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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3일, 일요일, Kandy, Old Empire Hotel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460, 저녁 190, 릭샤 75, 버스 40, 120, 인터넷 20, 환율 US $1 = 100 rupee)
새로 산 Northface 상표 바지가 너무 무거워서 REI 상표 바지로 갈아입었다. REI 바지는 주머니 숫자가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Northafce 바지보다 훨씬 가볍다. 어제 책을 몇 권 한국으로 부쳐서 짐이 훨씬 가벼워졌다.
오늘 남인도의 Trivandrum을 떠나서 스리랑카로 왔다. 배편으로 가고 싶었지만 스리랑카의 내란 때문에 배편이 끊겨서 항공편으로 왔다. 아침 6시 45분에 Trivandrum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나갔다. 그저께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살 때 여행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시내에서 공항까지 릭샤 요금이 50 rupee라고 했는데 75 rupee를 주고 갔다. 아무래도 외국인은 조금 더 주게 마련인가 보다.
공항에서 보안 검사가 매우 철저했다. 공항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중동으로 일하러 가는 인도 사람들 같았다. 스리랑카 행 비행기는 오전 10시 반에 떠나서 순식간에 스리랑카의 수도 Colombo에 도착했다. 서울과 부산 거리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에 간식과 맥주까지 제공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거의 활주로에 내릴 때까지 간식 쓰레기를 걷어가느라고 분주하게 오갔다.
Colombo 공항 건물은 근래에 지은 듯 적었지만 매우 깨끗했고 공항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다. Colombo 하면 옛날에 읽은 소설 하나가 생각났다.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스리랑카가 영국 영토가 되기 전에 네덜란드 영토였을 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생각이 난다. 시간이 있을 때 스리랑카가 어떻게 해서 네덜란드 영토가 되었었고 또 왜 나중에 영국의 영토로 되었는지 알아봐야겠다.
짐 찾는 곳으로 나오는데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파는 면세점들이 보인다. 공항에서 가전제품을 파는 면세점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마 스리랑카에서는 외제 가전제품을 공항에서 제일 싸게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 스리랑카 사람들이다. 짐꾼들을 시켜서 대형 수레로 밖으로 내가는데 아마 밖에는 트럭이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배달까지 해주는 것 같다. 모두 일본의 파나소닉과 소니 그리고 한국의 삼성과 (이곳에서는 삼숭이라 부른다) LG 제품들이다.
공항 ATM에서 스리랑카 돈 20,000 rupee를 찾았다. 미화 환율을 계산해보니 약 100대 1이었다. 거기에 비해서 인도가 45대 1, 네팔이 70대 1, 방글라데시가 65대 1, 파키스탄이 60대 1이다. 옛날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에는 모두 대영제국의 인도 rupee 한 가지를 사용했을 텐데 이제는 이렇게 환율에 차이가 난다. 인도의 화폐 가치가 제일 높은 것을 보면 인도 경제가 그중 제일 좋은 모양이다.
공항 관광안내소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내가 오늘밤을 자려고 하는 스리랑카의 제2의 도시 Kandy까지 공항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있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Colombo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가서 타야한단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Kandy에서 Colombo 공항 직행 버스는 있는데 Colombo 공항에서 Kandy까지의 직행 버스도 있을 법 한데 왜 없는지 모르겠다.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대로 공항에서 Colombo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는 187번 버스를 타려고 공항 밖으로 나가는데 택시 기사들이 들러붙으며 택시를 타란다. Colombo 시내까지는 35km 거리이니 택시는 비싸서 버스를 타려고 한다고 하니 버스는 없단다. 거짓말이다. 이 거짓말에 넘어 가는 외국여행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금 있다가 187 버스가 도착해서 버스에 올라 40분 달려서 Colombo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도 Mumbai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40분과 비교가 되었다. Colombo 가는 길이 훨씬 질서가 있고 깨끗했다. 판자 집도 쓰레기도 안 보였다.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거의 서양식이고 사람들의 인상도 훨씬 더 좋아 보였다. 한 마디로 인도보다 훨씬 더 선진국 같이 보였다. 통계로 보면 스리랑카는 인도보다 못 사는 후진국인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Colombo 시내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오후 1시 반에 Kandy로 떠났다. 에어컨 된 편안한 버스였다. Kandy까지 가는 3시간 동안의 길은 바닷가에서 시작해서 스리랑카 중앙에 있는 산악지대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Kandy는 고도가 500m 정도로 Colomo가 상하의 도시라면 Kandy는 상춘의 도시란다. Kandy 시내는 인조 호수 Kandy Lake을 둘러싸고 형성되어 있는데 그 주위는 푸른 산이다. 도시 전체가 공원 같은 인상을 준다. 인구 12만의 스리랑카의 제 2의 도시인데 1815년까지 스리랑카의 마지막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란다.
