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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6일, 금요일, Ulan Bator, SK Hostel
(오늘의 경비 US $956: 항공료 $450, 숙박료 $10, 분당 택시 4,000 원, 공항버스 12,000 원, 러시아 비자 초청장 $150, 러시아 6개월 복수 비자 33만 원, 환율 US $1 = 1,160 togrog)
Ulan Bator 비행기가 두 시간이나 지연되었다. 로비에서 한 시간 지연되었고 비행기에 오른 후에 또 한 시간 지연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한 시간 기다리는 동안 에어컨이 안 나와서 매우 더웠다. 왜 에어컨이 안 나왔을까? 배도 고파오고 목도 말라왔다. 12시 반에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2시 반에서야 떠났다. 그리고 3시 반에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저녁을 못 먹을 가능성이 많아서 점심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두었다.
내 옆에 앉은 50대의 몽골 친구는 내 Mongolia Lonely Planet 책을 보더니 허락도 받지 않고 집더니 한참 동안 훑어본다. 영어로 되어있으니 별 재미가 없는 듯 한참 페이지를 넘기다가 몽골어로 된 지명을 발견하고서는 반가워서 나에게 보인다. 좌석에서 움직일 때마다 팔꿈치로 나를 툭툭 건드린다. 나를 건드린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몽골에서는 남의 몸을 건드리는 것이 실례가 아닌 모양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런다.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둘째 치고 다른 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실례로 친다.
몽골 친구는 점심을 거의 끝내고 점심에 나온 조그만 튜브로 된 고추장을 건드리지 않고 있어서 나에게 달라고 손짓을 했더니 먹으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버터를 발라서 먹던 빵에 고추장을 발라서 먹더니 얼굴을 찡그린다. 몽골 사람들은 고추장을 모르는 것 같다. 주위의 다른 몽골 사람들이 모두 안 먹고 있다가 모두들 나에게 준다.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나도 나중에 빵에 발라 먹어봐야겠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인천 국제공항을 떠나서 황해를 건널 때는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한참 후에 내려다보니 텅 빈 사막이다. 세 시간 달려서 몽골 수도 Ulan Bator에 도착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그동안 지도에서만 봐오던 칭기스칸의 나라 몽골에 왔다.
Ulan Bator는 1639년 불교사원 도시로 시작되었다. 항상 옮겨 다니며 사는 유목민에게 도시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불교사원은 유목민들처럼 옮겨 다닐 수 없는 것이니 도시 비슷하게 된 모양이다. 그때가 아마 티베트 불교가 몽골에 전파되어서 정착하기 시작한 때인 것 같다. 처음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오다가 1920년대에 소련의 압력을 받아서 공산주의 색깔의 “붉은 영웅”이라는 뜻의 Ulan Bator로 바뀌었다. 언젠가는 원래의 몽골식 이름으로 바뀔 때가 올 것이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예약한 SK Hostel 숙소 주인이 마중 나와 있다. 그동안 배낭여행을 하면서 공항에 내려서 누가 마중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공항에서 시내로 갈 때는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쉬었다.
숙소 주인은 이름이 “마두”라는 30대의 친구인데 영어를 조금 한다. 몽골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단다. 하는 일도 다양해서 호텔, 음식점, 식품점, 디스코, 유치원 등 안 하는 것이 없단다. 몽골에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1970년대의 Los Angeles 수준은 될 것 같다. 마두도 자기 딸을 한국 유치원에 보내는데 영어와 한국어로 가르친단다. 한국 사람들은 참 기찬 사람들이다.
마두에게 Ulan Bator에서 택시 타는 법을 배웠다. SK Hostel은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데 시내까지 2,000 내지 3,000 togrog가 나온단다. 한국 돈으로 2천원 내지 3천원이다. 요금을 산정하는 방법이 특이하다. 차에 있는 주행기록계를 이용해서 주행 거리를 계산하고 1km당 300 togrog를 매긴다. 주행 거리가 5km가 나오면 1,500 togrog를 내면 되는 것이다.
