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2 (삼죽면-국사봉-구봉산-두창리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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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에 죽산만남의광장을 출발한다. 아무도 없다. 오로지 산만 있다. |
약간 쌀쌀한 영상2도의 날씨에 하늘은 흐렸다. 시작길부터 낙엽이 잔뜩 쌓여 있어 걷는 |
느낌이 아주 좋다. 굴곡도 없이 완만하고 평평하다. 이어지는 길엔 솔잎이 쌓여 있어 |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다. 아쉽다면 함께 걷고 싶은 애인이 옆에 없다는 것이다. |
어쩌랴 등산이 싫다는데. 그런데 이것은 절대 등산이 아니다. 등산이라고 생각하면 |
힘들고 피곤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즐겁지가 못하다. 그냥 산 속을 거니는 숲 속을 거니는 |
산행을 한다고 생각하면 몸도 풀리고 마음도 평안해져 힘든줄 모른고 발걸음을 내딛고 |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두 발은 절로 움직인다. 머리는 텅 빈다. 마음은 투명해진다. |
느끼지 않으려해도 무의식중에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길은 가끔 끊긴다. |
면사무소가 나오고 포장도로를 잠시 걸어야한다. 그러므로써 산길이 얼마나 정다운지를 |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가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구제역의 산물인 집단묘를 지난다. |
온통 슬픔으로 뒤덮인 축사가 바로 붙어있다. 넓은 축사 한 켠에 서너마리의 소들이 |
슬프디 슬픈 눈망울로 나를 응시한다. 왠지 나도 모르게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
내 마음을 받아들였음에서인가? 꼬리를 흔든다. 눈물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다. |
산길은 계속 이어지고 그 산길은 포장길에 의해 잘리고 다시 이어진다. |
노인들을 위한 마음의 쉼터를 지나 계단이 만들어진 길을 오른다. 약간의 땀이 난다. |
지난 여름 무한정 흘려대던 땀을 생각하면 조족지혈이다. 며칠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
녹지 않은 사면이 간간이 나타난다. 봄과 씨름중이다.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큼직한 |
바위들이 무료함을 달래주기라도 하듯이 방긋 웃는다. 한 떼거리의 새들이 난리법구석이다. |
나 때문이다. 오랜만에 인간을 만났다고,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야단인 것이다. |
여전히 길이 참 편하다. 자전거로도 쉽게 다닐 수도 있겠다. 그러면 안되겠지만. |
묵언정진하는 어느 산객처럼 하지는 못해도 비슷하게는 흉내를 내본다. |
가끔은 "너를 사랑해!"하고 떠들며 고요함을 잠시 깬다. "너"가 누굴까? |
너를 사랑하지 않고는 나를 사랑할 수가 없다. |
또 길이 산길을 자른다. 넘어에 어느 종교단체의 엄청난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
내 자리도 하나 만들어 놓고 갈까? 잠시 먼저 가신 영혼들의 편안함을 위해 묵념을 한다. |
오르는듯 내려가고 내려가는듯 평지길이 이어진다. 오르고 내리고 내리고 오르고 이리 |
비틀리고 저리 비틀리고 돌고 돌고 또 돌다 막판에 된비알을 만나고 구봉산 정상에 이른다. |
산객 셋을 만나 내 사진 겨우 한장 건졌다. 짧은 순간 동행 후 헤어진다. 다시 조용하다. |
산행은 역시 조용함 속에 혼자 거닐어야 제 맛인 모양이다. 산길은 여전히 '순이'같다. |
순이와 함께한 산보가 너무 일찍 끝났나? 오후 두시에 예정된 연애가 끝났다. |
이렇게 저렇게 순이같은 산길을 즐기다 보면 한남의 끝자락인 문수산을 만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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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5 |
我無之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