스리랑카는 재미있는 얘기가 많은 나라다. 첫째는 불교에 관한 것이다. 불교를 세계적인 종교로 만든 인도의 Asoka 왕이 그의 아들과 딸을 보내서 이곳에 불교를 전파했다. Asoka 왕의 딸은 이곳에 올 때 인도 Bodh Gaya에 있는 부처님이 그 밑에 앉아서 득도를 했다는 보리수나무의 가지를 하나를 잘라가지고 와서 이곳에 심었는데 지금도 건재 한다. 약 2,300년 묵은 나무이니 어쩌면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인지도 모른다. Bodh Gaya에 있던 원조 보리수나무는 옛날에 없어지고 지금 있는 보리수나무는 스리랑카에 있는 보리수나무의 가지를 이식한 것이다. Asoka 왕이 딸을 시켜서 보리수나무 가지를 스리랑카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부처님이 득도했다는 보리수나무는 기록에만 나오는 나무가 될 뻔했다.
그 외에도 부처님에 관한 얘기가 많다. 부처님이 생전에 스리랑카를 여러 번 방문해서 불법 강의를 했고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하늘로 올라갈 때 남겼다는 발자국이 이곳에 있다. Kandy에는 부처님의 치아를 모셨다는 스리랑카에서 제일 유명한 불교사원이 있다. 부처님의 치아가 부처님이 돌아가신 북인도에서 수백 년 걸려서 이곳까지 오게 된 얘기도 흥미롭다.
두 번째 얘기는 성경에 나오는 아담에 관한 얘기인데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서 세상에 첫발을 디딘 곳이 스리랑카란다. 스리랑카에 있는 Adam's Peak라는 곳이 바로 그곳이란다. 그러니 에덴의 동쪽이 바로 스리랑카인 것이다.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에는 Adam‘s Bridge라는 지도에 보면 징검다리 같이 보이는 섬들도 있다.
세 번째 얘기는 “천일야화" 소설에 나오는 Sinbad 얘기다. Sinbad가 보물을 발견해서 부자가 된 섬이 바로 스리랑카란다. Sinbad는 지금의 이라크 지역 사람인데 배를 타고 인도의 서해안 지역을 (지금의 Kerala, Kartakana, Tamil Nadu) 다니며 무역을 했는데 풍랑을 만나서 배가 길을 잃고 인도 대륙 남단에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까지 표류했던 모양이다.
스리랑카와 인도와의 관계는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와 비교가 된다. 스리랑카는 인도 대륙에 가깝게 있어서 인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한 번도 인도 왕국의 일부가 된 적은 없었다. 나중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에 넘어가면서 독립을 잃었다가 인도가 독립한 직후인 1948년에 독립을 했다. 스리랑카는 원래 100% 불교 나라였는데 영국이 스리랑카를 통치하는 동안에 인도에서 농장 노동자로 데려 온 힌두교 사람들이 스리랑카 북부에 많이 살고 있어서 지난 수십 년 간 불교와 힌두교 두 세력 간에 싸움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저녁 먹기 전에 호텔 근처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했다. 30대로 보이는 카페 주인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물어보니 한국과 사업을 하면서 배웠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한국에서 한동안 일을 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중고 컴퓨터를 사다가 파는 장사를 하는데 한 대에 6만 원 정도에 사서 30만 원 정도 받고 판단다. 괜찮은 장사다. 인터넷 사용료는 한 시간에 90 rupee를 받는데 인도의 배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스리랑카의 물가 수준은 인도보다 높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세금 10%까지 190 rupee가 나왔다. 인도 돈으로 95 rupee 정도 된다. 오늘 떠나 온 인도 Trivandrum에서는 15 rupee 정도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2005년 3월 14일, 월요일, Kandy, Old Empire Hotel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460, 아침 120, 점심 475, 저녁 82, 식료품 568, 꽃 10, 인터넷 10, 환율 US $1 = 100 rupee)
방안에 있는 전원 콘센트가 맞지 않아서 아침에 커피 물을 끓일 수 없었다. 대신에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커피 3잔이 들은 한 포트에 85 rupee, 버터와 잼 토스트 한 조각에 20 rupee를 받는다. 토스트가 약간 타서 나왔다. 내일은 좀 약하게 해달라고 해야겠다. 오늘 식품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는데 한국 초코파이가 있어서 몇 개 샀는데 하나에 60 rupee였다. 토스트가 훨씬 싸고 좋다.
오전에 Kandy Lake을 걸어서 한 바퀴 돌았다. 두어 시간 걸린 것 같다. 갈 때는 호텔 오른쪽 언덕길로 갔고 올 때는 호수가 길로 왔다. 언덕길에서는 내려다보이는 호수와 Kandy 시내 경치가 좋았고 호수가 길에서는 호수와 주위 산 경치가 좋았다. 멀리 산정에 거대한 흰색 불상이 보이는데 이 불상은 가까이 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단다.