택시를 대절하는 경우에는 하루에 $10이고 내가 휘발유를 사야한다. 휘발유는 100km 달리는데 약 $10이 든단다. 하루에 200km를 달리면 $30이면 대절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간단한 것인지는 해봐야 알 것이다. 내가 듣기에는 하루에 $40으로 알고 있는데 300km를 달리면 $40이 비슷하게 맞는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텅 비었다. 외국 배낭여행객으로 만원일줄 알았는데 아니다. 역시 시내에서 좀 떨어져서 그런 모양이다. 새로 연지 두 번째 관광 철을 맞는다는데 방과 욕실은 아직 깨끗한 편이다. 근처에 수퍼마켓, 은행, 음식점, 인터넷 카페 등 필요한 시설이 다 있다. 택시 값도 싸니 시내 나가는 것도 별 문제 안 될 것 같다. 위치도 소위 “Peace Avenue"여서 찾기도 쉽다. 놀랍게도 TV에 KBS가 나온다. 지금 이곳 밤 8시에 시작한 9시 뉴스를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몽골 시간은 한국보다 한 시간 빠른 것이다. 아리랑 TV도 나온다.
어두워지기 전에 밖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사람들이 생긴 것이 우리네와 다를 것 없다. 별로 외국에 온 기분이 안 난다. 말만 통하면 정말 그럴 것 같다. 은행에 가서 돈을 조금 바꿨다. 내일 시내 큰 호텔에 있는 ATM에 가서 당분간 쓸 돈을 찾을 것이다. 저녁때쯤 비가 한차례 내린다. 오전에도 내렸단다. 이렇게 비가 와서야 Ulan Bator를 떠나서 텐트 안에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일은 할 일이 많다.
칭기스칸 공항에 여행자를 환영하는 칭기스칸 그림은 좀 위압적으로 보인다
내 숙소 SK Hostel이 있는 거대한 소련 식 아파트 건물
아파트 건물 1층 앞에 조그만 새 건물을 붙여지어서 사무실 입구 비슷하게 사용한다
초라한 내방, 그러나 침대는 깨끗하고 한국 TV도 나와서 별 불편은 없다
숙소 근처에 있는 상가 풍경
숙소 앞마당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십대 애들
야외 당구장
큰 버스보다 소형 합승버스가 많이 다닌다
2007년 7월 7일, 토요일, Ulan Bator, SK Hostel
(오늘의 경비 US $66: 숙박료 $10, 점심 9,700, 커피 2,200, 식료품 3,300, 택시 1,500, 1,300, 1,500, 1,700, 인터넷 200, 입장료 2,500, 2,500, Naadam 축제 입장권 35,125, 우편엽서/우표 2,000, 마그넷 2,000, 환율 US $1 = 1,160 togrog)
어제는 잠자리가 편해서 잘 잤다. 아침 6시 10분전쯤에 깨었다. 오전은 매우 좋은 날씨였다. 한국의 가을 날씨 같기도 하고 유타 주 날씨 같기도 하다. 온도는 24도 정도인데 햇빛은 유타 주처럼 매우 따갑다. 이곳 고도가 1,350m라니 유타 주 Salt Lake City와 같고 유타 주의 건조한 사막기후 같다.
아침을 한국에서 가져온 팥빵과 커피로 해결하고 택시를 타고 Ulan Bator의 제일 큰 불교사원인 Gandan Khiid로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관광객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한다. 적어도 반은 외국인들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일찍 온 것을 잘했다.
이 불교사원에는 500여 명의 승려가 산다는데 아침 염불과 식사를 하는 장면을 구경했다. 염불을 하는데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들어가게 한다. 들어가는 사람들, 나가는 사람들, 스님에게 돈을 건네는 사람들,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아동스님, 청년스님, 염불은 큰 소리로 외지만 시선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가있다. 아침 식사하는 장면을 한 장 찍었다. 더 찍으려고 했으나 제지를 당해서 더 이상 못 찍었다. 사진 찍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으면 아예 찍을 생각을 안 했을 텐데 없어서 찍기 시작한 것이다. 광경이 재미있어서 몇 장 찍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스님들의 식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니 밥과 빵과 함께 초콜릿도 들어간다. 몽골에도 쌀이 나는 모양인가? 아침 식사에 초콜릿이 나오는 것은 예상외이다.
몽골 말은 우리말과는 매우 다르게 들린다. 예전에는 우리말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중앙아시아와 중동 언어에서 많이 들리는 (프랑스어까지도) 목에서 나오는 탁한 소리가 몽골 말에서도 많이 들린다. 한때 우리말이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 것으로 되었다가 근래에 빠져나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생긴 것은 같아도 언어적으로 우리 민족은 몽골 민족과는 다른 민족인 것이다.
