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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5일, 토요일, Mary, Hotel Yrsgal
(오늘의 경비 US $76: 숙박료 $40, 저녁 65, 물 20, 맥주 20, 입국등록 카드 $11, 택시 $20, 환율 US $1= 23,400 manat)
투르크메니스탄 입국을 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Lonely Planet에 입국 수속이 이렇게 힘들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입국 수속을 하는 관리들이 나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애를 먹인 것인 것 같았다.
오전 10시 45분쯤에 수속을 시작하는데 직원이 식사를 해야 한다고 거의 30분이나 기다리게 한다. 도대체 10시 45분에 무슨 식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입국 서류에 소지한 돈을 적는 난이 있는데 제대로 적을까 적당히 소액만 적을까 주저하다가 제대로 적었는데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 같다. 적당히 적었다가 출국할 때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제대로 적었는데 이들에게는 너무나 탐이 나는 큰 금액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욕심이 생겨버린 것 같다. 현금을 많이 소지하게 된 이유는 중앙아시아 나라들이 현금만 쓰는 나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은행카드는 둘째 치고 여행자 수표도 안 받는 나라들이 많다.
이들은 내가 많은 금액의 현금을 소지한 것을 안 다음에는 지연작전을 쓰기 시작했다. Custom Declaration Form을 작성하는 데만도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우선 그 서류를 왜 자기들이 작성하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내용을 물어 가면서 쓰는데 쓰고 찢고 하기를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몇 번이나 반복했다.
짐 조사를 할 때는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와서 구경을 한다. 내 물건이 이들에게 구경거리가 된 것이다. 내 물건을 만져 보기도 하고 용도를 물어보기도 한다. 가족사진까지 보면서 자기네들끼리 웃으며 떠든다. 남의 개인적인 물건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 무언가 트집거리를 찾기 위해서 물건을 샅샅이 뒤진다. 옷 갈피까지 철저히 조사한다. 마약이나 대마초 같은 것을 찾는 것 같다. 어떻게 나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마약이나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트집거리가 아무 것도 발견이 안 되니까 내가 복용하는 약, 비타민, 비상약이 든 조그만 백을 어디로 가지고 가더니 조금 있다가 가져와서는 돌려준다. 아마 의사한테 보였던 모양인데 의사가 통과시킨 모양이다. 이런 일에 대비해서 약마다 이름과 용도와 사용법을 적어서 약과 함께 두었었는데 의사가 그것을 보고 통과시킨 모양이다. 만일 의사가 실험실에 보내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하고 테스트하는데 여러 날이 걸린다고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진퇴유곡의 지경이 되는 것이다. 이란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비자가 없으니) 국경에는 잘 곳도 없으니 아마 돈을 주고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입국을 허락했다. 아마 나에게 돈을 뜯어낼 수 없다고 결론을 지었던 모양이다. 입국카드를 $11을 받고 내주면서 입국카드를 잃어버리면 이곳으로 다시 와야만 재발급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준다. 돌이켜 보면 현금 신고를 소액으로 했어야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되었더라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쓸 금액만 적었다고 버티었어야 했다. 왜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았을까?
어렵게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와서 옆에 있는 은행에 가서 돈을 바꾸었다. $100 지폐 한 장을 내니 1,000,000 manat 뭉치 두 개를 준다. 10,000 manat 지폐 2백 장이다. 환율이 23,400대 1이면 2백 34만 manat을 주어야 하는데 34만 manat을 덜 준 셈이다. 종이에 $100을 23,400대 1로 계산한 것을 보내주니 그제야 34만 manat을 더 준다. 은행인데도 내 돈을 좀 슬쩍하려고 했던 것이다 참 못되고 뻔뻔한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이 나라 인상이 아주 안 좋다. 러시아와 소련 압제 하에서 거의 2백년을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정직한 이란 사람들과는 너무나 대조가 된다.
이곳 시간이 이란과 1시간 반 차이가 있어서 시간을 고치고 나니 갑자기 1시간 반이 늦어졌다. 국경에서 거의 200km 떨어진 Mary까지 가야하는데 국경에는 버스나 합승은 없고 택시밖에 없단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택시 요금이 $50이라고 흥정을 붙인다. 합승을 하면 한 사람 앞에 $10인데 혼자 타면 다섯 사람 분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합승을 해서 $10에 가겠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다 떠나서 이제는 합승할 사람들이 없단다. 국경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수속을 하는 동안에 이란에서 나하고 같은 차에 온 사람들은 다 떠나버린 것이다. 그래도 기다려보겠다고 하고 군인들이 경비를 보고 있는 조그만 건물 그늘에 앉아 있으니 영어를 조금 하는 젊은 군인이 다가와서 Mary까지 택시 값이 혼자 타도 $10이나 $15 밖에 안 된다고 알려준다. $50을 내라는 것은 바가지 작전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합승할 사람이 안 나타난다. 할 수 없이 택시기사에게 $20이면 가겠다고 했더니 당장에 그러자고 한다. $50에서 $20까지 그렇게 쉽게 내려오다니. 어쩌면 군인 말대로 $10이나 $15에도 갈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200km 거리인데 $20이라면 한국 수준으로는 싼 가격이다. 아까 $50을 요구하던 친구는 택시기사는 아니었고 영어를 조금 하는 것을 이용해서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고액의 커미션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택시 기사는 영어를 못해도 가격 흥정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는 외국 여행자들이여, 국경에서 Mary까지 택시 요금 흥정을 할 때는 택시 기사와 직접 할 것이고 택시 전체를 $10에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다.
