기 우승의 주역들인 이군로 (2루수), 강정남 (외야수), 노영석 (1루수), 박상진 (유격수), 최인수 (포수) 등이 3학년으로 진급을 한데다 김태업, 이순철 등 유망주가 가세를 한 광주상고의 전력은 고교 정상급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예상대로 이해 광주일고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올렸는데, 선동렬 선수는 개막 대회인 대통령배에서 당시 강력한 우승후보이던 안창완, 조성옥, 김민호 등이 이끄는 부산고를 영봉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반쪽 대회이던 대붕기에서 4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곤 모두 초반탈락을 하며 아쉬운 한해를 마감하였습니다. 단, 선동렬 선수는 좋은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강속구로 앞으로 대성할 선수라는 기대를 모으게 됩니다.   반면 김태업 선수는 시즌 초반 윤여국 선수를 제치고 팀의 에이스로 활약을 하지만 팀은 대통령배와 청룡기에서 초반에 당시 최강팀이던 부산상고, 부산고와 맞닥뜨리면서 계속해서 초반에 탈락하는 불운한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김태업 선수는 청룡기 이후 부상 (팔꿈치로 알고있음)을 당하며 더이상 등판을 하지 못하게 되며 허무하게 2학년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광주상고는 김태업 선수가 부상으로 탈락한 화랑기부터 4강에 들면서 서서히 강팀의 면모를 갖추더니 봉황기에서 윤여국 선수의 6게임 연속 완투와 재간둥이 이순철 선수의 맹활약으로 봉황대기 우승을 차지하면서 기분좋게 한해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DIV class=autosourcing-stub>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