몽골 민족은 대단한 민족이다. 지금은 못살고 뒤떨어진 민족이지만 옛날에는 중국을 150여 년, 러시아를 300여 년,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300여 년 지배한 민족이다. 그런 역사를 가진 민족이 몽골 민족 빼놓고는 없다.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는 대영제국, 중남미를 지배한 스페인도 비교가 안 된다. “Pax Mongolica"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한때 세계 평화에도 기여를 했던 것 같다. 이제는 꿈조차 꾸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대단한 업적을 이룬 민족이다.
Gandan Khiid 사원 구경을 마치고 ATM에서 돈을 꺼내려 Chinggis Khaan Hotel로 갔다. 은행 ATM보다도 특급 호텔의 ATM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급 호텔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ATM에서 33만 togrog를 꺼냈다. 약 30만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호텔 기념품 상점에서 몽골 마그넷을 하나 사고 우편엽서를 사서 미국 손녀들에게 부쳤다.
점심을 먹으로 Lonely Planet에 소개된 Modern Nomads라는 음식점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기사가 제대로 찾질 못해서 좀 빙빙 돌았다. Lonely Planet에 나온 호텔이나 음식점 이름이 영어로만 나와 있어서 택시를 탈 때 불편하다. “All You Can Eat" Mongolian BBQ가 있다고 해서 갔더니 없단다. 이곳에는 없고 Ulan Bator의 다른 지역에 있는 자기네 지점에서 한단다. Lonely Planet에 이 장소에서 한다고 나와 있는데 Lonely Planet이 실수를 한 것인가? Mongolian BBQ는 미국과 유럽에도 많이 알려진 몽골 전통음식이다. 할 수 없이 돼지고기 요리와 만두를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이번 여행에도 전과 같이 점심 한 끼 잘 먹고 아침과 저녁을 간단히 먹는 작전이다.
오후에는 Museum of Natural History와 National Museum of Mongolian History를 둘러봤다. 역시 나는 박물관 팬은 아니다. 건성으로 대강 훑어보고 나왔다. 내부가 너무 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는 공룡 뼈 전시가 볼만했다. 정말 800만 년 전인가에 공룡이 살았던 모양이다. 그때는 지구상에 인간은 없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국회 의사당이 있는 Sukhbaatar 광장에 가니 어제 공항에서 사진으로 본 칭기스칸 동상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광장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피곤해서 구경을 하지 않았다. 광장 근처 중앙우체국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10, 11, 12일, 3일 동안에 열리는 Naadam 축제 입장권을 샀다. 내일 OTAM 여행사를 찾아가서 13일 떠나는 고비사막 여행 예약한 것만 확인하면 Ulan Bator에서 할 일은 다 마친다. 그 다음에는 며칠 편하게 구경만 하면 된다.
Ulan Bator 시가지 풍경은 구소련 연방의 다른 도시들과 별 차이가 없다. 작년에 가본 카자흐스탄의 Almati, 우즈베키스탄의 Tashkent와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흉물스런 거대한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몽골의 전통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건물들이다. 다 밀어버리고 거대한 천막 도시를 지으면 환상적일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인터넷 카페에 들려서 가족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내일 아침 먹을 음식을 샀다. 이제 숙소 방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한국 TV를 보면서 푹 쉬면된다.
Ulan Bator의 한적한 아침 풍경, 남쪽에 큰 산이 있다
Gandan Khiid 불교사원 입구
사원 건물 지붕 경치는 티베트 Lhasa의 Potala 궁전 지붕 경치와 비슷하다
대웅전 건물
대웅전 지붕 근처에 있는 네 개의 종의 위치가 특이하다
지붕과 종
내 사진 한 장, 이번에는 정식 삼각대를 가져와서 내 사진 찍기가 훨씬 수월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스님들
Ulan Bator에는 한국에 관련된 건물들이 많은 것 같다
ATM을 이용하러 들린 Ulan Bator 최고의 호텔 Chinggis Khaan Hotel
Wrestling Palace, 레슬링은 몽골의 대표적인 스포츠이다
점심 식사를 한 Modern Nomads 음식점
개점하기 전 막간을 이용해서 후스 볼을 하는 음식점 종업원들
Sukhbaatar 광장에 있는 칭기스칸 동상
칭기스칸 동상 옆에 있는 세계를 거의 정벌한 몽골 기마병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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