그렇게 오후 3시경에 국경을 떠났다. 한참 가다가 큰 도로를 벗어나서 어느 마을로 들어가더니 어느 집으로 들어간다. 택시 기사 집이다. 옷을 갈아입고 가야하겠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서 다시 떠났는데 옷만 갈아입은 것이 아니고 부인까지 태운다. 한참 달리다가 택시 기사가 영어를 못하지만 내일 내가 Mary 다음에 가는 도시인 Ashgabat에 자기 차로 가자는 의사표시를 한다. 나한테 돈을 더 벌어보고 싶은 눈치다. 내가 Mary에 이틀 동안 머물 것이라 내일은 못 떠나겠다고 했더니 아쉬워한다. 이 친구는 거구에 꼭 칭기스칸처럼 생겼다. 집에 갔을 때 가족을 소개하는데 애들이 한국 사람과 구별이 안 될 정도 비슷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인구는 약 5백만이고 땅 넓이는 남북한의 2배 정도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다. 이 나라는 수많은 정복자들이 지나간 곳이고 (Alexander 대왕, 칭기즈칸, Timur, Babur, 제정 러시아 등) 한때 찬란한 고대문명을 이루었던 곳이다. 현재 이 나라에 사는 Turkmen 족은 11세기경 몽고 서쪽에서 이주해온 유목민들이라 한다. 미국이 서부를 개척했을 때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공략했다. 미국 서부와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도 떠돌며 사는 유목민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Turkmen 족도 그 중 한 민족이었다. Turkmen 족은 2백여 년 동안 러시아와 소련 밑에서 살면서 이제는 농사를 짓고 사는 농민으로 바뀌었다. 초기에는 러시아군과 싸우면서 수많은 Turkmen 사람들이 죽었지만 이제는 미국의 인디언들과는 달리 자기 나라를 찾아서 거대한 석유 매장량으로 멀지 않아 부자 나라가 될 나라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 나라의 독재자 Turkmenbashi도 (1940년 생) 꼭 칭기스칸처럼 생긴 친구다.
오후 6시 반경 Mary에 도착하였다. 오는 동안 세 번이나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Mary에 도착하여 Lonely Planet에 소개된 Hotel Yrsgal에 찾아갔는데 Lonely Planet에는 1인용 방이 $12로 나와 있는데 $40을 요구한다.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담.
중앙아시아의 또 다른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서도 호텔 숙박료가 비싸서 놀랬는데 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산유국은 모두 그런 것인가? 좀 깎아보려 했는데 어림도 없다. 호텔 숙박료 깎는 것은 주인과 해야지 종업원과는 잘 안 된다. 다른 곳으로 갈 만한 곳도 없어서 할 수 없이 하루 밤에 $40을 내고 들었다. 이 나라에서는 돈을 좀 써도 편하게 있다가 가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다가는 너무 고생을 할 것 같다. 방 값은 비싸지만 방은 참 좋다. 호텔 위치도 좋다. 이 도시의 제일 크고 중앙에 위치한 중앙광장에 있는데 광장 주위가 아름답고 오늘 저녁은 토요일이라 음악회까지 있었다.
숙박료는 비쌌지만 음식 값은 쌌다. 호텔에서 맥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술을 팔아서 맥주를 큰 병으로 한 병 샀는데 $1도 안 되었다. 터키에서는 맥주 한 병에 $5에 샀는데 이곳은 너무 싸다. 저녁 식사도 호텔에 붙은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꼬치구이, 수프, 빵, 감자요리 등 푸짐하게 시켰는데 $3도 안 되었다. 음식 값은 터키는 물론 이란보다도 싼 것 같다. 호텔 숙박료만 비싼 것 같다.
호텔에서 관광 주선도 해 준다고 해서 내일 Merv 관광을 $50에 예약했다. Merv 관광은 Mary에 온 이유다. Merv는 옛날 칭기스칸군에 의해서 초토화되기 전 까지는 실크로드의 최대 도시였단다. 내일 아침 7시에 택시로 호텔을 떠나서 오정 때까지는 호텔로 돌아온다. 이럴 때 함께 다니는 배낭 여행객이 있었더라면 한 방에 들고 관광도 같이 해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혼자 다니니 그것이 안 된다. 내일 오후는 에어컨이 시원스럽게 나오는 호텔 방에서 푹 쉬고 저녁때는 호텔 주위 산보나 하고 다음날 일찍 Ashgabat로 떠나면 된다.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는 소위 Transit Visa로 4일 짜리다. 4일 안에 출국을 해야 하니 관광은 내일 가는 Merv 외에는 할 시간이 없다. 관광 비자가 있지만 투르크메니스탄 여행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어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관광 가이드와 함께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대부분 외국 여행객들은 Transit Visa를 받아서 간단히 여행을 한다.
지겹게 오래 짐 조사를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
투르크메니스탄 입국을 하자마자 보기 시작하게 되는 이 나라 대통령 Turkmenbashi의 대형 초상화
입국은 했으나 버스도 합승 택시도 없으니 Mary로 갈 길이 막막하다
$50 달래는 택시를 $20에 깎아서 갔다
끝이 없는 목화 밭, 구소련 계획경제의 산물이다
멀리 Pamir 고원에서 시작해서 Aral Sea로 흘러들어가는 Amu Darya 강에서 물을 끌어온 Karakum Canal이다
Mary 초입에 있는 거대한 문
대낮의 텅 빈 중앙광장, 해가 너무 강해서 사람이 없다
투르크메니스탄 제2의 도시 Mary 시원스런 길거리 풍경
이 나라 여자 전통적인 옷차림 알록달록한 무늬의 원피스 드레스
내가 묵었던 호텔, 이 나라 독재자 Turkmenbasi를 찬양하는 "국민, 국가, 국부" 구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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