언덕길에는 호텔이 많았다. 어제 가볼까 하다가 만 Mcleod Inn이 보여서 들어갔다. Lonely Planet에 이 호텔에서 보이는 경치가 기가 막히게 좋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호수는 잘 안보이고 집들만 많이 보이는 그저 그런 경치다. Lonely Planet 저자는 무얼 보고 그런 찬사를 썼는지 모르겠다. 1인용 방 가격을 물어보니 950 rupee란다. Lonely Planet에는 650 rupee라고 나와 있는데 950 rupee라니, 왜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내가 묵고 있는 호텔도 Lonely Planet에는 300 rupee라고 나와 있는데 나는 460 rupee를 내고 있다. 약 50% 더 내고 있는 것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스리랑카 Lonely Planet이 나온 후에 (약 2년 전) 물가가 그 만큼 올랐다는 말인가?
호텔 값은 보통 물가와는 달리 손님이 많고 적은 것에 아주 민감하게 바뀐다. 근래에 생긴 쑤나미 피해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들었는데 해수욕장에나 해당되고 Kandy같은 산악지대에는 해당이 안 되는 얘기인 것인가? 내가 묵고 있는 Old Empire Hotel에는 외국 손님은 나 혼자뿐이고 Mcleod Inn에도 외국 손님은 하나도 안 보인다. 길가에는 외국 관광객이 제법 많이 보이는데 모두들 어디에 묵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단체로 와서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고급 호텔에 묵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Colombo에서 온 당일치기 관광객들이거나.
나는 Old Empire Hotel이 마음에 든다. 호숫가에 있고 시내 중심지에 가까워서 웬만한 곳은 다 걸어서 다닐 수 있다. Mcleod Inn에 묵으면 외출할 때마다 릭샤를 타야 되는데 시내까지 가려면 요금이 적어도 60 rupee는 될 것이다.
호텔 근처에 Pizza Hut, KFC, 대형 수퍼마켓, 인터넷 카페, 관광안내소가 있고 버스 터미널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낮에는 차와 사람 소리가 많이 들리지만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고 방에서는 잘 안 들린다. 밤에는 아주 조용하다. 방은 그저 그렇지만 모기장이 있어서 좋다. 방 바로 옆에 있는 2층 베란다가 좋다. 커피를 만들어서 가지고 나가서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보는 호수와 산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 호텔 바로 옆에는 스리랑카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불교 사원 Temple of the Tooth가 있는데 하루 종일 들락거리는 사람들과 바로 옆 호숫가 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심심치 않다.
점심을 KFC에 가서 잘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KFC 음식이었다. 닭고기 4쪽, 큰 사이즈 펩시콜라 둘, 감자 (mashed potato), 아이스크림 등, 먹고 싶었던 것들을 다 먹었다. 포식을 해서 저녁은 안 먹었다.
저녁때는 부처님의 치아를 모셨다는 Temple of the Tooth 불교사원 구경을 갔다. 구경 온 스리랑카 사람들은 모두 조그만 꽃바구니를 하나씩 사가지고 들어가서 나도 하나 사려고 사원 입구에 있는 수많은 꽃 노점 한 군데에 가서 제일 작은 꽃바구니 가격을 물어봤더니 100 rupee란다. 또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구나 생각하고 안 사고 그냥 들어갔는데 사원 건물 바로 앞에 꽃 노점이 또 있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불과 10 rupee여서 하나 샀다. 사원 밖에 있는 꽃 노점에서는 가격을 10배로 불렸던 것이다. 그래봐야 천 원 돈인데 그래도 바가지는 바가지다.
부처님의 치아를 보관하고 있다는 금색 금고가 진열되어 있어서 구경했다. 그 안에 들었다는 치아는 물론 볼 수 없었다. 있기나 한 것이지. 1998년에 이 사원에서 테러 폭탄 사건이 나서 경비가 삼엄하다. 들어가는데 몸 조사를 두 번씩이나 받았다.
부처님 치아의 이동 역사를 벽화로 그려 놓았는데 지난 2,500여 년 동안 숫한 고난을 겪으며 인도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이 사원으로 옮겨왔다는데 정말 부처님의 치아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쨌든 이 사원은 부처님의 치아 때문에 스리랑카에서는 제일 유명한 사원이 되었다. 한국에도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다는 절이 여러 군데 있는데 2,500년 전에 부처님의 사리가 얼마나 많이 나왔기에 머나먼 땅 한국에까지 차래가 왔을까?
내가 묵었던 Old Empire Hotel
Kandy의 아침 길거리 풍경
이곳에도 원숭이들이 많다, 날치기를 하는 못된 원숭이들을 조심해야한다
흰색 불상, 흰색 건물, 흰색 옷을 입은 남자, 이 나라 사람들은 흰색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의 Kandy Lake 호수경치, 해가 뜨자말자 안개가 걷혔다
Kandy Lake 호수는 인조 호수이다
다행히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멀리 흰색 불상이 보인다
삼각대 없이 떨림 방지 기능도 없는 망원 렌즈로 조심스럽게 찍었다
"상춘의 도시"라고 불리는 도시지만 고도가 500m 밖에 안 되어서 낮에는 조금 무덥다
부처님의 치아를 모셨다는 Temple of the Tooth 사원이다
사원 안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서 밖 정원에서 무언가 태우는 사원 손님들의 모습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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